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지 오브 케르베로스 파이널 판타지 7
1. 개요
'''DIRGE of CERBERUS FINAL FANTASY Ⅶ'''
2006년 1월 26일 스퀘어 에닉스가 플레이스테이션 2용 소프트로 발매한 파이널 판타지 7의 시퀄 작품. 약자는 DCFFⅦ.[1]
'파이널 판타지 Ⅶ 더지 오브 케르베로스'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나, '더지 오브 케르베로스'가 앞쪽에 붙어야 정식 명칭이다. 마찬가지로 비포 크라이시스와 크라이시스 코어도 'BCFFⅦ', 'CCFFⅦ'으로 불러야 정식 명칭이다.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 최초로 TPS(부분 FPS) 장르를 접목시킨 작품으로, RPG적 요소는 옅은 편이기 때문에 기존의 FF 시리즈와는 상당히 다른 감각으로 플레이하게 된다. 시리즈에서 몇 안 되는 온라인 멀티플레이를 지원하기도 했지만 8달 만에 서비스를 종료하였으며, 북미 / 유럽에서는 아예 멀티플레이가 제거된 채로 게임이 발매되었다.
2. 상세
FF에 슈터 장르를 더해보기로 한 키타세 요시노리는 역대 시리즈 중 총이 나오는 작품들을 중점으로 본작의 컨셉을 조율했다. 8편의 어바인 키니어스, 10편의 유우나 등이 주역 후보로 올랐으나, AC로 Ⅶ 컴필레이션이 각광을 받게 되자 이를 이용하기로 한 스퀘어는 7편의 세계를 무대로 낙점했다.
7편에는 총기를 쓰는 캐릭터가 총 두 명이 존재하는데, 바레트 월레스와 빈센트 발렌타인이 바로 그 두 명이다. 키타세는 이 중에서 본디 개발 기한 문제로 분량의 상당수가 잘려 나갔던 빈센트의 이야기를 풀어보기로 결정, 그를 주인공으로 앉혔다.
DC는 2005년에 일본을 필두로 전격 발매될 예정이었으나, 뭐, 스퀘어가 늘상 그렇듯(...) 발매가 연기되었다. 하지만 DC는 다른 스퀘어 게임들보다도 더 상태가 심각했는데, 개발 상태가 완전히 메롱이라 '''데모 하나 내놓지 못했다.''' 프로그래밍 문제와 컨트롤 문제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발목을 잡았으며, 결국 제대로 완성되지도 못한 게임을 2006년 1월에 발매하고 말았다.
오리지널 버전인 일본판 DC는 역대 FF 시리즈 중에서 최악의 평을 받은 '''쓰레기 게임'''으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으며, FF7이라는 이름만 보고 게임을 구매해준 50만명의 일본 게이머들은 분노에 몸을 떨었다. 이에 기겁한 스퀘어는 곧이어 발매될 북미 / 유럽 버전이라도 어떻게든 살려보기 위해 대수술을 감행했다. 그렇게 발매된 두 번째 DC는 게임 내적으로 상당히 개선되기는 했으나 전체적인 평을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으며, 개발진은 울며 겨자먹기로 '''2008년'''[2] 에 서양 버전을 베이스로 추가 요소를 더한 인터내셔널 버전을 일본 내수용으로 다시 한 번 출시했다.
세 번째 버전에 가서야 겨우 '할 만한' 게임이 된 DC였으나 이미 대중의 관심은 멀어진 지 오래였고, 팬덤은 얼마 뒤에 발매될 어드벤트 칠드런 컴플리트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나누고 있었기에 마니아들의 지지를 받기도 어려운 상태였다. 그렇게 DC는 시리즈 최초의 슈터 장르라는 것만 제외하면 남긴 것이 아무것도 없는 망작이 되어 잊혀져버리고 말았다.
2.1. 주요 시스템
- TPS 방식 플레이
- 더지 오브 케르베로스는 3인칭 건슈팅 게임으로, 기존의 FF 시리즈와는 플레이 방식이 상당히 다르다.
- 스테이지 진행
- '초반부 일직선, 후반부 오픈월드'의 전통을 지키는 본편과 달리, DC는 각각의 지역들이 '스테이지' 개념으로 저마다 따로 묶여 있어 자유로운 진행이 불가능하다. 한 스테이지는 몇 가지의 '미션'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모든 미션을 클리어하면 스테이지를 완료한 뒤 다음 지역으로 넘어가게 된다.
- 포인트 정산
- 스테이지를 완료할 때마다 '포인트 정산' UI가 나타나는데, 플레이어는 이전까지의 미션들에서 얼마나 높은 랭크를 취득했느냐에 따라 일정한 '포인트'를 얻게 된다. 이 포인트는 두 가지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데, 첫 번째는 포인트를 경험치로 환산해 빈센트의 레벨을 올리는 것이고, 두 번째는 포인트를 게임 내 화폐인 길(Gil)로 환산해 아이템을 구매하거나 무기를 강화하는 것이다.
- 이지 모드(일본 원작 한정)
- 건슈팅 장르에 익숙하지 않은 일본 게이머들을 위해 키타세가 고안해낸 모드로, 이지 모드를 선택하면 플레이 난이도가 대폭 내려간 상태로 진행하게 된다.
2.2. 서브 컨텐츠
- 멀티 플레이(일본 원작 한정 / 현재 서비스 종료)
- 프레지던트 신라에 의해 건설된 미드가르 지하의 딥그라운드 시설에서 츠비에트의 일원이 되어 NO.1을 목표로 끝없는 전투를 벌인다. 본편의 프리퀄에 해당하기 때문에, DC의 스토리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좋든 싫든 무조건 멀티 플레이를 병행해야 한다.
- G 리포트
- 딥그라운드 깊은 곳에 잠들어 있는 수수께끼의 솔저 'G'를 다룬 리포트. 모든 리포트를 수집하면 스태프롤이 끝난 뒤 히든 엔딩을 볼 수 있다.
- 갤러리(서양 · 인터내셔널 버전 한정)
- 이벤트 · 캐릭터 · 사운드 · 아트 갤러리를 통해 본작에 사용된 컨셉 아트나 캐릭터 모델링 등을 감상할 수 있다.
- 엑스트라 미션(서양 · 인터내셔널 버전 한정)
- 서비스가 종료된 멀티 플레이 미션들을 싱글 플레이에 맞게 이식한 컨텐츠.
2.3. 사운드 트랙
더지 오브 케르베로스의 OST는 영어 제목으로만 되어 있다.
