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스타
1. 개요
축구에서 위대한 선수를 칭하는 말. Fantasista는 이탈리아어이다. [2] 사전적 의미로는 재주꾼, 다재다능한 사람을 가리킨다. 축구에서는 득점력[3][4] , 드리블, 패스는 기본이고 감탄이 나오게 하는 센스까지 그야말로 예술의 경지에 이르러 관객을 홀리는 선수에게 칭해진다.머릿속에 떠오르는 플레이중에서 언제나 가장 어려운 것을 고르고 있다.
평범한 3골보다는 화려한 1골을 넣는 것이 좋다. 그것이 판타지스타다.[1]
판타지스타가 특정 포지션이나 롤을 뜻하는 용어로 착각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런 것이 아니라 찬사이다. 다만 판타지스타라는 용어가 로베르토 바조에게서 비롯되었기 때문에, 그와 유사한 롤이나 플레이를 하는 사람들을 판타지스타라고 불렀고, 이게 확장되어 환상적인 플레이어를 판타지스타라고 부르게 됐다. 판타지스타라는 용어가 이탈리아에서 나온만큼 정통 판타지스타는 보통 로베르토 바조, 알레산드로 델피에로를 말하고 간혹 프란체스코 토티나, 안토니오 카사노, 안드레아 피를로, 파울로 디발라도 판타지스타로 치기도 한다. 이탈리아 이외에도 환상적인 플레이를 하는 사람을 판타지스타 혹은 그에 비견되는 다른 표현을 쓰기도 했다. 판타지스타라는 용어가 바조 이후로 나온 것이기 때문에 바조 이전의 플레이어는 보통 판타지스타라고 부르지 않는다. 예를 들어 펠레나 요한 크루이프는 분명 바조와 델피에로보다 위대한 선수지만, 이들을 판타지스타라고 지칭하진 않는다.
대한민국에서 판타지스타라 불리었던 선수는 안정환이 있으며, 실제로도 이탈리안 판타지스타에 가까운 플레이를 구사했다.
2. 판타지스타의 플레이 스타일
사실 판타지스타에 플레이 스타일을 따지는 건 우스운 일일수도 있다. 애초에 판타지스타는 환상적인 선수, 위대한 선수를 칭하는 용어 정도로만 쓰이고, 해외에서도 델피에로를 마지막 판타지스타로 부르긴 하나 토티나 피를로도 간혹 판타지스타로 부르는등 일관성이 옅어지는 경향 또한 있다.
하지만 판타지스타라는 용어 자체가 로베르토 바조에게서 나왔고, 그의 후계자격인 델피에로까지는 판타지스타로 쳐주고, 대한민국이나 일부 아시아권 한정, 안정환을 판타지스타형의 선수라고 부르는 등 판타지스타의 모델이 없는 건 아니다. 사실 바조와 비슷한 플레이를 하면서 바조와 같은 드라마성과 화려함이 있으면 판타지스타형의 선수라고 할 수 있겠다. 이 항목은 판타지스타의 전형적인 예의 설명이다.
그럼 판타지스타형이란 무엇인가?
이를 논하기에 앞서 판타지스타형의 선수가 어떻게 나왔는지를 봐야한다.
판타지스타는 마라도나 때문에 생긴 4-4-2 압박 축구 속에서 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4-4-2는 공격수 2명, 미드필더 4명, 수비수 4명이 선 포메이션을 말하며, 오늘날에도 4-4-2의 기본틀에서 완벽하게 벗어난 축구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 영향이 지대하다. 특히 카테나치오로 유명한 이탈리아 세리에 A는 전통적으로 강한 수비가 부각되던 리그이자 세계 축구 전술의 최첨단을 달렸던 곳답게 너도 나도 4-4-2를 써가며 경기를 하다보니, 이에 대한 파훼법을 고안하기 위한 시도가 있어왔다.
