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코다테 공항
函館空港 / Hakodate Airport
1. 개요
홋카이도 하코다테 시에 있는 공항. 신치토세 공항에 이어 홋카이도 제2의 공항이지만 이용객 수는 1/10에도 못 미친다.[1] 사실, 하코다테가 나쁘다기보다는 신치토세가 넘사벽이라...
국내선은 홋카이도 신칸센이 신하코다테호쿠토역까지 개통되면서 경쟁자를 맞이했다. 그래도 신칸센이 지나는 다른 도시의 공항보다 나은 점은 신하코다테호쿠토역이 시내에서 멀고, 세이칸 터널에서 제 속도를 내지 못해 소요 시간이 상당히 길다는 것이다. 비행기 대비 느린 속도를 좋은 접근성으로 극복하는 것이 통상 고속철도의 장점이지만, 여긴 공항 접근성이 더 좋다. 신칸센으로는 4~5시간, 비행기로는 1시간 20분가량 걸린다.
요금도 신칸센이 비싸다. 도쿄~신하코다테호쿠토간 편도 요금은 최저 22,690엔(그린샤 30,060엔)인데, 항공권은 싸게 사면 1만 엔 대이다. 항공 업계에서는 이런 점을 들어 토야마 공항과 코마츠 공항을 쑥대밭으로 만든 호쿠리쿠 신칸센 개통 때보다는 파급 효과가 덜할 것으로 추측한다. 새 열차를 타고 싶어 신칸센을 타더라도 돌아갈 땐 항공편을 택하리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한때 대한항공이 취항했으나 2012년부터 운휴 중이다.[2] 현재 국제선 수요는 대만 노선이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2019년 3월 5일부로 새롭게 허가받은 에어로K 또한 청주공항을 기반으로 직항 노선을 뚫을 예정이다.[3]
2. 소련 MiG-25 귀순 사건
1976년 소련 방공군 중위 빅토르 벨렌코가 MiG-25를 타고 하코다테 공항에 착륙해 귀순했다. 소련에서는 귀환을 원했지만 본인이 강하게 거부. 결국 벨렌코는 희망대로 미국으로 건너갔다. 소련의 보복을 두려워한 자위대 측에서는 한동안 공항 경계를 강화하기도 했다.참고기사
이 사건은 일본 정부의 관료적 병폐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었다. 사건의 중심인 MiG-25는 당시 서방에 거의 정보가 알려지지 않아 전설의 무기 취급을 받았기 때문에 미국은 쾌재를 불렀다. 경찰은 공항 측에 자위대에 연락하라고 해놓고 정작 자위대가 도착할 즈음에는 공항 진입을 막았다. (둘의 사이는 원래 좋지 않았다.)
벨렌코는 무단입국 혐의로 경찰의 조사를 받았는데, 이 사건 조사를 위해 날아온 CIA 요원들도 하코다테 시경에 의해 쫓겨났다. 게다가 MiG-25는 비행기 주기장에 자리잡아서 매뉴얼대로 주기장 비용이 매겨졌다. 나중에는 주기료가 너무 비싸다는 이유로 주기장에서 퇴출, 근처 풀밭에 머무는 신세가 되었다.
도쿄에서는 긴급하게 각료회의가 열렸다. 운수성, 외무성, 통신성에 홋카이도 경찰과 검찰, 하코다테 세관은 물론이고 미군의 의견까지 뒤섞여 일대 난장판이 벌어졌다. 경찰은 MiG-25는 자신들의 손을 떠났으니 어서 처분할 것을 원했다. 미군은 MiG-25를 연구할 절호의 기회로 보고 기체를 분해해서 가져가고 싶어했다. 소련은 당장 반환하지 않으면 보복하겠다고 위협했다.
여기에서 일본의 관료주의와 매뉴얼주의의 병폐가 드러났다. 하코다테 세관은 외국 항공기 자체는 면세품이지만 분해 반출하려면 통관 비용을 내라 했다. 운수성은 주기장과 부지에 대한 사용료를 받겠다고 했다. 외무성은 소련과 미국 사이에서 이도 저도 못하고 휘둘렸다. 각료회의는 오히려 소련에 돌려주자는 쪽으로 진행되어 미국은 속이 타는 상황이었다. 대강 정리가 되려는 타이밍에 하코다테 검찰이 출입국 관리법 위반을 이유로 MiG-25를 압수하려는 일도 있었다.
결국 미국이 나서서 상황이 정리되었다. MiG-25는 미군의 수중으로 들어갔다. 미군은 소련의 신무기를 철저히 해부한 뒤에 별 것 없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외부가 티타늄 합금 등으로 만들어졌을 것이라고 상상했는데 알고 보니 그냥 스테인리스 스틸...
그렇지만 이 사건으로 얻은 것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 일본 항공자위대의 대공방어망 시스템이 엉망진창이라는 것이 밝혀져 대공방어계획이 현대적 시스템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조기경보기 도입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어 결국 E-2를 도입했다. 소련군으로서도 나름 얻은 것(?)이 있었다. 고고도 침투가 주임무인 MiG-25가 공항 난입같은 저고도 상황에서는 F-4만도 못함이 입증된 것. 착륙 시점의 상황이 매우 좋지 않았기에... 그래서 소련군은 부랴부랴 MiG-31을 개발했다.
프라모델 메이커 하세가와#s-2는 이 사건 직전에 MiG-25의 1/72 키트를 발매했는데, 이 사건으로 인해 불티나게 팔려 사세가 크게 확장되었다(...). 이후 하세가와가 항공 관련 키트에 집중하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