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연
1. 무협소설에 나오는 전개. 기묘한 인연이라는 개념.
이것을 거치고 나면 주인공의 무공이 일취월장하게 된다.
가장 흔한 것으로는 다음과 같은 전개가 있다.
- 악당에게 쫓긴다.
- 절벽에서 떨어진다.
- 절벽 아래 동굴에 무공 비급/사부/영약이 있다.
- 습득하고 무공이 졸라 강해진다.
무협소설공모전에 당선된 '무림매니아'라는 단편에서는 이런 기연을 사전에 봉쇄하기 위해 '기연을 얻을 만한 절벽을 미리 메우기', '정의의 무림고수들에게 영약을 잔뜩 안겨서 우화등선 시키기', '악의 세력에 부모를 잃고 복수를 다짐하는 어린이들을 달래기 위한 좋은 고아원 설립' 등을 직접 실행하는 악의 무리가 나온다(...).보러가기
김용소설의 많은 주인공은 대부분이 기연빨로 강해진다.
사실 무협소설에서 기연의 존재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는 것이 주인공이 차근차근 강해지는건 시간이 너무 걸리고, 그렇다면 주인공이 나이를 먹으면 아저씨, 아줌마, 혹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어버리기에 가능한 빨리 주인공을 강하게 만들어 파워 인플레를 따라잡기 위해선 기연을 쓸 수 밖에 없다. 이것은 무협소설이 가지는 근본적인 보수 성향에서 비롯되는 것인데, 무공의 개념이 나이테와 같이 연륜과 함께 끝없이 강해지는 것이기 때문에 기연 정도의 장치가 없으면 결코 초수인 주인공은 고수나 서열의 벽을 넘지 못한다.
즉 기연도 결국 주인공 중심으로 스토리가 흘러가는 작품에서 이야기 진행을 위해 주로 나오는 주인공 보정의 한 형태일 뿐이다. 위에 나열된 김용과 관련된 예시를 보아도 알 수 있듯이 김용급의 대작가라도 무협의 세계에서는 기연 없이 버티기가 힘들다. 뒤쳐진 후발주자인 주인공으로서는 기연이라도 해줘야 저기 널리고 널린 선발주자인 고수들과 같은 라인에 설 수 있기 때문.
물론 주인공이 강해지지 않고 사기와 템빨로 버텨낼 수도 있지만 그렇게 쓰는건 무공이 뛰어난 주인공의 이야기를 쓰기보다 힘들고, 무협소설의 특징 중 하나인 카타르시스라는 측면을 채우기도 힘들기 때문에 자주 쓰이지는 않는편.
다만 너무 기연이 지나친 나머지, 과도하게 이것저것 퍼다주어 별 다른 노력과 고생없이 주인공을 최강자로 만들거나 고수들조차도 간단하게 이겨버리는 경우라면 명백히 문제가 된다. 카타르시스가 너무 지나친 나머지 주인공 짱짱맨 사이다패스물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특히 그렇다. 그래서 홍정훈의 흑랑가인에서는 기연을 심하게 깐다.
묵향처럼 일단 주인공을 환갑까지 수련시키고 환골탈태 시키는 수단도 있긴 하나 덕분에 무공만 판지라 생각이 일천하여 60살 넘게 수련한 주제에 하는짓은 중딩만도 못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2. 기연의 종류
- 영약 : 영약을 얻어 내공을 크게 증진시키거나, 만독불침 등의 특수능력을 획득한다. 아무리 그래도 뭐 하나 먹고 너무 강해지는건 납득이 안 되므로 대개 보조적인 수준으로 쓰인다.
- 비급 : 비급의 형태로 잊혀진 절세의 무공을 얻고, 비급에 적힌 무공을 습득하여 강해지게 된다. 이 방법을 쓰려면 주인공에게 어느 정도 기본적인 무공 수준이 필요하다.
- 스승 : 당대 절세 고수의 마음에 들거나, 은거하고 있던 기인 등 특별한 스승을 만나 지도나 시련을 받고 무공의 수준이 크게 올라간다. 그나마 개연성이 가장 농후한 전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