바다거북 수프

 


1. 요리
2. 놀이
2.1. 예시
2.2. 괴담으로의 변형
2.3. 기타


1. 요리


[image]
'''Turtle soup'''
이름 그대로 바다거북의 고기를 이용해 만들어진 수프.
잉글랜드에서 1750년대부터 시작하여 150년 뒤 남획으로 인해 식탁에서 자취를 감추기까지 많은 인기를 끌었던, 시민들의 만찬을 대표하는 요리였다고 한다.
주 재료인 푸른바다거북은 1728년경 잉글랜드에 '바다거북(sea-tortoise)'으로 소개되었는데, '고기가 송아지 고기와 바닷가재 사이에 있는 맛이라 매우 만족스럽다. (중략) 종종 바닷물에 담아 잉글랜드로 가져와서 오랫동안 살려둘 것이다.'라는 기록이 있다. 초창기에는 주로 굽거나 삶아먹었지만, 이후 수프로 조리하는 법이 어센션 섬이나 서인도를 통해 1740~50년도에 잉글랜드 전역으로 퍼져나가 삽시간에 인기를 끌었다. 다양한 레시피가 소개되었으며, 영국의 이집트 분야와 골동품 연구가 새뮤얼 버치(Samuel Birch)는 런던에서 레몬과 카이엔페퍼를 곁들인 거북 수프를 최초로 선보인 것으로 유명하다.
음식 역사가 재닛 클라크슨(Janet Clarkson)의 저서에 따르면 1761년부터 1825년까지 런던 '로드 메이어의 날 연회(Lord Mayor's Day Banquet)'에 차려진 메뉴로 한 번도 빠진 적이 없다고 하며, 이것이 훗날 바다거북의 씨가 마르는 데에 일조했다고 한다. 서인도 제도에서 거북이 15만 마리를 들여왔었는데, 너도나도 거북 수프를 해먹으면서 수는 급락하고 비용은 그에 비례해 상승한 것이다. 결국 19세기 중반 즈음에 가서 가장 비싼 수프가 되어버렸다. 이로써 구하기 힘들어진 바다거북을 송아지 머릿고기로 대체한 '가짜 거북 수프(mock turtle soup)'[1] 레시피가 생겨났고, 두 요리가 같은 연회에 차려지기도 했다.
피델 카스트로는 생전에 바다거북 수프를 즐겨먹었다고 한다.
동양에서는 바다거북은 아니지만 용봉탕 같은 자라 요리를 예로 들 수 있다. 중화권에서는 껍데기가 단단한 거북이는 미신적 요소로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고 하지만, 특정 거북이의 등껍질은 '꽈이랭고(龜苓膏)'[2]라는 요리 재료로 사용된다.

2. 놀이


1 항목에서 유래한 나폴리탄 괴담 계열의 수수께끼. 기묘한 내용 때문에 곳곳에서 유행한 바 있다. 우리 나라에서는 그냥 괴담이나 도시전설으로 알려져있지만, 해외에서는 엄연한 '''추리 놀이'''다. 대한민국 일각에서는 블랙 스토리라고 불리기도 한다.
Paul Sloane의 저서 평행 사고 수수께끼(Lateral Thinking Puzzles)에서 유명해졌기 때문에 머리글자를 따 LTP라고 부르며, 상황 수수께끼(Situation Puzzles)라고도 한다. 평행 사고란 한 마디로 상식적으로는 언뜻 말이 안 되거나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을 새로운 방향, 다른 관점에서 생각의 틀을 깨서 사고하는 방식. 일본 인터넷에서는 주로 '''Late'''ral '''Thin'''king을 줄여서 라테신(ラテシン)이라고 부른다.
게임의 방법은 아래와 같다.

1. 출제자가 (이야기 형식의) 수수께끼를 만들어 출제한다.

2. 참가자들은 출제자에게 스무고개 형식의 질문[3]

을 하고, 출제자는 그에 대한 대답을 한다.

3. 정보를 통해 참가자들은 이야기의 전말을 추리한다.

4. 적당한 때가 되면 출제자는 정답을 공개한다.

예와 아니오 질문으로 여럿이 참가하는 놀이는 특히 인터넷 게시판 등에서 여러 사람이 참가하며 행해질 때가 많다. 이 게임의 시초가 된 이야기가 바다거북 수프에 관한 것이므로, 특히 2ch 등의 인터넷 게시판에서 이 놀이가 행해지는 일본에서는 주로 바다거북 수프 놀이라고 불린다.
그 문제는 다음과 같다.

한 남자가, 어느 바닷가 레스토랑에서 바다거북 수프를 주문했으며 그 남자는 바다거북 수프를 한 수저 먹고는 주방장을 불렀다.

“죄송합니다. 이거 정말로 바다거북 수프인가요?”

“네, 틀림없는 바다거북 수프 맞습니다.”

남자는 계산을 마친 뒤 집에 돌아가서 자살했다.

