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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祕笈
사전적 의미로는 '가장 소중하게 보관되는 책'이지만, 무협소설에서는 무공이 적혀있는 물건을 의미한다. 영물내단을 비롯한 영약 및 신병이기(무기)와 함께 무림인들이 눈에 불을 켜고 쫓는 무림의 3대 보물류다.
1. 설명
2. 작품 속에 등장하는 비급
3. 관련 항목


1. 설명


현대에서 비슷한 것이라면 격투기나 무술 교본이 있겠으나, 무협 소설의 비급은 그러한 것들 따위와는 차원이 다르다. 읽기만 해도 무공을 한 단계 진일보시키는 엄청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으며, 스승 없이도 달인 수준으로 무공을 익힐 수 있게 해주는 엄청난 책이다. 물론 이해할 정도의 오성이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내용은 말 그대로 해당 무공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저자의 성향과 목적에 따라 초심자가 읽어도 쉽게 알 수 있게끔 체계적으로 정말 상세하게 설명된 책부터, 이미 상당한 경지에 이른 고수가 읽어도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선문답 수준으로 난해하고 이해할 수 없게 적혀있는 비급도 있다. 전자의 경우 따라서 읽고 따라하기만 해도 효과를 볼 수 있지만, 후자의 경우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면 안 읽은것과 다를바 없다. 다만 난해한 내용을 이해하는 순간 깨달음을 얻어 한 경지 위의 단계로 올라갈 수 있다는 설정을 채용한다.
전달 매체는 보통 종이로 된 서적이지만, 시대적 배경에 따라 다른 매체로 전해지기도 한다. 글자만 적어놓을 수 있으면 되기 때문에 두루마리죽간 형태도 있으며, 비석이나 바위벽 등에 조각되어 새겨져있는 형태도 있다. 비급이라는 이름 답게 비밀스럽게 전해져내려오는 중요한 물건이므로 은밀하게 숨겨져 있는 경우가 많다.
김용 소설에서는 독특하게 숨겨져 있는 경우가 많다. 《천룡팔부》의 북명신공은 모르는 사람이 보면 춘화도고, 《의천도룡기》의 구양신공불경능가경 사이에 써있었다. 《협객행》의 태현경은 벽화에 해설문이 써있지만, 해설문은 사람의 눈을 속이기 위한 미끼일 뿐이고 벽화만 보아야 익힐수 있다.
보통 한 무문에서 대대로 전해내려오는 교범이던가, 수십 년에서 수백 년 전의 무공 고수가 자신의 무공을 남겨놓은 책일 경우가 많은데, 전란의 와중 해당 무공들의 전수자가 전부 죽었다던가 하는 식으로 현대에는 실전된 무공이라는 설정을 쓰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이러한 무공비급의 무공은 현재 주인공이 있는 시대의 무공보다 뛰어나다.
이걸 현실에 빗대어서 책만 읽고 어떻게 무술을 익히고 강해지니, 서양검술에서는 그러지 않는다느니 하고 따지는 것은 무의미할 뿐 아니라 무협소설에 대한 이해가 모자란 것이다. '''무협소설은 기본적으로 도교적, 종교적 사상을 밑바닥에 깔고 있다.''' 무협소설에서 무술을 익히는 것은 현실의 무술을 익히는 것과 달리 누구도 도와 줄 수 없는 종교적인 '깨달음'이 매우 중요하게 묘사되며[1], 내공의 경우에는 신선술과 거의 동일하게 취급된다. 따라서 비급만 보고 단기간에 고수가 된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게다가 무협물은 이능력 배틀물은 아니지만 실질적으로 이능력 배틀물과 비슷한 기술 습득 구조를 가지기도 한다. 무공 사이에는 상성도 있고, 특정한 무공은 초능력과 유사한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사실 무공 자체가 초능력이다.
하지만 앞서 나온 이야기는 정통 무협에나 해당되는 해설일 뿐, 사실 후기의 양산형 무협은 정통 무협의 요소가 희석되다 못해 증발한 수준이라 앞서 말한 해설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초기 무협 소설은 중국식 종교(불교, 도교적, 유학적 개념)을 밑바닥에 깔고 있었으나, 후기 작품으로 올 수록 이런 개념이 옅어지면서 그냥 동양풍 스킨 씌운 판타지물에 가까운 작품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양판소의 오러나 마나 서클, 마나 호흡법 개념이 무협에서 이식된 개념인데, 역으로 양판소에서 유래된 양산형 무협들에서 이런 부분이 두드러진다. 심하면 비급이 그냥 스킬북 개념으로 취급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비급의 현실성 관련 이야기가 나오게 된것은, 무협 장르가 양산화되기 시작하면서 질적 열화가 심각해진 것이 원인이기도 하다.
이 때문인지 후기형 무협 소설에서는 앞서 말한 비판들을 수용하거나, 어느 정도의 현실성[2]을 가미할 목적이나 기존의 클리셰를 깨야 할 필요도 있고 해서 일부 무협에서는 글로 배워서는 절대 높은 경지에 이를 수 없다는 식으로 한 마디씩 나온다. 그래도 배울 사람들은 글만 읽고도 잘만 배운다.
작법 차원에서의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비급으로 배우지 않고 스승을 통해서 배우게 하면 주인공의 무림제패 스토리에 스승이 걸리적거리는[3] 문제가 있다. 이는 주인공의 부모님을 자주 투명하게 만드는 것과도 비슷할지 모른다. 또한 숱한 실전을 통해 강해졌다! 식으로 나가면 실전을 겪은 사람이 주인공만 있는 것도 아닌데 주인공이 그렇게나 강한 이유에 대해 개연성이 떨어진다.[4] 게다가 무협물의 세계관은 약한 무공으로 강한 무공을 이기는 것이 어려운 세계이다. 클리셰를 비튼 경우도 있지만 보통은 무조건 강한 무공을 얻어야 하는 것이다.
기보와 함께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비급을 남긴 고수가 쓰던 검이라든가 부채라든가 입던 옷이라든가 하는 것들이다.
DCinside의 무협 갤러리에서는 무협소설을 의미하는 은어로도 쓰인다. 좋은 책은 절세비급이라 불리고, 나쁜 책은 주화입마를 불러오는 마공 비급 혹은 마공서라고 불린다.

2. 작품 속에 등장하는 비급



3. 관련 항목



[1] 60년 수행한다고 해서 모두 부처가 되는 것은 아닌 것처럼, 단순히 오래 배웠다고 깨달음을 얻는 것은 이상한 일일 것이다.[2] 무술은 사람에 의해 지도되지 않는 이상 독학이 불가능하다. [3] 물론 스승을 두는 전개도 있다. 그리고 이 경우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인공이 스승을 능가하는 전개로 가면 그나마 다행이고, 스승을 사망시키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리고 이는 비단 무림물뿐만 아니라 현대의 창작 배틀물에도 많이 적용된다.[4] 물론 창작물 중에서는 이런 부분에 대해 별 설명이 없는 경우도 많고, 딱히 무리수를 두지만 않으면 이 점에 대해 독자들이 이상하다고 여기지도 않는 경우도 많기는 하다. 주인공 보정이라는게 있으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