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국군사회의 쿠데타
1. 개요
- 등장 작품
- 은하영웅전설 2권 <야망편> 1장, 3장, 5장, 7장, 9장
- 은하영웅전설 외전 3권 <율리안의 이제르론 일기> 9장
- 미치하라 카츠미 코믹스 은하영웅전설 40~41, 51~56, 62~65, 73화
- 은하영웅전설 OVA 19, 21화
- 은하영웅전설 Die Neue These 16~21화
- 시기 : 우주력 797년, 제국력 488년 표준력 4월 13일 ~ 8월
2. 불길한 징조
양 웬리는 은하제국에서 벌어진 대규모 내전이 로엔그람 공작측의 승전으로 마무리되면 곧 제국령 침공작전으로 약체화된 동맹령을 어떤 방법으로든 침공해올 것이라 예측했고 대대적인 침공 이전에 동맹을 더욱 약화시키기 위해 내부 쿠데타를 조장할 것이라 예상했다.
양국간 포로교환식 이후 축하행사 참석차 하이네센에 온 양 웬리는 은밀하게 우주함대 사령장관 알렉산드르 뷰코크 대장을 만나 자신의 생각을 알리며 뷰코크 대장이 수도에서 쿠데타를 사전에 막아내줄 것을 부탁하였다.[1]
2.1. 3월 30일, 쿠브르슬리 대장 암살미수사건
우주력 797년 3월 30일. 제국령 침공 작전을 주도하고 자유행성동맹군이 전멸한 참극의 원흉이자 작전 중 전환성 히스테리 발작으로 쓰러져 강제 예편 후 입원을 명령받았던 앤드류 포크 예비역 준장이 군복을 갖춰입고 통합작전본부 로비에 나타나 근린성구의 군사시설을 시찰하고 복귀한 통합작전본부장 쿠브르슬리 대장과의 면회를 청했다.
일개 예비역 준장이 약속도 없이 현역대장을 불러세운 것부터가 무례한 행위였으나 쿠브르슬리 대장의 온화한 성품 덕분에 포크는 면회를 허가받을 수 있었고 스스로 병이 완치되어 '현역복귀'를 청한다며 말을 건냈다. 그러나 이는 의사의 작성한 정식 서류를 첨부하여 국방위원회 인사부에 복귀 신청서를 제출하여 심사를 받아야하는 정식수속을 밟아야 하는 일이었고 포크가 '각하의 힘'으로 내일이라도 현역으로 복귀하고 싶다는 '무례한' 요청이 허가될 수는 없었다.[2]
이에 포크의 표정이 변했고, 옆에 있던 전속부관 위티 대령이 이상함을 감지하고 움직이려 했을 때는 이미 너무 늦고 말았다. 포크는 품속에 감추어둔 소형 블래스터를 꺼내들어 쿠브르슬리 대장을 쏜 것이다. 자칫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으나 위티 대령이 쓰러지는 쿠브르슬리 대장의 몸을 받아든 사이 주변 위병들이 달려들어 포크를 제압하는데 성공했다. 붙들린 포크는 즉각 수감되었고 쿠브르슬리 대장은 병원으로 이송되어 고비는 넘겼으나 직무를 이어가기에는 부상이 심했고 국방위원회는 우선 임시적으로 통합작전본부장 '대행'을 세울 것을 결정하였다.[3]
2.2. 4월, 동맹과 제국 전역이 혼란에 빠지다.
우주력 797년 4월 3일. 자유행성동맹의 네프티스 행성의 주둔군 일부가 반란을 일으켜 행성을 장악하였다.
우주력 797년 4월 5일. 자유행성동맹의 카퍼 행성에 군사반란이 발생하였다. 카퍼 행성은 곧 반란군에게 장악되었다.
우주력 797년 4월 6일. 은하제국군 우주함대 사령장관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 후작과 재국재상 대리 클라우스 폰 리히텐라데 공작을 위시한 '추축파'들이 쿠데타를 일으켜 제도 오딘의 '연합파' 귀족들을 축출하고 정권을 장악하였다. 탈출한 귀족들은 가이에스부르크 요새에 집결하여 반란을 일으킨다.
우주력 797년 4월 8일. 자유행성동맹의 팔메렌드 행성에 반란이 일어나 행성을 점령했다.
우주력 797년 4월 10일. 자유행성동맹의 샴풀 행성에서 무장반란이 일어나 행성을 점령했다.
불과 일주일 사이 자유행성동맹과 은하제국에서 반란이 일어나, 양국은 혼란에 빠졌다. 자유행성동맹의 130억 시민들은 모두 놀라움과 불안에 사로잡혔으며 사태를 주시하던 이제르론 요새의 양 웬리 대장에게 4월 13일, 통합작전본부장 대행 도슨 대장에게 네프티스, 카퍼, 팔메렌드, 샴풀의 반란을 모두 진압하는 명령이 내려왔다. 명령을 접수한 양 웬리 대장이 참모들을 소집시켜 진압작전을 구성하려는 찰나, 양 웬리가 예상했지만, 예상하지 못한 최악의 소식이 날아들었다.
'''수도 하이네센에서 쿠데타가 발생한 것이다.'''
