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브라 스카이 디스크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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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한글
네브라 스카이 디스크
영어
Nebra Sky Disc
국가·위치
독일
소장·관리
작센안할트 주립선사박물관
등재유형
기록유산
등재연도
2013년
제작시기
기원전 1600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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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2. 무엇이 그토록 대단한가?
2.1. 시대와 장소를 뛰어넘은 오파츠
2.2. 재료부터 남다르다
2.3. 당대 최고 문명들의 정수를 한 곳에 담았다
2.3.1. 이집트 태양신
2.3.2. 동지와 하지
2.3.3. 1년을 일정한 주기로 나눔
2.3.4. 태음양력과 윤달
3. 이 유물의 의미
4. 수난사


1. 개요


독일 네브라 시 인근의 미텔베르크(Mittelberg)에서 발견된, 현존하는 것 중 가장 오래된 천문반이다. 기원전 1600년경에 제작되어 천문 현상을 현실적으로 표현한 휴대용 천문반으로, 안티키테라 기계, 파에스토스 원반과 함께 가장 유명한 오파츠이다.[1]
직경 30cm 남짓한 청동판에 으로 태양, 하지점과 동지점에서 태양이 질 때의 위치 차이, 그리고 별자리를 표현하였다. ''' 청동기 시대 유럽인들'''의 천문학 지식과 관측 능력을 보여주는 증거로, 유럽에서 중요한 고고학 발견으로 손꼽힌다.

2. 무엇이 그토록 대단한가?



2.1. 시대와 장소를 뛰어넘은 오파츠


오파츠가 시대와 장소를 뛰어넘는 물건이라지만 네브라 스카이 디스크는 그 정도가 훨씬 강하다. 이 물건이 발견된 중부 유럽은 당시에도 발전이 상당히 더디었던 비인문적 지역에 가까웠다. 흔히 야만족이라 일컬어지는 게르만족이나 켈트족의 시대보다도 훨씬 이전이며, 이러한 민족적 구분을 넘어 투물러스 문화(Tumulus Culture)라는 초중기 청동기 문화 수준에 머물렀던 것이 당시의 중부 유럽이었다. 안티키테라 기계와 파에스토스 원반은 문명이 상당히 발전한 곳에서 나타났다는 점과 차이가 난다. 안티키테라 기계는 기원전 150~100년경 기계공학과 천문학의 중심지인 로도스가 제작 장소로 추정되며, 파에스토스 원반은 융성한 크레타 문명의 미노스 궁전 지하 사원 저장소에서 발견되었다.
단순 비교를 해도 천문 현상을 현실적으로 표현한 것은 훨씬 디테일이 뒤떨어진 물건조차 100년 뒤 고대 이집트에서나 나타난다. 이런 천문 현상을 문자로 표현한 것은 무려 1000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중부 유럽 기준으로 기원전 1600년경은 아예 선사시대다. 문자 기록이 없다는 얘기. 바꿔 말하면 당대 최고의 천문 관측술을 가진 고대 이집트에서도 100년이 지나야 태양은 신이 아니고 우리와 같은 현실에 있는 별이라는 개념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네브라 스카이 디스크에서는 천문 현상을 전부 다 ''''현실적''''으로 보고, 태양, 달, 별자리 모두를 ''''통합적''''으로 표현했다. 좀 심하게 말하면 다른 동네에선 '태양의 신이 해를 전차에 싣고 아침에 달려나가고 달의 여신이 밤에 달을 띄운다'라고 진지하게 믿고 있을 때, 이 사람들은 시간을 합리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달력을, 그것도 글자도 없는 상황에서 만들고 있었다는 뜻이다. 당대 최고로 발전한 메소포타미아, 고대 그리스, 고대 이집트, 북유럽 거석 문화권 문명의 천문 관측술과 종교적 개념을 한꺼번에 표현하면서도 그 수준도 차원이 다른 물건이, 엉뚱하게도 그 당시 가장 발전이 뒤져 보이는 기원전 1600년 중부 유럽에 느닷없이 나타난 것이다. 참고로 트로이 전쟁이 이로부터 400년 뒤인 기원전 1200년경이며, 인류가 남미의 안데스 산맥까지 도달한 것이 무려 600년 뒤인 기원전 1000년 무렵이다.

