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몽
胎夢
1. 개요
태아를 잉태하거나 낳게될 징조의 꿈. 이러한 습속은 민간신앙으로 내려오는 무속적인 것(치성·굿), 주술적인 것, 점복(占卜) 등의 형태로 구현, 습속화하여 전승되어 왔다. 잉태의 사실을 예측하는 방법으로 꿈을 풀이하는데, 그 형상에 따라 태아의 잉태 및 태아의 장래 운명을 예측하는 것을 태몽점이라 한다.
태몽은 잉태할 태아와 특별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믿어 왔다. 이러한 태몽은 주로 태아의 어머니에게 나타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때로는 태아의 아버지 또는 가까운 친척(할아버지·할머니·외할아버지·외할머니)에게도 나타난다고 한다. 딱히 혈연관계의 친척이 아니라도 각별히 친한 친구가 꾸는 경우도 간혹 있다.
2. 태몽의 유형으로 보는 태아의 성별구분
2.1. 남아와 관련된 꿈의 형상
- 천체류: 해, 달, 별, 벼락
- 동물: 호랑이, 황룡, 돼지, 구렁이, 잉어, 오리, 자라, 전갈, 수탉, 큰우렁, 물고기, 용
- 식물류: 붉은 고추, 호두, 밤, 대추, 인삼, 옥수수, 무, 송이버섯, 가지, 고구마, 복숭아, 붉은 사과
- 기타: 돌, 산, 바위, 놋자물쇠, 금장도, 금비녀, 낫, 키
2.2. 여아와 관련된 꿈의 형상
- 천체류: 해, 반달
- 동물류: 흑뱀, 흑룡, 실뱀, 작은 우렁이, 달걀, 조개, 새
- 식물류: 꽃, 애호박, 푸른 참외, 오이, 초록 사과, 작고 붉은 사과, 밤송이, 꼭지가 떨어진 과일
- 기타: 금반지, 자물통
3. 비판
태아가 여아보다는 남아이기를 기대하는 부모의 태도, 태아가 남아인가 여아인가를 미리 알고자 하는 생각은 노후의 생계를 결정적으로 자식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경제적인 조건으로 인한 남아의 선호에 기인한다고 본다.
태몽은 실제 태아의 성별이나 미래를 예측한다기보다는, 태몽을 꾼 당사자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원하는 아이의 미래를 형상화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꿈의 소재는 일상생활의 경험이고, 꿈은 앞으로 닥치리라고 예상되는 상황을 무수히 많이 시뮬레이트하여 보여준다. 결혼을 한 가임기 여성이나 그 가족은 곧 임신하게 될 상황을 예상하고 있기 때문에 임신을 암시하는 꿈을 꾸게 되고, 꿈의 내용은 그들이 일상생활에서 관심을 두는 주제라는 것. 가령 꿈을 꾸는 사람이 권세가의 일원이라면 자식의 입신양명을 소망하고 있으므로 용의 출현과 같은 부귀영화를 암시하는 꿈을 꾸고,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가난한 사람들은 가족이 입에 풀칠하고 사는 것이 가장 큰 관심이라 쌀을 받는 것처럼 먹고 사는 것과 관련 있는 꿈을 꾸게 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임신을 암시하는 느낌을 주는 꿈을 꾸고 난 후에 임신을 하는 것은 확률적으로 그리 낮지 않으며, 부모는 평소의 관심대로 자식을 키워낼 것이므로 꿈 내용의 상징과 자식의 장래가 비슷해 보일 가능성도 꽤 높았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틀렸다고 생각되는 태몽은 잊혀지고 맞은 것 같은 태몽만 회자되니 태몽 점괘가 굉장히 잘 맞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4. 유명인들의 태몽
4.1. 실존인물
- 김유신: 김서현(金舒玄: 김유신의 아버지)은 경진(庚辰)날 밤에 형혹(熒惑: 화성)·진(鎭: 토성) 두 별이 자기에게 내려와 떨어지는 꿈을 꾸었는데, 만명부인(萬明夫人: 김유신의 어머니)도 또한 신축(辛丑)날 밤에 한 동자가 금빛 갑옷을 입고 구름을 타고 하늘에서 내려와서 집안으로 들어오는 꿈을 꾸고 곧 임신하였다.
- 강수 : 어머니가 꿈에서 뿔 달린 사람을 본 이후 강수를 낳았는데 강수 역시 뒤통수에 뿔 같은 게 달린 채로 태어났다.
