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와라 효과
1. 설명
Fujiwhara Effect · 藤原效果
소용돌이 치는 흐름 간의 간섭 현상.
1921년, 일본의 기상학자 후지와라 사쿠헤이가 유체에서 소용돌이 치는 흐름이 2개 이상 나오고, 이 흐름들이 적당히 근접하면 서로 간섭하는 효과를 발견하고 이를 논문으로 발표했다. 이에 따라 최초 발견자의 이름을 따서 소용돌이 치는 흐름 간의 간섭 현상은 '''후지와라 효과'''로 명명됐다. 논문에서는 물에 소용돌이치는 흐름을 발생시켜 그 현상을 연구했으며 이후 대기의 흐름에서도 이와 비슷한 효과가 확인됐고, 특히 열대성 저기압에서 나오는 간섭효과를 칭하는 표현으로 사용되고 있다.
열대성 저기압이 1,000km ~ 1,500km 정도 근접하면 후지와라 효과가 발생하는데 일반적으로 서로의 세력이 비등하면 두 열대성 저기압이 서로 합병한다. 반면 서로의 세력이 확연히 차이나면 상대적으로 규모가 더 큰 쪽에서 간섭효과를 지배하고, 작은 쪽이 그에 종속되어 그 주변을 맴돌거나 더 큰 쪽에 잡아먹힌다. 실제로 네임드급으로 성장한 열대성 저기압이 서로 대등한 인수합병을 하는 경우는 아주 없다고 하기는 힘들지만 그렇다고 자주 발생하는 일은 아니라고.
전세계적으로 열대성 저기압이 나오는 지역이라면 얼마든지 후지와라 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나, 실제로 2개 이상의 열대성 저기압이 발생해 서로 근접하는 지역은 그리 많지 않다. 이로 인해 주로 북서태평양에서 발생하는 태풍에서 후지와라 효과가 관측된다. 허리케인이나 사이클론에서도 관측된 바가 있으나 태풍에 비하면 그 빈도는 매우 적다.
2. 유형
열대성 저기압에서 후지와라 효과로 발생하는 간섭현상은 다음과 같은 유형들이 있다.
- 약한 열대성 저기압이 강한 열대성 저기압에 흡수당하는 유형.
- 하나의 열대성 저기압만 영향을 받아 궤적이 바뀌고, 다른 열대성 저기압은 제 갈길을 가는 유형.
- 하나의 열대성 저기압이 앞장서고 다른 열대성 저기압이 그 뒤를 쫓아오는 유형.
- 보통 동쪽에 있는 열대성 저기압이 먼저 가서 소멸하고, 서쪽에 있는 열대성 저기압이 특정 지역에서 대기타고 있다가 먼저 북상한 열대성 저기압이 소멸된 후에 움직이는 유형.
- 같이 이동하는 유형.
- 보통 동쪽에 있는 태풍의 궤적이 시계 방향으로 뒤틀리고, 서쪽에 있는 태풍은 반시계 방향으로 뒤틀리는 유형.
3. 몇몇 사례
보통 잡아먹히는 사례가 많으므로 특이한 사례 위주로 작성한다.
