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고즈이
1. 개요
大谷光瑞, 1876년 12월 27일~1948년 10월 5일
일본의 불교 승려. 그의 아버지 오타니 고손(大谷光尊) 백작은 교토의 유서 깊은 사찰인 니시혼간지의 주지승이었고, 아버지가 죽자 고즈이는 주지승 자리와 백작 작위를 물려받는다.
한편 오타니 가문은 일본 황실과도 혼인으로 얽혀 있었는데, 고즈이의 아내 오타니 카즈코(大谷籌子)는 데이메이 황후의 셋째 언니이고, 고즈이의 여동생 쿠죠 다케코는 데이메이 황후의 남동생 쿠죠 요시무네(九条良致)의 아내이다. 다케코는 문학적 재능과 미모를 겸비하여 ‘다이쇼 시대의 3대 미인’[1] 중 하나로 꼽혔으며, 손위올케 카즈코와 함께 니시혼간지 불교부인회의 임원으로 활동하면서 불교계 여학교인 교토고등여학교[2]을 설립하고 운영하기도 했다.
고즈이는 도쿄로 상경하여 황족들과 화족(귀족)들의 전용 학교인 가쿠슈인에도 다녔지만 그만두었고, 영국 런던에 유학했다. 그는 영국 왕립지리협회 회원이 되기도 하였다. 또한 일본으로 불교가 전래된 경로와 불교의 역사를 탐구하기 위해 중국 서부와 중앙아시아를 여러 차례 탐험했다. 1902년~1904년의 1차 탐험을 시작으로, 1914년까지 총 3차례나 탐험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그저 대단히 명망 높은 승려로만 보이지만…
2. 오타니 컬렉션
오타니 고즈이가 탐험을 하던 당시는, 서양인 탐험가들도 활발하게 활동하던 시기였다. 그들은 자신들로서는 낯선 땅이었던 타클라마칸 사막과 티베트 고산지대 주변의 실크로드로 우르르 몰려갔다. 이 탐험을 통하여 이방인 탐험가들은 학문적인 성과도 거두었지만, 동시에 그들은 귀중한 문화재들을 마구 파괴하고 약탈하기도 했다. 신라 출신 승려 혜초의 여행기인 왕오천축국전도, 이 무렵(1908년) 프랑스인 동양학자 폴 펠리오의 눈에 띄어 프랑스로 옮겨졌다.
고즈이는 둔황[3] 막고굴과 쿠처[4]에서 불상, 불경, 벽화, 토기, 고문서(古文書) 등등의 유물들을 어마어마하게 발견했고, 서양인 탐험가들이 그랬던 것처럼 그 유물들을 빼돌렸다. 이렇게 약탈한 유물들은 거의 5,000여점이나 되었는데, 이것들을 일명 ‘오타니 컬렉션’이라고 한다. 고즈이는 이 유물들을 효고현에 있는 자신의 별장인 니라쿠소(二樂莊)에 보관해 두었으나, 유물들을 끝까지 차지하지는 못했다.
이유는 그가 주지승으로 있던 니시혼간지에 재정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탐험에 드는 모든 비용은 니시혼간지에서 댔다.[5] 결국 재정이 어려워졌고, 재정을 담당하던 승려 몇 명은 감옥까지 가게 되었다. 궁색해진 고즈이는 컬렉션의 3분의 1 정도를 광산재벌 구하라 후사노스케(久原房之助)에게 판매하여 돈을 마련했지만, 결국 주지승 자리에서 물러나야만 했다.
구하라는 이 유물들을 초대 조선총독 데라우치 마사다케에게 주었다. 구하라는 데라우치와 같은 조슈번(야마구치현) 출신이었고, 고향 선배인 데라우치에게 이국의 귀중한 유물들을 바치는 대가로 평안남도 진남포시에 설립한 제련소의 운영에 도움을 받고자 했다. 그렇게 하여 오타니 컬렉션은 총독부박물관에 전시되었고, 해방 이후 오늘날까지 대한민국의 국립중앙박물관에 있게 된 것이다.
한편 니라쿠소에 있던 유물들을 옮긴 후, 니라쿠소에서는 화재가 발생했다고 한다. 그야말로 천운으로 유물들이 화를 입지 않은 셈. 현재 오타니 컬렉션은 한국, 중국, 일본에 고루 흩어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