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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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원제는 '''High Noon'''. 영어로 태양이 높이 솟는 정오와 결정적인 단계(순간) 이라는 중의적 의미를 지닌다.
1952년작 서부극으로 흑백 서부영화의 고전이다. 감독은 프레드 진네만. 음악은 디미트리 티옴킨. 제작사는 유나이티드 아티스트 영화사(MGM/UA).
80년대 후반에 삼성그룹 비디오로 '정오의 결투'라는 제목으로 나온 바 있으며 1987년 6월 20일 주말의 명화및 이후 1997년 11월 30일 명화극장으로 더빙 방영했다. 명화극장 더빙판에선 주인공 케인은 유강진, 에이미는 권희덕이 맡았으며 그 밖에 조동희 외 성우진이 맡았다.
2. 줄거리
해들리빌의 보안관 윌 케인(게리 쿠퍼)은 젊은 아내 에이미 파울러(그레이스 켈리)와의 결혼식을 막 끝내고 신혼 생활을 위해 다른 도시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자신이 5년 전에 체포하여 사형판결을 받게 했던 살인범 프랭크 밀러가 사면으로 주립 교도소에서 풀려나 세 명의 부하들과 함께 자신에게 복수하러 온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밀러가 탄 열차가 역에 도착하는 시각이 바로 정오.
후임 보안관이 도착하지 않은 상태이므로 케인은 다시 뱃지를 달고 밀러와 싸우려 하지만 결혼식에 참가한 하객들은 "신부를 생각해서 얼른 떠나라"고 하며 그를 마을 밖으로 내보낸다. 그러나 일단 마을을 떠났던 케인이 도망치기를 거부하고 다시 돌아와 밀러와의 대결을 결심하자 퀘이커 교도인 아내 에이미는 상관 말고 떠날 것을 조른다. 보안관도 그만뒀는데 왜 싸워야 하냐는 것이다.[1]
케인은 어차피 지금 도망치더라도 네 명의 악당은 복수하겠다면서 계속 쫓아올 것이고, 영원히 도망칠 수 없는 한 언젠가는 싸워야 한다.[2] 그럴 거면 차라리 자기 편을 모을 수 있는 이 마을에서 싸우는 게 낫다고 생각한 거였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그 누구도 케인을 도와 밀러와 싸우려 하지 않는다. 심지어 언제나 같은 편이어야 할 치안판사[3] 는 마을 밖으로 도망가고 보안관 조수는 케인이 자신을 후임 보안관으로 추천하지 않은 것에 앙심을 품고 협조를 거부하고 술집에 틀어박힌다. 케인은 12시가 될 때까지 술집, 친구의 집, 교회 등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며 도움을 구하지만 도와주겠다고 나선 이는 아무도 없었다. 다수의 주민들은 자신의 목숨이 위험해지기를 바라지 않고, 케인이 악당과 싸우면 마을에 피해가 나고 대외적 이미지가 나빠질 수 있다는 점만 생각하여 케인에게 포기하고 떠날 것을 요구한다. 예배중이던 교회에서는 몇몇 남자들이 케인을 도와 싸우려고 나섰지만 이런 문제점을 이야기하는 마을 유지[4] 의 설득에 싸움을 포기한다.
여기에다 엄격한 보안관이던 케인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고[5] 아니면 이 분쟁이 단순한 개인간의 다툼이라고 여겨 총싸움을 구경할 생각만 하는 사람들도 있다. 개중에는 케인이 질게 뻔하다며 그가 들어갈 관을 만드는 사람도 있었다. 케인을 걱정하는 사람들도 그가 분명 패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떠나라고 할 뿐이다. 위험을 각오하고 끝까지 그를 돕겠다고 나선 사람은 애꾸에 알콜중독으로 손을 떠는 옛 동료 하나(케인은 그에게 술값을 쥐어주고 돌려보냈다)와 14세 소년 하나뿐(자신도 싸우겠다고 하자 케인이 넌 너무 어리다며 돌려보낸다)이었다. 기껏 초반에 찾아온 단 한 사람도 다른 사람 없이 자기뿐이라는 것을 알고는 가버리고[6] 절친한 친구들조차 없는척 하며 피하거나 진짜로 못 도와주는 상황이었다. 전임 보안관은 가능하면 도와주겠지만 고령때문인지 손이 굳어서 총도 제대로 쏠 수 없는 상태였다. 그도 도망칠 것을 권하며 평생 사람들을 도와봤자 남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걸 자신을 보면 모르겠냐는 투로 말한다.
정오가 되자, 끝내 쓸만한 사람의 도움은 하나도 얻지 못한 케인은 마을 사람들 거의 전부가 외면, 혹은 방관하는 가운데 인적 없는 거리에서 홀로 서있게 되었다. 그런 그의 옆을 마차가 지나가는데, 아내와 전 애인이 타고 있다. 그녀들은 프랭크 밀러가 타고 오는 정오의 기차를 타고 마을을 떠나기 위해 케인의 옆을 스쳐지나간다.
