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향곡 제4번(차이콥스키)
정식 명칭: 교향곡 제4번 F단조
(Sinfonie Nr.4 f-moll op.36/Symphony no.4 in F minor, op.36)
러시아 작곡가 차이콥스키의 번호 붙은 것 중 네 번째 교향곡. 이 곡부터 5번, 6번에 이르는 세 곡을 흔히 차이콥스키의 후기 3대 교향곡으로 일컬으며, 그 만큼 유명하며 연주 빈도도 상당히 높다.
차이콥스키는 이 곡을 1877년부터 쓰기 시작했는데, 시기가 하필이면 영 좋지 않은 때였다. 이 해 4월 말 (혹은 5월 초)에 차이콥스키에게 엄청나게 노골적인 애정 표현을 담은 편지가 전해졌는데, 발신자는 자기가 모스크바 음악원에서 차이콥스키에게 배운 제자라고 주장하는 안토니나 밀류코바라는 여성이었다.
차이콥스키는 이 여성의 구애를 너무 부담스러워 했는데, 그야말로 얀데레 수준이라 결혼 안하면 자살하겠다고 협박까지 하는 바람에 결국 7월에 결혼식을 올렸다. 하지만 거의 억지로 한 결혼인 만큼 신혼 생활의 즐거움 따윈 없었고, 오히려 자살드립을 친 안토니나가 아닌 차이콥스키가 극심한 신경쇠약에 시달려 자살을 생각할 정도였다. 결국 이들은 결혼한 지 불과 세 달도 안되어 별거하게 되었다.
그나마 별거 후 이탈리아로 요양을 가서 어느 정도 회복되었고, 안토니나와 비슷한 시기에 교제를 시작한 부유한 미망인인 나데즈다 폰 메크 부인이 차이콥스키에게 거액의 연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하면서 재정 부담도 한층 가벼워진 것이 작곡 진척에 큰 역할을 했다. 차이콥스키는 이탈리아에서 귀국한 뒤 1878년 1월에 곡을 완성했고, 자필보에 프랑스어로 '나의 가장 친애하는 친구에게'라는 헌사를 담아 메크 부인에게 헌정했다.
위에 쓴 대로 차이콥스키가 멘붕 상태였을 때 작곡되었기 때문인지, 전작들과 달리 굉장히 감정 기복이 심하고 격렬함과 우울함이 혼재되어 있다.
서주 붙은 소나타 형식으로 되어 있다. 호른과 바순, 트롬본, 그리고 다른 목관악기들과 트럼펫이 연주하는 날카롭고 우렁찬 팡파르풍 악상으로 시작하는데, 차이콥스키는 메크 부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 대목을 인간에게 절망과 고통을 안겨다 주는 일종의 운명적 메시지로 서술했다.
이 위압적인 서주가 끝나면 9/8박자로 된 왈츠 풍의 본론이 시작되는데, 바이올린과 첼로가 다소 우울한 느낌의 첫 주제를 연주하기 시작한다. 이 주제를 목관악기들이 받고 이어 팀파니와 금관악기가 가세한 전체 관현악이 다소 격렬하게 반복한다. 이렇게 진행되다가 갑자기 흐름이 잦아들고 클라리넷과 바순이 짤막한 이행부를 연주하면서 두 번째 주제로 넘어간다.
두 번째 주제는 현악기들의 나지막한 반주 위에서 클라리넷 독주가 연주하고, 다른 목관악기들이 짤막한 내림 악구들로 수식해 준다. 이 주제를 현악기들과 목관악기들이 주고받듯이 계속 부드럽게 연주하다가 팀파니의 트레몰로와 현악기의 집요한 음형 반복으로 뭔가 밝고 힘찬 느낌으로 발전한다. 하지만 이 대목도 곧 트럼펫과 팀파니 트레몰로를 앞세운 서주 팡파르의 강렬한 갑툭튀로 급작스럽게 중단되고, 곧 전개부로 이어진다.
