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소문자
1.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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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gmental scripts
음소문자는 문자가 각각 자음과 모음을 대표하는 문자가 있고 그 문자들이 가로 혹은 세로로 조합[1] 되어 하나의 형태소를 나타내는 문자를 말한다.영어에서는 가끔 음소문자를 Alphabet(알파벳)이라 칭하기도 한다.
2. 역사 및 종류
기원전 2700년 전 이집트에서는 이미 음소 문자를 상형 문자로 만들어냈다. 우리가 익히 아는 '이집트 상형문자는 그림문자처럼 보이지만 사실 표음 문자이다'라는 주장이 이와 관련이 있다. 이에 따라 이집트 상형문자는 최초의 음소문자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이집트 상형문자는 기본적으로 표의 문자에 해당하며, 한자의 형성 원리처럼 뜻을 나타내는 표의자와 발음을 유추하는 표음자가 서로를 보완하는 병기방식이었지 음소문자만을 이용하여 표기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음소문자로 쳐주지 않는다.
이집트인은 픽토그램을 두음법을 통해 각각의 문자가 나타내는 단어의 첫 소리를 표기하는 것으로 사용하였다. 이것이 음소 문자의 발전의 첫 걸음이 되었다. 그러나 이집트인들은 그런 두음자뿐만 아니라 ms, nfr, hrw처럼 어근의 자음군을 통째로 나타내는 문자도 흔하게 썼으며, 자음자 외에 표의자 또는 음절적인 용도로도 사용했기 때문에 이 단계에서는 아직 진정한 음소문자가 탄생했다고는 보기 힘들다. 다만 여기에서 두음법의 원리가 원 시나이 문자나 원 가나안 문자의 비문에 영향을 주었다고 추측되고 있다. [2]
최초의 독립적인 음소문자 체계는 기원전 2000년 즈음에 이집트 중부의 셈족 노동자가 만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원시 시나이 문자(Proto-Sinatic script)라 하는 것이다. 시나이 반도 지역에서 돌 등에 새겨진 형태로 발견되었는데 아직 완전한 해독이 이루어지지는 않았으나 아래 나올 페니키아 문자와 매우 유사하게 생겼고 페니키아 문자는 확실한 음소문자이므로 현재 알려진 세계 최초의 음소문자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문자는 북쪽 가나안 지역에서 페니키아 문자 22자, 남쪽 예멘 지역에서 남아라비아 문자 29자의 조상이 된다.[3]
2.1. 아브자드
기원전 15세기경에는 '''페니키아 문자'''가 등장했는데, 이 문자는 22개 남짓한 글자들밖에 없어서 배우기 쉬웠다. 이 문자체계는 이집트 상형문자의 표음기능과 유사하게 자음만을 표기했다.
페니키아 문자는 이집트 상형문자의 영향을 받은 문자이므로 각각의 문자에는 독자적인 뜻도 가지고 있었지만[4] 일반적으로는 글자가 소리를 대표하고 그것들을 조합해 뜻을 나타냈으므로 음소문자라 할 수 있었다.
페니키아 문자는 페니키아 상인들의 활발한 무역활동에 의해 급속히 퍼져나가면서 여기저기서 쓰이게 되었다. 이에 따라 주변 지역에서도 페니키아 문자를 본따 여러 문자들을 만들어냈다. 이 문자를 중동 주변의 민족들이 배워 다른 아브자드인 아람 문자가 태어났고, 이것이 유대 민족과 아랍 민족에게 전해지면서 각각 히브리 문자와 아랍 문자가 되었다.[5]
이렇게 자음만을 표기하는 문자를 아브자드라 하는데, 아브자드의 대표주자인 '''아랍 문자의 첫 네 개 문자인 أ(a), ب(b), ج(j), د(d)'''에서 유래했다.
2.2. 알파벳
한편 기원전 8세기에 페니키아에서 문자를 배워간 그리스인들은 페니키아 문자를 이용해 자신들의 언어를 기록하고자 했는데, 이 때 페니키아 문자에서 그리스어에는 없는 자음들을 나타내는 글자들을 자신들의 모음을 나타내는 글자인 Α(alpha), Ε(epsilon), Η(eta), Ι(iota), Ο(omicron)로 사용하였다. 이렇게 하여 모음만을 기록하는 문자가 생겨났고[6] 페니키아 문자와는 독립되는 독자적인 문자체계를 갖추는데 이것이 그리스 문자이다. 이렇게 자음을 표기하는 글자와 모음을 표기하는 글자가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문자를 알파벳이라 하는데 '''그리스 문자 첫 번째 글자 Α(알파)와 두 번째 글자 Β(베타)를 이은 단어에서 기원'''하였다.