2.2. 재료부터 남다르다


네브라 스카이 디스크를 이루고 있는 구리오스트리아 알프스 산맥에서 채취한 구리이며, 영국 잉글랜드 콘월 반도에서 나온 것이다. 청동기 시대 주석이 국제 무역으로 유통되고 있었지만[2] 네브라 스카이 디스크는 당시 최고로 부를 축적하던 메소포타미아[3]이집트가 아닌 깡촌에 가까운 이미지를 가진 중부 유럽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이 당시 중부 유럽의 다른 유물을 보면 일반적인 이미지와 그닥 다를 게 없다. 가죽 갑옷에 나무 방패, 간단한 창 정도이다. 특히 유물이 발견된 할레의 경우 서기 900년쯤 돼야 기록상에 등장하는 도시다.

2.3. 당대 최고 문명들의 정수를 한 곳에 담았다



2.3.1. 이집트 태양신


네브라 스카이 디스크 가장 밑에 금으로 반월형(Sun ship)을 표시해 놓은 것은 이집트 태양신 신앙에서 볼 수 있는 것이라고 추정된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태양이 매일 뜨고 지는 것을 태양신 가 매일 아침 태양을 배에 싣고(Sun ship) 나타나 저녁에 사라지는 것이라고 이해했는데, 이 개념이 그려진 부분의 금 성분이 달라 제작 시기보다 다소 후대에 추가된 것으로 보이지만 남부 유럽도 아니고 중부 유럽에까지 전달이 됐다는 뜻이다.

2.3.2. 동지와 하지


북유럽이나 영국의 스톤헨지 같은 거석 문화권에서는 동지하지, 그러니까 태양이 가장 낮게 뜰 때와 가장 높게 뜰 때 태양이 지평선 어디에서 뜨고 지는지를 큰 건축물에서 알 수 있도록 표시를 해놓았다. 이를테면 하지나 동지 때 햇빛이 건축물의 특정문이나 창문으로 정확히 들어오도록 설계했다. 사제 계급은 이를 이용해서 부족민들에게 농사 절기를 선포했을 가능성도 크다.
네브라 스카이 디스크는 이런 측정법을 받아들여 제작 시기보다 후대에 디스크 왼쪽과 오른쪽 양쪽에 지평선을 나타내는 원호를 추가했다. 금의 성분이 다른 것이 그 같은 사실을 말해준다. 두 원호를 붙인 자리를 만들기 위해 왼쪽의 별 하나는 중앙으로 옮겨졌고, 오른쪽에 있던 별 두 개는 원호로 덮어 씌워져서 지금은 별이 30개만 남아 있다.[4]
디스크 가장 양쪽에 금으로 표시한 부분(Horizontal Band)에서 중앙으로 선을 그어보면 이 부분의 각도는 82도다. 이는 네브라 스카이 디스크를 만든 사람이 단순히 데이터를 베껴온 게 아니라 측정법을 들여와 자기가 있는 동네에서 직접 측정했다는 뜻이며, 수입품이 아닌 중부 유럽의 토속품이라는 의미도 있다. 거석 문화권은 중부 유럽보다 더 북쪽이므로 북유럽의 데이터를 그냥 가져오면 각도가 90도에 더 근접하였을 것이고, 만일 남쪽 유럽의 관측 데이터를 가져오게 되면 각도가 70도에 가까워지게 된다.

2.3.3. 1년을 일정한 주기로 나눔


원반의 가장자리에 48개의 뚫린 구멍이 있는데 이것은 일년을 48주기로 나눈 것으로 생각된다. 지금도 일년을 12개월, 1개월을 4주 정도로 생각하는 것과 같다.

