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뢰함
機雷敷設艦
Mine Layer Ship, Mine Layer, MLS
1. 개요
기뢰전 함정 중의 하나로 소해함과 반대되는 임무를 수행하는 전략 함정이다. 기뢰부설함이라고도 불린다.
2. 역사
기뢰함이 본격적인 전적을 낸 것은 제1차 세계 대전 때의 일로, 갈리폴리 전투 당시 오스만 제국의 너스렛(Nursret)이 해당 지역에 26개 가량의 기뢰를 살포하여 영국 해군 프리-드레드노트급 전함 2척과 프랑스 해군 전함 1척을 격침시키고 영국군 프리 드레드노트급 전함 1척에 심각한 피해를 입혔다. 이 너스렛은 300톤급의 소형 함선으로 기뢰 50여개를 제외하면 2문의 속사포가 무장의 전부였다. 이렇게 작은 배가 놓은 기뢰만으로 대형 전함 3척 침몰, 1척 대파라는 엄청난 피해를 입혔다.[1][2]
제2차 세계 대전 중에는 영국이 개발한 압디엘급 기뢰함이 몰타나 토브룩 같은 지역에 기뢰부설 + 고립지역 물자수송 역을 수행했다. 압디엘급은 거의 순양함급 함선이었으며 특히 속도가 40노트 이상 될 정도로 빨라서 기뢰부설 중 적을 만나면 잽싸게 튈 수도 있었다.
기뢰는 제거하지 못하면 대형 전함, 항공모함, 상륙함등마저 격침당하기에 일단 기뢰함이 돌아다니며 곳곳에 기뢰를 부설하면 적 입장에서는 소해작전을 펼치느라 발이 묶일 수 밖에 없다. 6.25 전쟁에서는 원산상륙작전이 기뢰 때문에 좌절되었으며, 이란-이라크 전쟁에서는 올리버 해저드 페리급 프리깃 새뮤얼 B. 로버츠가 피뢰되어 1년 넘게 수리를 받아야 했고, 걸프 전쟁에서는 이오지마급 강습상륙함 트리폴리와 타이콘데로가급 순양함 프린스턴이 피뢰되어 대파된 적이 있다. 이 중 트리폴리는 소해헬리콥터 모함으로 소해작업을 진두지휘하던 중이었다(...) 이렇게 싼 값으로 적 함대의 발을 묶거나 적 항구를 봉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무기이며, 그렇기에 제2차 세계 대전 무렵까지는 각 국이 여러 종류의 기뢰함을 운용했다.
통신 기술이 발전하기 전에는 기뢰부설지역의 선정과 세부 임무 계획을 지상에서 먼저 정하고 나서 기뢰함을 출항시켰다. 만약 해상에서 기뢰부설 지역을 임의로 선정할 경우 기뢰함이 적의 공격이나 풍랑 등으로 격침당해버리면, 기뢰 부설 위치를 기록한 문서도 같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나중에 그 기뢰부설 지역을 아군이 지나가려고 소해작전을 펼쳐야 할 때, 정작 어디에 기뢰를 부설한지 몰라 애로사항에 꽃이 펴버린다.
3. 현대의 기뢰함
21세기 현재 '전용 기뢰함'을 운용하고 있는 나라는 그리 많지 않으며 한국과 일본, 그리고 유럽의 몇몇 국가 정도 뿐이다. 그나마 찬찬히 뜯어보면 기뢰부설임무만 맡는 것이 아니라 기뢰부설도 가능한 다목적 함선에 가깝다. 예를 들면 기뢰함에 소해함의 임무도 같이 맡기는 경우도 종종 있을 정도.
사실 순전히 기뢰만 부설하는 임무라면 소형의 고속정만으로도 가능하다. 심지어 화물적재량이 많고 바다에 무언가를 던져 넣기 좋은 민간용 카페리를 징발하여 기뢰함으로 사용할 수도 있으며, 민간 함선에 기뢰부설장치만 추가한 위장 함선이 적 해역을 지나가면서 요충지에 기뢰를 몰래 부설할 수도 있다.