전개부 초반은 주로 첫 주제를 변형시키는 식으로 진행되는데, 점차 열정적인 분위기로 옮겨가다가 서주 팡파르 악상들이 계속 끼어들며 강한 대립 양상을 띄게 된다. 마지막으로 현악기가 팀파니와 금관악기를 곁들여 격렬하게 첫 주제를 연주하고, 이것이 잦아들면 목관악기들에 의해 두 번째 주제가 조만 바꾸어 반복되면서 재현부로 들어간다.
이후 전개는 주제 제시부와 비슷한데, 마찬가지로 이 주제가 서주 팡파르에 막힌 뒤 서주와 첫 주제의 단편으로 구성된 짤막한 이행부를 거쳐 종결부로 이어진다. 종결부의 음악 재료도 마찬가지로 서주 팡파르와 첫 주제이며, 첫 주제의 우울함을 격렬한 절망감으로 바꾸어 마무리한다.
ABA' 세도막 형식이다. 차이콥스키 자신의 서술에 의하면 힘든 삶에 치이며 꿈도 희망도 없는 이들이 갖는 과거에 대한 아련한 추억이라고 하는데, 이탈리아 여행 때의 경험이 반영되었는지 우울하면서도 풍부한 표현력을 가진 칸초네 풍의 오보에 독주로 시작된다. 이 주제를 첼로가 이어받아 반복하고, 이어 바이올린과 첼로가 다소 장중하게 부주제를 내놓는다. 다시 어느 정도 변형을 가해 오보에가 제시한 첫 주제가 반복되고, 마찬가지로 부주제도 반복된다.
중간부는 장조로 조바꿈되고 템포도 약간 빨라진다. 클라리넷과 바순이 파(F)음을 중심으로 이리저리 흔들리는 듯한 주제를 연주하고, 이 주제를 다른 악기들이 계속 받아 반복하고 변형시키면서 클라이맥스에 들어가고, 이어 잦아들고 나면 오보에의 첫 주제와 부주제가 다시금 변형되어 반복되면서 조용히 끝난다. 중간부의 경우 지휘자에 따라 해석이 천차만별인데, 므라빈스키 같은 경우에는 모든 음을 이어붙이고 진득하게 연주하도록 해 서정성을 극대화한 반면, 푸르트벵글러나 바비롤리 같은 비 러시아계 지휘자들은 중간부의 악상을 춤곡이나 행진곡 풍으로 해석해 활기나 강직함을 강조하고 있다.
3악장은 여느 낭만 교향곡들과 마찬가지로 스케르초인데, 차이콥스키의 해석에 의하면 사람들이 술에 취했을 때 경험하는 일종의 공상의 세계를 묘사했다고 한다. 특이하게 모든 현악기들은 현을 활로 켜지 않고 손가락으로 뜯는 피치카토 주법만 쓰도록 되어 있다 (피치카토 오스티나토) [1] 스케르초임에도 일반적인 세도막 형식이 아니라 나열식으로 되어 있는데, 첫 부분은 현악기들의 깨알같은 8분음표 피치카토만으로 연주된다.
이어 오보에의 등장으로 시작되는 두 번째 부분에서는 목관악기들이 러시아 민속 춤곡풍 가락을 연주하고, 피콜로를 선두에 세워 크게 연주된 다음에는 금관악기와 팀파니가 군악대가 멀리서 행진하는 듯한 행진곡조의 악상을 연주한다. 여기에 목관악기들이 전에 연주한 춤곡풍 악상으로 수식해 주고, 다시 피치카토만으로 연주되는 첫 번째 부분이 반복된다. 이어지는 종결부에서는 현악기와 목관악기가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진행되는데, 이 부분의 악상 전개는 뒤에 나오는 4악장 후반부에서 거의 그대로 사용된다. 금관과 팀파니의 팡파르가 다시 연주된 뒤 피치카토만으로 끝맺는다.
