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라하

 


1. 개요
2. 어라하와 건길지
3. 상세
4. 미디어에서


1. 개요


중국의 사서 주서(周書) 등에 보이는 백제에서 사용된 군주의 칭호.

2. 어라하와 건길지


왕의 성(姓)은 부여씨(夫餘氏)로 ‘어라하(於羅瑕)’라 부르며, 백성들은 ‘건길지(鞬吉支)’라고 부르니 이는 중국 말로 모두 왕이라는 뜻이다. 왕의 아내는 ‘어륙(於陸)’이라 호칭하니, 중국 말로 왕비라는 뜻이다.

주서(周書) 이역열전(異域列傳) 백제(白濟)

어라하(於羅瑕)는 귀족들 사이에서 불리는 명칭인데 비해, 백성들은 을 건길지(鞬吉支)라 불러 차이가 있었다고 한다. 참고로 왕비는 ‘어륙’이라고 불렀는데 ‘어륙’ 또한 지배층인 귀족들이 사용한 호칭이었다. 이 때문에 백제의 지배층과 백성의 언어가 서로 달랐다[1][2]는 논의가 있지만, 조선의 경우도 사대부와 신하들은 주상 혹은 전하라고 부르고 일반 평민, 백성들은 나랏님이나 임금님, 상감마마 같은 식으로 서로 다르게 부른 사례가 있어서 아직 확실한 건 아니다.
하(瑕)는 가(加)와 같으며 가야에서 한번 밖에 보이지 않지만 기부리지가(己富利知伽) 처럼 쓰이기도 했다.[3] 어라(於羅)는 경주 알천(閼川)인 아리나례하(阿利那禮河) 알지거서간(閼知居西干) 김알지(金閼智)의 알과 같다. 왕을 조금 다르게 말한 것뿐이지 모두 당시에 서로 통하던 말들이다.

3. 상세


어라하와 건길지에 대한 말이 쓰인 주서당태종 대에 위징(魏徵)의 총괄 아래 영호덕분(令狐德棻, 583~666) 등이 서기 629년에 쓰기 시작하여 636년에 편찬을 완료한 책이다. 책 자체는 중국 위진남북조시대의 북주(北周, 557∼581)의 역사를 기록하기 위해 쓰였으며 북주가 있던 시대나 주서가 쓰인 시대 모두 백제가 한참 남쪽의 수도인 사비성(현재의 부여군)으로 천도한 이후(538~660)이다.

습속에 재(宰)를 길(吉)이라고 일컬으니, 고로 그 후예의 성씨를 길씨(吉氏)라고 삼았다.

'''신찬성씨록 길전련조'''

한편 《일본서기》에서는 한반도의 왕들을 코니키시(コニキシ), 코키시(コキシ) 등으로 부르고 있는데, 이것은 건길지를 그대로 옮긴 것으로 보인다. 키시는 길사(吉士, 吉師)로 음차하거나 군(君)으로 쓰고 훈독하기도 했다. 그리고 고구려어로 어라하와 같은 말로 보이는 오리코케. 코니오루쿠와 동의어로 보이는 오리쿠쿠[4]가 적혀 있다. 그 밖에도 태자를 고구려는 마카리요모 백제는 코니세시무라고 한다고 적혀있다.[5]
백제멸망이후 왜국에 체류중이던 부여선광지토 천황에게 쿠다라노코니키시씨(百濟王氏)를 하사받았다. 쿠다라노코니키시에서 '코니키시'는 '건길지'를 가리키는 것으로 일본어가 아니다. 따라서 쿠다라노코니키시씨는 한국어로 옮기면 '백제건길지'씨가 된다.
'길지(吉支)'는 고대 한국어로 왕을 뜻하는 낱말이므로 건길지는 '큰(鞬)+왕(吉)+높이는 말(支)'로 풀이된다. 조선 선조대에 발간된 광주판 《천자문》에서 에 '님금'이라는 훈을 달았으면서 에 '긔ㅈ. 왕'이라는 '훈'과 '음'을 달고 있는데, 이 때의 긔ㅈ.가 바로 吉支(길지)라는 것이 유력하다.
원래 발음을 재구하려는 연구에서는 원래의 발음을 '''큰긔ㅈ'''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일본서기’는 백제 근초고왕을 “백제인들은 왕을 ‘니리무’라 부른다”고 기록하고 있다. 백제어 ‘니리무’ 혹은 ‘니리므’가 말모음 ‘ㅜ/ㅡ’와 자음 ‘ㄹ’을 잃고 ‘니임’으로 변한 뒤에 다시 줄어들어 현대 한국어의 ‘님’이 됐다고 추정하는 견해도 있다. 다만 그 '니리무'가 고대 한국어 전체에서 전반적으로 통용되었는지 백제에서만 단독으로 쓰였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4. 미디어에서


여러모로 말은 많지만 복식과 소소한 고증은 잘했다는 평가를 받는 사극인 근초고왕에서 이 명칭이 등장한다. 그외 한강의 옛말인 욱리하 등의 말이 사용된다.
2003년 개봉한 한국의 정통 사극영화 황산벌(영화)에서 백제 등장인물들이 의자왕을 '어라하'라는 명칭으로 부르는 것이 등장한다. 물론 전라도 사투리 억양 때문에 모르는 사람에게는 들리기는 그냥 '어-라'로 들리고, 역사도 사투리도 모른다면 이 말도 그냥 '전라도 사투리'로만 여겨지는게 문제라면 문제. 이 영화에서 백성들은 왕을 '건길지'라고 부른다.
2019년 tvN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 에서는 부족연맹체 국가 아스달 연맹내의 각 부족장을 칭하는 칭호로 사용된다,

[1] 백제의 초기 지배층은 고구려에서 내려온 자들이었다.[2] 일본어족 문서에 보다 자세히 서술되어있는 "반도 일본어족설"과 연결된다. 원래 한반도 북부에는 고조선으로 대표되는 한국어족 화자들이, 남부에는 진국으로 대표되는 일본어족 화자들이 있었으나 세형동검의 남하와 함께 한국어족 화자들이 한반도 남부의 지배층이 되었고, 일부 피지배층은 7세기 무렵까지 일본어족을 사용했다는 가설. 삼국사기에 기록되어 있는 삼국의 지명과 그에 대한 어원/뜻풀이가 고대 일본어와 비슷하다는 점이 주요 근거다. 참고로 이 가설에 따르면 한국어족 화자들의 남하를 피하여 일본 열도로 넘어간 일본어족 화자들이 야요이, 즉 현대 일본인의 조상이며, 따라서 일본인과 반도 일본어족 화자들은 사촌 같은 관계다. 실질적인 근거가 희박한 임나일본부설과는 완전히 다르다.[3] 가야와 신라는 지도층의 칭호로 간지, 한기(干支, 旱岐)를 썼다.[4] 정부인(正夫人)을 마카리오리쿠쿠라 적고있다.[5] 이외의 백제어로 하시카시(夫人, 고대 일본어 발음으로는 파시카시) 에하시토(女郞, 고대 일본어 발음으로는 에파시토)가 있다. 에하시토는 현대어 아가씨와 관련성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