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인도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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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를 묘사한 인도의 조각물. 출처는 위키피디아.
1. 인도 신화의 종족
인도 신화에 등장하는 뱀(혹은 용)신 종족이다. 모습은 반인반사(半人半蛇)[1] 혹은 전체가 뱀인 모습을 한 거대한 코브라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사람의 모습을 할 시에는 목 언저리에 둥그런 코브라 모양의 후광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남성은 나가(Naga), 나가의 여성형은 나기니(Nagini)라고[2] 불리며, 여러 부족으로 나뉘어져 왕이 통치하는데 각 부족들의 왕은 바로 나가라자(Nagaraja)라고 부른다.
신화에 따르면 창조신 브라흐마의 아들 카시야파(Kashyap)와 카드루(Kadru) 사이에서 태어났다고 하며 신화 곳곳에서 모습을 보이고 중요한 역할을 하는 존재이다.
2. 유래 및 탄생일화
나가는 산스크리트어에서는 코브라나 뱀을 의미하며, 현대 힌두어에서도 여기서 파생되어 코브라를 naja로 부른다. 그러나 이 단순한 단어의 정확한 어원은 아직 언어학자들 사이에서도 불명확하다. naga가 원시 인도유럽어(PIE) 어근 *(s)neg-(기어다니다)에서 유래하여 영어 단어 snake와도 통한다는 설도 있고[3] , 산스크리트어로 산(山)을 뜻하는 nag에서 유래하여 '산을 오르는 자'라는 뜻이라는 설도 있으며, 또는 산스크리트어로 헐벗었다는 뜻인 nanga에서 유래하여 '헐벗은 자'라는 뜻이라는 설도 있다. 또는 티베트버마어파에 속하는 카차리(Kachari) 사람들 말로 전사(戰士)를 뜻하는 nok라는 단어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제시된 바 있다. 따라서 아직까지는 나가의 정확한 어원은 의견만 분분할 뿐 모른다고 할 수밖에 없다.
인도의 비슈누가 타고 다니는 새의 신 가루다와는 원수 관계로 알려져 있다. 이 가루다와의 원수 관계였던 일화는 나가의 탄생일화와도 관련이 있다. 창조신 브라흐마의 아들 카시야파의 두 부인 비나타와 카드루는 자매였는데 카시야파는 두 부인에게 자식을 가지게 해주겠다고 했다. 이에 카드루는 뛰어난 자식 뱀 수천 마리를, 비나타는 카드루의 자식보다 뛰어난 자식들을 낳게 해달라고 염원했다. 이에 카드루는 알 수천 개를 낳았고, 비나타는 알 두 개를 낳았다. 카드루가 낳은 알들이 일찍 부화해 수많은 자식 뱀들이 태어났으며, 이 자식 뱀들이 바로 나가 종족이다. 하지만 비나타의 알은 깨어나지 않았다. 비나타는 조바심이 나서 참지 못하여 먼저 알을 깼으나 첫째 아들 아루나는 아직 알 속에서 몸이 만들어지는 중이었다. 어머니가 섯부르게 알을 깨는 바람에 불구의 몸으로 태어나게 되나 아루나는 어머니에게 평생 노예로 살아가리라 저주하며 떠난다. 그 이후에 둘째 아들인 가루다가 태어났다. 카드루와 비나타는 서로 내기로 겨루던 중, 내기에 진 비나타가 아들 아루나의 저주대로 결국 동생인 카드루와 나가들의 노예로 노역을 해야 했다. 그 이후 항목은 가루다 참고.