2.3.1. 앨범
2.3.1.1. 싱글 플레이
2.3.1.2. 멀티 플레이
2.3.2. 테마곡
3. 등장인물
3.1. 빈센트 일행
3.2. 신라 컴퍼니
3.3. 딥그라운드
3.4. 카오스와 오메가
3.5. 기타 등장인물
4. 평가
원작 파이널 판타지 7의 개발 과정은 역경과 고난의 연속이었지만, 이는 시리즈 최초의 3D화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기 위한 필연적인 포석이었다. 그러나 DCFFⅦ은 이미 유사한 장르들이 시장에 범람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작품이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절반도 안 되는 처참한 완성도를 가진 채 출하되어 팬들과 비평가들의 질타를 받았다. 오죽하면 본편과 장르가 전혀 다른 또 다른 게임이자 전해인 2005년에 출시되어 혹평을 받은 철권 니나: 데스 바이 디그리스가 더 낫다는 평가도 있었다.(.....) 결국 두 게임 모두 공통점은 자신들의 주 장르에서 크게 벗어난 실험이 제대로 실패한 것이라는 좋지 않은 공통 분모가 생기게 되었지만.....
게임의 문제가 '''너무 많기 때문에''' 버전별로 나눠서 서술한다.
4.1. 원작(일본 버전)
파판 시리즈 역사상 이견이 없는 최악의 작품 중 하나. 이것보다 못한 물건들은 대부분 의도적으로 망친 병맛 게임이나 완성도가 낮은 인디 게임 정도다.
외전 작품이기에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 사상 최고의 흑역사로 꼽히는 라이트닝 리턴즈와 구 파이널 판타지 14에 비해 회사에 끼친 금전적 손실은 적은 편[3] 이지만, 게임성으로는 '''상기한 두 작품보다도 심각하다.''' 정식 넘버링이 아니라서 망정이지, 게임성은 그야말로 최악 중의 최악.
AAA급 회사에서 총지휘한 타이틀이 이 정도라는 사실은 그야말로 경이로움 그 자체(...).
4.1.1. 밋밋하고 개성 없는 비주얼
어드벤트 칠드런의 제작 노하우를 십분 활용한 FMV 영상들은 상당히 봐줄 만 하지만, 애석하게도 인트로 FMV가 끝난 뒤 등장하는 인게임 비주얼은 한껏 높아졌던 플레이어의 기대를 제대로 꺾어버리기에 충분하다.
게임이 시작되면 음울하면서도 날카로움이 살아있던 FMV의 빈센트는 어디로 가버리고, 그저 맹한 얼굴의 붉은 망토남이 화면에 나타날 뿐이다. 빈센트는 물론이고 거의 모든 등장인물들이 무슨 목각인형이라도 되는 것처럼 제대로 표정 변화를 드러내지 못한다. 그나마 입을 벌리고 크게 웃을 때 표정 변화가 두드러지는데, 이마저도 굉장히 부자연스러워 플레이어로 하여금 실소를 터뜨리게 만든다.
어둡고 음침한 컨셉을 강조하기 위함인지, 본작의 지역들은 대부분 칙칙한 회색빛의 그래픽을 보여준다. 문제는 '''칙칙하기만 하지, 그것으로부터 전해지는 고유한 매력이 전무'''하기 때문에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그저 졸음이 쏟아질 뿐이다. 요컨대, 무언가 어두운 매력이 살아나야 하지만 그런 요소가 하나도 없다는 것.
더지 오브 케르베로스는 FF7의 지역들을 3D 그래픽으로 즐길 수 있는 최초의 게임이었다.[4] 미드가르, 캄 마을, 니블헤임 등의 유명 지역들을 3D 그래픽으로 플레이할 수 있다는 사실에 건 게이머들의 기대감은 그야말로 압도적이었으며, 스퀘어는 이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말았어야 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튀어나온 물건은 시작부터 끝까지 매력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회색빛 그래픽뿐이었다. 몽환적인 비주얼을 자랑하던 FF7 세계에 칙칙한 이미지를 뒤집어씌우자 심각한 불협화음이 일어났고, 플레이어들은 기대하던 것과 딴판의 물건이 나오자 실망감을 금치 못했다.
게임을 플레이하다보면 제작진의 '''기대하는 것 배신하기 스킬'''이 가히 만렙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는데, 어드벤트 칠드런의 신생 미드가르를 기대했더니 주구장창 비만 쏟아지는 어두컴컴한 도시룰 탐험해야 하고, 원작의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자랑하던 니블헤임을 기대했더니 난생 들어본 적도 없는 니블헤임 지하수로를 통해 이동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니블헤임 마을에는 발끝도 못 들인다(...).
다시 말해, DC의 비주얼적 문제는 '''본래의 이미지에 억지로 어두운 컨셉을 씌우려다 발생한 부조화'''가 그 골자라고 할 수 있겠다. 사람들은 원작 FF7의 그 몽환적인 이미지를 기대하고 게임을 켰는데, 막상 나오는 것은 어둡고 칙칙하고 매력 없는 그래픽 뿐이니.
어둡고 음침한 그래픽을 정말 제대로 보여줄 작정이었다면, 아예 DC만을 위한 독자적인 지역, 세계를 만들어 그곳을 특히 강조할 필요성이 있었다. 실제로 게임 최후반 딥그라운드 본거지는 나름대로 인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며, 오메가 웨폰의 내부는 플레이어가 게임 도중 '''처음으로''' 감탄할 만한 비주얼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런 식의 독자적인 지역들을 게임 내내 지속적으로 제시했다면 비주얼적 평가가 크게 올라갔을 것이다.
그러나 최후반 이전까지 DC의 독자 지역이라고는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WRO 기지 하나뿐이며, 기지 내부는 흔하디흔한 사무 구역들로 점철되어 있기에 신선한 맛이라고는 하나도 없다. 결국 플레이어는 지루하기 짝이 없는 비주얼을 인내하며 게임을 엔딩까지 끌고 가야 하는 것이다.
4.1.2. 뻣뻣하고 답답한 액션
액션 장르에서 액션이 망가지면? 그 작품은 끝이다. '''이 게임이 딱 그렇다.'''
우리의 주인공, 빈센트는 얼굴 모델링은 물론이고 행동 하나하나까지 목각인형 그 자체다.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뻣뻣한 팔다리 움직임은 내가 지금 PS1 게임을 하고 있나 하는 의구심을 낳는다. 불과 한 달 전에 발매된 킹덤 하츠 2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절망스럽다는 표현 말고는 뭐라 할 말이 없다.
액션의 생명은 다양한 전투 패턴에서 오는 컨트롤적 쾌감이다. 하지만 본작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답답한 근접 공격, 단조로운 사격, 단 세 종류밖에 없는 마테리아 마법, 그리고 변신 리미트 뿐이다.