마지막 4악장은 차이콥스키 자신의 표현에 의하면 민중들의 축제라고 하는데, 축제라고는 하지만 순수한 즐거움이라기 보다는 힘든 삶을 버틸 수가 없다고 생각될 때 다른 사람이 즐기는 행복에 묻어가 즐거워하는 것이 삶의 원동력이라는 수동적이고 관조적인 자세라고 풀이하고 있다. 그 동안 쉬고 있던 팀파니 외의 다른 타악기들까지 총동원되어 박력있게 첫 주제를 제시하고, 초반에는 이 주제와 거기서 변형된 부주제 위주로 어느 정도 시끌벅적한 가운데 진행된다.
이 흐름이 끊기면 오보에가 러시아 민요 스타일의 두 번째 주제를 연주하는데, 아닌게 아니라 '들판에 서 있는 자작나무(Во поле берёза стояла)'라는 러시아 민요의 초반부를 패러디한 악상이다. 이 주제도 목관악기와 금관악기로 이어지면서 한층 흥분된 느낌을 주다가 다시 첫 주제 제시부로 돌아간다. 이어 오보에 대신 현악기들이 두 번째 주제를 다소 변형시켜서 다시 연주하고, 해당 주제의 단편을 계속 반복하면서 점차 격렬하게 발전시키다가 1악장 첫머리의 팡파르가 타악기들을 곁들여 갑자기 가로막는 형태로 강렬하게 다시 등장한다.
이 팡파르가 잦아든 뒤 현악기의 짧은 이행부를 거쳐 종결부로 들어간다. 종결부에서는 첫 주제와 그 부주제, 두 번째 주제들의 단편을 짜맞춘 형태의 악상들이 뒤섞이고, 엄청난 격렬함과 흥분 속에서 끝난다.
관현악 편성은 피콜로/플루트 2/오보에 2/클라리넷 2/바순 2/호른 4/트럼펫 2/트롬본 3/튜바/팀파니/심벌즈/트라이앵글/베이스드럼/현 5부(제1바이올린-제2바이올린-비올라-첼로-콘트라베이스). 플루트족만 세 대를 쓰는 변칙 2관 편성이다.
1878년 2월 22일(율리우스력으로는 10일)에 모스크바에서 니콜라이 루빈슈테인이 지휘한 제10회 러시아 음악협회 교향악 연주회에서 초연되었는데, 평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하지만 같은 해 12월 7일(율리우스력으로는 11월 25일)에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에두아르트 나프라프니크의 지휘로 열린 재연 무대에서는 더 나은 평을 받았다. 프랑스와 독일, 미국 등지에서 열린 해외 초연 무대에서도 평이 크게 엇갈리는 등 논쟁작이었지만, 차이콥스키의 말년에 이르러 걸작으로 평가가 반전되었다.
출판은 1879년에 모스크바의 유르겐손 음악출판사에서 차이콥스키의 후배인 세르게이 타네예프가 피아노 2중주용으로 편곡한 악보가 우선 간행되었고, 관현악 총보는 이듬해에 같은 출판사에서 나왔다.
다소 힘과 감정, 악상의 굴곡으로 밀어붙이는 느낌이 강한 곡이라 논리적인 설득력은 다소 떨어진다는 비판도 있지만, 그게 오히려 감성적으로는 청중들에게 아직도 잘 먹히기 때문에 지금도 세계 여러 관현악단들의 상설 연주곡으로 자리잡고 있다. 한국에서도 인기곡인데, 2012년에 열린 교향악축제에서는 강남 심포니 오케스트라, 전주시립교향악단과 목포시립교향악단까지 무려 세 개 악단이 동시에 선곡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Sinfonie Nr.4 f-moll op.36/Symphony no.4 in F minor, op.36)
1. 개요
러시아 작곡가 차이콥스키의 번호 붙은 것 중 네 번째 교향곡. 이 곡부터 5번, 6번에 이르는 세 곡을 흔히 차이콥스키의 후기 3대 교향곡으로 일컬으며, 그 만큼 유명하며 연주 빈도도 상당히 높다.