상대 진영에 들어설때면 2겹 3겹으로 견고히 펼쳐져있는 밀집대형을 뚫고 경기를 풀어나가는데에 어려움이 있었고, 덕분에 중앙 미드필더 2명과 중앙 수비수 중앙 2명의 공간에 해당하는 위치에 경기를 풀어나갈 선수 한 명을 프리롤로 지정해주는 전술이 등장한다. 당시 이탈리아의 포메이션은 4-4-2에서 알 수 있듯 기본적으로 투톱을 사용하는 전술이었고, 따라서 그 위치에 서는 건 보통 공격형 미드필더였다. 하지만 이곳이 공격의 핵에 위치해 있는 만큼 들어오는 견제도 강했기 이곳에 설수 있는 선수는 필연적으로 볼간수, 플레이메이킹, 득점면에서 월등히 뛰어난 선수여야 했다.
주어지는 기회마다 팀메이트에게로의 의존없이 팀의 모든 공격을 주도할수 있고, 변칙적인 플레이로 공격템포를 조율하고, 무엇보다도 번득이는 즉흥성으로 골이나 어시스트를 만들어내는등 공격이라는 측면내에서만 올라운더의 플레이를 했는데 [5] 이는 클래식 10번과는 다른 형태로, 훗날 9.5번 프란체스코 토티 이래로 트레콰르티스타라는 형태로 정착하게 된다. [6]
이러한 전술적 흐름 속에서 위대한 선수들이 여럿 등장했는데, 그중에서도 독보적인 스타일의 플레이 메이킹 능력, 탈압박 능력, 해결 능력, 그리고 드라마성과 영웅 본능을 함께 갖춘 먼치킨이 나타났으니, 바로 로베르토 바조였다. 그는 9번 수준의 공격력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10번의 조율 능력을 지니고 있었고 수려한 용모와 화려한 퍼포먼스까지 모두 갖춘 필드 위의 스타였다.
축약하자면 9.5번 + 드라마성과 화려함 + 영웅 본능을 모두 갖춘 플레이어를 판타지스타 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 안정환을 판타지스타라고 부르는 건 그가 9.5번이 갖춰야 할 모든 미덕인 플레이 메이커 능력, 탈압박 능력, 해결 능력과 판타지스타의 드라마성, 영웅 본능을 모두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3. 판타지스타 스타일의 몰락
아이러니하게도 판타지스타 스타일은 로베르토 바조에게서 시작하여, 로베르토 바조에게서 끝이 보였다고 할 수 있다. 4-4-2를 깨기 위해 등장한 프리롤인 9.5는 얼핏 보기에는 9번 + 10번이라는 최고의 공격수같지만 전술적인 입장에서는 굉장히 까다로운 선수였다. 우선 로베르토 바조가 역대 9.5번 선수들의 정점에 선 선수이긴 하지만, 9번이라는 기준으로 볼 때 바조보다 나은 공격수는 여럿 존재한다. 예컨대 로베르토 바조 vs. 루이스 수아레스, 로베르토 바조 vs. 차비 에르난데스를 비교한다면 축구 선수로써 전체적인 능력을 볼 때 바조는 수아레스나 샤비보다는 더 뛰어난 선수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공격수로만 따지면 수아레스보다 못하고, 패싱이나 조율 능력으로만 따지면 샤비보다 못하다. 더구나 롤로 따지면 원톱도 아니고 완전한 미드필더도 아니다."테크니션... 그중에 판타지스타 성향을 가진 선수를 여럿 봤다. 분명 뛰어난 능력을 가졌지만 팀 플레이에 맞춰지는 단순한 플레이에는 호흡을 맞출 수 없다는 거다. 그래서 판타지스타는 감독이 활용할 줄 모르면 미움을 받거나, 조용히 사라지기 마련이다. 한국과 경기를 했을 때 AC 페루자에서 뛰고 있다는 안느를 봤다. 우리 팀의 누구와 무척 닮았더라. 그러나 저 선수를 다룰 만한 감독이 있는지 모르겠다."
감독 입장에서는 계륵인 게, 우선 롤부터 완전한 공격수도 완전한 미드필더도 아니다. 둘 다 A+급의 실력을 보이지만 S급은 아니다. 설령 S급이어도 하나에만 전념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당연히 프리롤로 놔야하고, 더구나 공격의 핵에 있기 때문에 본인이 죽쑤면 게임도 죽쑨다. 판타지스타를 사용한다는 건 조직력을 내다버리는 대신 창의력을 넣는다는 것이고, 이는 때때로 놀라운 경기를 할 수 있지만 대신 안정성을 버린다는 소리기도 했다. 따라서 조직력을 강조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바조는 버려지기 시작했는 데, 조반니 트라파토니가 말한 “판타지스타는 감독이 활용할 줄 모르면 미움을 받고 조용히 사라지기 마련이다.”라고 한 것은 이런 조직력과 거리가 먼 플레이 스타일 때문이다.