더지 오브 케르베로스는 액션 게임이라는 주제에 '''공중 공격이 불가능하다.''' 이 어처구니없는 점 때문에 플레이어는 근접 공격을 하려거든 무조건적으로 상대와 딱 붙어서 X 버튼을 연타하는 수밖에 없다. 안 그래도 이동이 뻣뻣한데 공중 공격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적 한 번 때리기가 정말 어지간히도 어렵다. 분명 맞을 것 같은데도 리치가 닿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일단 공격이 적중하면 3연타 콤보를 넣을 수 있기 때문에 대미지 자체는 위력적이지만, 이 황당한 게임은 '''근접 공격의 3타째에 넉백 효과를 넣었다.''' 다시 말해, 적을 세 번 때리면 저 멀리 날아가버리므로 벽을 두고 싸우지 않는 이상 '''근접 콤보를 4연속 이상 못 넣는다.''' 아무래도 세 번 때리고 적을 날린 다음 사격으로 콤보를 이으라는 의미인 듯 한데, 그럴 거면 애초부터 그냥 사격을 하고 말지, 뭣하러 근접 공격을 하나?
더욱이 웃긴 점은, 근접 공격은 모두 6단 콤보까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처음 3타를 시전한 다음 O 버튼을 누르면 빈센트가 4타, 5타, 6타를 빠른 속도로 전방에 퍼붓는데, '''문제는 앞서 말한 넉백 때문에 이 마무리 콤보를 적중할 수가 없다.''' 빈센트가 허공에 헛발질을 할 동안 적은 저 멀리 날아가버리기 때문이다. 심지어 헛발질을 하느라 시간 소모가 있어 재빨리 일어난 상대가 먼저 공격권을 잡는 경우도 허다하다.
결국, 근접 공격은 적을 벽에 몰아세우고 시전하지 않는 이상 제대로 활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냥 얌전히 사격이나 반복하는 것이 좋다. 문제는 게임의 메인 요소인 사격조차 별다른 재미를 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 게임의 총기는 기본 무기인 케르베로스를 비롯해 기관단총, 샷건, 저격총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플레이어는 메뉴에서 세 개의 무기를 선택, 플레이 도중 실시간으로 무기를 바꿔가며 전투를 펼치는 것이 가능하다. 문제는 진행 도중 획득하는 다른 총기들이 다 하나같이 성능이 애매한데다 탄약값이 비싸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거의 버려진다는 점이다.
본작의 핵심은 스테이지가 끝날 때마다 쌓이는 자금으로 보유한 총기를 업그레이드해 더 강한 공격력을 갖추는 것인데, 탄약값도 비싸고 성능도 애매한 다른 무기들을 쓰느니 그냥 기본 무기인 케르베로스에 업그레이드를 몰빵하는 편이 훨씬 낫다. 그러다보니 플레이어는 게임 시작부터 끝까지 단 한 종류의 무기만을 반복해서 쓰게 되며, 이는 끔찍하리만치 지겨운 전투 패턴을 강제하여 플레이어로 하여금 입에서 사리가 나오게 만든다.
7 세계관의 매력인 마테리아마저 본작에서는 큰 재미를 주지 못한다. 플레이어는 파이어, 블리자드, 썬더 마테리아를 무기에 장착해 사용할 수 있는데, 이 셋이 게임 내에 존재하는 모든 마테리아다. 회복 · 공격 · 커맨드 · 상태이상을 비롯해 다종다양한 마테리아 커스터마이징을 지원하던 원작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처참한 수준. 심지어 MP 소모도 적은 편이 아니라 그냥 사격으로 전투를 때우는 경우가 매우 많다.
최후의 요소인 리미트기도 영 부실한데, 우선 원작의 리미트 중 '가리안 비스트'만이 넘어왔다. '데스 기가스'와 '헬 마스커'는 당최 이유는 모르겠지만 본작에서 잘렸고, '카오스'는 최후반부에만 한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결국 사격과 마테리아에 이어 리미트마저도 원패턴인 것이다.
리미트기는 플레이 도중 L1과 R1 버튼을 동시에 눌러 발동할 수 있는데, 괴수로 변신한 뒤에도 전투 패턴은 달라지는 것이 없다. 근접 공격도 똑같고, 사격은 화염구 발사로 바뀌었을 뿐이다. 단지 대미지만 높아졌을 뿐. 문제는 이게 MP 소모를 지속적으로 먹는지라 뭐 하지도 못하고 변신이 풀려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렇잖아도 마테리아 때문에 MP를 아껴야 할 판에 리미트기까지 고려하려니, 역시 그냥 총이나 쏴대는 게 백 배는 낫다.
적들의 공격이 다채로웠다면 하다못해 피하고 쏘는 맛이라도 있었을 테지만, 애석하게도 본작은 적들의 행동 패턴마저도 단순하기 짝이 없다. 일차원적인 근접 공격과 원거리 공격이 시작부터 끝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전투의 재미가 일체 느껴지지 않는다.
보스들의 공격 패턴도 극히 단순한데, '''그 속도가 너무할 정도로 빨라서''' 플레이어를 미치게 만든다. 순간적으로 대처를 못하면 바닥에 누운 빈센트가 일어나자마자 다시 처맞고, 또 일어나자마자 다시 처맞고, 다시 일어나자마자 또 처맞는 환장할 광경을 목도하게 된다. 공격 패턴은 단순하고, 그게 또 너무 위력적이라서 플레이어를 빡치게 만드는 전형적인 '''못 만든 액션 게임'''의 진가를 여지없이 보여준다.
그나마 최종 보스인 바이스가 이런저런 패턴들을 선보이며 플레이어를 몰아붙이기는 하는데, 이 때의 빈센트는 카오스로 인해 대폭 파워업이 되어 게임 내 최강 무기인 데스 페널티를 신나게 쏴재끼고 있을 때라 별 의미가 없다(...). 바이스가 뭔 쌩쑈를 하건 가만히 총이나 쏘고 있으면 알아서 나가떨어지니 뭐.
여기까지만 얘기해도 이미 충분히 토악질이 나올 정도인데, 이 모든 점들을 아우르는 '''궁극의 쓰레기 요소'''가 남아 있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놀랍게도, 있다. 그것은 바로......