불교에서는 붓다의 수호신으로 묘사한다. 석가모니가 보리수에서 수행할 때, 비바람이 몰아닥치자 수행을 지켜보던 뱀왕 '무차린다'가 자신의 몸으로 석가를 감싸 비바람을 막아주었다. 비가 그치자 젊은이로 변신해 석가의 가르침을 받았고 불교로 귀의했다. 석가가 인간에게는 소승불교를 가르쳤고, 대승은 아직 인간들이 배울 역량이 아니라 나가에게 대승불교를 가르쳐주었다. 후에 인간들이 배울 만해졌다고 판단했을 때 나가의 성자가 인간으로 변하여 '대승' 불교를 전파했다는 전설도 있다. 힌두교 측에서 붓다를 비슈누의 화신으로 간주하며 똬리를 틀어서 비슈누를 보호하는 뱀 쉐샤의 역할을 생각하면 이 영향을 받은 전승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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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모니를 수호하는 나가의 모습을 묘사한 불상. 출처는 위키피디아
3. 나가라자(Nagaraja)
(Mbt:I.59.40 기준) 카드루의 아이들.[4]
- 셰샤(Shesha) - 아난타, 셰샤나가라고도 한다. 카시야파 부부에게서 태어난 나가 중 제일 첫째가 셰샤, 둘째가 바수키, 그 다음에 탁샤카등이 태어났다. 온화하고 사려깊은 성격. 모든 나가들의 왕으로 간주된다. 이중 셰샤는 천 개의 머리를 가진 뱀으로 뱀의 좋은 면을 상징한다고 한다. 자신의 어머니와 형제들의 잔인함에 질려서 그들을 떠나 목숨을 건 혹독한 수행을 한 결과, 브라흐마의 축복을 받아 진리를 추구하며 수행에 정진하는 삶을 살게 되었으며[5] 그가 세상을 머리로 떠받쳐서 안정되게 한다고 한다. 또한 비슈누의 신자로 평소에는 똬리를 틀어 비슈누가 쉴 곳을 만들고 자신의 후드로 그를 가려서 보호한다. 인도 그림 중에서 비슈누가 똬리를 튼 뱀 위에 누워있는 그림이나 조각상이 대단히 많은데 이 뱀이 바로 쉐샤이다. 또한 비슈누가 세상에 화신으로 태어나면 형제로 같이 태어나서 그를 보좌한다. 라마의 동생 락쉬마나, 크리슈나의 형 발라라마가 쉐샤의 화신이다. 다른 나가와는 격이 다른 성품이라서 그들을 원수로 삼는 가루다와도 친교를 맺었다고 한다. 세상이 멸망해도 셰샤는 그대로 남는다고 한다. 이름의 뜻 자체가 '남아있는 존재'이다. 형체는 완전한 뱀의 모습인데 자식은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다. 신화의 신비.
- 바수키(Vasuki) - 나가 일족 중 둘째. 성격은 중간 정도인 듯하다. 시바의 목에 감겨있는 뱀이 바로 이 바수키이며 유해교반 때도 자신의 몸으로 밧줄을 삼아 바다를 휘저었다. 후에 어머니의 저주 때문에 나가 일족이 멸망할 운명에 놓이자 그 대책을 마련하느라 고심했다.
- 탁샤카(Takshaka) - 나가 일족 중 넷째. 뱀의 사악한 측면을 상징한다. 그래서인지 그다지 좋은 역으로 나오는 이야기가 없다. 마하바라타에서는 자신이 사는 숲을 불태운 아르주나에게 복수하기 위해 두료다나 쪽에 가담하여 자신의 독으로 그를 죽이려고 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나 크리슈나의 방해로 실패하고 만다. 그러나 끈질기게 아르주나 일족을 노려서 그 일족의 귀한 보석을 훔치기도 하고 이런 저런 방해를 한다. 그 결과, 마침내 아르주나의 손자인 파릭시트(Parikshit) 왕을 죽여서 복수를 달성하는 근성을 보여주었다. 후에 이 사실을 알게 된 파릭시트 왕의 아들 자나메이야(Janamejaya) 왕이 복수를 위해 거대한 제사를 바쳐 세상의 모든 뱀을 태워죽이기로 결심하였다. 이로 인해 온갖 뱀들이 제사장의 불꽃으로 떨어져 산 채로 타죽게 되었고 탁샤카도 인드라의 전차바퀴에 매달려 끌려가지 않으려고 발버둥쳤으나 제사의 위력은 너무나 강력하여 아예 인드라의 전차 째로 탁샤카를 잡아당겼고 결국 타죽게 된 찰나, 조카인 어떤 브라만의 간청으로 구사일생하였다.
- 아슈와세나(Ashwasena)- 탁샤카의 아들. 어머니를 죽인 아르주나에게 복수하려 카르나에게 가세했으나, 크리슈나가 가로막는다.
- 쿠르마(Kurma) - 흔히 비슈누 제2화신으로 알려진 세계거북. 마하바라타 판본에선 나가(용)이다.
- 쿨리카(Kulika) - 흔히 구리가라 용왕으로 알려진 나가. 사실 본래 전승에선 무존재감(...)이지만 밀교나 일본에서 부동명왕이 흥하면서 어느정도 지명도를 얻었다.