차이콥스키는 이 곡을 1877년부터 쓰기 시작했는데, 시기가 하필이면 영 좋지 않은 때였다. 이 해 4월 말 (혹은 5월 초)에 차이콥스키에게 엄청나게 노골적인 애정 표현을 담은 편지가 전해졌는데, 발신자는 자기가 모스크바 음악원에서 차이콥스키에게 배운 제자라고 주장하는 안토니나 밀류코바라는 여성이었다.
차이콥스키는 이 여성의 구애를 너무 부담스러워 했는데, 그야말로 얀데레 수준이라 결혼 안하면 자살하겠다고 협박까지 하는 바람에 결국 7월에 결혼식을 올렸다. 하지만 거의 억지로 한 결혼인 만큼 신혼 생활의 즐거움 따윈 없었고, 오히려 자살드립을 친 안토니나가 아닌 차이콥스키가 극심한 신경쇠약에 시달려 자살을 생각할 정도였다. 결국 이들은 결혼한 지 불과 세 달도 안되어 별거하게 되었다.
그나마 별거 후 이탈리아로 요양을 가서 어느 정도 회복되었고, 안토니나와 비슷한 시기에 교제를 시작한 부유한 미망인인 나데즈다 폰 메크 부인이 차이콥스키에게 거액의 연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하면서 재정 부담도 한층 가벼워진 것이 작곡 진척에 큰 역할을 했다. 차이콥스키는 이탈리아에서 귀국한 뒤 1878년 1월에 곡을 완성했고, 자필보에 프랑스어로 '나의 가장 친애하는 친구에게'라는 헌사를 담아 메크 부인에게 헌정했다.
2. 곡의 형태
위에 쓴 대로 차이콥스키가 멘붕 상태였을 때 작곡되었기 때문인지, 전작들과 달리 굉장히 감정 기복이 심하고 격렬함과 우울함이 혼재되어 있다.
2.1. 1악장
서주 붙은 소나타 형식으로 되어 있다. 호른과 바순, 트롬본, 그리고 다른 목관악기들과 트럼펫이 연주하는 날카롭고 우렁찬 팡파르풍 악상으로 시작하는데, 차이콥스키는 메크 부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 대목을 인간에게 절망과 고통을 안겨다 주는 일종의 운명적 메시지로 서술했다.
이 위압적인 서주가 끝나면 9/8박자로 된 왈츠 풍의 본론이 시작되는데, 바이올린과 첼로가 다소 우울한 느낌의 첫 주제를 연주하기 시작한다. 이 주제를 목관악기들이 받고 이어 팀파니와 금관악기가 가세한 전체 관현악이 다소 격렬하게 반복한다. 이렇게 진행되다가 갑자기 흐름이 잦아들고 클라리넷과 바순이 짤막한 이행부를 연주하면서 두 번째 주제로 넘어간다.
두 번째 주제는 현악기들의 나지막한 반주 위에서 클라리넷 독주가 연주하고, 다른 목관악기들이 짤막한 내림 악구들로 수식해 준다. 이 주제를 현악기들과 목관악기들이 주고받듯이 계속 부드럽게 연주하다가 팀파니의 트레몰로와 현악기의 집요한 음형 반복으로 뭔가 밝고 힘찬 느낌으로 발전한다. 하지만 이 대목도 곧 트럼펫과 팀파니 트레몰로를 앞세운 서주 팡파르의 강렬한 갑툭튀로 급작스럽게 중단되고, 곧 전개부로 이어진다.
전개부 초반은 주로 첫 주제를 변형시키는 식으로 진행되는데, 점차 열정적인 분위기로 옮겨가다가 서주 팡파르 악상들이 계속 끼어들며 강한 대립 양상을 띄게 된다. 마지막으로 현악기가 팀파니와 금관악기를 곁들여 격렬하게 첫 주제를 연주하고, 이것이 잦아들면 목관악기들에 의해 두 번째 주제가 조만 바꾸어 반복되면서 재현부로 들어간다.