2.3.4. 태음양력과 윤달


달이 초승달에서 보름달로, 그리고 다시 초승달로 바뀌는 한 주기가 돌아가는 데 29.5일이 걸리고, 이를 12번 반복하면 354일이 된다. 문제는 태양 기준으로 1년은 365일하고 조금 더 된다는 것. 일년에 대략 11일씩 차이가 생기는데 3년이 지나면 약 1달 차이가 된다. '기껏 3년에 한 달 차이인데 그냥 참고 살지'라고 생각하면 큰일난다. 농사를 짓는 곳에서 씨를 일찍 뿌렸다가 한파가 닥쳐서 싹 다 얼어 죽으면 그 사회는 붕괴될 각오까지 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 문화권은 농사가 중요한 생산 방식이 되면서부터 이 차이를 어떻게든 처리해야 했고, 비로소 윤달의 개념이 나오게 되었다. 농사가 발달한 메소포타미아와 고대 그리스 문화권에서는 초승달이 뜨고 플레이아데스 성단이 저 위치에 있을 때 윤달을 넣자고 약속했다.[5]
네브라 스카이 디스크에서 달에서 약간 왼쪽 위로 보면 7개 별이 모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이 플레이아데스 성계로 추정된다. 이 추측이 맞다면 농사가 한참 발달해서 필요해진 메소포타미아와 고대 그리스의 사회적 약속과 윤달 개념을 중부 유럽까지 저 옛날 청동기 시절에 가지고 왔다는 것. 아니면 다른 문명권에서 상당한 삽질과 고생을 겪은 후에 천천히 생긴 규칙이 중부 유럽에서는 그냥 바로 만들어졌을 수도 있다.

3. 이 유물의 의미


약간 무리한 가정을 한다면, 네브라 스카이 디스크의 의미는 엄청나다. 북유럽과 중부 유럽, 고대 이집트, 메소포타미아와 고대 그리스를 아우르는 지식 네트워크가 기원전 1600년 청동기 시대에 이미 있었으며, 단순히 지식뿐만이 아니라 원반을 만드는 데 쓰이는 재료도 그 네트워크를 따라 움직일 수가 있었다는 것.
그 지적, 물적 네트워크를 토대로 네브라 스카이 디스크를 만든 중부 유럽의 어느 그룹은 단순히 데이터만 받아들인 게 아니라 그 개념을 모두 흡수해 원반을 개량하고 자신이 있는 곳에서 재측정을 하는 놀라운 지적 소화력을 보여줬을 뿐만 아니라 고대 이집트의 태양신 숭배에서 나온 상징까지 덥석 자신의 지식 체계에 추가해 넣어버리는 타 종교에 대한 적응력까지 보여줬다는 점. 당대 최고 문명권에서 체계적인 천문 관측을 시작했거나, 어느정도 진행이 되었어도 신화의 눈으로 해석하고 있던 시절 혼자서 아예 차원이 다르게 현실적이고 통합적인 이해 수준을 보여준다는 점.
더군다나 네브라 스카이 디스크는 충분히 '''휴대'''할 수 있다는 점이 더더욱 상상의 나래를 자극하는데 이는 원판을 만든 집단이 지식을 독점하려는 권위 있는 사제 집단이라기보다는 '''지식을 전파하는 지식인 집단'''일 수 있다는 것이다. 천문학 정보를 독점한 사제 집단이라고 하면 이런 정보를 휴대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려 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큼직한 신전 겸 천문대를 짓고서 자신들만 이해하고 암기하는 측정법으로 천문 현상을 관측하고 사회 구성원에게 결과만 하달해줄 가능성이 훨씬 높다.
예를 들어 태양력과 태음력이 차이가 난다는 것 자체는 사회 구성원들도 다 알 수 있다. 문제는 정확히 어느 정도로 차이가 나는지 그리고 그 차이를 누가 언제 윤달이라는 형태로 보충하는지가 종교와 권력이 뒤엉킨 심각한 문제였다. 이 정보를 신관이나 권력자가 독점하고 살짝 비틀어버리면 하늘의 뜻을 알고 받들 수 있는 신성한 존재로 자신을 포장할 수 있게 된다. 실제로 탈레스일식을 예측해 전쟁을 멈추게 해주는 권위를 내세운 적도 있고,[6] 스톤헨지 같은 거석 건축물의 역할을 천문을 관측하고 이것을 신의 뜻으로 해석하면서 신관의 권위를 높이는 쇼를 하는 큼직한 스테이지로 보는 시각도 있다.
지식 독점 사제 집단과 달리 네브라 스카이 디스크를 만든 집단은 이 원판을 가지고 마을에서 마을로 다니면서 언제 씨를 뿌리고 추수를 하면 되는지 알려주는 지식 전파자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있으며 앞서 말한 윤달에 관련된 질문을 받는다면 자신의 권위를 내세우기보다는 "그건 그냥 농사 절기를 정확히 맞추기 위한 사회적 약속이에요. 대단할 거 없습니다." 이렇게 얘기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것.