'''이 게임의 조준 시점은 빈센트의 어깨라는 것이다!''' ''' '''
뻣뻣한 근접 공격, 단조로운 사격, 불편한 MP 활용은 이 어깨 조준과 겹쳐져 환상의 시너지를 일으킨다. 이 미칠듯한 시너지 덕에 게임을 하는 플레이어는 '''진짜로 미칠 것 같은''' 기분을 겪게 되고, 종래에는 게임을 어떻게든 끝내거나, 혹은 패드를 집어던지거나의 숙명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이 부분을 감안한 것인지, 본작은 1인칭 시점을 지원한다. 플레이어는 게임 도중 R3 버튼으로 1인칭을 오갈 수 있는데, 몇몇 부분에서는 효과를 발휘하나 기본적으로는 1인칭 시점도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결국 불편한 두 가지 시점 중 하나를 고르라는 꼴과 같다.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제 3의 선택지인 '게임을 때려치운다'를 고르기 직전까지 몰리게 된다. 인내심이 강한 자만이 이 게임을 끝낼 수 있다.
4.1.3. 무성의한 레벨 디자인
비주얼이 아무리 칙칙하고 개성없더라도, 맵을 구성하는 레벨 디자인이 치밀하게 짜여 있다면 그 문제를 어느 정도 커버하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게임은 그마저도 실패했다.
우선, 플레이어의 자율성이 바닥을 찍다 못해 맨틀을 뚫고 들어간다. 게임이 시작되자마자 다짜고짜 적 세 명을 때려잡고 우측으로 이동하는데, 사다리가 하나 보인다. '''이 사다리, 점프 도중에 못 잡는다.''' 조금이라도 빨리 올라가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점프를 누른 플레이어들은 공중에서 사다리를 잡을 수 없다는 사실에 경악하게 된다. 사다리를 오르내리려면 바닥에 딱 붙은 채로 사다리 눈앞에 빈센트를 곱게 들이밀어야만 하는데, 그래야만 화면에 [사다리 잡기] 커맨드가 출현한다.
장르의 특성 상 플레이어의 자율도가 제한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하다못해 '''사다리도 마음대로 타지 못한다'''는 것은 이 게임의 레벨 디자인이 얼마나 한심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참으로 고맙게도, 이 사실은 게임이 시작되고 30초 안에 발견할 수 있기 때문에 플레이어에게 도움이 된다. 이 게임이 망작이라는 사실을 곧바로 알아챌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플레이어가 올라갈 수 있는 장소가 엄격하게 구분되어 있어 점프가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봐도 점프 높이가 되는데 도통 올라갈 수 없는 곳들이 상당히 있다. 차라리 맵에 박스 같은 오브젝트가 없다면 모를까, 아예 대놓고 계단 형태로 쌓아놓은 상자들이 바로 옆에 있는데 구태여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고 있자니 어이가 가출해버린다.
이 게임에서 구역과 구역을 나누는 장치로 '배리어'라는 것이 사용되는데, 빈센트가 특정 구역에 진입하면 배리어가 입구와 출구를 봉쇄하고, 곧이어 적들이 나타나 교전을 펼치게 된다. 적들을 모두 처치하면 '카드키'라는 아이템이 나오고, 그것을 배리어에 사용하면 배리어가 해제되어 다음 지역으로 넘어갈 수 있다.
인트로 장소인 캄 마을은 딥그라운드 병사들에게 통제되고 있는 상황이기에 이 배리어가 게임 내적으로 자연스럽게 사용되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이 배리어가 '''캄 마을 이후에도 계속 등장한다.''' 미드가르 황무지, 깊은 산속, 심지어 니블헤임 지하수로에도 설치되어 있다.
눈치챘겠지만, 이 배리어라는 놈은 '''레벨 디자인이 귀찮았던 제작진이 맵 여기저기에 대충 박아놓은 장치'''에 불과하다. 플레이어의 이동 반경이나 전투 개시를 비롯한 본작의 모든 레벨 디자인은 이 배리어 하나로 진행된다. 3D 액션 게임의 레벨 디자인이란 세계관 내에 어울리면서도 플레이어의 행동 반경을 자연스럽게 통제할 수 있도록 짜여져야 하는데, DC는 여기를 가도 배리어, 저기를 가도 배리어뿐이라 플레이어 입장에서 도통 게임에 몰입을 할 수 없도록 만든다.
그래도 초반부에는 나름 신경을 써서 적재적소에만 배리어를 놔뒀는데, 중후반부로 넘어갈수록 귀찮아진 건지 '''눈에 거슬릴 정도로''' 여기저기에 배리어를 무성의하게 박아놓기 시작한다. 이는 그렇잖아도 매력 없는 게임의 비주얼과 겹쳐져 플레이어의 눈을 절로 찌푸리게 만든다.
상호작용 AI도 멍청하기 짝이 없는데, 초반 캄 마을에서 습격당하는 시민들을 구출할 때 이를 체감할 수 있다. 시민들을 사격하는 딥그라운드 병사들을 무시하고 지나가면 그 병사들은 시민들이 죽기 전까지는 빈센트를 절대로 쏘지 않는다. 반대로 빈센트가 한 대라도 그들을 때리면 주변에 시민들이 지나가든 어쩌든 빈센트만 죽어라 쏘기 시작한다. 두 가지 행동을 병행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다.
AI가 얼마나 단순한지, 신생 미드가르에서 꼬마아이를 호위할 때 아이에게서 조금이라도 멀리 떨어지면 애가 빈센트를 따라오지 않는다. 아이와 찰싹 달라붙어서 움직여야만 한다. 막 은엄폐를 하면서 적을 경계하고 있는 중이라면 모를까, 그냥 도시 한복판에 멍하니 서있는 주제에 빈센트가 오기 전까지는 따라올 생각도 하지 않으니 플레이어 입장에선 머리가 돌아버릴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본작의 아군 포지션인 WRO 병사들의 AI도 마찬가지로 '''무뇌아 수준'''이다. 적들과 혼잡하게 뒤섞여 아등바등하는 꼴을 보고 있자니 속이 터진다. 훈련받은 군인들이라는 주제에 사격 각을 잡거나 전투 포지셔닝을 잡는 모습은 죽어도 안 보여준다. 심지어 나 죽여줍쇼 하고 폭발성 드럼통 옆에 대놓고 서있는 경우도 엄청나게 많아 빈센트가 적을 없애려고 터뜨린 폭발에 휘말려 사망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솔직히 말해 이 게임에서 가장 쾌감을 느끼는 때는 바로 이 쓸모없는 WRO 놈들을 팀킬할 때(...)다.
플레이어의 몰입감을 조절해줄 만한 장치가 게임 내에 전무하다. 모든 것을 배리어에 의존하다 보니 게임의 템포가 뚝뚝 끊긴다. 뭐 잠깐 움직이니 배리어 켜지고 전투, 다시 잠깐 움직이니 배리어 켜지고 전투. 게임 시작부터 끝까지 원패턴이다. 뭔가 긴박한 상황이 펼쳐지더라도 게임 내적으로는 그냥 배리어 놀음만 반복되는지라 플레이어에게 아무런 감흥도 주지 못한다.