그리스 문자를 배운 에트루리아인들은 이를 자신들에게 알맞게 변형하여 사용하고 라틴족에게 전해주게 되는데 이것이 라틴 문자(로마자)가 되었다. 그리고 동로마 제국에서 슬라브인들이 그리스 문자를 배우고 이를 자신들에게 알맞게 변형해 키릴 문자가 되었다. 그 외에도 조지아 문자, 아르메니아 문자 등이 비슷한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다. 한글은 이와는 달리 조선 세종의 주도 하에 독자적으로 생긴 알파벳이다.
2.3. 아부기다
한편 원시 시나이 문자의 남방식 발전형인 남아랍 문자는 저 멀리 에티오피아 지역으로까지 전해져 암하라어를 표기하는 데에도 쓰였는데 모음이 많은 암하라어에서 남아랍 문자를 쓰기는 불편했다. 그리하여 자음 음가만 가지던 문자에 임의로 모음을 추가하고, 다른 모음 음가를 추가할 때에는 그 문자에 추가적인 부호를 덧붙여 표기했다. 이렇게 하여 생겨난 것이 그으즈 문자이다. 아부기다라는 이름은 '''그으즈 문자의 첫 네 글자 아(አ), 부(ቡ), 기(ጊ), 다(ዳ)'''에서 유래한 것이다.
그으즈 문자와는 별도로 아브자드인 아람 문자는 페르시아를 거쳐 인도에까지 전해졌고, 그으즈 문자와 유사한 방식으로 문자를 변형해 브라흐미 문자가 생겨났다. 데바나가리 문자, 태국 문자, 크메르 문자 등 인도와 동남아의 문자들은 브라흐미 문자에서 파생된 브라흐미계 문자이기 때문에 아부기다의 형태를 가지게 되었다.
[1] 한글은 예외적으로 비선형적 결합을 한다.[2] 가령 기원전 2000년 경의 이집트어에서 손을 뜻하는 낱말은 자라트/ɟaːɾat/ 쯤으로 발음되었으리라 추정되는데 이집트인들은 이에 착안해 사람의 손모양 상형문자를 이 단어의 첫 자음인 /ɟ/를 나타내는데 썼다. 그리고 이와 비슷하게 셈계 가나안인들은 손을 뜻하는 셈어 낱말 카프/kap/의 첫 자음 /k/를 이 글자로 표기했다.[3] 보다시피 글자 수가 다른데, 페니키아어에서 발음하기 까다로운 자음들이 다른 자음에 흡수된 결과이다. 페니키아어에서 /θ/과 /ɬ/는 /ʃ/, /θ’/와 /ɬ’/는 /s’/, 그리고 /ð/, /x/, /ɣ/는 각기 /z/, /ħ/, /ʕ/로 흡수된 반면, 남부 아라비아에선 해당 자음들이 여전히 별도의 음가를 가졌고, 따라서 그 음가에 대응되는 별개의 글자들이 존재했다.[4] 예를 들면 페니키아 문자의 알레프(aleph)는 소, 베트(beth)는 집, 기멜(gimel)은 낙타, 달레트(daleth)는 문이라는 뜻이 있다.[5] 오늘날에도 페니키아 문자로 쓰인 문헌은 쉽게 번역본을 접할 수 있다. 구약성경이 그것이다. 고전 히브리 문자는 페니키아 문자와 같은 문자이기 때문이다. 고대 히브리말과 페니키아말은 방언 정도의 차이만 있으며, 당대인들은 이들을 싸잡아서 '가나안 사람'이라 했다. 즉 누가 누구에게 영향을 받았다기 보다는, 그냥 '고전 히브리 문자' = '페니키아 문자'이다. 자연히 구약성서학의 연구자들은 페니키아말의 굇수들이다.[6] 지금이야 셈 문자로도 아랍어의 하라캇, 히브리어의 니쿠드처럼 모음을 지시하는 작은 특수 글자를 덧붙이거나 점, 선 낫표 따위를 추가하는 방식을 통해 모음을 표기할 수 있지만, 이것은 중세 초반쯤 되어야 등장하는 방식인데다, 독립적인 모음자가 생긴 것은 그리스 문자가 최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