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 이야기
1. 개요
캐나다의 소설가 얀 마텔의 2001년 작 소설. 망망대해에서 호랑이와 함께 생존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한 소년의 표류기.
2. 구성
2.1. 인물
- 피신 물라토 '파이' 파텔
소설의 화자이자 주인공으로 본명 보다 파이(Pi)라는 별명으로 자주 불린다. 물라토 파텔이라는 이름은 프랑스 파리에 있는 수영장의 이름을 따서 지어 졌다.
- 리처드 파커
벵갈 호랑이. 리처드 파커라는 사냥꾼에 의해 새끼 때 포획됐다. 맨 처음 포획되었을 당시에 목말라 보인다며 '써스티'(Thirsty)라고 이름이 지어졌으나, 서류를 기록하는 역무원의 실수로 사냥꾼과 이름이 바뀌어 이후로는 '리처드 파커'로 불리고 있다. 배에서 다른 동물들을 다 잡아먹고 파이와 함께 생존한다.
2.2. 사건
이야기의 시작은 한 작가가 신과 기적을 찾던 중 한 노인의 소개로 캐나다의 한 인도인을 만나서부터 시작한다. 동물원을 운영하는 아버지의 둘째인 인도소년 피신 물라토 파텔은 어려서 부터 신앙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어 힌두교만이 아니라 기독교, 이슬람교의 의례의식에 참여한다. 파이라는 별명은 프랑스식 이름 때문에 친구들에게 오줌 싸는 피싱이라는 별명에 질려 새로 전학간 학교에서 자신의 이름 옆에 「π = 3.14」라고 적어 자기 스스로 별명을 만들어냈다.
그러던 어느날, 점점 줄어가는 국가의 지원 때문에 동물원 사업을 정리하고 가족 모두가 캐나다로 이민가기 위해 배를 타고 미국으로 가던 중 폭풍우에 배가 침몰하게 되고 일가족을 모두 잃게 된다. 구명보트에 탈 수 있었던 건 파이 그리고 다리 다친 얼룩말과 오랑우탄, 하이에나, 그리고 리처드 파커라는 이름의 벵갈 호랑이뿐이었다. 이 이름에서 뒤에 설명할 두 번째 이야기에 대한 암시가 있다. 리처드 파커라는 이름은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 '아서 고든 핌의 모험'에서 표류자들이 잡아먹은 선원의 이름이고, 실제로 1884년 표류중에 굶주림으로 벌어진 인육취식 사건(R v Dudley and Stephens)의 피해자 이름이다. 이 사건은 후일 소설에서 일어난 사건이 그대로 일어난 것과 함께 극한 상황에서의 도덕성 문제로 꽤 유명해진 사건이다.
하이에나에 의해 얼룩말과 오랑우탄은 잡아먹히고 파이마저 위기에 처한 순간 사라졌다고 생각한 리처드 파커가 갑자기 하이에나를 잡아먹는다. 그 후 파이는 맨 처음에는 리처드 파커를 죽이려 하지만 무리라는 것을 깨닫고 어떻게든 호랑이를 조련하며 생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점점 짐승처럼 변해가며 정신을 놓는 파이의 묘사가 일품.
별의 별 발악을 다 하다가 또 폭풍우를 만나 빈사 직전에 한 섬에 닿는다. 그 섬은 미어캣들이 천지인 기묘한 섬으로, 맛좋은 해초가 지천에 깔린데다 담수호까지 있어 살기 좋은 섬이나, 밤이 되면 호수가 산성화돼서 모든 게 녹아버리고, 이윽고 섬이 사람을 잡아먹는 식인섬이었다. 이 섬에서 빠져나와 한참 더 표류하다가 파이는 마침내 멕시코의 해변에 닿게되고, 리처드 파커는 밀림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난다. 그 후 파이는 멕시코 사람들에게 구조된다.
초반 분위기는 동물원을 경영하는 아버지의 차남 피신 물라토 파텔이라는 소년의 삶과 개성있는 가치관을 보여주는 일상물이라고 할 수 있다. 2부라고 할 수 있는 표류씬은 자연의 매서움, 야생의 잔인함을 여실 없이 보여주며 후반부에는 실명한 상태에서 만난 또 다른 실명한 표류자를 만나게 된다든가 해초로 이루어진 미어캣들이 가득한 섬들을 보면 갑자기 미스터리 판타지가 된 내용전개에 의아해 할 사람이 많다.
구출된 파이에게 일본 영사관 직원 두 명이 병원으로 선박의 침몰 원인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찾아온다. 침몰 선박이 일본국적이였기에 그에 대한 조사를 위해서 일본 영사관의 직원들이 찾아 온 것이다. 파이는 그간 겪은 이야기들을 해준다. 하지만 (어찌보면 당연히) 일본 영사관 직원들은 망망대해에서 호랑이랑 단둘이 살아남았다니 말도 안된다며 믿지 않는다.
그러자 파이는 전혀 다른 버전의 이야기를 꺼낸다. 배가 침몰하고 파이는 구명보트에 타 목숨을 건져 '''다리가 부러진 선원, 오렌지색의 옷을 입은 어머니, 그리고 험악한 인상의 프랑스인 요리사'''와 함께 살아남는다. 프랑스인 요리사는 선원의 부러진 다리가 썩어 들어가자 죽을 수도 있다며 다리를 잘라버리나 결국 선원은 사망한다. 알고 보니 선원이 빨리 죽게 하려는 의도였음을 나중에 밝힌다. 이로 인해 요리사와 파이 어머니는 크게 싸우며 요리사는 시체의 살점으로 낚시를 한다.