최후반에 가서는 아예 손을 놓아버린 건지 트랩이랍시고 그냥 눈에 보이는 지뢰들을 맵에 깔아놓는가 하면, 박스를 부쉈더니 안에서 '''박스보다 큰''' 드럼통이 튀어나오고(...), 박스를 부쉈더니 이번에는 몬스터나 사람이 안에서 튀어나오지를 않나(...), 그냥 허공에다 폭발성 드럼통들을 마구 던져서 빈센트의 이동을 방해하는 등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레벨 디자인들이 나온다. '''게임 만들기 귀찮다'''는 감정이 화면 너머로 풀풀 느껴질 지경이다.
4.1.4. 빈약한 서브 컨텐츠
사실상 몸만 움직일 수 있는 레일 슈터나 다름없는 본작에 깊이 있는 컨텐츠를 바라는 것은 무의미하다. 농담이 아니라, 이렇게 단순하기 짝이 없는 구성으로 게임을 만들 작정이었으면 차라리 레일 슈터가 더 낫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게임 내에 이렇다 할 서브 컨텐츠가 존재하지 않는다. 멀티 플레이가 있기는 하지만, 싱글 스토리를 즐기기 위해 구매한 플레이어들은 너무나 빈약한 컨텐츠에 실망을 금치 못하게 된다. 히든 보스를 위시한 숨겨진 요소들은 사실상 없는 수준이며, 진행 도중에 뜬금없이 튀어나오는 '적 100마리를 잡아라!', '아이템 4개를 모아라!' 등의 파고들기 요소들은 문자 그대로 '''구역질이 나올 정도로 재미가 없어''' 대부분 정신 건강을 위해 거르게 된다.
스테이지의 모든 미션들을 완벽하게 수행하면 높은 랭크를 받을 수 있으며, 더 많은 자금을 모을 수 있기 때문에 총기 업그레이드가 편해진다. 하지만 이거 하나를 위해 끔찍한 스트레스를 감수하고 게임을 플레이하느니 그냥 대충대충 깨는 게 훨씬 이롭다. 어차피 이 게임은 케르베로스에 업그레이드를 몰빵하면 되므로 다른 무기들에 돈을 들일 필요가 없다.
4.1.5. 지루하고 불친절한 줄거리
본작의 게임플레이는 시리즈 전체를 놓고 봐도 최저 수준이다. 이 부분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그렇다면 스토리는 어떨까. 애석하게도 줄거리의 완성도 역시 좋은 편은 아니다. 전체적인 이야기의 틀은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지만, 이것을 풀어내는 플롯의 짜임새가 허술하다. 같은 이야기라도 어떤 방식으로 전개하느냐에 따라 그 드라마틱한 느낌이 크게 달라지는데, DC는 스토리 전개에 있어 플레이어에게 큰 감흥을 일으키지 못한다.
본작의 주인공인 빈센트는 익히 알다시피 성격이 매우 과묵한 타입의 캐릭터다. 이는 7 본편은 물론이고 비포 크라이시스, 어드벤트 칠드런에서도 여실히 드러나는 사실이다. 조연으로서는 훌륭한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몰라도, 주인공 자리에 앉히기에는 불안정한 부분이 많은 인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DC는 빈센트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그렇다면 빈센트의 이 과묵한 성격을 보조해줄 만한 극적 장치가 반드시 필요했는데, 본작은 그런 장치를 '''하나도 깔아놓지 않았다.'''
본작의 조연들인 샤루아 루이, 셸크 루이, 리브 투에스티, 루크레치아 크레센트는 하나같이 '''조용하거나 음울한 성격의 캐릭터들이다.''' 본작에는 주인공 빈센트의 모자란 부분을 채워줄 매력적인 조연이 '''반드시''' 필요했는데, 조연들마저 이 모양이니 대화 장면이 나올 때마다 졸음이 쏟아진다. 캐릭터 자체의 완성도와는 다른 문제다. 샤루아 루이와 셸크 루이의 음울한 성격은 그럴 수밖에 없는 뒷이야기가 있기 때문에 부자연스럽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런 뒷사정은 둘째치고, 게임을 즐기는 플레이어 입장에서 지루해 죽을 것 같다는 점이 문제다.
요컨대 밸런스가 무너졌다는 소리다. 각양각색의 다양한 성격을 가진 캐릭터들이 다채롭게 뒤섞여 등장해야 하는데, 하나같이 조용하고 음울하고 고독한 캐릭터들만 줄지어 나오니 줄거리의 피로감이 심각하게 증대된다. 분위기를 일신해줄 유일한 카드인 유피 키사라기의 비중은 놀라울 정도로 적어서 그다지 효과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이러한 난점에도 불구하고 빈센트를 주인공으로 앉힌 이유는, 위 문단에서도 알 수 있듯 빈센트는 본래 정규 파티원으로 기획되었던 7 본편에서 개발 기간 문제로 분량의 상당수가 잘렸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빈센트의 이야기를 늦게나마 풀기 위해 그를 주인공으로 한 스토리를 써낸 것이다.
의도는 나쁘지 않았으나, 본래 서브 스토리였던 빈센트의 이야기를 메인스트림에 걸맞게 스케일을 키우다보니 이런저런 요소들이 덧붙여지기 시작했고, 그 결과 풀어내야 할 이야기가 굉장히 많아지고 말았다. 때문에 등장인물들이 서로 대화를 나눌 때마다 '''노골적인 설정 늘어놓기'''와 '''배경 줄거리 설명하기'''만을 끝없이 반복하는데, 이는 그렇잖아도 지루하기 짝이 없는 캐릭터들의 성격과 겹쳐져 극한의 악성 시너지를 낳는다.
문제는 '''그렇게나 설명을 늘어놓는데도 불구하고 줄거리가 불친절하다는 것이다.''' 이게 무슨 소리냐면, 하도 떠들어대니 뭔 소리인지 이해는 하겠는데, '머리로만' 이해하다 보니 본작의 줄거리를 직접 '체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가장 대표적으로 샤루아와 셸크 자매의 이야기가 그러한데, 자신들이 어떤 뒷이야기를 가지고 있고, 그것이 얼마나 안타깝고 비극적인지를 '''오로지 말로만 떠들어대니'''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스토리를 이해할 수는 있어도 무언가 가슴에 와닿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심지어 샤루아는 아줄에게 치명상을 입기 직전까지도 계속해서 배경 설정을 늘어놓는다. 마치 '''"이 장면 엄청 비극적이야! 비극적이라고!"''' 하면서 플레이어에게 어떻게든 감성을 우겨넣으려고 들지만, 실상 이를 바라보는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뭐 어쩌라고......"''' 하는 생각밖에 안 든다.
