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와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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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 슈리에 위치한 시키나 주조(識名酒造)의 다양한 아와모리.
泡盛
1. 개요
일본 오키나와 현에서 만드는 전통 증류식 소주이다. 오키나와어로는 아-무이(あーむい)로 읽으며, '섬것'이라는 뜻의 시마과(シマーグヮー)나 '술'이라는 뜻의 사키(サキ)라고도 부른다.
2. 특징
오키나와는 물이 잘 빠지는 석회암 지대이다 보니 논농사에 그다지 적합하지 않았다. 때문에 쌀은 상당량을 수입해왔는데, 아와모리를 제조하는 데에는 보통 태국산 안남미를 사용한다. 밥쌀로 먹는 자포니카 종[1] 으로 아와모리를 빚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안남미를 쓰는 쪽이 만들기 수월하고 향미가 좋다. 일본내에서는 전통주이긴 하지만, 수입쌀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상당히 관대한 주종인데, 워낙 영세한 양조장, 증류소가 많아 지역경제보호 차원에서 이를 인정해주는 분위기.
누룩을 띄우는 데에는 흑국균(''aspergillus awamori'')이 든 검은 누룩을 쓰며[2] , 하얀 누룩을 쓰는 일본 본토의 소주와 다르다.[3] 제법 역시 차이가 다소 있어서 본토의 일반적인 소주들은 누룩발효가 진행된 술덧에 재료를 첨가하는데 반해, 아와모리는 재료전체에 누룩이 자리잡게 하는 방식으로 만드는데, 이를 젠코우지(全麹)라 한다. 오키나와의 덥고 습한 기후 탓에 발효가 길어지면 필연적으로 부패가 따라올 수 밖에 없다보니 최대한 신속하게 만들기 위함인데, 그 덕분에 본토의 소주와 달리 아와모리 특유의 진하면서도 깊은 맛, 강한 자극감이 만들어졌다.[4]
시판중인 술의 알코올함량은 대체로 25~30도가 많은 편인데, 주세법 상으로는 45도까지만 소주(아와모리)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넘기게 되면 물을 섞어 알코올함량을 조절하며, 이를 가수조정(加水調整)이라 부른다.
여타 증류주와 마찬가지로 숙성기간이 맛에 큰 영향을 준다. 상품에 따라 숙성기간에 차이가 있지만, 보통 3년 이상 숙성한 원액 만을 제품화하게 되면 이를 쿠스(古酒)라고 부른다.[5] 오크(또는 타루;樽)숙성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역시 다른 증류주처럼 아름다운 호박색을 띄게 되지만, 빛깔이 일정 이상으로 짙어지게 되면 그 또한 아와모리로 인정을 받지 못한다.(????) 쿠스는 일반적인 단기숙성품보다 알코올이 훨씬 독하다고고 말하기는 하나, 숙성기간이 알코올함량 자체에는 큰 영향을 끼치진 못하고, 실제로 쿠스 가운데 25도로 출시되는 제품들도 상당히 많다.
오키나와 현 내에 지역별로 개성을 가진 다양한 주조장이 있으며, 섬마다 독특한 음주 풍습이 존재하기도 한다.
현재 아와모리는 일본 본토의 주류보다 주세를 35% 감면받고 있다.[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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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토의 컵사케처럼 오키나와의 편의점 등에서 컵아와모리 또한 판매하고 있다. 이런 것들은 보통 시판되는 병입 아와모리에 비해 알코올함량이 더 낮은 편인데, 미리 물을 섞어 도수를 낮춘 제품이며, 이를 마에와리(前割り)라고 한다. 아와모리를 베이스로 한 칵테일 레시피로 많다보니 컵에 담겨져 판매되는 아와모리 칵테일도 나오는데, 현지인들에게 꽤 일상적으로 사랑받는 칵테일은 블랙볼(ブラックボール)로 아와모리와 아메리카노(!!!)를 섞어 즐기는 술이며, 실제로 마셔보면 생각보다 구수한 감칠맛 덕에 아와모리의 강렬한 자극감이 억제돼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칵테일이다.
3. 이름
아와모리(泡盛)라는 이름이 최초로 등장한 것은 1671년 류큐 왕국의 쇼테이 왕이 도쿠가와 막부의 쇼군 도쿠가와 이에츠나에게 바치는 헌상품 목록에서이다.