3. 이변
3.1. 4월 13일, 군사반란
우주력 797년 4월 13일, 수도 하이네센에서 연초부터 예정되어있던 군 수도 지상전투 부대의 대규모 훈련이 실행되었다. 병사들이 시가지 곳곳을 누비며 가상의 작전을 수행하였고 방송을 통해 훈련 사실을 접한 시민들은 완전무장한 병사들을 보고도 크게 놀라지 않았다. 소식을 듣지못한 일부 시민들이 헌병대나 경찰에 신고하는 일이 있었으나 계획된 훈련이었던 만큼 훈련 상황임을 고지하여 큰 문제로 번지지 않았다.
그러나 13일 정오, 훈련중이던 병사들이 돌연 통합작전본부, 우주함대 사령부, 기술과학본부, 우주방위 관제사령부 등 핵심 군사시설에 들이닥쳐 시설을 장악하였고 정부와 군부가 이상을 알아차리기도 전에 뒤이어 최고평의회, 항성간 통신센터 등도 장악되며 곧 반란군에 의해 수도성 하이네센의 핵심 시설을 모두 장악되었다. 통합작전본부장 대행 도슨 대장, 우주함대 사령장관 알렉산드르 뷰코크 대장을 포함한 정부, 군 주요 인사들이 모두 체포당했으나 반란군의 제 1목표였던 최고평의회 의장 욥 트뤼니히트는 잠적하여 의회, 집무실, 관저 어디에서도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3.2. 구국군사회의
뷰코크 대장은 이전 양 웬리 대장으로부터 수도에서 반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정보를 접해 주모자를 색출하고 반란 시도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변경 행성들에서 연달아 일어난 반란에 대처해야만 했고 특히 제국령 침공작전 이후 정권을 장악한 트뤼니히트 일파가 군부 장악에 나서며 군 고위층에도 친정부 장성들이 대거 중용되어 업무 수행에 상당한 지장을 주고 있어 반란 세력의 실마리조차 찾아내지 못했다.
4월 13일. 알렉산드르 뷰코크 대장은 변경 지역에서 벌어진 반란에 대응하기 위해 휘하 주력 함대 관리감독에 매진하고 있었다. 1함대와 11함대가 수도에 집결하였으니 수도에서 반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하던 그 시각, 사령장관 집무실에 무장한 병사들이 대거 들이닥쳐 뷰코크 대장을 체포하였고 그제서야 뷰코크 대장은 반란의 주모자와 직접 얼굴을 마주하게 되었다.
바로 뷰코크 대장이 가장 신뢰하던 사람 중에 하나인, 자유행성동맹 국방위원회 사열부장 드와이트 그린힐 대장이 쿠데타를 꾸민 주모자였다.
4. 구국군사회의의 발족과 의거
4.1. 아서 린치의 계획
민주공화제의 수호를 외치며 은하제국과의 성전을 선포한 자유행성동맹은 150년에 걸쳐 벌어진 전쟁으로 그 이상을 잃고 피폐해졌다. 국가 경제는 파탄 직전에 내몰려 시민들이 고통에 빠지고 끝없는 전쟁으로 수백 만명의 장병들이 희생되며 타락한 정치가들이 정권을 장악하며 희망없는 중우정치가 동맹을 지배하고 말았다. 최근 정치인들이 오직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고 싶다는 욕망으로 밀어붙인 제국령 침공작전으로 수천 만명의 장병이 아무런 성과도 없이 희생되어버렸고 드와이트 그린힐 대장을 비롯한 몇몇 군인들이 이런 조국의 타락을 한탄하고 있을 때, 9년 전 엘 파실이 제국군에 공격당했던 때 포로로 잡혔던 아서 린치 소장이 탈출하여 그린힐 대장에게 접근해 정의로운 군인들이 일어나 조국을 구원해야 한다며 상세한 반란계획안을 내밀며 그린힐 대장을 설득하였고 이에 그린힐 대장은 뜻이 맞는 동지들을 규합해 비밀리에 구국군사회의를 발족하고 의거를 준비하게 된다.
4.2. 반란의 시작
구국군사회의는 각 지역 성계에서 반란을 일으켜 주력함대가 하이네센을 비우고 반란진압에 나선 뒤 예정된 시가지 훈련계획을 이용하여 하이네센을 장악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과정에서 반란의 성공 여부를 가를 이제르론 요새 사령관 양 웬리 대장의 신변여부를 논의하였으나 촉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양 웬리 대장을 포섭하기에는 위험성이 너무 큰 탓에 구국군사회의의 동지 한 명을 이제르론으로 보내 양 웬리를 감시하고 우선 하이네센을 장악 한 뒤 양 웬리를 포섭하기로 결정되었다.[4]
계획을 실행하기 앞서, 사전 준비로 동맹 주력함대가 체계적으로 움직일 수 없을 수록 봉기가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만큼 통합작전본부장 쿠브르슬리 대장을 제거해야했고 혹여 반란 계획이 누설될 가능성을 염려하여 정신병원에 입원된 앤드류 포크 예비역 준장을 빼돌려 심층암시를 통해 쿠브르슬리 대장 제거에 이용했고 암살은 실패했지만 중상을 입혀 통합작전본부 기능에 타격을 입히는데 성공한다.