이 이후 샤루아를 지켜주지 않은 셸크를 힐난하는 유피의 모습이 나오는데, 그녀 또한 WRO의 일원이므로 동료를 잃은 아픔이 크다는 것 정도는 머리로 이해할 수 있으나 무언가 감정적인 격류를 느끼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도 그럴 것이, 샤루아와 유피가 같은 WRO의 동지로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거나 작전을 수행하는 장면은 '''작중에서 단 한 번도 묘사되지 않기 때문이다.''' 애초에 두 인물이 한 장소에 공존하는 장면 자체가 없다. 동지애를 극히 간접적으로만 묘사하니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뜬금없다는 느낌만 들 뿐이다.
길고 지루한 컷씬들이 플레이 도중에 지속적으로 등장한다. 특히 미드가르 미션, 니블헤임 미션이 끝난 뒤 나오는 컷 씬들은 '''내가 지금 게임을 하고 있는 게 맞기는 한가''' 싶을 정도로 '''미칠듯한 길이'''를 자랑한다. 컷 씬이 재밌기라도 하면 모를까, 앞서 말했듯 자리에 가만히 서서 설정 늘어놓기만 끝없이 반복하고 있으니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패드를 놓고 휴대폰이나 뒤적이게 된다(...). 이럴 거면 차라리 인게임 상태에서 대화창을 띄워놓고 빠르게 넘길 수 있도록 만들 것이지, 뭣하러 컷 씬 처리를 했는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다.
게임플레이 도중에도 별 쓰잘데기없는 컷 씬들이 흐름을 계속 끊어댄다. 그냥 적들이 가만히 서 있는 모습을 보여주거나, 빈센트가 별 되도 않는 폼을 재는 모습을 보여주거나, 심지어 카트에 타고 / 내리는 간단한 동작 하나하나에도 컷 씬들을 일일이 우겨넣었다(...). 이렇게나 컷 씬들을 마구 우겨넣을 시간은 있었으면서, 작중에서 중요하게 언급되는 셸크 루이의 탄생 과정은 '''본편에서 전혀 묘사되지 않는다.''' 샤루아와 셸크의 과거보다 고작 카트 타고 내리는 컷 씬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된 것인가?
총합하자면, 과다하게 길고 많은 컷 씬들이 게임의 흐름을 전체적으로 끊어먹고 있으며, 심지어 굳이 컷 씬으로 만들지 않아도 될 장면들이 대다수다. 정작 포커스를 둬야 할 플롯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으며, 엉뚱한 부분들에 컷 씬을 몰아넣느라 게임플레이에 스트레스만 가중시켰다. 게임으로서 보여줄 수 있는 최악의 형태만 모아놓은, 문자 그대로 '''궁극의 쓰레기 연출'''이라고 불리기에 모자람이 없다. 더지 오브 케르베로스가 그나마 칭찬받는 점이 있다면 바로 '컷 씬 스킵 기능'이 있다는 것인데, 만약 이 기능마저 없었다면 정말이지 끔찍했을 것이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작품을 관통하는 캐릭터인 루크레치아에 대한 이야기만큼은 제대로 살려야 할 필요성이 있었는데, '''놀랍게도 이 게임은 그마저도 실패했다.''' 우선 루크레치아라는 인물에 대한 설정부터가 불명확한데, 이 인물이 구체적으로 '''당최 뭔 생각을 하고 사는지'''부터 알기가 대단히 어렵다. 빈센트와 루크레치아의 과거 이야기가 스토리 도중 회상 형태로 몇 번 등장하는데, 문제는 이게 시간 순서대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각 파트를 상당히 꼬아놔서 보여주기 때문에 줄거리를 따라가기가 꽤나 어려운 편이다.
이런 와중에 루크레치아의 모습이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극과 극을 오가니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얘 뭐야?"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심지어 자타공인 연인이라는 주제에 두 인물이 데이트를 즐기는 장면은 작중에서 단 한 번, 그것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짧게 나온다. 최후반부에 모든 전말이 밝혀진 뒤에도 이 캐릭터에 대한 인상은 크게 바뀌지 않는데, '뭐하는 여자인지 모르겠다 → 아니, 진짜로 어처구니없는 여자네'로 이미지가 '''더 안 좋게''' 변화되기 때문(...).
이는 루크레치아라는 캐릭터가 본래 7 원작에서 단편적 이미지의 캐릭터였던 것을 DC에서 '사실 이런 사연이 있었다' 라는 설정을 덧붙여 어떻게든 땜빵하려다 발생한 참극이다. 만약 셸크에게 조금 더 포커스를 뒀다면 '이쪽이 히로인이구나' 싶을 수도 있었겠지만, 셸크도 자신만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지라 플레이어로서는 '유피는 언제 나오냐, 그때 올란다' 같은 느낌만 받게 된다. 정작 인트로 FMV부터 얼굴을 보여줬던 우리의 유피는 스토리 내 비중이 거의 바닥을 친다는 것이 아이러니.
악당 세력인 딥그라운드 쪽도 만만찮게 답이 없는데, 주요 인물들인 아줄과 로소, 네로와 바이스에 대한 배경 이야기는 본편이 아닌 비포 크라이시스와 DC의 멀티 플레이에서 밝혀지며, 본편에서는 허구한 날 '''싸구려 3류 악당 웃음소리'''만 반복해서 들려주는 얼간이들에 불과하다. 네로는 빈센트만큼 침울하고 조용한 놈이라 마찬가지로 극을 지루하게 만들 뿐이며, 최종 보스인 바이스는 같이 등장한 호조에게 완전히 묻혀버리는 바람에 루크레치아 이상으로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괴인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사상 최고로 어처구니없는 사실은, 위에서 언급했던 셸크 루이의 탄생 과정 역시 '''본편이 아닌 멀티 플레이 컷 씬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본작에서 가장 중요한 스토리 플롯을 싱글 플레이가 아닌 멀티 플레이에 집어넣었다는 것이다. 싱글만 즐기려고 구매한 유저들은 뭐가 된단 말인가?
캐릭터성이 뭔가 희한한 방향으로 변질되었는데, 기존의 모든 캐릭터들이 다들 음울하게 바뀐 반면 원래 음침했던 호조는 어쩐지 혼자 '''초 하이텐션의 말 많은 악당'''이 되어버렸다(...). 언제나 속내를 숨기고 꿍꿍이를 획책하던 원작의 호조는 어디로 가버리고, 별로 알고 싶지도 않은 이야기들을 혼자 신나게 떠벌여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이거 진짜 같은 세계관이 맞나''' 하는 의구심이 든다. 심지어 빈센트가 그만 좀 떠벌이라고 태클을 걸면 멍청한 놈이라며 화를 낸다(...).