정오의 기차를 타고 프랭크 밀러가 도착한다. 기다리던 3명과 함께 마을로 향하는 4명의 밀러 일당. 아무도 밖으로 나오지 않는 마을에서 케인은 홀로 대적하다가 부상을 입고, 피신한 마굿간에 밀러 일당이 불을 질러 위기에 처하기까지 한다. 결국 결정적인 순간에 그를 도운 것은 단 한 사람...기차에 올라탔다가 도중에 돌아온 그의 아내였다.[스포일러] 그렇게 마침내 거리를 누비며 벌어진 치열한 싸움이 끝나고, 주민들은 그제야 거리로 몰려나온다. 지치고 환멸을 느낀 케인은 보안관 배지를 땅바닥에 팽개치고 소년이 끌고 온 마차를 타고 아내와 같이 마을을 떠난다.
3. 특징
이 영화는 작중 시간과 상영 시간이 정확히 일치한다. 85분의 러닝타임은 정확히 작중에서도 그대로 흘러간다.
대다수 런닝타임을 주인공이 외면받는 장면들에 할애하고 있다. 정의를 위해 싸운 자들(판사, 전 보안관 등)이 정의를 지키는게 의미가 없다고 말하고, 실제로 그에게 도움받은 이들과 친구들이 그를 외면하여 정오에 홀로남게 된다. 5년전의 무법자들의 쳐들어오는데도 풀어준 북부의 정부가 뒷처리를 해야한다고 주장하거나 주인공이 홀로 죽으면 된다, 돈 벌이에 방해되니 마을을 나가라[7] 등 현실을 파악하지 못하거나 인지부조화적인 면도 이들을 돕기 위해 노력했던 주인공의 노력을 허사로 만드는 발언들이 내내 나온다. 작중 자주 말해지는 '왜 도망치지 않았냐' 또한 정의와 마을의 앞날을 생각하면 이상한 말이다. 주인공이야 정말 도망칠 수도 있지만 마을사람들은 도망치지도 못하고 프랭크 밀러를 두려워하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 결국 주인공은 프랭크 밀러에게 승리하지만 마을에서 쌓아온, 그리고 쌓아왔다고 주인공이 믿어온 모든 것은 무너진 것에 다름없다.
영화 시작할 때 나오던 주제가 Do Not Forsake Me, Oh! My Darling[8] 이 끝날 때도 나오는데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수상했다.
4. 평가
5. 뒷이야기
- 73만 달러로 만들어져 미국에서만 1200만 달러라는 대박을 벌어들이고 비평도 꽤 좋았지만, 여러 말도 오고갔다. 대체로 평론가들은 케인이란 존재는 매카시즘에 휘말리는 할리우드 영화인을 풍자한 것이라고 본다. 이것은 각본가 칼 포어먼(Carl Foreman, 1914~1984) 자신이 매카시스트들이 주최한 비국민 청문회에 불려나가 공산주의자가 아니냐는 심문으로 곤욕을 치른 것에서 비롯된 해석이다. 이런 평론에 따르면 탈옥한 악당들은 매카시스트들이며, 이를 방관하는 마을사람들은 상황을 알면서도 몸소 나서지 못하고 침묵하는 여러 예술인이나 언론인 지식인들을 말한다는 것이다. 참고로 개봉 당시 칼 포어먼 이름조차 비공개로 나오지 않았고 같이 각본을 쓴 스탠리 크레이머(1913~2001) 이름만 영화상 각본가로 이름이 나왔다. 물론 나중에 칼 포어먼 이름은 복원되어 나오게 되었다.
그러나 스스로 영화배우면서 "공산주의자 영화인"을 고발하거나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던 로널드 레이건은 이 영화에 나오는 악당이 공산주의자라고 주장하며 이 영화는 공산주의자를 무찌르는 애국자를 묘사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한 철저한 반공주의자였던 아이젠하워 대통령도 백악관 영사실에서 이 영화를 자주 봤다고.
이렇게 정반대의 두 입장에서 주제를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영화의 매력이며, 이 영화가 명작이라는 반증이 된다. 물론 감독인 진네만은 알아서들 해석하라며 일절 끼어들지 않았다.
이렇게 정반대의 두 입장에서 주제를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영화의 매력이며, 이 영화가 명작이라는 반증이 된다. 물론 감독인 진네만은 알아서들 해석하라며 일절 끼어들지 않았다.
- 감독 프레드 진네만(1907~1997)은 오스트리아에서 살던 유태인 이민자 후예이다. 지상에서 영원으로. 4계절 사나이로 아카데미 작품상 및 감독상을 받으며 할리웃에서 거장급 활약을 하고 90번째 생일을 한달 반 남겨두고 세상을 떠났다.