여기에 수비와 미드필더 사이의 유기적인 압박, 좁아진 공수간격등 현대축구로 흘러오는 과정에서 비단 판타지스타 뿐만이 아닌 전방 플레이메이커들 역시 전술적 흐름에 따라 설자리를 잃어갔다. 이렇게 압박축구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부턴 현대축구는 선수 개개인에게 프리롤을 부여하기 보다 조직력에 더 주안점을 두기 시작했고, 자연스레 판타지스타등 모험성 짙은 선수를 기용하기보다 높은 전술적 효용도를 지닌 포지션별 특화 선수를 기용하는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선회하게 되었다. 이렇듯 9.5번 판타지스타의 능력과 한계는 로베르토 바조 시기에 모두 등장했으니 그가 판타지스타의 시작과 끝을 봤다고 말할 수도 있지 않을까.[7]
4. 판타지스타는 누가 있었나?
판타지스타로 가장 유명한 건 이탈리아 공격수인 로베르토 바조로, 1990년대 세리에 A가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면서 용어가 널리 퍼졌다. 이후 가장 유사한 스타일인 델피에로를 마지막 판타지스타로 치는데, 카사노나, 토티, 피를로까지도 판타지스타로 치기도 한다. 이 시기 경기를 혼자 뒤집을 수 있는 위대한 선수를 판타지스타로 부르곤 했는데, 세리에 A에서 활약한 브라질의 호나우두는 '일 페노메노'라고 부르는 등 판타지스타와는 다른 용어를 사용하기도 했다. 이탈리아에서는 기본적으로 이탈리아노만 판타지스타라고 칭하지만, 세계적으로 그런 스타일의 플레이어가 드물어도 아주 없는 건 아니다.
대한민국에서는 안정환을 판타지스타라고 칭한다. 안정환은 바조, 델피에로와 유사한 플레이 스타일을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장점과 약점도 똑같았는데, 슈팅 능력, 개인기, 드리블, 패싱, 시야, 창조성, 해결 능력 등을 모두 갖추고 있었고 드라마성과 영웅 본능도 함께 갖추고 있었지만, 피지컬과 수비력이 떨어졌고 기복도 있었다. 또한 셋은 모두 20대 초중반까지는 빠른 주력을 갖추고 있었지만 나이가 들거나 부상을 당하면서 주력이 하락했고, 피지컬로 무식하게 비비는 데는 취약하다는 공통점도 있었다.
또한 현 시점에서 9.5번은 전술적으로 굉장히 애매한 위치에 있다. 9.5번이란 9번과 10번 사이로 둘 다 할 수 있다는 소리가 되기도 하지만, 달리 말해 9번과 10번에 특화되기에는 뭔가 1, 2가지가 결여되었다고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유형의 판타지스타는 현재 전술로 보면 다시 나오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이탈리아에서 바조와 델피에로 이후로 판타지스타 후보만 있었지 판타지스타는 나오고 있지 않은데, 그만한 인재가 없는 것도 없는 것이지만 구태여 9.5번 롤을 뛰게 할 일이 없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최근 들어 유벤투스 FC에서 활약하고 있는 파울로 디발라가 9.5번+다재다능함을 보여주며 판타지스타의 새로운 후계자라는 말을 듣고 있다.
피오렌티나의 핵심이었던 페데리코 베르나르데스키 또한 이탈리아의 차기 판타지스타라 불리우며 많은 기대를 모았으나 매우 부진하고 있다.
5. 현재의 판타지스타
축구게임이나 만화 등 각종 대중매체에서 흔히 쓰는 말이지만 실제 축구에선 사어(死語)에 가깝다. 비극적 아이러니랄까. 판타지스타의 유래가 된 로베르토 바조가 뛰던 당시 축구계는 더이상 판타지스타를 원하지 않았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트렌드인 강력한 압박이 축구 전술의 대세가 되면서 판타지스타가 활개칠 여지가 사라졌다. 브라질 대표팀조차 '개개인의 창의력을 바탕으로 자유분방한 플레이'를 상당 부분 포기하고 조직력을 강조했다. 물론 그런 압박조차도 가뿐히 이겨낸 지네딘 지단이란 세기말 전설(...)이 탄생했지만 컴팩트 축구란 대세를 뒤집을 수는 없었다.