- 1994년 제13호 태풍 더그와 제14호 태풍 엘리가 서로 간섭효과를 일으켜 더그의 세력이 약해졌다. 결과적으로 태풍 더그는 그 해 재앙 수준의 폭염과 역대급 가뭄에 시달리던 농민들에게 그야말로 효자태풍이었다(…). 원래는 더그가 대만을 강타한 후 더욱 강해진 세력으로 북상 중[1] 이었기 때문에 언론에서는 "사라 호 이후 최악의 태풍 대비"로 부산스러웠지만[2] 엘리가 더그를 약화시켰기 때문에 그야말로 가뭄의 단비였던 셈. 이 현상은 당시 신문 4컷 만화에 실릴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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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태풍 파마(Parma)와 태풍 멜로르(Melor)가 서로 간섭효과를 일으켜 파마가 루손 섬 부근에서 왔다갔다 하며 세 번 상륙했다. 덕분에 파마는 영구제명의 영광(?)을 얻었다. - 2010년 6호 태풍 라이언록(Lionrock)은 홍콩 남동쪽에서 발생하여 그대로 서쪽으로 방향을 들어 홍콩으로 갈 것처럼 보였으나, 8호 태풍 남테운(Namtheun)이 대만 북북동쪽에서 발생하는 바람에 서로 간섭효과가 일어나 라이언록이 동쪽으로 선회하게 만들었고, 남테운은 남서쪽으로 움직이다가 대만해협에서 소멸됐다. 이후, 라이언록은 다시 서쪽으로 선회하여 홍콩으로 갔다. 이 때, 7호 태풍 곤파스(Kompasu)가 오키나와 부근에 있었는데 남테운의 빠른 소멸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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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14호 태풍 덴빈(Tembin)과 15호 태풍 볼라벤(Bolaven)이 서로 간섭효과를 일으켜 남중국해로 가려던 볼라벤이 시계방향으로 움직여 한국으로 직행하고, 덴빈은 반시계방향으로 움직여 대만에 상륙한 다음, 남중국해로 빠져나갈 듯 하다가… 갑자기 다시 반시계방향으로 움직여 대만 한 번 더 찍고 한반도를 관통했다. 즉, 위에서 언급한 1 → 6 → 4 → 3 패턴이 일어난 것. 여기서 언급이 안된 유형 1이 앞에 있는 이유는 볼라벤이 발달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태풍이 될 수도 있었던 열대요란을 흡수하면서 엄청나게 세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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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에 발생한 9호 태풍 민들레와, 10호 태풍 라이언록 그리고 11호 태풍 곤파스는 한꺼번에 일본에 상륙했고 그 때문에 서로 간접효과를 일으켰다. 이 중 유일하게 괌 근처에서 발생했던 태풍 민들레는 일본 간토지방을 지나 혼슈 북부로 진행하다가 소멸했고, 11호 태풍 곤파스는 북위 30도 근방 지역에서 발원하여 도호쿠 지역을 타고 진행하다가 홋카이도에서 소멸했다. 그리고 라이언록은 북위 30도 북쪽 관동 근처(!) 에서 발생해서 오키나와를 향해 내려가다가 다시 간토로 유턴하는 경로를 보여주고 있다. 2012년 사례랑 비슷하..다기보다는 더 안 좋은 게, 이번 케이스는 이전의 더그-엘리, 볼라벤-덴빈과 달리 3개 태풍이 한꺼번에 일본을 때렸기 때문(...). 그리고 라이언록은 온대저기압이 되어 울릉도를 지나 함경도 위쪽을 통과하면서 2016년 두만강 유역 대홍수의 원흉이 되었다.
- 2018년 19호 태풍 솔릭과 20호 태풍 시마론이 서로 영향을 받았다. 두 태풍이 서로 시계 반대방향으로 영향을 주게 되어, 왼쪽에 있던 솔릭은 북상 속도가 느려지고[4] , 오른쪽에 있던 시마론은 북상 속도가 빨라지게 되었다.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낮은 바다 온도에 장시간 노출된 솔릭은 한반도에 도달하기 바로 전에 그 또렷했던 눈이 사라지면서 볼라벤 이후 강한 태풍으로 대한민국을 긴장시켰으나 느려진 이동 속도 때문에 비바람을 계속 맞은 제주도와 호남 지역을 제외하면 막상 한반도에 도달하자마자 태풍으로서 소멸당하기 일보 직전인 상태가 됐다.
[1] 이때 당시 더그는 태풍의 눈이 제주도의 2배, 폭풍 반경이 630 km(직경 1260 km), 중심기압 935 hPa, 10분 평균 풍속 46 m/s를 기록한 대형의 매우 강한 태풍이었다. 대한민국 기상청의 2000년 크기 구분 개정 이전에는 A급(매우 강한 태풍), B급(강한 태풍), C급(강한 열대폭풍), D급(열대폭풍)으로 분류했기에 당시 기준으로는 A급 태풍이었다. 마찬가지로 1995년에 발생한 태풍 페이 또한 강한 태풍이 아니라 B급 태풍으로 분류되었다.[2] 그 해 발생한 태풍중 가장 강력한 태풍이었던 만큼 대비하지 않는 쪽이 이상한거다.[3] 위 사진은 태풍 덴빈의 경로이다.[4] 얼마나 느렸냐면 태풍의 이동 최저 속도가 4km/h, 사람이 걸어가는 속도(...)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