다크 판타지스러운 분위기를 내려고 안간힘을 쓰던 초반부의 기세도 종래에는 힘이 빠지는데, 최후반부 오메가 웨폰과의 전투에서 원작의 동료들이 빈센트에게 힘을 모아주는 장면은 '''손발이 퇴갤할 정도로''' 유치하기 짝이 없다. 오메가 웨폰의 내부에서 뜬금없이 각트의 주제가가 BGM으로 깔리는 연출도 비장함은 커녕 코웃음이 나오며, 허약하기 짝이 없는 최종 보스를 격파한 뒤 엔딩 스크롤이 흐르는 동안에는 성취감이고 뭐고 이따위 게임을 하느라 낭비된 시간에 대한 후회만이 끊임없이 몰려오게 된다.
더지 오브 케르베로스의 배경 이야기와 그것을 이어주는 캐릭터들, 그리고 반전과 결말에 대한 '''전체적인 그림'''은 분명 나쁘지 않은 편이다. 줄거리 전개가 하도 불친절해서 그렇지, 게임을 클리어한 뒤 돌이켜보면 분명 이야기 자체는 커다란 구멍이나 허점이 없이 짜여져 있다.
'''하지만 기획된 이야기를 플레이어에게 전달하는 과정이 말 그대로 총체적 난국 그 자체다.''' 지루하고 따분한 설명조의 대화, 감당 못할 정도로 꼬인 설정들, 유치하고 한심한 연출, 파편화되어 여기저기에 흩뿌려진 뒷이야기들은 플레이어가 뒷목을 잡게 하기에 충분했으며, 최후의 보루였던 스토리마저 맥을 못 추고 무너지게 만들었다.
4.1.6. 귀에 들어오지 않는 OST
본작의 음악은 음악 그 자체로서 두각을 드러내기보다는, 게임 내적으로 은은하게 깔리며 분위기를 돋워주는 보조적인 역할만을 수행한다. 다시 말해 전적으로 게임플레이와 줄거리에 연출을 의존한다는 것인데, 여기까지 읽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하필 두 요소 모두 처참하게 망가진 터라'''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그나마 음악이라도 듣기 위해 그쪽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하지만 본작의 OST는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위치에 머물고 있을 뿐이라 게임의 분위기를 혼자서 좌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결국 플레이어는 의지할 것 하나 없이 지루함을 견뎌내며 게임을 진행해나가야 한다. 정 안되겠다 싶으면 그냥 따로 음악을 틀어놓으면서 플레이를 하던가 하자.
노파심에 덧붙이자면, 본작의 작곡가인 하마우즈 마사시는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 역대 최고의 OST 중 하나인 섬광(파이널 판타지 13)'''의 작곡자다. 그가 음악을 담당한 파이널 판타지 13은 게임플레이는 호불호가 갈릴 지 몰라도 '''음악만큼은 최고'''라는 평이 지배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본작의 음악은 연출의 핵을 맡은 게임플레이와 줄거리를 망친 제작진의 잘못이지, 하마우즈는 어디 가서 절대로 무시받을 수 없는 초일류 작곡가 중 하나다.
그래도 작품의 주역 중 하나인 셸크의 테마곡만큼은 따로 들어도 매우 좋은 편. Girl Named Shelke 재미있게도, 이 트랙은 하마우즈가 OST를 맡은 월드 오브 파이널 판타지에 리믹스되어 수록되었다. 자신이 자신의 음악을 어레인지한 셈.
4.2. 서양 버전
게임이라고조차 할 수 없는 산업 폐기물인 더지 오브 케르베로스는 일본에서 발매되자마자 엄청난 혹평과 논란에 휘말렸으며, 이에 스퀘어는 차후에 발매될 북미 / 유럽 버전을 전격적으로 수정하여 글로벌 시장에서라도 평을 뒤집으려 시도했다.
짧은 기간 안에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 게임을 뜯어고쳤다. 오리지널 버전과는 아예 다른 게임이라고 해도 될 정도.
- 조준 시점이 빈센트의 등 뒤로 변경되어 시야가 훨씬 쾌적해졌으며, 조준도 편해졌다.
- 빈센트의 이동 속도가 1.2배 빨라졌다.
- 공중에서 2단 점프를 할 수 있도록 변경되었으며, 이제 공중에서도 공격을 할 수 있다.
- 활용이 어려웠던 근접 공격의 4-5-6단 콤보가 삭제되었으며, 대신 해당 모션을 공중 근접 공격으로 옮겨놔 액션의 종류를 넓혔다.
- 구르기 동작이 짧은 대시로 변경되었다.
- 이제 리미트 브레이크는 더 이상 MP를 사용하지 않으며, '리미트 브레이커'라는 아이템을 사용하여 발동한다.
- 이지 모드가 삭제되었다.
- 하드 모드를 완료할 시 '엑스트라 하드 모드'가 추가로 개방되어 더 어려운 난이도를 플레이할 수 있다.
- 이벤트 · 캐릭터 · 사운드 · 아트 갤러리가 추가되었다. 갤러리의 내용은 엑스트라 하드 모드를 진행할 때마다 해금된다.
- 멀티 플레이 모드가 삭제되었으며, 해당 컨텐츠의 상당수가 '엑스트라 미션'이라는 추가 컨텐츠로 옮겨졌다.
원작인 일본 버전은 메타스코어 집계를 안 받아서 망정이지, 만약 받았다면 농담 아니고 '''40점대나 30점대도 무리가 아니었을 것이다(...).'''
4.2.1. 멀티 플레이 컷씬 삭제
별다른 흥행을 기록하지 못한 멀티 플레이를 삭제하기로 한 것은 좋은데, 대책없이 통으로 잘라내버린 바람에 '''멀티 플레이에 포함된 스토리 컷씬들이 모조리 날아가버렸다.''' 말 그대로 빈대 잡겠답시고 초가삼간을 태워버린 격.
작품의 주요 인물인 셸크, 아줄, 로소, 네로, 바이스의 뒷이야기는 전부 멀티 플레이 스토리에서 묘사되는데, 서양 버전에서는 이것들을 아예 볼 수도 없게 막아버렸다는 것이다. '귀찮고 짜증나지만 볼 수는 있다'와 '아예 볼 수조차 없다'는 '''하늘과 땅 차이다.''' 최소한의 여지조차 남기지 않고 날려버리는 바람에 서양 플레이어들은 안 그래도 알기 어려운 스토리를 더더욱 이해하기 어렵게 되었다.