이후 전개는 주제 제시부와 비슷한데, 마찬가지로 이 주제가 서주 팡파르에 막힌 뒤 서주와 첫 주제의 단편으로 구성된 짤막한 이행부를 거쳐 종결부로 이어진다. 종결부의 음악 재료도 마찬가지로 서주 팡파르와 첫 주제이며, 첫 주제의 우울함을 격렬한 절망감으로 바꾸어 마무리한다.
2.2. 2악장
ABA' 세도막 형식이다. 차이콥스키 자신의 서술에 의하면 힘든 삶에 치이며 꿈도 희망도 없는 이들이 갖는 과거에 대한 아련한 추억이라고 하는데, 이탈리아 여행 때의 경험이 반영되었는지 우울하면서도 풍부한 표현력을 가진 칸초네 풍의 오보에 독주로 시작된다. 이 주제를 첼로가 이어받아 반복하고, 이어 바이올린과 첼로가 다소 장중하게 부주제를 내놓는다. 다시 어느 정도 변형을 가해 오보에가 제시한 첫 주제가 반복되고, 마찬가지로 부주제도 반복된다.
중간부는 장조로 조바꿈되고 템포도 약간 빨라진다. 클라리넷과 바순이 파(F)음을 중심으로 이리저리 흔들리는 듯한 주제를 연주하고, 이 주제를 다른 악기들이 계속 받아 반복하고 변형시키면서 클라이맥스에 들어가고, 이어 잦아들고 나면 오보에의 첫 주제와 부주제가 다시금 변형되어 반복되면서 조용히 끝난다. 중간부의 경우 지휘자에 따라 해석이 천차만별인데, 므라빈스키 같은 경우에는 모든 음을 이어붙이고 진득하게 연주하도록 해 서정성을 극대화한 반면, 푸르트벵글러나 바비롤리 같은 비 러시아계 지휘자들은 중간부의 악상을 춤곡이나 행진곡 풍으로 해석해 활기나 강직함을 강조하고 있다.
2.3. 3악장
3악장은 여느 낭만 교향곡들과 마찬가지로 스케르초인데, 차이콥스키의 해석에 의하면 사람들이 술에 취했을 때 경험하는 일종의 공상의 세계를 묘사했다고 한다. 특이하게 모든 현악기들은 현을 활로 켜지 않고 손가락으로 뜯는 피치카토 주법만 쓰도록 되어 있다 (피치카토 오스티나토) [1] 스케르초임에도 일반적인 세도막 형식이 아니라 나열식으로 되어 있는데, 첫 부분은 현악기들의 깨알같은 8분음표 피치카토만으로 연주된다.
이어 오보에의 등장으로 시작되는 두 번째 부분에서는 목관악기들이 러시아 민속 춤곡풍 가락을 연주하고, 피콜로를 선두에 세워 크게 연주된 다음에는 금관악기와 팀파니가 군악대가 멀리서 행진하는 듯한 행진곡조의 악상을 연주한다. 여기에 목관악기들이 전에 연주한 춤곡풍 악상으로 수식해 주고, 다시 피치카토만으로 연주되는 첫 번째 부분이 반복된다. 이어지는 종결부에서는 현악기와 목관악기가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진행되는데, 이 부분의 악상 전개는 뒤에 나오는 4악장 후반부에서 거의 그대로 사용된다. 금관과 팀파니의 팡파르가 다시 연주된 뒤 피치카토만으로 끝맺는다.