왜 그랬을까?

문제 자체에도 배리에이션이 많다. 바로 바닷가 절벽에 뛰어내려 자살하는 등. 이런 식으로 LTP의 문제는 어떤 이야기의 결말과 몇 가지 사실만 언급한 채 많은 궁금증을 남기는 이야기로 이루어져있다.

2.1. 예시


이러한 문제가 출제되면, 참가하는 여러 사람들은 출제자가 예, 아니오로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을 하게 된다.
  • 바닷가 레스토랑인 게 중요한가요?
  • 남자는 을 지고 있습니까?
  • 남자가 자살한 것은 수프를 먹은 것이 원인입니까?
  • 남자의 직업은 무엇입니까?
  • 주방장은 남자입니까?
이러한 질문에 출제자는 하나하나 대답해간다. 약간의 힌트를 줘서 푸는 사람들을 정답으로 유도할 수도 있다. 이 놀이는 답을 못 맞추면 출제자가 이기는 그런 놀이가 아니라 어떻게 재미있게 답을 추측해가느냐, 얼마나 날카로운 질문을 하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즐거운 플레이를 위해서는 출제자의 적절한 대답 스킬이 요구된다.
  • 바닷가 레스토랑인 게 중요한가요? → 네. 약간 관계 있습니다.
  • 남자는 을 지고 있습니까? → 아니오.
  • 남자가 자살한 것은 스프를 먹은 것이 원인입니까? → 네! 아주 중요합니다!
  • 남자의 직업은 무엇입니까? → 예, 아니오로 대답할 수 없는 질문입니다.
  • 주방장은 남자입니까? → 상관 없습니다.
출제자와의 문답으로 얻는 정보들을 가지고 참가자들은 서로 토론하기도 하고 독자적으로 추리하기도 하면서 이야기의 미스터리를 풀어나간다.
  • 왜 스프 좀 먹었다고 자살하지?
  • 남자의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 바다거북 수프는 맛있나?
  • 요리사가 악당인가?
  • 바다거북이라는 재료가 중요한가?
이러한 과정에서 최종적으로는 누군가가 정답, 또는 정답과 아주 가까운 질문을 하게 된다. 때가 무르익었다고 생각되면 출제자는 답을 맞춘 사람과 다른 참가자들을 칭찬하고 미리 준비해둔 해답문을 공개한다.

남자는 배를 타고 있었는데 남자가 탄 배가 조난되었다. 몇 명의 다른 사람들과 함께 구명보트를 타서 죽음은 면했지만, 작은 섬에 표류하는 처지가 되었다.

식재가 떨어진 일행은 체력이 떨어지는 사람부터 죽어가기 시작했다. 결국, 살아남은 사람들은 살기 위하여 시체의 살을 먹기 시작했지만, 단 한 사람은 이 행위를 강력하게 거부했다. 당연히 그 남자는 서서히 죽어가게 되었다.

이 꼴을 가만히 둘 수 없었던 다른 사람 중 하나가 “이건 바다거북 수프야”라고 거짓말을 한 다음 남자에게 수프를 먹여서, 구조될 때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 뒤 레스토랑에서 명백하게 맛이 전혀 다른 이 진짜 바다거북 수프를 직면하게 된 남자는 진실을 알게 된 뒤 목숨을 끊었다.

이 해답은 그야말로 오리지널. 지금은 이 문제가 너무 유명해진 만큼 완전 똑같은 문제를 내고 전혀 다른 해답문이 나오거나 오리지널 질문을 조금만 변형해서 다른 결말로 만드는 패러디 문제들도 팬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2.2. 괴담으로의 변형


우리나라에서는 바다거북 이야기가 조금 와전되어서 알려져 있는데, 다음과 같다.

바다에서 조난당했을 당시, 쇠약해져가는 선원이 동료에게 먹인 어떤 수프.

그 바다거북 수프 맛은 최고로 맛있어서 그는 그 환상적인 맛을 잊은 적이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무사히 생환에 성공한 그는 태어나서 2번째로 바다거북 수프를 시식했는데 외마디를 내뱉은 다음 심장마비로 즉사했다.

“아, 이것은 거북이의 고기가 아니다.”

과연 남자는 왜 숨졌을까?

이미 처음부터 조난, 선원, 예전에 바다거북 수프를 먹은 적 있다 등의 사실을 다 제시해두고, 또 요리사에게 진짜 바다거북 수프라고 물어보는 의미심장한 부분은 지워버려서 보다시피 LTP 문제로서의 가치는 전혀 없다. 원래의 이야기가 의도하던 부분이 전부 사라져 있기에, 이 정도 글이면 누구나 전에 먹은 수프가 인육이라는 추측은 금방 내놓을 수 있다. 단지 인육이라는 자극적인 소재에 오싹해할 뿐, 괴담으로서도 질이 낮아져서 나폴리탄 계열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하다.
한국에서는 70년대 즈음에 표류된 부부와 갈매기 고기로 변형되어 알려지기도 했으며, 공포특급 등의 90년대 괴담책에 실리기도 했다.