- 숙종(조선): 할아버지 효종이 명성왕후의 방에 깔려 있던 이불을 걷었더니 이불 속에서 용이 나오는 꿈을 꾸고 명성왕후가 회임했다고 한다. 그래서 숙종의 아명도 '용상(龍祥)'이라고 지어 주었다.[1]
- 이이: 태어나던 날 밤, 어머니 신사임당의 꿈에 검은 용이 바다에서 치솟더니 침실로 날아 들어와서는 아이를 안아 신씨 품에 안겨주었다. 그래서 이이의 아명은 '현룡(見龍)'이고, 강릉시 오죽헌의 이이가 태어난 방 이름은 '몽룡실(夢龍室)'.
- 정몽주: 정몽주의 어머니가 난초 화분을 안고 있다가 놀라서 떨어뜨리는 꿈을 꾸었다고 한다. 그래서 정몽주가 태어났을 때의 이름은 '몽란(夢蘭)'이었다.
- 윤이상 : 용 한 마리가 지리산 상공을 휘돌고 있었는데, 몸에 상처가 있어 하늘 높이 날지는 못했다는 꿈을 그의 어머니가 꾸었다고 전한다.
- 전태일: 전태일의 어머니가 방에 앉아있다 방문을 열었더니 크고 밝은 태양이 가슴으로 달려들었다고 한다. 태양은 가슴에 부딪혀 산산조각났고 그 조각들은 방 곳곳에 흩어져 반짝이며 어둠을 밝혔다고 한다. 인권의 암흑기를 자신의 죽음을 통해 전환시킨 전태일의 삶과 많은 부분 겹친다고 할 수 있겠다.
- 윌리엄 1세 : 그의 어머니인 알레트(Arlette)는 자신의 배에서 거대한 나무가 자라나 노르망디 땅과 잉글랜드 모두에 그림자를 드리우는 꿈을 꾼 뒤 아들 윌리엄을 낳았다고 전해진다. 그 꿈대로 윌리엄은 아버지의 노르망디 영지를 우여곡절 끝에 물려받은 뒤 이후 잉글랜드마저 정복하기에 이른다.
- 도요토미 히데요시 : 어머니가 품속으로 태양이 들어오는 꿈을 꾼 뒤 그를 낳았다. 임란 발발 전 히데요시는 조선에 보내는 국서에 이 일화를 소개하며 자신을 일륜의 아이라며 자뻑했다.
4.2. 창작물
- 홍길동전 - 홍길동의 아버지 홍 판서가 청룡이 품으로 날아드는 꿈을 꾼 뒤 부인과 동침하려 하나, 부인이 거절하자 여종과 동침하여 낳은 아들이 홍길동이다.
- 춘향전 - 기생 월매가 한 미녀가 자신은 죄를 지어 지상으로 쫓겨난 선녀라며 품으로 달려드는 꿈을 꾼 뒤 낳은 딸이 춘향이다. 이런 식으로 선랑이나 선녀가 죄를 짓고 하계의 인간으로 태어나는 일은 고전 소설에서 셀 수 없을 정도로 수두룩하며 이는 대부분 첫 장에서 태몽의 형태로 고지된다.
- 어벤져스: 엔드게임 - 모건 스타크: 전작에서 아버지가 태몽을 꿨는데, 특별한 건 없고 그냥 아이를 낳고 행복하게 사는 꿈이었다고. 이 꿈에서 아이 이름이 모건이었기 때문에, 실제로 아이가 태어나자 이름을 그대로 모건이라 지었다.
- 달의 베일 - 시르쿠: 외전에 나온 마르실라와 유드고의 딸. 마르실라가 언덕 위에 있던 사자가 그녀에게 다가와 잠시 쳐다보다가 태양을 향해 포효를 하였다는 꿈을 꾸었다고 한다. 유드고 또한 같은 꿈을 꾸었다고 언급한다.
- 재혼 황후 - 카이사, 라르스: 나비에가 잠에서 깨었는데 퀸 상태인 하인리를 보고 쫓아가다가 옥좌에 앉아있는 괴물 독수리를 보았는데 그 독수리의 크기가 작아져 작은 아기 새가 되어 나비에에게 애교를 부린 꿈을 꾸었다고 한다. 그리고 하인리는 콜렉션으로 모으는 보석을 닦던 중 거기 있던 알에서 깨어난 아기새가 보석을 먹고 커졌고 새가 옥좌에 앉자 나비에를 데려와 겨우 옥좌에 떼어놓았다는 꿈을 꾸었다고 언급한다.
- 장화홍련 - 배장화, 배홍련: 자매가 태어나기 전 어머니 장씨 부인이 각각 장미꽃(장화)과 연꽃(홍련)을 받았다는 꿈을 꾸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