4월 13일, 예정된 계획에 따라 훈련이 개시되었다. 국방위원회 사열부장 그린힐 대장은 자신의 직위를 십분활용하여 구국군사회의에 참여한 장병들을 훈련에 투입시켰고 구국군사회의의 동지, 정보부장 브론즈 중장의 협조로 투입된 장병들이 성공적으로 하이네센의 주요 시설을 장악하게 된다.
5. 구국군사회의의 포고령
봉기를 성공시킨 구국군사회의는 초광속통신 센터를 거쳐 전 동맹령에 자신들이 수도 하이네센을 점거했음을 포고하며 동맹헌장을 정지하고 구국군사회의의 결정과 지시가 모든 법보다 우선될 것이며 정지된 헌장을 대신한 자신들의 포고령을 공표하였다.
이후 그린힐 대장은 뷰코크 대장을 모셔와 자신들의 '의거'에 동참해 달라며 설득했으나 뷰코크 대장은 그린힐을 이성과 양식이 풍부한 인물이라고 생각했는데 자신이 과대평가했었다며 동참을 거부했고 그린힐 대장이 조국의 부패상을 거론하며 재차 설득하자 뷰코크 대장은 그것을 무력으로 쓰러뜨려야한다면, 그 다음에 '''무력을 가진 귀관들이 부패한다면 귀관들은 누가 쓰려뜨려야 하냐'''며 차갑게 대꾸하였다. 뷰코크 대장은 뒤이어 그린힐의 행위는 대의라는 미명 아래 무법적인 권력탈취를 정당화 하는 것에 불과하며 폭력으로 규칙을 파괴하려는 자들은 결코 신사라고 불릴 수는 없다고 비꼬았다.1. 은하제국 타도라는 숭고한 목적을 지향하는 위한 거국일치 체제를 확립한다.
1. 국익에 반하는 정치 활동 및 언론을 질서에 따라 통제한다.
1. 군인에게 사법경찰권을 부여한다.
1. 전국에 무기한의 계엄령을 선포한다. 또한 이에 따라 모든 데모 및 파업을 금지한다.
1. 항성간 수송 및 통신을 전면 국영화한다. 또한 이에 모든 우주항은 군부의 관리하에 둔다.
1. 반전, 반군 사상을 가진 자를 공직에서 추방한다.
1. 의회를 정지한다.
1. 양심적 병역거부를 처벌 대상으로 삼는다.
1. 정치가 및 공직자의 비행에 엄벌로 대응한다. 악질적인 경우 사형으로 적용한다.
1. 유해한 오락을 추방하고 건전한 미풍양속을 회복한다.
1. 필요를 넘어선 약자 구제 제도를 폐지해 사회 약체화를 방지한다.[5]
[6]
결국 뷰코크 대장은 별실에 감금되었다.
6. 동맹의 마지막 정규함대
6.1. 양 웬리 함대의 출격
쿠데타군의 반란으로 수도는 장악당했으며 정부는 물론 군부까지 모두 반란군에 손아귀에 떨어졌다. 상급자들이 모두 반란군에게 제압된 상황에서 이제르론 요새의 양 웬리 대장은 이제 자신에게 명령을 내릴 주체도 사라진 꼴이 되었으나 상부가 무력화되기 전 자신에게 내려진 명령은 오직 반란을 진압하는 것 뿐이었으니 이에 따르기로 결심하였다.
우선 프레데리카 그린힐 대위를 유임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 발터 폰 쇤코프를 만난다.
양과 만난 쇤코프는 노골적으로 양이 독재자가 될 것을 요구했지만, 양은 독재자는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다며 거절했다."그럼 다음으로 넘어가죠. 현재 자유행성동맹 권력체제가 능력 면에서나 도덕 면에서나 얼마나 '''개판'''인지. 각하는 뼈저리게 알고 있을 겁니다. 그런데도 최선을 다해 이를 구하려 하죠. 이것도 큰 모순이군요."
"나는 베스트,best,보다 베터,better,를 선택하고 싶은 겁니다. 현재 동맹 권력체제가 '''개판'''이란 건 분명 사실이죠. 하지만 구국군사회의인지 하는 자들의 슬로건을 준장도 보았겠죠. 그자들은 지금 정치가보다도 끔찍해요."
"제 생각을 말해볼까요?"
쇤코프의 눈에 기묘한 빛이 어려 있었다.
"구국군사회의라는 어릿광대들이 지금 권력자를 쓸어버리게 놔두는 겁니다. 완전히, 철저하게 말입니다. 하지만 그다음엔 언젠가 바닥을 드러내 사태를 수습하지 못할 날이 올 테지요. 그때 각하가 쳐들어가서 청소부들을 쫓아내고 민주주의의 회복자로서 권력을 잡아버리는 겁니다. 그거야말로 베터 아닐까요?"
이제르론 요새의 젊은 사령관은 기가 막혀 아무 말도 못한 채 부하를 쳐다보았다. 쇤코프는 이젠 웃지도 않고 있었다.
"어떻습니까? 형식은 상관없으니, 독재자가 되어 민주정치를 실천을 지키는 것은."
"독재자 양 웬리라. 아무리 생각해도 안 어울리는군요."
"애초에 군인이라는게 각하하곤 안 어울리지 않습니까? 그래도 더할 나위 없이 잘 해내가고 있지요. 독재자도 의외로 잘 해낼지 모릅니다."
"쇤코프 준장."
"왜 그러십니까?"
"나 말고 다른 사람에게 당신의 생각을 말한 적이 있습니까?"