- 또한 내용면에서는 보안관이 등 뒤에서 적들을 쏘거나[9] 비열하게 숨어서 쏴 죽이는 짓을 저지른다고 영화적 허풍에 젖은 별 비난에서부터[10][11] 존 웨인이나 하워드 혹스는 뭔 보안관이 찌질하게 사람들에게 도와달라고 추접스럽게 도움이나 요청한다고 까면서 리오 브라보같은 영화로 이 영화를 까는 듯한 장면까지 넣어버리기도 했다. 이 영화의 안티테제적인 영화로 하워드 혹스가 만든 리오 브라보도 명작으로 평가받긴 하는데 현대에 와서는 워낙에 하이 눈이 서부물에서 걸작으로 알려지다보니 상대적으로 좀 가려진 면도 있긴 하다.
- 정의의 주인공이어야할 보안관이 마을 사람들에게 외면 받고 숨어서 악당을 쏴죽이는 등 종전 서부극과 차원이 다르게 현실적이라며 국내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 서부극에서 명작들을 소개할때 자주 소개되곤 했다.
- 지금은 서부영화 걸작 10에 들어가는 명작으로 추앙받는다.[12]
- 아직 젊은 리 밴클리프가 밀러 일당의 일원인 잭 콜비 역으로 출연한다. 대사는 거의 없다. 오프닝 첫 부분에서 담배 태우면서 두목을 기다리는 배우가 그다.
- 동명의 보드 게임이 있다.
- 석양이 진다… - 오버워치의 영웅 캐릭터인 맥크리가 서부극의 클리셰를 지닌 것을 고려하면 이쪽을 참고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영어 대사가 바로 "It's high noon". 한국에서는 서부극의 대명사가 "황야의 무법자", "석양의 건맨", "석양의 무법자" 등 달러 삼부작이기 때문에 대사를 바꿨다.
- 리그 오브 레전드에도 서부극을 컨셉으로 하는 하이눈 스킨 시리즈가 있다. 다만 루시안, 쓰레쉬, 우르곳부터는 악마vs악마 사냥꾼 기믹이 추가되면서 단순한 서부극 컨셉이 아니게 되어버렸다.
[1] 한국에서는 여호와의 증인만큼 유명하지는 않지만 퀘이커 교도들 역시 비폭력을 추구한다. 심지어 이들은 미국독립전쟁에도 참가하지 않았다.[2] 뭐 이런거 다 있어? 할 수 있겠지만 서부극에서는 해가 동쪽에서 뜨는 것 만큼이나 당연한 명제다. 실제로 쫒아올 것을 생각하면 평안한 삶을 보내기 힘들기도 하다.[3] 밀러에게 사형을 언도한 장본인.[4] 누구보다 케인과 가깝다고 스스로 내세우던 사람이라는 게 더 기가 막힌 반전이다.[5] 마을 호텔의 매니저가 에이미에게 케인 때문에 장사가 안된다며 싫어한다고 말한다.[6] 가버리면서 하는 구구절절한 변명이 인상적인데, 실제로 '''설득력이 있는 변명'''이다. 애당초 평생을 총을 쏘며 살아가던 악당들과 총을 좀 쏘는 마을 사람들이 싸워야 하는데 그나마 믿을만한건 숫자인데 상식적으로 이길리 없는 싸움이라는게 맞는 말이다.[스포일러] 아내가 퀘이커 교도가 된 이유도 자신의 아버지와 형제가 총싸움으로 죽었기 때문. 정의의 편에 섰음에도 죽었다는 점에 회의를 느끼고, 총이 아닌 평화적인 방법으로 세상을 돕기 위해 퀘이커 교도가 됐다.[7] 프랭크 밀러가 마을을 장악하면 무법지대가 되어서 투자나 돈벌이가 문제가 아니게 될텐데도[8] 노래는 프랭키 레인(1913~2007)이 불렀다.[9] 사실 등 뒤에서 쏜건 보안관이 아니라 마침 적절한 위치에 있던 보안관의 아내 에이미였다. 에이미는 나중에 인질로 잡혔지만 밀러의 얼굴을 할퀴어 제대로 앞을 못보게 하는 등 은근히 활약한다. [10] 케인은 상대를 먼저 발견했지만 바로 기습하지 않고 밀러의 이름을 불렀다. 여기에 상대가 다짜고짜 총격을 가한 뒤 반격 했으니 케인으로서는 최대한 정정당당하게 상대한 것이다.[11] 애당초 대결이 4:1이니 지금 시각에서 보면 말이 안되는 비판이긴 하지만 최근 영화인 스타워즈의 한 솔로가 상대를 먼저 쏘았는가로 논쟁이 일 정도로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은 많다.[12] 1991년 미국 국립 역사기록소 선정 서부영화에서 1위를 차지했으며 2위가 수색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