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 파실 전투
1. 개요
- 등장 작품
- 은하영웅전설 1권 <여명편> 서장 <은하계사 개략>
- 은하영웅전설 외전 5권 <나선미궁> 1장
- 미치하라 카츠미 코믹스 은하영웅전설 2~3화
- 은하영웅전설 Die Neue These 4화
- 시기 : 우주력 788년, 제국력 479년 표준력 5월
정전 1권에서 양 웬리의 인생을 서술하면서 간단히 서술하고 넘어가며, 외전 5권 <나선미궁>에서는 후일담을 다루고 있다.
2. 발단
은하제국과 자유행성동맹의 접경지역에 위치한 엘 파실 성계는 동맹의 변방 성계중 하나로 약 300만 명 정도의 시민과 약 1천 척의 지역경비함대와 군사시설이 위치해 있었다.
어느 날 약 1천 척의 제국 함대가 인근 지역에서 접근하는 것이 엘 파실 경비사령부에 감지되었고 엘 파실 주둔 방위함대 사령관 아서 린치 소장은 모든 함대를 출격시켜 이에 대응한다.
양측 함대는 엘 파실 성계에서 다소 떨어진 위치에서 교전을 개시했고 전투가 무난하게 진행되며 쌍방 대략 2할 가량의 손실이 발생했을 쯔음 제국군 함대가 후퇴하려는 낌새가 동맹측에 감지되었고 린치 소장은 제국군이 별 의지 없이 가벼운 공격을 감행했을 것이라고 보고[2] 제국군의 퇴각에 맞춰 함대를 물리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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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동맹군 전장을 빠져나가는 와중 퇴각한 것으로 여겨졌던 제국군이 출현하여 맹공을 퍼붓기 시작했다. 알고보니 제국군은 엘 파실 점령을 위해 치밀한 작전을 구상하고 있었고 동맹군이 방심하는 틈을 노려 기습 공격을 감행한 것이다.
동맹군 함대는 기선을 제압당했고 제국군은 혼란에 빠진 동맹군의 후방에 함포 사격을 가했다. 각 함정이 독자적으로 반격을 개시하여 사령관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린치 소장이 탑승하고 있는 함대 기함이 아무 말도 없이 전장을 빠져나갔다. '''사령관 린치 소장이 홀로 도주한 것이다.'''
사령관이 도망치자 동맹군의 지휘체계가 붕괴되어버렸고 여전히 반격태세를 유지하고 있는 소수를 제외한 동맹 함대는 절반은 도망친 사령관을 따라 전장을 빠져나가 일부는 엘 파실로, 일부는 다른 성계로 향했다. 다른 절반의 함선들은 제국군에 투항했고 최후까지 저항하던 함선들은 격침되거나 공격을 견디다 못해 결국 투항했다.
린치 소장이 엘 파실로 돌아왔을 때 그를 따라 돌라온 함대는 약 200척 가량, 1천 척에 달하던 방위함대가 하루아침에 괴멸되어 버린 것이다. 상상하지도 못한 대승을 거둔 제국군은 후방에서 2천 척의 함정을 충원받아 엘 파실 성계를 포위하였고 약 3백만에 달하는 동맹 시민의 안전이 위협받게 되었다.
3. 전개
자유행성동맹과 약 1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전쟁을 벌여온 은하제국은 "불손한 반란군의 마수로부터 민중을 해방시킨다"는 대의명분을 내세우고 있었다. 그렇기에 붙잡은 동맹 시민이나 군인을 무차별 학살의 대상으로 삼지는 않았으나 불충하고 불손한 사상에 물들었으니 재교육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변경 행성에 교정구를 설치하고 이들을 수용하였다.
전쟁이 만성화되며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의식주도 제대로 제공해주지 않고 사람을 혹사시키는 교정구의 실상은 탈출하거나 포로교환을 통해 돌아온 사람들의 입을 통해 동맹에 잘 알려져 있었고 엘 파실에 거주하던 300만의 동맹시민들이 공포에 휩싸이며 행성 전역이 혼란에 빠졌다. 우주공항에는 탈출하려는 사람들이 마구 몰려들었으나 린치 소장이 도망쳐들어온 시점에서 제국군에 의해 행성이 포위당해버렸고 '''탈출은 불가능해졌다.'''
엘 파실 행정부는 사태를 파악한 즉시 경비함대사령부에 시민 보호와 탈출을 위한 계획의 입안과 수행을 요청했으나 경비함대사령부의 책임자는 전장에서 부하도 내버리고 도망친 린치 소장. 소장은 행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자마자 임관 1년차에 갓 중위로 진급한 신임장교에게 이를 떠넘겨버렸다.[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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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령부의 늑장대응에 흥분한 군중 앞에 몇몇 병사들을 이끌고 나타난 이는 사령관도 참모장도 아닌 나이 어린 신임 중위. 못미덥게 생긴데다가 나이도 계급도 낮은 애송이 장교를 본 시민들은 군대가 '''시민을 저버렸다'''며 크게 분노했다. 양 웬리 중위는 이런 괄시 속에서도[6] 묵묵히 최선을 다해 사령부 소속 수송함이나 개인 화물선 등을 징발하여 시민 탈출계획을 완성시켰지만 린치 소장은 나중에 읽을 테니 두고 가라며 관심도 주지않고 측근 참모들을 모아 은밀하게 무언가를 꾸미고 있었다.