"그럴 리가요."
"그럼 다행이고......."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2권 <야망편>, 김완, 이타카(2011), p.121~122
내전 발발 소식에 이제르론 요새에 거주하는 민간인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그 중 한 사람이 율리안 민츠 병장에게 과연 승산이 있는가 라고 물었는데, 율리안 민츠는 이에 대해 "양 웬리 제독님은 승산 없는 싸움은 하지 않습니다."고 답해 민간인들의 불안감을 가라앉혔다.
4월 20일, 양 웬리는 카젤느를 이제르론 요새사령관 임시대리로 임명하고 모든 이제르론 주둔함대의 출동을 명했다. 이에 그린힐 대장은 루글랑주 중장의 제11함대를 출격시켜 이제르론 요새 주둔함대를 요격할 것을 명령하였다.
6.2. 샴풀 제압
이제르론 주둔 함대를 이끌고 출격한 양 웬리 대장은 수도 반란을 성공시키기 위한 미끼 역할에 불과한 지역 행성의 반란군은 무시하고 바로 하이네센으로 직행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제르론에서 하이네센으로 향하는 직행 항로 상에 반란군이 장악하고 있는 샴풀 행성이 위치해 있었고 이를 무시한다면 샴풀의 반란군이 후방 지역에서 통신과 보급 등을 교란한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여 우선 샴풀 행성으로 향했다.
구국군사회의 반란군의 일원으로 샴풀 행성의 반란을 주도한 마론 대령은 하이네센의 주력군이 준비를 마칠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최대한 저항하는 것을 목표로 방어를 강화했으나 최고의 명장이 지휘하는 최정예 1개 함대를 상대로는 이 조차도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행성 공략의 지휘를 맡은 쇤코프 준장의 활약으로 동맹군은 3일 만에 행성 궤도를 장악하고 지표면에 상륙, 마론 대령은 남은 부대를 사령부에 집결시켜 최후까지 저항했으나 2시간에 걸친 전투 끝에 사령부마저 함락되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6.3. 탈출자
샴풀 행성을 탈환한 당일, 자유행성동맹군 정보부의 바그다슈 중령이 구국군사회의의 감시망을 피해 하이네센을 탈출하여 샴풀 행성으로 도망쳐왔다. 바그다슈 중령은 간단한 조사를 거친 뒤 양 웬리와 참모진의 심문을 받으며 반란군 장악 하의 하이네센의 정황정보 등을 제공하고 11함대가 반란에 가담하여 진군해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며 적극적인 협조의 의사를 밝혔다.
사태를 파악할 단 하나의 정보도 귀중한 상황에서 정보부의 고위 장교가 가담해준 것은 너무나도 고마운 일이었으나 하이네센을 탈출한 경로와 타이밍 등이 수상쩍었고 이상함을 느낀 쇤코프 준장이 잠시 자리를 비워 휴식중이던 프레데리카 그린힐 대위를 찾아 바그다슈 중령에 대한 정보를 물었다. 그린힐 대위는 중령이 몇 년전부터 아버지 그린힐 대장을 수 차례 방문했던 적이 있었고 특히 5년 전에는 아버지와 대화하던 자리에서 '''현 정치체제에 대한 불만을 역설했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이에 쇤코프 준장은 바그다슈 중령을 반란군이 보낸 공작원이라고 판단하였고 바그다슈 중령이 심문을 마치고 휴식을 취하러 들어가는 사이 특수 수면제를 투여하여[7][8] 중령의 움직임을 사전에 봉쇄한다.
7. 도리아 성역 회전
5월 10일. 도리아 성역까지 진출한 양 함대는 인접한 엘곤 성역에 정찰 나간 구축함이 함대를 발견했다는 급보 이후 통신이 끊긴 것으로 적의 존재를 알아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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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8일, 제 11함대가 군을 2개 분함대로 나누었다는 사실을 알고 기뻐 날뛰며 승리를 확신했다. 양은 참모들에게 제 11함대를 각개격파한다는 작전을 알려주고 얼마 전 하이네센에 갔을 때 우주함대 사령장관 뷰코크 대장에게서 '반란이 일어나면 법질서를 회복하라'는 명령서를 받았다고 공표하며 수도 하이네센의 정부와 군부가 장악되었어도 상대는 반란군일 뿐이라는 점을 상기시키고 반란 진압은 합법적임을 강조했다.
한편, 11함대의 루글랑주 중장도 전투준비에 들어갔다. 원래는 공작원으로 파견된 바그다슈 중령이 양 웬리 함대의 행동을 방해하거나 여차하면 양 웬리를 '''암살'''하기로 되어있었으나 양 웬리 함대의 움직임에 아무런 이상도 없다는 보고를 받아들고 바그다슈 중령이 실패했다고 판단하고 함대전을 준비한다.
