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육지탄

 

'''고사성어'''
'''髀'''
'''肉'''
'''之'''
'''歎'''
넓적다리 비
고기 육
갈 지
탄식할 탄

저는 늘 말안장 위에 올라앉아 있어 허벅지에 살이 찔 새가 없었습니다. 그동안 너무 오래 말을 타지 않았더니 허벅지에 살이 많이 쪘습니다. 세월만 덧없이 흘러 이렇게 늙어가서 아무 것도 이룬 것 없이 끝나나 하는 생각에 잠깐 슬퍼진 것입니다.

- 유비(삼국지 연의)

1. 개요
2. 유래
3. 뒷이야기
4. 대중매체


1. 개요


중국 삼국시대유비의 발언에서 나온 말로, 허벅지에 살이 찐 것을 슬퍼하다. 사내 대장부가 세상에 나와 이룬 일 없이 세월이 흘러감을 탄식하는 말이다.
즉, '''잉여인간으로 세월을 보내는 것을 한탄한다'''는 뜻이다.

2. 유래


유비가 신야에서 4년 동안 별 일 없이 지내다가 어느 날 유표의 초대를 받아 잔치에 갔는데 우연히 화장실에서 일을 보다가 자신의 허벅지이 쪄서 굵어졌음을 알게 되고는 눈물을 흘렸다. 유비의 눈물 자국을 본 유표가 깜짝 놀라 유비에게 묻자 "내가 옛날에는 몸이 안장을 떠나는 법이 없어서 허벅지에 살이 붙을 틈이 없었는데 요즘은 말을 타지 않아서 평소에 붙지 않던 허벅지살이 붙은 것을 보고서, 세월은 흐르고 몸도 늙어가는데 아무것도 이룬 게 없으니 슬퍼한 것입니다."라고 했다.[1]
사실 한탄할 만한 것이, 당시 유비의 나이는 40대 후반이었다. 현대인의 기준으로 봐도 이룬 것 하나 없이 객장이란 위치에서 40대 후반이라면 자괴감이 들 만한데, 그 시대 수명을 보면 더 했을 것이다. 60세까지만 살아도 제법 오래 산 것이었으니.
유비가 말을 타지 않아서 허벅지가 늘어졌다고 탄식하게 된 이유는, 삼국지의 배경이 되던 당시 중국의 삼국시대에서는 아직 등자가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image]
로마군 기병대를 재현한 리인액터
위의 사진과 같이, 등자 없이 말을 타게 되면 굉장히 어정쩡하고 불안정한 자세로 타게 되는데, 느리다면 어찌어찌 할 수 있지만, 속도를 내거나 무기를 사용한다면 떨어지지 않기 위해 어떻게든 허벅지로 말등을 꽉 붙들고 있어야 한다. 또한 기병의 주역할이 빠른 기동력과 돌격 시의 충격력을 이용해 적의 진영을 붕괴시키는 것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등자 없이 이를 한다는 것은 '''등자가 있을 때보다도 훨씬 힘들고 위험한 일이다'''. 때문에 전장에서 말을 타고 다닌다는 것은 허구한 날 허벅지 운동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서, 허벅지에 군살이 찔 수 없는 건 당연지사.
그리고 이 일화를 통해 유비는 말 타고 인의 인의거리며 부하들에게 다 맡긴 것이 아니라 본인도 쌈박질도 곧잘 했다는 것 또한 알 수 있다. 유비 패왕설 수준은 아니겠지만 그의 무예가 일정 수준 이상이었음을 뒷받침하는 일화.

3. 뒷이야기


그런데 정작 유비가 잉여인간으로 세월을 허비하게 된 건 유표 때문이다. 당시 조조원상원담이 서로 싸우는 걸 틈타 하북을 야금야금 먹어가고 있었고 유비는 유표에게 조조의 뒤를 쳐야 한다고 계속 진언했다. 하지만 유표는 조조의 북진을 그저 방관했고, 조조는 배후의 위협에 전혀 신경쓸 필요 없이 하북 공략에 집중할 수 있었다.[2] 원씨 형제한테 서로 화해할 것을 권유하거나, 유비가 박망파로 하후돈을 유인해 격파하기도 했지만 끝끝내 직접적인 행동은 없었고 결국 조조는 하북을 완전히 평정해버린다. 그제서야 유표도 조조의 뒤를 치지 않은 걸 후회했지만 이미 때는 늦은 뒤였다.
유표가 행동에 나서지 않은 이유는 본인의 성격, 친조조파인 채모 일파의 존재, 손권의 지속적인 강하 공격[3] 등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유표는 유비를 잘 대접해주면서도 한편으로는 유비가 독자적인 세력을 키워 독립할 것을 경계했기 때문이다. 곽가도 이런 점을 간파하고 조조에게 유표는 유비를 제대로 쓰지 못할 테니 배후를 공격당할 걱정은 할 필요 없다고 진언했고 그 예상은 적중했다.
여담으로 이렇듯 나이가 50이 되도록 이룬 것 하나 없이 자신의 처지에 비통해하던 유비에게도 '''"한 줄기의 광명"'''이 비춰진다.

4. 대중매체



4.1. 삼국전투기


이 말을 '''살 빼는 데엔 전쟁이 최고'''라는 식으로 해석해서 유비살 빼려고 전쟁이나 일으키려는 악마로 만들어버렸다(...). 물론 삼전 특유의 유비를 나타내는 묘사긴 하지만.
유비는 유표에게 조조전쟁을 벌일 타이밍이라고 말하지만, 거절당하고 대신 형주에서 반란을 일으킨 도적떼들을 소탕하러가게된다. 허나 장비조운이 너무 쉽게 적장을 잡아버려서 네들이 이러면 내가 살을 어떻게 빼냐고 화를 내던 중 서서를 만나게 된다.

4.2. 연희 시리즈


애니메이션 진 연희무쌍 소녀대란에서 관련된 에피소드가 나온다.
장비가 무릎이 통통하고 부드럽다는 말을 해 다이어트에 돌입하고 마초와 마대를 따라 운동을 하다 엄청난 운동량에 단식 다이어트로 바꿨다가 굶주림에 상한 멘마를 먹어서 고생하게 된다. 거기다 배탈이 난 걸 다른 사람들이 임신했다고 오해해서 소동이 벌어지지만 지나가던 화타가 바로잡아줘서 일단락 된다. 이후로도 살찌는 거에 대해 신경쓰는 묘사가 가끔 나온다.

[1] 당시 조조는 원씨 세력을 격파하고 하북 4주를 병합하는 등 사실상 천하통일이 기정사실화 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유비는 기껏 이룬 기반도 죄다 날려먹고 다른 사람의 객장으로 들어가는 등 줄곧 떠돌다가 유표에게 흘러든 상황이였다.[2] 실제로 원소는 병력 세력등 모든 면에서 조조보다 윗줄이였기에 조조는 어떻게든 원소를 막아내기 위해 세력을 쥐어 짜는 상황이었다. 당연히 최소한의 수비를 제외하곤 후방에 돌릴 여유 병력 같은 것은 있지도 않았다.[3] 결국 208년황조가 죽고 강하가 함락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