양 웬리 중위가 린치 소장의 허가를 기다리던 와중 경비대의 몇몇 함선이 상당량의 물자를 적재하고 무단으로 이륙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를 멍하니 바라보던 양 웬리 중위에게 병사들이 달려와 린치 소장과 측근 참모들이 멋대로 도주했다는 사실을 알린다. 린치 소장은 전장에서 부하들을, 여기에서는 '''민간인들도 버리고 또다시 도망친 것'''이다. 이 경악스러운 광경을 목도한 시민들이 공항에 남은 군인들을 찾아다니자 양 웬리는 시민들을 진정시키고 린치 소장과 참모들이 도주하여 멋대로 물려받은 명령권을 이용해 탈출작전을 감행한다.
탈출선에 오른 시민들은 불안에 떨었지만 양 웬리 중위는 이상하리만치 담담했다. 알고보니 양 웬리는 린치 소장과 참모들의 소극적 태도에 수상함을 느끼고 탈출작전을 입안 할 때, '''사령부의 도주를 전제로하여 이를 이용해 시민들을 무사히 탈출시킬''' 계획을 세워둔 것이다.
린치 소장과 참모들이 탄 소규모 함대는 제국군의 감시망에 걸려 추격을 받았고 함선 추진부가 피격당한 끝에 모두 항복해버린다. 반면 양 웬리가 이끄는 탈출 함대는 린치 소장이 제국군의 관심을 끄는 사이 반대 방향으로 이륙하여 태양풍을 타고 제국군의 경계망을 피해 엘 파실을 유유히 빠져나갔다."걱정할 것 없습니다. 사령관 각하께서 제국군의 주의를 끌어주실 테니까요. 레이더 투과장치 따위는 켜지 마십시오. 태양풍을 타며 유유히 탈출할 수 있습니다."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1권 <여명편>, 김완, 이타카(2011), p. 61
제국군은 행성 포위망 주요 지점에 감시망을 펼쳐 동맹측의 탈출 시도를 면밀하게 감시하고 있었다. 양 웬리는 적 감지망을 피하기 위한 모든 종류의 방해 장비의 가동을 중단시켰고 제국군은 레이더에 선명하게 보이는 물체를, 탈출행렬이 이렇게 선명하게 감지될 리 없다며 무시. 모두가 절망에 빠져 기적을 바라던 상황에서, '''정말 기적이 일어났다.''' 약 3백만의 시민들이 어떠한 피해도 없이 제국군의 포위를 뚫고 탈출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후 제국군은 엘 파실에 상륙을 개시하여 행성을 장악했으나 단 1명의 민간인도 보이지 않자 크게 당황했고 곧 전모를 파악하고 크게 분노하게 된다. [7]
4. 결말
21세의 신임 중위는 기적을 이뤄냈다. 양 웬리 중위는 '엘 파실의 영웅'으로 칭송받으며 갓 중위로 승진한 상황이었음에도 훈장 수여와 '''2계급''' 특진이라는 엄청난 포상을 수여받았다. 다만 전사한 자 외에 2계급 특진시켜준 전례가 없어 공식적으로 양 웬리 중위는 우주력 788년 9월 19일 10시 25분자로 대위로 진급, 6시간 5분 뒤인 16시 30분에 소령으로 진급하는 식으로 특진이 처리되었다.[8] 양 웬리 대위의 재임기간은 '''6시간 5분'''. 자유행성동맹군의 건군 이래 최단기록이었다.'''분명 그것은 한 사람의 젊은 영웅의 탄생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한 사람의 위대한 영웅의 출발점이 되는 것이었지만….'''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양 앞에 모여들었다. 한 입체 TV 방송국은 출연료로 1만 디나르를 줄 테니 린치 제독의 부인과 대담해 줄 것을 요구했으며, 젊은 여성독자를 대상으로 한 잡지나 방송은 양에게 취재공세를 퍼부었다. 일주일 사이 양은 기자회견, 인터뷰, 표창식, 회식 등등 온갖 곳에 불려나갔다. 난데없이 친척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몰려오고 그 중 하나는 자신은 10년도 전부터 양의 장래를 촉망했다는 소리를 늘어놓았다.
하지만 이런 관심은 민간인을 버리고 도망친 아서 린치 소장의 추태를 감추기 위한 정부와 군부의 뜻이기도 했기에, 양은 그리 기뻐하지 못했다. 거기에다 온갖 스케줄에 치여 살다 보니 양의 몸은 녹초가 되었다.[9] 그나마 시드니 시톨레 중장이 "잘해 주었네."라고 칭찬할 때는 양도 불쾌해하지 않았다.[10] 양 자신도 시톨레 중장이 말한 후 그래도 남을 죽여서 영웅이 되는 것 보다는 남을 살려서 영웅이 되는게 더 낫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소령 승진 대가로 양에게는 더 큰 관사가 배정되었고, 당분간 명령 대기 상태가 되었다. 그런데 자유행성동맹군 통합작전본부에서 브루스 애쉬비 원수의 모살설을 주장하는 투서가 날아들어 군 상부에서는 양을 비공식 조사위원으로 선임했고, 양은 브루스 애쉬비 원수의 과거를 조사하게 된다. 이후 역사는 에코니아 포로수용소 사건으로 이어진다.