낮잠에서 일어난 양 웬리 대장도 장병들에게 다음과 같이 연설하면서 전투에 돌입했다.전 장병에게 고한다. 구국 군사혁명의 성패, 나아가 조국의 흥망은 모두 이 일전에 달려 있다. 전원 전심전력을 기울여 자신의 책무를 다하고 조국에 헌신하라. 세상에서 가장 존귀한 것은 헌신과 희생이며, 가장 경멸해야 할 것은 비겁과 이기심이다. 전 장병의 조국애와 용기를 기대해 마지않노라. 분골쇄신 분투하라.[9]
도리아 성역에서의 두 함대의 전투는 양 함대의 승리로 끝났으며, 제11함대는 괴멸되었다. 루글랑주 중장은 자결했으며, 구국군사회의는 우주전 전력을 상실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각 행성 경비대와 의용병은 일제히 양 함대에 합류했다.(도리아 성역 회전)이제 곧 전투가 시작된다. 의미를 찾기 힘든 싸움이지만, 그런 만큼 이기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승리를 위한 계산은 끝났으니, 무리하지 말고 마음 편하게 싸워주었으면 한다. 이 전투에 걸린 것은 기껏해야 국가의 존망일 뿐이다. 개인의 자유와 권리에 비하면 그다지 가치 있는 것도 아니다. ...... 그러면 다들, 슬슬 시작해 보도록 하자.[10]
[11]
8. 하이네센의 혼란
구국군사회의는 양 웬리 함대의 공격으로 샴풀 행성을 잃고 루글장주 중장을 포함한 11함대를 상실하였다. 이에 그간 억눌려있던 동맹 시민들의 불만이 폭발하였고 각 지역 행성의 경비대들이 집결하고 시민들이 의용군을 조직하여 양 웬리 함대에 가담하기 시작하였다.
11함대를 상실한 구국군사회의는 반격은 커녕 사방에서 터져나오는 불만의 목소리들을 억누를 방법도 없었다. 함대를 재정비한 양 웬리가 하이네센에 들이닥치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일 뿐.
구국군사회의는 이탈하는 민심을 붙들고 내부 혼란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지상부대를 동원해 하이네센에 계엄령을 내리고 정치, 경제를 포함한 사회의 모든 부문과 요소들을 통제할 것을 선언하였다. 또한 외출금지령을 내려 일반 범죄는 물론 양 웬리 함대와의 내응을 최대한 억제하였다.
8.1. 물자 부족과 물가 폭등
하이네센을 장악한 구국군사회의는 구성원 전원이 군인이고 당연히 군사적인 면에서는 전문가이나 정치, 경제적인 면에서는 기초적인 지식조차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10억 인구가 살아가는 행성 경제 전체를 통제하고 제어하겠다는 무리한 시도는 곧 하이네센의 경제를 파탄으로 몰아넣었다. 여러 유통기구에 가해진 경제 문외한들의 개입은 하이네센의 물가를 폭등시켰고 곧 민심이 나빠지자 구국군사회의는 경제 분야의 전문가인 페잔 자치령의 사업가를 불러 자문을 구하게 된다.
구국군사회의에서 경제통제 문제를 전담하고 있는 에반스 대령에게 페잔의 사업가는 군인들의 무지함이 불러온 참극에 혹독한 비판을 가감없이 쏟아냈고 외부에서 물자를 공급받을 수 밖에 없는 하이네센의 특성상 우선 각 유통기구의 통제를 푸는 것은 물론 보도규제를 완화하여 민심을 안정시키는 첫 단계를 수행해야 한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적은 인원으로 하이네센을 장악하는 구국군사회의로써는 각 방면의 통제를 포기한다는 것은 곧 하이네센을 지배하는 것을 포기하는 것이 되고 당연히 페잔의 사업가가 제시하는 '지극히 당연한' 해결책은 이들에게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다. 페잔의 사업가는 '''군인은 상관이 부하를 폭행해서라도 명령을 받아들이게 하겠지만''' 그런 감각으로 경제를 논해서는 안된다고 하며 차라리 자신들에게 경제 문제를 일임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사업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에반스 대령은 크게 분노하여 은하제국의 전제주의자를 타도하고 인류사회의 자유와 정의를 회복 하는 날 페잔의 배금주의자들에게도 정의가 무엇인지 가르쳐주겠다며 소리를 질렀고 이에 페잔의 사업가는 폭력으로 인심과 사회를 지배할 수 있겠냐며 비꼬았다.
에반스 대령은 허리춤에 장비한 블래스터에까지 손을 가져갔으나 차마 뽑아들지는 못하고 사업가를 내쫒았지만 어찌되었든 물자 부족 사태와 물가 문제는 해결해야만 하는 처지이기에 몇몇 악덕 사업가를 체포해 물자를 징발하고 이를 유통시켰으나 물자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에는 너무나도 부족한 수준이라 근본적인 문제는 조금도 해결하지 못했다.[12]
8.2. 하이네센의 참극
이런 상황에서 동맹의회의 제시카 에드워즈 의원은 6월 22일, 하이네센에 내려진 구국군사회의의 계엄령을 무시하고 구국군사회의 퇴진과 동맹 헌정질서 재건을 요구하는 집회를 하이네센 기념 스타디움에서 개최하였는데 무려 20만 명의 시민들이 모였다.
구국군사회의는 자신들이 내린 계엄령이 무시당했다는 사실과, 20만에 달하는 시민들이 여기에 동참했다는 사실에 크게 전율하였고 이를 막아야 하지만 자칫 더 큰 사고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여 크리스티앙 대령에게 3000명의 무장 병력을 주어 집회 해산과 에드워즈 의원 구금을 명령했다.