아와모리의 어원에 대해 여러가지 설이 존재한다.
- 오키나와학(沖縄学)의 아버지 이하 후유(伊波普猷)는 좁쌀을 뜻하는 아와(あわ, 粟)에서 왔다고 주장했다. 옛날에는 아와모리를 빚을 때 좁쌀을 넣기도 했기 때문.
- 증류를 할 때 거품(아와)이 올라오는(모리) 모습을 보고 지었다는 설
- 류큐 왕국을 복속시킨 사츠마 번에서 자신들이 마시던 가고시마의 소주와 구분하기 위해 이름붙였다는 설
- 산스크리트어에서 왔다는 설
4. 역사
오키나와의 가요집 <오모로소시>(おもろさうし)에 보면 고대에 마시던 미키[7] (神酒, ミキ)라는 술이 등장하는데, 재료를 사람의 입으로 씹어 침으로 발효시켜 만든 술이다. 조선시대의 <지봉유설>에도 유구국에서는 여자들이 쌀을 씹어서 만든 "미인주"(美人酒)를 제사에 쓴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후 14, 15세기 경 태국에서 술을 증류하는 기술이 유입되어 류큐 왕국에서도 증류주를 만들기 시작하였다. 조선왕조실록에 보면 김비의라는 제주도 사람이 표류했다가 류큐 왕국을 거쳐 돌아와 그곳의 풍속을 전하는 기사가 실려있는데, 여기 나온 남만국의 술이 아와모리가 아니었나 추정되고 있다.
류큐 왕국 시절에 수도 슈리에 위치한 세 마을인 토리호리(鳥堀), 사키아먀(崎山), 아카타(赤田)가 왕부로부터 아와모리를 주조할 수 있는 권한을 받았다. 이 세 마을을 슈리산카(首里三箇)라고 부른다.술은 청주와 탁주가 있는데, 납병에다 담고 은술잔[銀鍾]으로써 잔질하며 맛은 우리 나라와 같았습니다. 또 남만국(南蠻國)의 술이 있었는데 빛은 누렇고 맛은 소주(燒酒)와 같으며, 매우 독하여 두어 종지를 마시면 크게 취하게 됩니다.
―성종 실록 10년(1478년) 6월 10일 1번째기사
오키나와 전투 당시 대부분의 주조장이 파괴되었고, 아와모리를 만들 쌀조차 부족했기 때문에 주민들은 연료용 알코올을 마시기도 했다. 아와모리의 정체성이나 다름없는 검은 누룩조차 잃어버렸기 때문에 한동안 빚을 수 없었지만, 주조장 폐허에서 파낸 흙을 쌀에 뿌려 겨우겨우 검은 누룩의 복원에 성공했다고 한다.
1949년 민간 주조장이 다시 세워져 아와모리를 생산하기 시작했는데, 초창기에는 미군기지에서 버린 위스키나 맥주 공병에 술을 담아 판매하였고, 지금도 위스키 병 형태로 팔리는 아와모리가 있다. 한동안 젊은이들이 맥주와 위스키만 마시고 아와모리는 영감들이나 마시는 술 취급을 해서 아와모리 산업이 불경기를 겪기도 했지만, 일본 본토로 시장을 확대하고[8] , 고급 쿠수 생산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였다. 다만 대다수의 주조장이 소규모 사업장이라는 문제가 남아있다.
2020년 코로나19로 인하여 손소독제 수요가 늘어나자 오키나와 양조장에서 아와모리로 만든 손소독제를 만들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그런데 주세문제가 있어서 부랴부랴 '음용불가'를 붙이고 판매하는 중(...).
4.1. 쿠스(古酒, クー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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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3년 이상 숙성된 것을 말하며, 이전까지는 <아와모리의 표시에 관한 공정경쟁규약>에 따라 성분의 50% 이상이 3년 이상 숙성되면 쿠스로 인정 받았으나, 규약이 개정되어 2015년 8월부터는 성분 전체가 3년 이상 숙성되어야 쿠스로 인정되고 있다. 오래 숙성될 수록 가치가 높아진다. 도수는 보통 40도를 넘어가는 독한 술이다.