그렇게 20년 세월이 흐르고, 압박 전술은 발전을 거듭한 끝에 마침내 공격수마저도 수비력을 요구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이런 환경에서 판타지스타란 어불성설이겠지만 또 한번 아이러니하게도 피차 강력한 압박으로 맞서다보니 일종의 교착 상태에 빠지게 되고, 이럴 때 리오넬 메시나 네이마르, 에덴 아자르, 처럼 한방에 흐름을 뒤집을 수 있는 신개념 판타지스타가 등장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들을 부를 때는 보통 판타지스타보다는 크랙이라는 용어를 더 많이 사용한다. 미묘하게 뉘앙스가 다르다고 할수 있겠다. 이들과 판타지스타의 차이점은 실리축구의 지향에서 온다는 해석도 있을법 하다.
일본에선 세리에A가 인기있어서 판타지스타란 단어가 널리 퍼졌는데 여러가지 타입으로 세밀히 분류해 구분한다. 마이클 오언 같은 경우 스트라이커형 판타지스타로.
일본 힙합그룹 드래곤 애쉬의 동명의 곡이 있다. 그쪽은 Fantasista 참고.
[1] 예를 들어 한국의 안정환은 공을 예쁘게 차고, 아름답게 드리블을 한다. 고등학교 감독이 공을 예쁘게 차려고만 한다고 증언했는데, 이걸 보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일부러 만든 스타일이다. 바조, 델피에로도 마찬가지인데 패스하면 될 걸 꼭 좌우로 춤을 춰가면서(...) 돌파하고, 드리블도 예쁘게 하고, 슛도 멋있게 찬다. 작대기 드리블도 잘 안 하고, 꼭 좌우로 종횡무진을 한다. 바조도 꼭 그냥 차면 될 것을 꾸역꾸역 골키퍼까지 따돌리고 골을 넣는다. 어떻게보면 겉 멋(...)이 판타지스타의 생명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2] 환상을 뜻하는 단어 fantasia에 인칭접미어 -ista가 결합된 단어로서, 영어의 fantasist에 대응한다.[3] 천하의 델피에로조차 득점력이 딸린다며(...) 판타지스타가 아니라고 할 정도.[4] 사실 델피에로는 득점력이 탁월한 선수다. 다만 엄청난 기대를 한몸에 받았고, 월드컵이나 유로 등에서 기대에 못 미쳤다고 저평가 되는 것.[5] 굳이 빗대자면 2선에서 인자기 같은 플레이를 한다고 할 수 있다. 필리포 인자기는 최전방에서 골을 넣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이고 좋은 자리를 잡으려고 노력하지만, 9.5번은 1.5선 혹은 2선에서 공격 성공의 키가 될 플레이를 하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인다[6] 로베르토 바조 시기에는 세컨드 스트라이커라는 개념이 정립되지 않은 시대였다[7] 안정환도 히딩크 이후로 그를 풀타임으로 원래 스타일로 써먹은 국대 감독이 없다. 풀타임으로 뛸 때도 대부분 최전방에서 폴스 나인처럼 움직이거나, 측면에서 인버티드 윙어로 나왔다. 히딩크 이후에 원래 스타일에 맞게 2선 중앙에 선것은 지고 있던 경기를 뒤집거나 비겨야 해서 공격력을 극대화 시켜야 했던 2006년 월드컵 본선 3경기 정도로, 모두 후반 교체 출전이다. 히딩크도 안정환을 처음부터 2선에 놓고 출전시킨건 아니고, 처음 위치는 최전방이지만 설기현을 중앙으로 끌어올려 몸빵 시키고, 안정환을 2선으로 내리는 변칙적인 방법을 사용했다. 그나마 움베르투 코엘류가 4-3-2-1의 톱에 안정환을 쓰고 이천수, 박지성으로 뒤를 받치는 시도를 했으나, 아시아권의 버스 세우기를 파훼하기 위해서는 몸빵 되는 떡대 스트라이커가 필수적이어서 실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