그린힐 대장은 대령을 불러 강경하게 진압하지 말 것을 주문했으나 군국주의에 경도되있던 크리스티앙 대령은 이를 무시하고 강경진압을 시도하였다. 대령은 제시카 에드워즈 의원을 포함한 시민 수 명을 폭행하였고 급기야 에드워즈 의원을 살해해버리며 민심의 분노를 불러일으켰고 결국 분노한 시민들이 대거 봉기하여 사상자 2만 명이 넘어가는 최악의 참극이 일어나고 만다.[13]
9. 하이네센 공방전
9.1. 바라트 성계 장악
7월 말, 주력함대를 잃은 구국군사회의는 하이네센을 제외한 다른 지역들의 영향력을 완전히 상실했다.
8월, 정비를 마친 양 웬리 함대는 바라트 성계에 진입하여 수도성 하이네센에 약 6광시, 65억 km 남은 지점까지 진출하였다. 구국군사회의는 이를 막을 수단이 없었고 자유행성동맹의 민심은 구국군사회의가 우주공간에서 동원할 그 어떤 전력도 없고,[14] 다른 성계는 커녕 하이네센을 제외한 바라트 성계의 다른 행성 조차도 영향력을 유지할 수 없다는 사실에 빠르게 구국군사회의를 떠나갔다.
최후까지 최고평의회와 구국군사회의 중 어디에 붙을지 고민하던 부류는 이제 고민을 끝내고 양 웬리 곁으로 모여들었고 양 웬리 함대는 몰려드는 지원군이 너무 많아서 곤란해지는 일까지 생겼다.[15][17] 그런 와중 시드니 시톨레 퇴역원수가 고향에서 복귀하여 양 웬리 함대를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하여 양 웬리의 기분을 북돋아주기도 했다.
9.2. 발악
그러나 인구 10억이 거주하는 수도행성은 여전히 구국군사회의와 반란군의 지상부대가 장악하고 있었다. 샴풀 행성을 공략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일이었고 특히 하이네센의 군 시설들이 넘어가면서 반란군 손에 떨어진 군사위성 병기들이 가장 큰 난관이었다.
자유행성동맹의 수도성 하이네센 궤도상에 위치한 군사위성. 과거 동맹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들인 12개의 위성병기들은 아름다운 엷은 무지갯빛 반사광을 흩뿌며 하이네센을 지키며 그 모습이 고귀한 여신 아르테미스의 목걸이와 같다며 동맹 시민들의 경애를 받아왔다.
태양열을 이용한 반영구적 동력과 여기에서 나오는 수많은 전투병기들은 그 어떤 적이 몰려와도 시민들의 안전을 수호해줄 것이라 여겨져왔고 양 웬리로 하여금 아직 반란은 끝나지 않았다는 생각을, 구국군사회의로 하여금 우리는 아직 '''지지 않았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해주었다.[18]
9.3. 음모
전면전을 펼치기도 쉽지 않고, 하이네센의 10억 시민의 목숨이 인질로 잡힌것이나 다름 없는 상황에서 양 웬리 대장은 귀순한 바그다슈 중령을 호출하여 구국군사회의의 쿠데타는 은하제국의 로엔그람 후작이 사주하여 '''자유행성동맹의 내란을 유발한''' 모략에 넘어간 것이라는 증언을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는 양 웬리가 예측해낸 사실이었으나 바그다슈 중령에게는 구국군사회의의 정당성을 완벽하게 끌어내릴 선전공작으로 받아들여졌고 곧 하이네센을 향해 바그다슈 중령의 '폭로'가 방송되기 시작했다.
구국군사회의의 대의를 뿌리부터 부정하는 이 놀라운 폭로에 하이네센에 고립된 구국군사회의의 수뇌부는 크게 분노하였으나 배신자를 응징하기는 커녕 밀어치는 진압군의 공격을 막아내는 것도 버거운 실정상 이들의 분노는 그저 허망할 뿐이었다. 그린힐 대장은 양 웬리를 사전에 처리하지 못한 점을 후회하며 린치 소장이 제국에서 생환하여 주도했지만 자신들의 의사로 일으킨 거사였다며 이런식으로까지 자신들을 멸시할 필요는 없느냐며 씁쓸해했다. 하지만 이내 그린힐 대장은 물론 구국군사회의의 수뇌부 모두가 몰랐던 충격적인 진실과 대면하였다.
쿠데타가 성공하고 나서도 아무 말도 행동도 없이 술독에 빠져있던 아서 린치 소장이 돌연 태도를 바꿔 사실 양 웬리가 옳았고 그린힐은 물론 구국군사회의 자체가 로엔그람 후작의 머리에서 태어난 '꼭두각시'일 뿐이었다며 마구 비웃기 시작했다. 린치는 하이네센 경기장에서 사망한 크리스티앙 대령같은 '저능아'들이 참 잘 놀아났지만 그린힐 대장도 마찬가지라며 로엔그람 후작이 내린 '쿠데타 계획'을 책상에 내던졌고 이를 집어든 그린힐 대장은 자신들의 대의가 적의 모략에 처절하게 놀아났다는 사실을 깨닫고 큰 충격에 빠졌다.