요리사는 거칠고 험악한 사람이었으나 생존 능력은 뛰어나 그 덕분에 파이 모자는 목숨을 부지한다. 그러던 중 잡은 거북이를 파이가 놓쳐버리자 화를 내며 파이에게 폭력을 휘둘렀고 이에 파이의 어머니는 파이를 먼저 뗏목으로 도망치게 한 후 요리사와 다투지만 결국 요리사는 칼로 파이의 어머니를 '''살해해''' 버린 다음 바다에 던진다. 다음 날 파이는 뗏목에서 구명 보트로 건너 와 보트의 벤치에 꽂혀 있던 칼을 집어 요리사를 '''죽였다'''고 말한다. 요리사가 양심의 가책을 느꼈는지 칼을 무방비 상태로 놓아뒀을 거라 하며 비록 어머니를 죽인것에 대한 사과는 없었지만, 파이의 공격에 저항하지 않고 순순히죽는다. 여기서 식인에 대한 언급이 있다. 요리사는 처음 죽은 선원의 시체를 미끼로 씀과 동시에 먹었고, 나중에 난도질 하여 살해한 파이의 어머니의 시체를 일부 먹은 것으로 묘사된다. 그리고 파이는 요리사를 죽이고 심장과 간을 먹었다고 말한다.
이 두 번째 이야기를 첫 번째 이야기에 대입해보면 여러 해석이 가능하지만 크게는 다리가 부러진 얼룩말 = 다리가 부러진 선원, 오랑우탄 = 파이의 어머니, 하이에나 = 프랑스인 요리사, 벵갈 호랑이(리차드 파커) = 파이로 이해된다. 또한 첫 번째 이야기에 나온 미어캣들이 잔뜩 있었던 식인섬은 파이가 식인을 했다는 점을 암시하며, 첫 번째 이야기에서 나온 섬 위에 아주 많이 살고 있었다는 미어캣들은 파이와 함께 있었던 시체 위에 생긴 구더기나 기생충, 혹은 시체가 부패해가는 모습 그 자체를 암시할 수도 있다. 그리고 파이는 이 두 이야기 둘 다 자신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는 설명하지만 배가 침몰한 이유는 여전히 둘 다 설명할수 없다는 부연설명을 한다.
일본 영사관 직원들은 두 이야기를 놓고 고민한다. 질문을 마친 뒤 돌아갈 채비를 하는 두 사람에게 파이는 어느 이야기가 더 마음에 드냐고 묻고, 직원들은 첫 번째 이야기가 더 마음에 든다고 대답한다. 그리고 그들은 첫 번째 이야기를 반영하여 보고서를 작성한다.
재미있는 점은 첫 번째 이야기에서도 파이가 생존을 위해 야생적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충분히 보여줬다는 사실이다. 처음에는 채식주의자이기에 고기를 먹는 것 자체에도 고민을 많이 하지만, 시간이 흐를 수록 점점 모든 동물을 날로 뜯어 먹는 매우 고어한 모습이 묘사된다. 두 번째 이야기만큼 잔인한 묘사가 종종 있으니 잔인한 것을 싫어하는 위키러들은 읽을 때 주의.
3. 수상·비평
- 2002년 맨 부커상 수상
4. 영화화
2012년 이안 감독에 의해 영화로 제작되었다. 국내에는 영어 원제를 따라 라이프 오브 파이라는 이름으로 개봉했다.
5. 기타
- 일러스트가 삽입된 양장 소설본도 출판되었으나 현재는 절판 상태다.
- 파이 이야기의 표류와 유사한 사건이 존재했다. 중국의 림 푼은 133일을 표류하여 살아남았다.
- 표류와 그로 인한 동족포식을 다룬 책으로는 1820년 미국국적 포경선인 에식스 호의 비극을 다룬 '바다 한 가운데서'(원제 In the heart of the sea, 하트 오브 더 씨로 영화화되었다)가 유명하다. 고래의 공격으로 포경선이 침몰한 경우는 공식적으로 에식스 호가 유일하다. 비공식적이라면 꽤 많으나 증거가 없다. 죄다 죽어버렸거나 생존자들이 주장하지만 그 생존자 증언에 대한 신빙성이 없기에. 하지만 에식스 호를 침몰시킨 고래 모카 딕(Mocha Dick)은 여러 차례에 걸쳐 배를 침몰시키고 에식스 호 사건 이후로도 30년이 넘게 악명을 떨쳤다. 이 사건은 허먼 멜빌의 세계적 명작 모비 딕의 모티브를 제공하기도 하였다. 이것과 관련하여 식인#s-3.3 문서 참고. 물론 파이 이야기는 열린 결말이기 때문에 정말로 동족포식이 벌어졌는지는 알 수 없다.
- 1816년 프랑스국적 군함(군인 이외에도 여성을 포함한 민간인들이 타고 있었다) 메뒤즈 호의 침몰로 인한 표류 역시 식인이 발생한 사건인데, 책보다는 한 장의 그림으로 더 유명해졌다. 프랑스의 화가 테오르드 제리코가 그린 '메뒤즈 호의 뗏목'이 그것. 다만 그림 그 자체에는 식인 장면이 들어가지 않았고, 제리코가 낭만주의 작가였기 때문인지 난파된 것으로 묘사된 인물들은 근육질에 탄력넘치는 피부를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