4. 능력
힌두교에서는 파탈라(Patala)라고 하는 7층의 지하 세계에 산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샘이나 바다에서 산다고 한다.
이들은 코브라처럼 강한 독을 가진 종족인데, 이 독의 능력으로 자신이 사는 샘을 끓어오르게 하고, 냇물 주변의 나무들을 독으로 태워버릴 수도 있으며, 사람을 독의 해로부터 지킬 수 있게 축복하거나 악마를 내쫓는 힘도 가졌다. 또 다른 전승에 따르면 기타 부분적인 능력으로는 무엇이든지 사물로 변신할 수 있는 변신 능력과,날 수 있는 비행능력을 가지고 있다.
천상과 저승, 인간 삼계에 두루 분포하며 이들을 자유롭게 넘나들어 정해진 장소에 묶여있지 않고 뜬금없이 영웅들 앞에 나타나곤 한다. 완벽한 사람의 모습으로 인간에 섞여있다가도 다음 장면에서 아무 특별한 묘사도 없이 완벽한 괴수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흔하며 인간과 교접하여 아무렇지 않게 가정을 이루기도 한다. 어떤 학자들은 과일 광주리 속에 손가락만한 크기로 숨어들어 왕에게 접근한 탁샤카의 전승과 작은 틈으로 기어들어 사람을 문 설화들을 들며 경계를 넘나들고 법칙을 비켜가는 이런 '기어듦'(마치 나가의 어원에 대한 한 주장처럼)이 뱀들에게 부여된 종특인 것으로 분석한다. 즉, 인도 신화에서 어느 정도 트릭스터 종족의 역할을 맡고 있는 것.[6]
5. 기타
다른 나라 일화에서도 종종 나오는 존재이며, 캄보디아에서는 뱀신으로 숭배된다. 캄보디아의 유적인 앙코르와트에 이 뱀신의 조각상이 있다. 그 이유인 즉슨 캄보디아의 건국 신화에 나온 모든 신의 선조격이 되는 신이기 때문이다. 건국 신화에 따르면 한 인도의 브라만 계급의 청년과 나가라자(뱀왕)의 딸이 결혼을 해서 나라를 세웠고, 나가라자는 딸의 결혼을 축복하며 물에 잠겨있던 땅을 지참금으로 건내주었는데, 이 땅이 바로 지금의 캄보디아라고 한다.
몽골에서도 나오는데 이때는 하반신은 뱀이고 상반신은 사람인 모습으로만 나오며, 미인의 모습으로 신분 차에 따라서 치장이 다르다고 한다. 강, 바다, 폭포, 호수, 시내, 샘터 등 물이 있는 곳에 산다고 한다. 몽골인들은 물을 더럽히거나 자연을 훼손하면 나가의 분노를 사기 때문에 질병과 재앙이 닥친다고 믿기 때문에 빨래도 강가나 냇물에 직접 하지 않고, 물을 오염시키지 않는 풍습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물고기도 먹지 않는다고 한다. 물고기들은 나가의 권속들이라 잡으면 안된다는 미신이 있는 모양. 몽골인들은 호수나 강의 물가에 나가를 모시는 탑이나 신당들을 둔다고 한다. 심지어 몽골의 스님들마저 나가를 달래고 어르는 의식을 치른다고 하는 것을 보면, 몽골의 유목민 삶에도 막강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전승에서 비와 얽히는 이야기가 많으며, 나가가 나오는 신화중 '암리타를 먹고 불로불사를 이루었다'라는 이야기 등이 있다.[7] 하지만 나가의 성질은 딱히 악하다고도 선하다고도 할 수 없다고 한다. 어떤 나가는 전생에 승려였으나,못된 짓을 저질러서 나가로 다시 태어났다고 하는 것을 보면 부정적인 면모도 다소 있으며, 불교의 카사파 3형제와 관련된 일화에서 등장하는 나가는 불과 독을 뿜어내는 존재로 나오는데, 한역 불전에서는 이렇게 불교에 적대적이고 사람들을 괴롭히는 나가를 독룡(毒龍), 불교에 호의적이고 사람들을 도와주는 나가를 호법룡(護法龍)이라고 적는다. 인간도 선인이 있고 악인이 있는 것처럼 여러 개체들 중 선한 나가도 있고 악한 나가도 있는 듯.