무인도에 어느 부부가 표류되었는데, 추위에 배고픔에 시달리던 중 남편은 일시적으로 시력까지 잃게 되었다. 어느 날, 남편은 하늘을 나는 갈매기 소리를 듣고 죽기 전에 저 갈매기 고기를 먹고 싶다고 중얼거렸다. 그런데 그 말을 들은 아내는 어디서 구해왔는지 다음 날 진짜로 갈매기 고기를 가져왔다.

남편은 아내가 주는 갈매기 고기를 먹으면서 점차 건강을 되찾은 덕분에 구조선에 구조되었으며 아내는 얼마 못 가 숨졌다. 훗날 시력도 되찾고 다시 일상 생활로 돌아온 남편은 아내를 추억하면서 아내가 해주던 갈매기 고기 맛을 다시 한 번 맛보기 위해 갈매기 고깃집을 찾았다. 그는 고기를 한 점 베어물더니, 갑자기 피눈물을 흘리며 바다로 뛰어들었는데 아내가 해준 갈매기 고기와는 맛이 전혀 달랐던 것이다.

이 경우에는 단순한 괴담이라기보다는 안타깝고 비극적인 부부애에 더 중점을 둔 이야기가 된다. 참고로 공포 특급 원본에서는 아내가 자기 허벅지살을 베어서 구워주었다는 해석까지 실려있는 걸 보면 개자추 일화랑 섞어놓은 모양. 효자 이야기 중에서도 자기 몸을 잘라내서 음식을 만드는 이야기가 있다.
부부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조난당했는데 사람들이 아내를 죽여 남편에게 고기를 주며 이것은 갈매기 고기이고 아내는 갈매기를 잡으려다 벼랑에서 발을 헛디뎌 죽었다고 거짓말을 하는 좀 더 괴담스러운 버전도 존재한다.

2.3. 기타


일단 바다거북이고 육지거북이고 덩치가 있는 거북은 어디서나 좋은 먹거리다. 정글의 법칙에서도 바다거북 통구이를 김병만 부족에서 선사했는데, 먹어본 사람들의 평은 치킨 비슷한 맛이 난다고 했다. 과거 대항해시대에도 바다에서 건지거나 섬에서 잡은 거북은 훌륭한 식량원 역할을 하는 생물 중 하나였다. 일부 육지거북은 선원들이 너무 잡아서 멸종 위기에 놓일 정도.
문제가 허를 찌르는 재미있는 것일수록, 또 질문자들의 추리력이 높을 수록 좋은 게임을 할 수 있으며, 모두가 즐겁게 된다. 사실 문제 내면서 대답하는 사람이 제일 재미있고 제일 힘들다. 출제자의 아이디어와 대답하는 요령, 질문자들의 추리력과 질문하는 요령, 또 전체 참가자의 매너가 상당히 중요한 게임이다.
룰 자체에도 변형이 많이 가해져서, 정말로 스무고개처럼 질문 횟수를 제한하여 질문자들끼리 토론하며 무슨 질문을 할지 신중하게 정하거나, 출제자가 아예 처음부터 '질문 중 X개에는 거짓으로 대답하겠다!'라고 선언해서 질문자들이 머리를 감싸안게 하거나, 1대 1으로만 질문과 대답이 이루어지고 다른 사람들은 구경만 해야 하는 등 여러가지 변형 룰이 존재한다.
출제자가 어떻게 중요한 사실을 출제 단계에서 숨기느냐, 질문자가 어떻게 숨겨진 사실에 파고드느냐가 중요한 게임이므로, 서술 트릭이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어이도 재미도 없는 억지 문제를 내면 욕 먹을 각오를 해야 한다.
제일 유명한 문제가 이런 만큼 인터넷에서는 오컬트괴담, 범죄 미스터리 계열 문제가 많이 제작되며, 그 중에는 이 문제를 아득히 능가하는 잔인하거나 무섭고 사악한, 또는 감동적이고 슬픈 문제도 많이 나왔다. 하지만 진상이 단순히 언어유희이거나 별 거 아닌 일을 의미심장한 글로 표현해서 참가자들을 낚는 코믹한 문제들도 인기가 많다. 흔히 IQ 퀴즈 등으로 알려진 수수께끼들도 실은 이 게임에서 유래된 것이 많다.
일본의 레벨파이브에서 이 게임의 원작이 되는 Lateral Thinking Puzzles를 게임화했는데, 역시 게임을 대표하는 수수께끼로 등장한다.
라이트 노벨 여동생만 있으면 돼.에서 자주 사용하는 게임 중 하나다.
[1]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가짜 거북(Mock Turtle)'이 바로 여기서 모티브를 따왔다.[2] '거북젤리'로도 알려져있다.[3] 즉 ,Yes or No로 대답할 수 있는 질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