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 현가장치

 

1. 개요
2. 역사
3. 문제점
4. 평가
5. 사용 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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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Christie suspension. 미국의 엔지니어 월터 크리스티(Walter Christie)가 개발한 코일 스프링을 활용한 전차 완충 장치. 기존의 판스프링(Leaf spring)을 이용하는 현가장치에 비해 장거리 운행능력과 높은 속력을 보장했다.

2. 역사


크리스티는 적의 방어선을 관통하고 기반시설과 물자 수송을 파괴하는 데에 있어 긴 사정거리와 높은 속력을 가진 경전차의 활용을 주장했다. 그러나, 1920년대 그의 초기 구상은 완충능력의 한계로 인해 장거리 운행에 제약을 받았다. 크리스티는 1920년대 후반에 스프링의 수직 이동 공간을 늘이기 위해 연구를 계속했고, 수직 운동을 수평으로 바꾸어주는 벨 크랭크(bell crank)를 고안했다. 기동륜(road wheel)이 수직으로 작동이 가능하도록 파이프 여러 개 위에 올려놓고, 연결된 벨 크랭크가 그 방향을 뒤쪽으로 돌린다. 크랭크 꼭대기의 스프링은 필요에 따라 차체 내부를 따라 배치했다.
결과적으로 가동 범위가 현저하게 증가해서 초기 디자인에서 10cm에 불과하던 것이 60cm까지 증가했다. 크리스티 현가장치를 도입한 것으로 유명한 소련의 BT시리즈는 수직 스프링을 채용했고 T-34는 약간의 경사를 두었다. 이는 나온 당시 기준으로는 굉장한 고성능이었다. BT 전차가 수직으로 듬성듬성 세워진 통나무 위를 건너가는 영상도 있을 정도. #
크리스티 현가장치는 도로 운행 시 무한궤도를 제거해도 되는 현가장치인 탈착 가능 현가장치(convertible drive) 기능도 있다. 무한궤도를 제거하면 속도가 더 빠르며 운행 거리도 더 길었다. 또한 1930년대 당시 기술력으로는 무한궤도가 주행중에 혼자서 박살나는 일이 잦아서 무한궤도를 빼는게 더 낫다고 생각한 것. 그러나 1939년 소련은 BT 전차를 운용한 경험상 현가장치 탈착 가능 기능이 필요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리고 T-34에서는 이 기능을 제외시킨다.
1931년 뉴저지의 린든 기지에서 실행된 공개 테스트에서는 세계 최고속 기록인 시속 104마일(167km)을 기록했다. 이를 위해 고무테가 달린 바퀴를 사용하고, 트랙에는 리턴 롤러(return roller)를 사용하지 않았다.
고무테가 달린 기동륜은 트랙의 내구성을 보장해주었으므로 모든 전차에서 기본 사양이 되었다. 일부 소련의 전차들은 물자 부족으로 고무를 줄이기 위해 강철테에 원형의 고무판을 달기도 했는데, 시끄럽고 불편한데다 진동으로 부품이 헐거워져서 승무원들의 불만이 컸다고 한다. 1943년부터 원활하게 원자재를 확보할 수 있어서 금속테는 거의 사라진다.
크리스티 현가장치의 특징은 커다란 기동륜과 늘어진 트랙이고, 비슷한 형태를 띠고 있으면 크리스티 현가장치로 오인받기도 했다. 진품 크리스티 현가장치는 2차대전의 강대국들인 소련의 BT 시리즈T-34에 사용되었고 영국에서도 순항전차 시리즈(기체명이 C로 시작한다)인 코버넌트, 크루세이더 전차, 크롬웰 전차, 코멧 전차 같은 주력 중형급전차에 쓰일만큼 잘 나갔으나 이외에는 몇몇 이탈리아와 폴란드의 전차만 사용했고 현대에는 문제점이 있어 이스라엘의 메르카바 전차가 변종을 쓰고 있을 뿐이다.

