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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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암기해야 할 사항을 '''종이가 새까맣게 보일 정도로''' 빽빽하게 적어넣는 암기법. 빽빽이, 깜지, 빡빡이 혹은 빡지라고 부르기도 한다. 지역마다 부르는 이름이 다른 것으로 보인다.
2. 설명
생각하면서 쓰고, 읽고, 플러스로 소리내어 귀로 듣는 것은 암기에 참으로 도움이 되나, 이 깜지란 걸 하다 보면 엄청난 스트레스가 부작용으로 딸려온다. 대개 스스로 원해서 하는 것보다 '''남이 시켜서 반강제로 하게 되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에 본인의 의지가 들어가지 않고, 결국 의미없는 노가다일 수밖에 없다. 결정적인 점은, 깜지를 쓰는 목적이 '공부'가 아니라 '종이를 채우는 것'으로 변하여 주객전도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게다가 맨 위에 쓴 대로 적으면 악필에 가독성 결여로 '''나중에 못 읽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인 예로 처음에는 로마자, 한글 다 쓰다가 깜지 후반부에는 한글도 못 쓰게 된다.
그 때문에 학교에서 뭔가를 잘못한 학생에게 반성문 대신 적게 하는 가혹행위이기도 하다.[2] 보통 책상에 앉아서 적지만 책상이 아닌 바닥에 양반다리를 하거나 무릎꿇고 앉아서 종이를 바닥에 대고 엎드려서 적게 하는 교사들도 간혹 있다. 주로 자신이 잘못한 행동에 대한 잘못을 적게 된다.[3] 우리나라에선 대부분 명심보감이 쓰였다. 그 중에 뱡뱡면의 '뱡'에 해당하는 한자를 1,000번 적으라고 한 중국의 사례가 레전드이다. 이건 가혹행위 이전에 2000년대 이전에 중고교를 다닌 학생이면 모를 수가 없다. 꽤 많은 교사들이 숙제로 냈기 때문. 특히 영어 수업에서 이런 식으로 숙제를 많이 냈는데 그 당시만 해도 영어는 닥치고 암기, 암기였기 때문. 특히 같은 문장을 몇 번씩 반복해서 필기시키는 빽빽이를 자주 시켰는데, 이 때문에 볼펜을 2개 ~ 4개씩 겹쳐서 필기하는 편법을 쓰기도 했다.
연장선으로 검정색에 더해 빨강, 초록, 파랑색으로 각각 한자 씩 번갈아가면서 쓰는 일명 '사색깜지' 내지 '삼색깜지'도 있었는데 이 경우는 쓰는 속도가 더 오래 걸렸다.
2019년 네덜란드 프로 축구팀 AFC 아약스는 19세 선수 켈 셰르펜(Kjell Scherpen)을 영입하면서 '아약스는 네덜란드 최고의 팀이다'를 1천번 쓰도록 시켰다. 이전 소속팀에서 아약스를 디스하는 SNS를 올린 전적이 있기 때문에 사전에 논란을 차단하기 위한 아이디어였다(...)
당연히 처리법도 가지가지. 먹지를 대고 쓰게 되면 순식간에 효율성이 2배가 된다. 어차피 이걸 시키는 선생님들 또한 벌칙의 의미로 내는 것이라 제대로 내용을 보기보다는 장수만 세어보기 때문이다. 크기가 작은 노트에 했다가는 선생한테 욕을 바가지로 얻어 먹고 털리다 무효 처리가 되기도 한다.
특히 필기 버릇이 큼직큼직한 글씨를 지향하는 이에게는 이중삼중으로 고역이 된다. 또한 이것 때문에 '''악필'''이 된 사람들(특히 시간제한이 있는 경우)도 존재한다.
당연히 '''암기에는 거의 효과가 없다.'''[4] 학습을 하면서 무언가 알아갈 때 그것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한데 깜지를 쓰다 보면 정신은 안드로메다에 가 있고 손만 종이 위에서 움직이는 게 태반이라 사실상 공부 안 하는 학생에게 조금이나마 효과를 보려고 하는 마음에 시킬 뿐이지 제대로 된 효력을 기대한다는 것이 무리다. 다만 집중이 지속적으로 안 되는 상황에서는 그냥 텍스트를 들여다보는 것보다는 효과가 있다. 이런 경우는 정신줄 놓고 암기를 목적으로 스스로 한 게 아닌 그냥 생각없이 "제출을 목적으로" 한 경우이다.
진지하게 공부할 생각으로, 배운 것을 공책에 정리하듯이 깜지에 적더라도, 그 깜지를 선생님에게 내는 순간 자신이 적은 것을 다시 볼 기회를 잃게 된다. 사실상 선생님에게 보여주기만 했을 뿐이고, 자신에게 남는 것은 없다.