수백년 씩 된 것도 있었으나 오키나와 전투로 남아있는 것은 거의 없다, 슈리의 시키나 주조(識名酒造)가 보관하고 있는 150년된 쿠수가 가장 오래 된 것.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쿠스는 26년째 부질없이 썩어가는 어느 회장님의 아와모리 소주이다. 구단의 세 번째 우승 잔치 때 이 술을 다함께 들자고 약속했으나[10] 그 구단은 우승은 커녕 18년째 한국시리즈에 오르지 못했고 심지어 이 술을 사온 회장님은 소주 봉인을 뜯지도 못하고 결국 영면하셨다. 거기에 연달아 날아온 비보에 의하면 관리 실수로 술의 대부분이 증발했다고 한다.[11] 그래서 2017년 같은 술을 다시 사 와서 채웠다고 한다.[12]
5. 하브슈(ハブ酒)
뱀술이다. 아와모리에 오키나와의 독사 반시뱀(ハブ)을 넣어 만든 것. '''정력'''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아와모리를 베이스로 한 것 뿐만 아니라 아마미제도의 흑당소주(黒糖焼酎), 가고시마의 고구마 소주(芋焼酎)를 베이스로 한 하브슈도 있다.
6. 맛있게 즐기기
아와모리를 마시는데 딱히 정해진 방법은 없다. 스트레이트로 마셔도 좋고, 얼음을 넣거나, 물을 타서 마셔도 된다. 추운 밤에는 따뜻한 물을 타는 것도 맛있다. 탄산수를 넣어도 괜찮으며, 현지에서는 우롱차, 우유, 커피를 섞어 마시기도 한다고.[13] 좀더 오키나와스러운 맛을 원한다면 시쿠와사[14] 과즙을 섞는걸 도전해보자. 비싸고 귀한 쿠수는 그 본연의 맛을 즐기기 위해서 아무것도 섞지 말고 스트레이트로 마시는게 좋지만, 너무 독한 경우에는 물을 타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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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에서 만드는 전통 양식의 술주전자를 카라카라(カラカラ)라고 한다, 여기에 아와모리를 담아마시며 류큐의 정취를 느끼는 것도 좋은 방법 가운데 하나.
[1] 한국에서 밥을 짓는데 쓰는 것과 같은 쌀[2] 학명을 보면 알겠지만 오로지 아와모리의, 아와모리에 의한, 아와모리를 위한 균종이다.[3] 단, 본토의 소주라고 해서 백누룩만 쓰는 것은 아니며, 짙은 풍미와 깊은 바디감을 중시하는 소주는 흑누룩, 가볍고 마시기 편한 맛을 추구할 땐 백누룩, 화사한 향을 끌어내고자 할 땐 황누룩을 쓴다는 정도의 공식은 있다.[4] 본토에서 만드는 소주들 중에서도 간간히 젠코우지로 만드는 소주들이 있긴 하다.[5] 본토의 소주 역시 장기숙성을 하게 되면 古酒라 표기하지만, 본토의 소주는 코슈(こしゅ)라 부르고, 아와모리는 류큐어인 쿠스(クース)를 사용하고 있다[6] 오리온 맥주 역시 주세 감면을 받고 있다.[7] 현재 오키나와 현과 아마미 제도에서 미키라는 이름으로 마시는 음료는 쌀, 고구마, 설탕을 넣어 만든 발효음료이다. 알코올은 없다.[8] 아와모리 생산량의 20%가 현외에서 소비된다.[9] LG 트윈스가 1994년 한국시리즈를 우승하고 나서 구본무 회장이 사온 쿠스 항아리 세 개. 맨 왼쪽은 우루마시(うるま市)에 있는 타이코쿠주조(泰石酒造)에서 생산한 한타바루(はんたばる)이다. 맨 오른쪽은 쿠메지마정(久米島町)에 있는 쿠메센주조(久米仙酒造)에서 생산한 쿠스이다. # [10] 우승 잔치 때 이 술을 나누고 한국시리즈 MVP에 오른 선수에게는 롤렉스 시계를 선물로 주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11] 사실 위스키나 소주 등 도수가 높은 술을 항아리에 장기간 담아놓으면 자연적으로 증발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그렇게 사라지는 술은 천사의 몫이란 뜻의 '엔젤스 셰어(Angel's share)'라고도 한다고.[12] 참조[13] 일본 편의점에서는 아와모리 커피에 '술'이라는 글자를 크게 적는데, 운전자가 잘못 마시고 음주운전을 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이다.[14] 오키나와 특산품인 레몬종의 시큼상큼한 과실[출처] : 위키미디어 커먼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