이 사건 이전까지만 해도 '유능한 군인'으로 평가받던 아서 린치 소장은, 군인의 책무를 저버린 대가로 크나큰 비난을 받아야 했다.. 만약 그가 살아서 동맹으로 돌아왔다면 더욱 큰 처벌을 받았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제국군에 포로로 잡혀서 처벌을 피할 수 있었다. 그래도 '한때의 실수'로 몰락한 만큼 파커스트나 드와이트 그린힐처럼 그를 조금이나마 동정하는 이들이 없지는 않았으나, 자기 손으로 그 동정론을 깨부수고 동맹의 멸망까지 앞당긴다.
참고로 양 웬리는 훗날 엘 파실 독립정부를 수립하는 의사 프란체스크 롬스키와, 자신의 부관이자 아내가 되는 프레데리카 그린힐을 여기서 만났다.[11]
5. 그 외
소설상에서 '''엘 파실의 기적'''이라고 지칭되며 자주 거론되는 이 사건은, 실은 태평양 전쟁 시기의 일본군 해군 제독 기무라 마사토미 중장의 '키스카의 기적'이란 일화와 매우 흡사하다. 요약하자면 압도적인 적군, 무능한 아군, 기적 같은 탈출, 암초로 적의 레이더를 속인 점 등이 소설의 내용과 똑같다. 이 일화의 주인공인 기무라 마사토미는 '''자부심이나 용맹이 결핍된 인물이라는 평을 들었고, 도무지 출세에는 관심이 없었다거나, 함교에서 낮잠이나 낚시를 즐기는 등, 게으르고 군인답지 않은 군인'''[12] 이었다는 점에서 엘 파실의 기적을 일으킨 게으른 마술사 양과 유사하다.
과정 등 모든 면이 다르긴 하지만 '''기적을 바라는 상황에서 기적이 일어났다'''고 할만한 공통점이 있는 현실에서 일어난 일로는 흥남 철수가 있다고 할 수 있을 듯. 둘 다 적군에게 공격당하는 상황에서 민간인을 태워 탈출에 성공한 것.
[1] 원작 소설에서는 ''''그제서야 양 웬리는 용병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고 서술되었다. 양 웬리 본인을 포함해 그 누구도 몰랐겠지만, 이 사건은 '용병가' 양 웬리의 시작점이기도 하다는 뜻이니 상상 이상으로 그 의미가 컸다고 해야 할 것이다.[2] 제국과 동맹의 접경지역에는 양측의 소규모 충돌이 빈번했다. 수 척 내지 수 십척의 초계 함대가 교전을 벌이는 일 정도는 흔하게 일어났고 가끔은 수 백에서 수 천단위의 충돌도 발생했다.[3] 자세히 보면 날씨표기란에 온도를 섭씨 대신 화씨로 표기했다. 화씨 77도는 섭씨 25도.[4] OVA에서는 린치 소장이 부하장교에게 어디 '''한가로운 놈'''이나 찾아서 시키라고 내뱉었고 이 장교가 사령부를 둘러보다 '''정말 할 일 없이 벽에 기대어 멍 때리고 있었던''' 양 웬리 중위를 보고 명령을 전달하게 된다.[5] 코믹스판의 경우에는 평소에 탐탁치 않게 여기던 양 웬리에게 귀찮은 일를 떠맡긴 것으로 나온다.[6] 유일하게 양 웬리에게 호의를 베푼 것은 아픈 어머니를 모시는 나이 어린 한 소녀 뿐. 이 소녀는 탈출작전을 준비하는 양 웬리에게 커피와 샌드위치를 만들어주고 격려해주기도 하였다.[7] 엘 파실은 전략적 가치도 없어 오래 점령하지도 못했고 곧 병력을 철수시킨다.[8] 1권에서는 6월 12일 오전 9시에 대위로 진급하고, 같은 날 13시 '''소령'''으로 진급했다고 되어있다.[9] 더욱이 여러곳에서 인터뷰 요청까지 이어져 양을 불쾌하게 만들었다.[10] 양 웬리가 존경하는 몇 안되는 인물이기에 불쾌하기는 커녕 좋아했을지도 모를 일이다.[11] 양은 롬스키를 누군지 알아보지 못했고, 프레데리카가 자신의 부관으로 왔을 때 당시 샌드위치와 커피를 줬던 일을 떠올려 기억해냈다.[12] 이 사람도 양 웬리와 마찬가지로 평소에는 게으름 피워도 자기 할 일에 대해선 책임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했다는 점도 똑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