4. 수난사


1999년 도굴꾼 헨리 베스트팔(Henry Westphal)과 마리오 레너(Mario Renner)에 의해 발굴되었다. 이 둘은 이것을 함께 발굴된 다른 유물들과 함께 팔아치워 버렸고, 이를 2002년에 독일 작센안할트 주 정부에서 환수하였다. 도굴꾼들은 금속 탐지기를 가지고서 디스크와 몇 가지 유물들을 발견했고, 그 뒤로 몇 번의 손을 거쳐 유물들의 존재를 알게 된 주 정부에서 고고학 교수를 구매자로 위장시켜서 회수했다.
처음에는 위조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샀지만 정밀한 조사 결과 2005년 기준 약 3600년 전에 만들어진 진품으로 인정받았다. 부식 과정에서 생긴 결정의 형태를 현미경으로 감정한 결과 위조가 불가능한 구조라는 것을 발견했고, 또한 도굴꾼들이 형량을 감경받는 대가로 유물을 발견한 위치를 주 정부에 알려주었는데, 그 위치에서 기원전 1,600년의 형식을 띤 청동기 유물이 발견된 것이다.
여담으로 처음 발견한 베스트팔과 레너는 이것과 다른 유물들을 팔아버린 혐의로 법원에서 유죄가 인정되어 1심에서 각각 징역 4개월과 10개월, 2심에서 6개월과 12개월이 선고되었다.
더 많이 알고 싶은 사람은 영문 위키피디아에 자세하게 나와 있으니 한번 들어가보자. 해당 항목

[1] 오파츠라는 말은 일부 유사과학이나 오컬트 분야에서 사용되는 단어지, 고고학계나 사학계에서는 오파츠라는 말을 안 쓴다. 따라서 공인된 오파츠라는 말은 틀린 말이다.[2] 전통적으로 콘월, 그리고 인접한 데번 지역은 주석을 캐내는 광산업이 이루어졌다.[3] 이 지역에서 청동기를 만들기 위해 브리튼에서 주석을 수입해왔다.[4] 이 사실은 네브라 스카이 디스크가 최근에 제작된 위조품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근거 중 하나이다. 몇 차례에 걸처 수정된 흔적이 남아있는데, 처음부터 새로 만든 위조품이라면 굳이 만든 후에 이런 수정을 여러 차례에 걸쳐 했을 리 없기 때문.[5] 이 약속이 중요한 게 잘못했다간 신관이나 권력자가 자기 멋대로 윤달을 선포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6] 웹툰 아이소포스#s-2에서도 비슷한 묘사가 나온다. 여기서는 이민족들의 침입을 퇴치해 아기를 구해내는 내용이다. 심지어 아기의 이름은 '아낙시만드로스'이고 실제 역사 속 탈레스의 제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