린치는 광기어린 웃음을 멈추지 않았고 헤어나올 수 없는 충격에 빠져 침묵에 휩싸인 회의장에 양 웬리의 공격이 시작되었다는 급보가 이 불안한 침묵을 깨주었다. 예상된 공격인 만큼 놀랄 일은 아니었으나 당초 3-4개 위성을 동시에 공격해 들어올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12개 위성 전부에 동시다발적인 공격이 감행되었고 전술적으로 효율적이지 못한 공격에 구국군사회의 수뇌부는 당혹스러움에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뒤이어 연결된 궤도 카메라에 보인 물체에 회의장에 술렁임이 일어났다. 바로 얼음, 그것도 전함도 작아보일 정도로 거대한 얼음덩어리가 위성을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9.4. 알타이르의 교훈
300년 전, 은하제국의 변경 혹한의 알타이르 성계의 제 7행성의 강제노동수용소에서 알레 하이네센이라는 한 청년이 어린아이가 얼음으로 장난감을 만들어 노는 모습을 보고 천연 드라이아이스를 이용해 우주선을 만들어 사람들과 탈출하여 긴 여정 끝에 자유행성동맹을 건국하였다.
양 웬리는 이 국부 하이네센의 일화에서 착안하여 바라트 성계의 제 6행성, 얼음으로 이루어진 스리나가르에서 약 10억 톤의 얼음덩어리 12개를 잘라내고 항행용 엔진을 부착하여 속력을 높여 아르테미스의 목걸이에 충돌시킨다는 작전을 입안하였다. 항행용 엔진의 가속력은 얼음덩어리의 속력을 광속에 가까운 수준까지 높여줄 것이고 거대한 질량에 가속력까지 붙으며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 에너지는 방어 위성을 단번에 파괴해줄 것이다.
이 작전안이 회의에 제출되었을 때, 후일을 위해 위성 몇개는 남겨놔야 하는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으나 국가의 다른 성계나 행성이 모두 장악당해도 하이네센만은 지킬 수 있다는 '얄팍한 생각'이 바로 이 목걸이에서 비롯된 것이고 결국 이번 쿠데타도 목걸이를 믿고 일어난 것이라 생각하고 있던 양 웬리는 모두 없애버릴 것을 지시하였고 곧 얼음덩어리들이 위성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방어 위성들은 몰려드는 이 엄청난 질량 물체를 감지하고 무기를 가동했으나 얼음의 크기 상 가해지는 공격은 효과적이지 못했고 레이저에 기화된 대량의 수증기가 추가적인 공격을 무력화시키까지 하여 곧 모든 방어 위성들이 파괴되었다.
10. 최후
구국군사회의의 마지막 카드가 사라져버렸다. 에반스 대령은 하이네센의 10억 시민도, 통합작전본부장도 우주함대 사령장관도 확보하고 있으니 이를 토대로 교섭을 진행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으나 그린힐 대장은 혁명은 실패하였고 이 이상 저항하는 것은 국가와 시민들에게 해를 끼칠 뿐이라며 대령을 막아세웠다.
그린힐 대장은 아서 린치 소장에게 과거 사관학교 시절부터 기대를 가지고 있었고 엘 파실 사건 이후에도 감싸주려 했었다며 린치를 노려봤다. 그린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린치는 그린힐에게 사람보는 눈이 없었다며 냉소의 한 마디를 던졌고 순간 감정이 얼어붙은 것처럼 보였던 그린힐 대장은 격분하여 블래스터를 뽑아들었다. 회의장에 두 줄기의 섬광이 실내를 가로질러갔고 각기 그린힐 대장의 머리와 린치 소장의 왼쪽 귀를 뚫고 지나갔다. 그린힐 대장은 즉사하였고 린치 소장은 살아남았으나 구국군사회의 수뇌부들이 마구 발포한 블레스터를 맞고 단 몇 초 뒤 사망하였다.
에반스 대령은 자신들의 대의가 더렵혀져서는 안된다며 구국군사회의의 자료들을 모두 소각할 것을 지시하고 궤도상에서 강하작전을 개시한 양 웬리 함대에 통신을 연결하였다.
에반스 대령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양 웬리가 지휘하는 자유행성동맹군은 하이네센에 강하하여 수도를 해방하고 구금된 주요 인사를 풀어주는 한편, 자유행성동맹 전역에 쿠데타의 실패와 동맹헌정질서가 다시금 세워졌음을 공표하였다."구국군사회의 의장 대행으로서 동맹군 대령 에반스가 귀관과 이야기를 하고 싶다. 공격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패배를 인정하며, 무익한 저항을 단념코자 한다. 모든 것이 끝났다."
『그건 고맙지만.......』
당연히 양은 의아해하는 모양이었다.
『구국군사회의 의장 그린힐 대장은 어떻게 되었는가.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잠시 숨을 고른 후, 에반스는 대답했다.
"각하께서는 자결하셨다. 훌륭한 최후였다."
그 말을 듣고 프레데리카 그린힐 대위가 짤막한 비명을 지르다 한 손으로 입을 막았다. 어깨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양 제독. 우리의 목적은 민주공화정치를 정화하고 은하제국의 전제정치를 이 세상에서 말살하는 데 있었다. 그 이상이 실현되지 못한 것이 실로 유감이다. 양 제독, 귀관은 결과적으로 전제주의 존속에 기여한 셈이다."
『전제주의란 무엇인가? 시민의 선택을 받지 못한 위정자가 권력과 폭력으로 시민의 자유를 억압하고 지배하는 체제를 말하는 것이 아니었나? 그것은 곧 하이네센에서 귀관들이 저질렀던 일들을 말한다.』
"......."