물론 군용 카페리라 할 수 있는 상륙함을 기뢰함으로 사용할 수도 있으며, 실제로 미 해군은 21세기 현재 별도의 기뢰함을 운용하지 않고 상륙함들을 필요 시 기뢰함으로 써먹고 있다. 해상에서 지상으로 전력을 투사할 일이 훨씬 더 많은 미 해군 형편에는 기뢰를 깔 일은 별로 없고 남이 깔아놓은 기뢰를 치우는 게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적진에 기뢰를 부설하는 임무는 수상함보다는 아예 적에게 발각될 위험이 적은 잠수함이나 잽싸게 기뢰를 부설하고 튈 수 있는 항공기를 사용하는 편이 더 안전하다. 그러나 적진에 침투할 만한 항공기는 초계기와 전투기 아니면 폭격기인데 전투기는 속도도 빠르고 날쌔므로 안전하게 치고 빠질 수 있으나 탑재 가능한 기뢰가 작은 사이즈의 것들 뿐이며, 그나마 전투기 1대당 탑재 가능한 기뢰 수도 적다. 대형 폭격기는 다량의 기뢰를 투하할 수 있긴 하지만 현재 '폭격기'라는 항공기 자체가 미국, 러시아, 중국을 제외하면 씨가 마른 상태다. 또한 항공기 투하 기뢰는 기뢰 부설 위치가 부정확하기 때문에 세심한 기뢰부설 작전은 불가능 하며, 또 나중에 전쟁이 끝나고 기뢰를 제거하기도 상대적으로 까다롭다.[3] 잠수함은 가장 탐지하기 힘든 수단인데다 기뢰함 만큼이나 정확하게 기뢰를 부설할 수 있고, 또 대형 기뢰를 부설할 수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용적의 한계상 전용 기뢰함보다는 한 번에 부설할 수 있는 기뢰의 숫자가 적다.
현재 한국, 일본, 핀란드 및 스웨덴 등이 운용 중인 기뢰함은 아군 해역은 물론 필요시 적국 해역에서도 작전할 수 있도록 속도도 빠를 뿐만 아니라 무장도 충실히 갖추고 있다. 또한 기뢰부설 임무 뿐만 아니라 기뢰제거, 즉 소해임무도 병행할 수 있다. 다만 소해함 문서에서 알 수 있듯 소해함은 자성을 띄지 않도록 특수 처리된 소형 함정이 투입되는 것이 일반 적이므로 덩치가 크고 저러한 자성에 대한 부분이 해결되지 않은 기뢰함이 직접 소해임무를 뛰지는 않는다. 대신 충실한 무장을 이용하여 상대적으로 무장이 빈약한 소해함들을 엄호하는 한편, 넉넉한 함체를 이용하여 소해헬기의 해상 기지 역할을 겸하면서 주변 소해작전을 지휘하는 소해 지휘함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또 기뢰함은 대체로 일반 전투함 못지 않은 중무장을 갖추고 있는 반면, 평시에는 직접 초계 임무를 뛰거나 할 것도 아니다 보니 훈련용이나 단순 전투함으로써 해외 파견 임무에 투입되기도 한다.
4. 대한민국 해군의 기뢰함
한국 최초의 기뢰부설함은 LSML 풍도급 기뢰부설함으로 LSM-1 대초급 중형 상륙함인 LSM-608 풍도함을 기뢰부설함을 개조한 것이다.
이후 본격적으로 전용 기뢰함으로 개발한 함정이 원산함이다. 원래는 원산급 기뢰부설함을 3척 건조하려고 했지만 값이 너무 비싸서 원산함만 건조했다고... 그리고 이 배는 본업보다 교육사 함정실습용으로 더 자주 쓰인다.
원산함의 뒤를 이어 2015년 5월 27일 차기 기뢰부설함인 남포급 기뢰부설함이 진수되었다.기사에 따르면 해군은 4~5척을 원하는 듯 하다. 남포급은 기뢰부설함 주제에 K-VLS가 있다! # 이는 남포급이 북한 연안 지역에서 직접 기뢰를 부설하거나, 혹은 반대로 북한 연안 지역에서 소해 지원임무(소해함 지휘 및 호위)에 투입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포급은 21세기 들어 운용중인 기뢰함 중에서도 덩치가 큰 편인 4천 톤급이다. 함포만 해도 76mm급에 심지어 청상어나 해궁까지 탑재하고 있다.
원산함이나 남포함은 현대의 기뢰함 답게 소해임무도 병행하기 때문에 소해헬리콥터인 MH-53도 착함할 수 있는 큰 헬리패드를 갖추고 있다. 문제는 정작 우리 해군이 예산 문제로 소해헬리콥터를 구매하지 못해 이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4]
[1] 당시 영국 해군은 기뢰를 제거하는 소해함이 없어 민간 함선을 징발하였는데 오스만군의 포격에 다 도망가버린 탓도 있다. 자세한 것은 갈리폴리 전투 문서 참조.[2] 너스렛은 1955년에 완전히 퇴역하여 기념함으로 쓰이다가 1960년대에 민간에 팔려 수송선으로 개조되었다. 그러다가 결국 침몰하였는데, 나중에 잔해가 인양되어 현재는 기념함으로 전시 중이다.[3] 물론 JDAM이나 KGGB 같은 유도폭탄의 탄두부를 일반 폭탄 대신 기뢰로 개조하여 투하하는 방법도 나오고는 있는데 아직 실제로 채용한 나라가 없다.[4] 한미 연합훈련시 가끔 미군 소속 MH-53이 착함하기는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