각종 오류가 많기로 유명한 판타지 라이브러리 시리즈 중 중국환상세계와 환상동물사전에서는 독룡을 동양풍 용과는 별개의 서양풍 드래곤이라고 주장하나, 정작 불교설화를 보면 용의 선악에 따라 달리 부를 뿐이며, 독룡도 회개하고 불교에 호의적으로 변하면 그냥 호법룡으로 분류된다.(참조링크) 애초에 독룡이라는 표현은 중국 동진 건원(343~344)때 번역된 판본이 현존하는 증일아함경에도 등장한다.
출처 : 증일아함경 14권 고당품(링크)[8]그러자 세존께서 곧 돌집으로 들어가셔서 자리를 펴고 주무시다가 다시 가부좌하고 앉아,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하고 생각을 매어 앞에 두고 계셨다. 이때 독룡이 세존께서 앉아 계시는 것을 보고 곧 불(火毒)을 토하였다. 그러자 세존께서 자삼매(慈三昧)에 들어가셨다가 다시 자삼매에서 깨어나셨고, 또 화염광삼매(火焰光三昧)에 들어가셨다. 그러자 용(龍)이 토해내는 모든 불과 부처님의 광명이 한데 어우러졌다.
이후 독룡이란 말은 중국이나 우리나라 등지에서 악한 용을 부르는 말이 되었다. 한 예로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혜통 설화에도 사람을 괴롭히는 용을 독룡이라고 부른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용은 순수한 나가의 개념이 아니라 나가와 동양의 용 개념이 섞인 상태긴 하지만, 현대 극동 지방 용은 기존의 용 관념에 불교를 통해 전래된 나가의 용이 섞여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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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모습의 마카라의 입에서 나가가 나오는 모습의 동남아 불교 장식품.
중국에 건너가서 용이 되었다는 설이 있는데, 사해용왕은 불교의 영향이 있지만 사실 용이 비를 내린다는 생각은 용 항목에 나오듯 불교의 동북아시아 전래 이전부터 존재했었다. 즉, 용과 나가는 둘 다 뱀의 숭배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는 것은 맞지만, 그 이전부터 별개로 숭배되어 왔었다. 자세한 것은 용 항목 참고.
6. 나가가 모티브인 캐릭터
- 눈물을 마시는 새, 피를 마시는 새 - 나가
- 도쿄 구울 - 나가라자
- 로드 오브 다이스 - 쉐샤
- 마인크래프트 황혼의 숲 모드 - 나가
- 유희왕 - 독사신 베노미너거[9] , 레프티레스 나쟈, 레프티레스 바스키
- 이런 영웅은 싫어 - 나가
- 터닝메카드 - 게리온
- Fate/Grand Order - 나가[10] , 마하 나가[11]
[1] 상반신은 사람이고, 하반신은 뱀이다.[2] 해리 포터 시리즈에 등장하는 뱀 내기니의 이름의 유래이다.[3] 범어에서 뱀을 가리키는 또다른 단어로 sarpa가 있는데, 이는 serpent와 통하며 원시 인도유럽어 어근 *serp-(기어다니다)에서 나왔기 때문.[4] 이들중 몇몇은 팔대용왕으로 나온다.[5] 최초의 소원은 자신의 뱀인 몸을 벗어던지는 것과 생사를 불문하고 자신의 뱀 친족을 다시는 보지 않게 해달라는 것이었으나 브라흐마가 따로 계획한 바가 있어서 다른 소원을 말하라고 했다.[6] Triumph of snake goddess, Kaiser Haq 지음.[7] 가루다 전승에서는 날카로운 풀잎에 떨어진 암리타를 핥아먹다 불로불사는 이루었지만 혀가 갈라졌다고 한다.[8] 원문 爾時,世尊卽往石室,敷座而宿,結跏趺坐,正身正意,繫念在前。是時,'''毒龍'''見世尊坐,便吐火毒。爾時,世尊入慈三昧,從慈三昧起,入焰光三昧。爾時,龍火、佛光一時俱作。원문/번역문 출처-동국대 불교아카이브[9] 일본판 이름은 나가와 베노미나가. 나가라는 몬스터가 뱀공주라는 이름으로 번역된 것 때문에 이렇게 번역된 듯. [10] 라미아와 동일한 모습의 몬스터. 뱀의 보옥을 드랍한다.[11] 창세멸망윤회 유가 크셰트라에서 출현 하는 초거대 몬스터인 날개 달린 거대한 흰 용. 진리의 알을 드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