『귀관들이야말로 전제자다. 그렇지 않나?』
양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으나 내용은 지극히 신랄했다.
"그렇지 않다!"
『어디가 아니라는 거지?』
"우리는 우리 자신의 권력을 추구했던 것이 아니다. 이는 일시적인 방편이었을 뿐이다. 부패한 중우정치로부터 조국을 구하고, 제국을 타도할 때까지 필요한 한순간의 모습이었다."
"일시적인 방편이라......."
양은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자신을 정당화할 때는 그 어떤 구실도 끌어들일 수 있는 법이다. 설혹 그렇다 해도 그 일시적인 방편인지 뭔지가 대체 얼마나 많은 희생을 요구했단 말인가.
"그럼 묻겠다. 우리는 150년의 세월에 걸쳐 제국과 싸우고도 타도하지 못했다. 앞으로 150년을 더 허비한다 해도 타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렇게 됐을 때, 귀관들은 권력의 자리에 계속 매달린 채 끊임없이 시민의 자유를 빼앗고, 그때도 일시적인 방편이라고 주장할 생각인가?"
에반스 대령은 말문이 막혔다. 하지만 방향을 바꾸어 반론하기 시작했다.
『작금의 정치가 부패했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아는 사실이다. 그것을 바로잡기 위해 과연 어떤 방법이 있었단 말인가?』
"정치의 부패란 정치가가 뇌물을 받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개인의 부패일 뿐이다. 정치가가 뇌물을 받아도 이를 비판할 수 없는 상태를 바로 정치의 부패라고 하는 것이다. 귀관들은 언론 통제를 포고했다. 그것만으로도 귀관들이 제국의 전제정치와 동맹의 현재 정치를 비난할 자격은 없다고 본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우리는 목숨과 명예를 걸었다......!』
대령의 목소리는 굵어졌다.
『그 점에 관해서는 그 누구도 우릴 비방하지 못한다. 우리는 정의를 잃었던 것이 아니다. 운과 실력이 아주 조금 부족했을 뿐. 단지 그것뿐이다.』
"에반스 대령......."
『군사혁명, 만세!』
다나카 요시키, 은하영웅전설 2권 <야망편>, 김완, 이타카( 2011), p.283~ 285
11. 이후
남은 구국군사회의 장병들은 모두 투항하였다. 항복을 거부한 장병들은 없어 추가적인 소요는 발생하지 않았다. 한편, 쿠데타 발생 직후 잠적한 최고평의회 의장 욥 트뤼니히트는 쿠데타 기간 동안 지하 지구교 교회에서 지구교도들의 도움을 받아 숨어있다 모습을 드러내어 평의회에 복귀하였다.
양 웬리 대장은 정부와 군부가 와해된 최악의 상황에서 함대를 수습하고 조국을 위기에서 구해낸 영웅으로 칭송받으며 여러 행사에 불려나가야만 했다. 그토록 싫어하는 욥 트뤼니히트와 악수를 해야 했고 그리고 그동안 2류 정치인으로 멸시했던 트뤼니히트가 그동안의 사태에서 조금의 상처도 입지 않았다는 것을 떠올리며 그에게서 공포를 느꼈다. 그렇게 기분나쁜 하루를 보내던 양에게 뜻밖의 좋은 소식으로 이제르론으로 제국의 숙장 빌리바르트 요아힘 폰 메르카츠가 망명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12. 영향
자유행성동맹은 국내에 남은 3개 주력함대중 1개가 소멸되고 1개가 피해를 입어 제국령 침공작전 이후 약해진 군사력이 더욱 약화되고 그린힐 대장을 비롯한 군 수뇌부 인사 상당수가 쿠데타로 인해 사망하거나 체포되어 군부에 큰 공백이 생긴 틈을 타 친 트뤼니히트 일파가 수뇌부에 임명되며 곧 군부 전체가 트뤼니히트 일파에 종속당했다. 게다가 반전파의 기수로 이름높은 제시카 에드워즈 의원이 쿠데타로 사망하며 의회는 물론 사회 전반에 걸쳐 트뤼니히트 일파와 대립할 세력도 사라져버렸다.
더구나 쿠데타로 인해 정부기능이 와해된 자유행성동맹은 은하제국에 벌어진 내전에 그 어떠한 영향력도 발휘하지 못했고 은하제국의 로엔그람 후작은 동맹군이 내전이 개입하지 못한 덕분에 모든 전력을 귀족연합군에 투입하여 내전을 빠르게 종식시킬 수 있었다.
양 웬리 대장은 어려운 시기 쿠데타를 구해내고 국가를 위기에서 구원해낸 큰 공을 세워 승진이 당연한 상황이었으나 양 웬리의 영향력이 커지기를 꺼려하는 트뤼니히트 일파의 생각과[19] 군부 1인자와 2인자인 통합작전본부장과 우주함대 사령장관도 대장 계급인 상황에서 군부 3인자에 불과한 양 웬리를 원수로 승진시킬 수는 없다는 이유가 겹치며 양 웬리 대장은 승진 대신 훈장을 수여받았다. 대신 발터 폰 쇤코프 준장이 샴풀을 비롯한 지역 성계를 해방시킨 공적으로 소장으로 승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