2.4. 4악장
마지막 4악장은 차이콥스키 자신의 표현에 의하면 민중들의 축제라고 하는데, 축제라고는 하지만 순수한 즐거움이라기 보다는 힘든 삶을 버틸 수가 없다고 생각될 때 다른 사람이 즐기는 행복에 묻어가 즐거워하는 것이 삶의 원동력이라는 수동적이고 관조적인 자세라고 풀이하고 있다. 그 동안 쉬고 있던 팀파니 외의 다른 타악기들까지 총동원되어 박력있게 첫 주제를 제시하고, 초반에는 이 주제와 거기서 변형된 부주제 위주로 어느 정도 시끌벅적한 가운데 진행된다.
이 흐름이 끊기면 오보에가 러시아 민요 스타일의 두 번째 주제를 연주하는데, 아닌게 아니라 '들판에 서 있는 자작나무(Во поле берёза стояла)'라는 러시아 민요의 초반부를 패러디한 악상이다. 이 주제도 목관악기와 금관악기로 이어지면서 한층 흥분된 느낌을 주다가 다시 첫 주제 제시부로 돌아간다. 이어 오보에 대신 현악기들이 두 번째 주제를 다소 변형시켜서 다시 연주하고, 해당 주제의 단편을 계속 반복하면서 점차 격렬하게 발전시키다가 1악장 첫머리의 팡파르가 타악기들을 곁들여 갑자기 가로막는 형태로 강렬하게 다시 등장한다.
이 팡파르가 잦아든 뒤 현악기의 짧은 이행부를 거쳐 종결부로 들어간다. 종결부에서는 첫 주제와 그 부주제, 두 번째 주제들의 단편을 짜맞춘 형태의 악상들이 뒤섞이고, 엄청난 격렬함과 흥분 속에서 끝난다.
3. 악기 편성
관현악 편성은 피콜로/플루트 2/오보에 2/클라리넷 2/바순 2/호른 4/트럼펫 2/트롬본 3/튜바/팀파니/심벌즈/트라이앵글/베이스드럼/현 5부(제1바이올린-제2바이올린-비올라-첼로-콘트라베이스). 플루트족만 세 대를 쓰는 변칙 2관 편성이다.
4. 초연과 출판
1878년 2월 22일(율리우스력으로는 10일)에 모스크바에서 니콜라이 루빈슈테인이 지휘한 제10회 러시아 음악협회 교향악 연주회에서 초연되었는데, 평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하지만 같은 해 12월 7일(율리우스력으로는 11월 25일)에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에두아르트 나프라프니크의 지휘로 열린 재연 무대에서는 더 나은 평을 받았다. 프랑스와 독일, 미국 등지에서 열린 해외 초연 무대에서도 평이 크게 엇갈리는 등 논쟁작이었지만, 차이콥스키의 말년에 이르러 걸작으로 평가가 반전되었다.
출판은 1879년에 모스크바의 유르겐손 음악출판사에서 차이콥스키의 후배인 세르게이 타네예프가 피아노 2중주용으로 편곡한 악보가 우선 간행되었고, 관현악 총보는 이듬해에 같은 출판사에서 나왔다.
다소 힘과 감정, 악상의 굴곡으로 밀어붙이는 느낌이 강한 곡이라 논리적인 설득력은 다소 떨어진다는 비판도 있지만, 그게 오히려 감성적으로는 청중들에게 아직도 잘 먹히기 때문에 지금도 세계 여러 관현악단들의 상설 연주곡으로 자리잡고 있다. 한국에서도 인기곡인데, 2012년에 열린 교향악축제에서는 강남 심포니 오케스트라, 전주시립교향악단과 목포시립교향악단까지 무려 세 개 악단이 동시에 선곡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5. 그 외
- 4악장 종결부가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 애니메이션 1기의 사수자리의 날 에피소드에서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7번 1악장과 함께 사용된 바 있다. 나가토가 치트키를 쓰며 덤비던 컴퓨터 연구부를 역관광시킬 때 나오는 음악이 이 곡.
[1] 이 때문에 지휘자나 악단에 따라 이 악장에서는 현악 단원들이 아예 활을 쥐지 않도록 하는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