3. 문제점


크리스티 현가장치는 여러가지 종류의 전차에 고루 사용되지 못하고 특정 종류의 전차만 사용하다가 다음과 같은 문제점 때문에 제2차 세계대전이후에는 토션 바 현가장치에 바통을 넘기고 일부 전차만 사용한다.
  • 중량 증가에 대응하기 힘들다. 판스프링 서스펜션 같은 경우는 전차가 무거워 진다면 단순히 판스프링을 추가하면 되고, 외부에 장착되는 서스펜션은 교체가 쉽지만 크리스티 현가장치는 전차 내부에 심어지며 버틸 수 있는 무게를 증가 시키려면 스프링의 부피 자체가 커지기 때문에 차체 자체를 새로 설계해야 한다.
  • 차체 내부로 들어가는 진동을 잘 막지 못한다. 험지 주행 능력이 뛰어나고 속도가 매우 빠른 반면, 보기륜이 대형이고 큰 폭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전차 차체가 많이 흔들린다. 차량은 버텨도 내부의 승무원은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쉽게 지쳐버리므로 장시간 기동이나 격렬한 전투시 전투효율을 떨어뜨린다.
  • 탈착 가능 현가장치(convertible drive) 개념이 일찍 도태되었다. 원래 크리스티 현가장치가 큰 보기륜을 채택한 이유는 무한궤도를 벗기고 포장도로에서 장갑차처럼 질주하기 위함인데, 제2차 세계대전 초기부터 무한궤도의 내구성이 향상된데다가 전차는 기본적으로 도로보다는 험지를 주행하기 일쑤고, 이 장비는 추가적인 조종 장치나 동력 전달 장치가 필요하며, 이미 무한궤도를 벗긴 상태에서는 다시 전투를 위해 무한궤도를 재장착하는 과정이 시간이 걸리고 힘든 등 문제가 많았다. 그래서 크리스티 현가장치가 이 부분을 고려하지 않고 재설계를 하는 동안 토션 바(토션 빔)가 주류 현가장치가 되었다. 다만 지뢰로 인해 궤도가 끊어질 시 반대쪽만 어떻게든 똑같이 끊어버리고 동력바퀴를 후진으로 놓고 밟아서 궤도를 벗겨낸뒤 다시 전진으로 놓고 핸들꽂고 핸들고정핀[1] 꽂고 브레이크레버 다풀고 밟으면 다시 기동 가능하다는 점도 있었기에 조금 아쉬움도 있는부분.
  • 제2차 세계대전 기준으로는 상당히 높은 기술력을 필요로 한다. 다른 종류의 현가장치는 성능은 나쁘지만 기술력이 적게 들어가므로 기술력이 낮은 국가도 충분히 제조가 가능하다. 하지만 크리스티 현가장치는 구성품도 고급이어야 하며, 현가장치의 특성상 보기륜마다 설치해야 하므로 기술력도 높아야 하고 대량생산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문제는 제2차 세계대전 초반의 시점에서 그럴 능력이 있는 국가는 영국과 소련 정도 밖에 없었으며, 소련도 그나마 꼭 필요한 성능 외에는 하향조정해서 간신히 가능했다는 점이다. 프랑스도 대량생산이 어려워서 소뮤아 S-35같은 자국의 기병전차도 다른 현가장치를 채용했으며, 영국도 가벼운 중량만 견디는 수준의 크리스티 현가장치만 대량생산이 가능해서 초기에 고생을 많이 했다.
  • 무한궤도가 상대적으로 자주 빠져나간다. 험지주행력을 위해 대형 보기륜을 채택하고 해당 보기륜이 큰 폭으로 움직이도록 해야 하므로, 다른 전차들처럼 상부 리턴롤러같이 무한궤도의 회전을 돕고 제자리를 유지하는 물건을 장착하기 힘들다. 여기에 더해서 보기륜의 큰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 무한궤도의 장력도 약간 느슨하게 조정하므로 정작 험지에서 자주 무한궤도가 빠져나갔다.
  • 차량 내부 옆면의 공간을 차지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영국은 옆면에 공간장갑을 만들어 서스펜션을 넣었지만 수리시 옆면의 바퀴를 모두 때어내야한다는 단점을 가져버렸다.

4. 평가


좋은 점도 많이 있었지만 경쟁자인 토션 바 현가장치에 비해서는 기술력은 동등하게 들어가면서, 중량 변화에 대응하기 힘들고, 장점 중 하나인 탈착 가능 현가장치가 실제 전장에서는 불필요하다는 등의 이유로 인해 경쟁에서 패배한 것이다.
물론, 2차대전 이후 발전한 기술을 크리스티 현가장치에도 도입할 수 있으므로 고급 재료를 쓰고 첨단 기술을 동원하면 3세대 전차의 중량도 감당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크리스티 현가장치의 변종을 사용한 3세대 전차 메르카바 전차는 그 성능이 토션 바보다 뛰어나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대형 코일 스프링을 사용하기 때문에 RPG-7같이 성형작약탄을 쓰는 대전차 로켓에 대한 방호성능이 있어서 사용하는 것일 뿐이다. 결국 성능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5. 사용 전차




[1] 핸들이 빠지지 않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