다만, '''제대로 정신 챙기고 한다는 가정'''하에는 위에서 말한 것의 역으로, 자신이 쓰고 있는 것을 입으로 말하면서 쓸 때마다 머리에 되뇌인다면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 이 경우엔 종이를 빡빡하게 채우는 걸 위주로 하기보단 눈으로 알아 볼수 있을 정도의 글씨와 크기 및 간격으로 보기 좋게 해야한다. 이런 경우는 자신이 스스로 공부하기 위해서 악착같이 발악하는 케이스이다. 차라리 이런 경우라면 직접 쓰기보단 컴퓨터를 통해 한글이나 워드로 타이핑을 하자. 직접 쓰는 것보다 시간도 훨씬 절약되고 가독성도 뛰어나고 무엇보다 필요할 때 찾아서 보거나 인쇄할 수도 있다.
선배들이 시켜서, 그리고 승리를 다짐하기 위해 '''나는 잘 할 수 있다'''라는 글귀로 깜지를 쓰던 배구 선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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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팁
쓸 때 아무래도 계속 쓰다보면 손목에 피로가 엄청나므로 볼펜보다는 만년필처럼 부드럽게 써지면서 번지거나 미끌거리지 않는 손목에 부담이 적은 필기구(딥펜도 여기에 포함된다. 만년필과 원리는 비슷한데다가 만년필보다 필압에 약해서 힘을 주는순간 변형되어 개박살 날 확률이 높기 때문에 힘을 강제로 빼게 된다.)를 사용하는 편이 좋다. 다만 극흑 등 비싼 잉크를 카트리지 타입으로 쓴다면 잉크비가 와장창 깨지는 것을 볼 수 있으니 주의. 학생층에서 자신만의 만년필을 만든다고 일부러 닙을 닳게 하는 용도로써 깜지를 즐기는(...) 학생도 가끔씩 있다.
특히 모나미 153 사용은 금물. 아무래도 볼펜 값이 아까워서 최대한 절약하려고 사용하는 경우도 종종 목격되는데, 이 경우 손목에 피로는 덤이고 가독성은 제로에 수렴하며 심심하면 끼는 볼펜똥은 덤이다. 0.5 넘어가는 유성볼펜 사용도 자제하는 게 좋다. 부드럽게 써지긴 하는데 딱 그뿐이고 너무 미끌거려서 오히려 제어가 힘들어 손목에 부담이 더 가는데다 글자는 하나도 못 알아보고 저가품일 경우 볼펜 똥도 낀다.
글씨 쓰다가 실수가 나서 수정테이프나 수정액을 많이 쓰는 분들의 경우는 이런 거 쓰지 않고 그냥 쿨하게 줄을 긋고 그 옆에 다시 쓰는 걸 추천한다. 왜냐면 선생님 눈에는 칸이 채워진 것처럼 보이는 꼼수를 부릴 수 있기 때문(...) 하지만 엄청 많이 적어놓고 그걸 다 그으면 오히려 선생님께 혼나기 쉬우니 이것 또한 주의.
샤프펜슬이나 연필도 자주 사용하는데 쓰다보면 손에 흑연이 잔뜩 묻어 반짝거리는(...) 상황이 올 수도 있으니 주의.
아무래도 양손잡이인 사람들이 매우 유리하다.
펜의 색을 바꿔서, 깜지로 그림을 그릴 수 있다.
[1] 일본어 단어를 깜지한 공책이다. 필체에 주목. 그중에서도 특히 한자들은 상태가 영 좋지 않다.[2] 농담류로 적었지만 사실이다. 실제로 독일에서는 이 때문에 깜지가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다.[3] 대표적인 예시로 "지각하지 않겠습니다.", "수업 시간에 떠들지 않겠습니다.", "친구랑 싸우지 않겠습니다.", "실내화를 신고 바깥으로 나가지 않겠습니다.", "교복을 제대로 입겠습니다.", "학교 체육복을 입고 등교하지 않겠습니다", 등등이 있다.[4] 담탱이가 공부에 큰 도움이 된다고 입을 턴다면 당연히 헛소리니 현혹되지 말자. 만약 담탱이가 깜지를 줄 것 같을 때는 재빨리 거절부터 하자. 받은 순간부터는... [5] 굳이 시간강사가 아니더라도 대학 외국어나 한문 관련 교양과목은 "교재 본문 및 단어 써서 제출하기, 교재에 나와 있는 한자 몇 번 써서 제출하기"를 과제를 내는 경우가 제법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