이 삭제된 멀티 플레이 컷씬들은 2008년에 발매된 인터내셔널 버전에서 볼 수 있는데, 본편에서 모을 수 있는 메모리 캡슐중 특정 13개에 추가되어 있어서 이것들을 획득하면 된다. 게임 클리어 후[6] 동영상 감상 모드로 가면 게임 진행시에 볼 수 없었던 과거편이라는 장이 추가되어 있는데, 이곳에서 모두 볼 수 있다. 인터내셔널 버전은 역대 스퀘어 게임들이 그랬듯 영어 음성에 일본어 자막으로 발매되었지만,[7] 멀티 플레이 컷씬들은 서양 버전에선 삭제된 부분이기 때문에 당연히 일본어 음성에 일본어 자막으로 제공된다.
4.2.2. 해결되지 않은 근본적인 문제들
본 게임을 어떻게든 살려보기 위해 스퀘어는 갖은 부분들을 수정하였으나, 어디까지나 가지치기를 한 것이지 뿌리를 뽑아낸 것은 아니기에 완전한 해결책은 되지 못했다. 작품의 근본적인 문제들은 해소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으며, 플레이어는 이 부분들을 감수하고 진행하는 수밖에 없다.
서양 버전의 거대한 변경점 중 하나인 2단 점프는 분명 유용한 것처럼 보이나, '''게임의 레벨 디자인은 변경되지 않고 그대로 넘어왔기 때문에''' 점프로 올라갈 수 있는 지점과 올라갈 수 없는 지점은 '''여전히 엄격하게 구분되어 있다.''' 다시 말해, 1단 점프를 상정하고 제작된 레벨 디자인이 변경점 없이 넘어왔기 때문에 '''1단 점프로 가지 못하는 곳은 2단 점프로도 못 간다.'''
그래도 오리지널 버전에서는 닿을락말락 하는 정도의 높이였기 때문에 크게 부자연스러울 정도까지는 아니었으나, 서양 버전은 2단 점프 덕분에 '''대놓고 높이가 되는 지점을 못 올라가는 촌극'''이 벌어지고 말았다(...). 오히려 어색함만 가중시켜버린 꼴이 되었다.
활용이 까다롭던 리미트 브레이크를 아이템으로 바꿔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끔 한 것도 괜찮은 방안이었지만, 원작에서 일종의 '필살기'와 같았던 리미트기를 소모성 아이템으로 변경해버린 바람에 세계관의 지속성이 일부분 끊어진 느낌도 들게 되었다. 게다가 이 '리미트 브레이커' 아이템, 돈 주고 구매할 수 있다. 원작의 필살기였던 리미트기를 돈 주고 구매하고 있으면 꽤나 묘한 기분이 든다.
제작진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은 결과가 위 문단에 작성된 저것인데, 이는 뒤집어 말해 '''저것들을 제외한 모든 것이 그대로'''라는 이야기와도 같다. 지루하고 단순한 전투도 그대로, 수준 떨어지는 플롯과 연출도 그대로, 레벨 디자인도 그대로, OST도 그대로다. 거의 모든 단점들이 변함없이 잔존하고 있기 때문에 너무 많은 기대를 하고 플레이하면 안 된다.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이 되는 게 아니다.
4.3. 총평
이 게임의 스토리는 미쳤고, 연출도 미쳤으며, 게임플레이는 완전히 맛이 갔고, 컨텐츠도 정신줄을 놓았다. 이 게임을 접한 플레이어는 처음에는 두 눈을 의심하고, 그 다음에는 화를 내며, 종래에는 얼이 빠져버린 채 모든 것을 포기하고 만다. 플레이어가 아무리 발버둥쳐도 이 미친 세계를 제정신으로 감당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도대체 이 게임은 어째서 Ⅶ 타이틀을 달고도 이 꼬라지로 발매된 것일까. 당시 스퀘어와 게임계의 현황을 살펴보면 어느 정도는 추측이 가능하다.
우선, 2006년은 PS2의 황혼기가 시작되던 때였다. 대다수의 메이저 게임사가 다가올 PS3의 신작 타이틀을 개발하고 있었기에 PS2 플랫폼인 DC는 그 전에 최대한 빨리 발매되었어야 했다. 그러나 타이밍을 놓쳐도 너무 놓쳐버리는 바람에 FF 시리즈의 개발 인력은 PS3부터 시작되는 거대 통합 세계관 FNC에 집중 배치되기 시작했고, DC는 중요 순위에서 밀려나버리고 말았다.
스퀘어 내의 다른 팀들도 마찬가지로 여유가 없었는데, 스퀘어의 핵심 인력으로 부상한 노무라 사단은 킹덤 하츠 II에 열중하느라 DC를 도울 수 없었고, 무엇보다 노무라는 다가올 FFⅦ의 10주년 기념작 크라이시스 코어 파이널 판타지 7에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로도 참여하고 있던 상태라 그쪽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었다.
그나마 스토리라도 살릴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FFⅦ 원작의 스토리 작가 노지마 카즈시게 역시 크라이시스 코어에 배치된 상태라 도움을 줄 수 없었다. 참고로 노지마는 DC에 참여하지 않았음에도 스태프 롤에 실렸는데, 무엇이고 하니 바로 '''Special Thanks.'''
심지어 본작의 프로듀서인 키타세 요시노리도 크라이시스 코어에 참여하고 있었다. 본작의 단초를 마련했던 키타세마저 이 작품에 오롯이 집중하던 상태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스퀘어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FNC와 CCFFⅦ에 개발 인력을 집중하고 있었으며, DC는 그 사이에 끼는 바람에 이도 저도 아닌 채로 애매하기 짝이 없는 위치를 가져버렸던 것이다. 애초에 크라이시스 코어는 'FFⅦ 10주년'이라는 확실한 타이틀을 가지고 개발되었던 반면 DC는 그냥 외전 작품 중 하나에 불괴했다. 둘 중 어느 쪽에 더 역량이 집중될지는 뻔한 노릇이었다.
더지 오브 케르베로스는 꼬인 스케줄과 무리한 프로젝트 추진이 어떤 결과물을 낳는지를 보여주는 커다란 본보기가 되었으나, 스퀘어는 '''이 전례에서 배운 것이 아무것도 없었는지''' 이후로도 한 번 완결되었던 FFXIII의 3부작화와 FFX의 신작 기획, Versus XIII의 무리한 분할 제작, 도대체 언제쯤 제작될지 가늠할 수 없는 Type-Next 발표를 이어갔다.
2006년부터 시작된 스퀘어의 무리한 프로젝트 추진은 결국 라이트닝 리턴즈의 '''메타스코어 66점,''' FFXV의 '''미완성 발매'''로 돌아오고 말았으며, 10년을 질질 끌어온 XV의 발매를 끝으로 스퀘어의 폭주하던 프로젝트들은 일시적인 소강상태를 맞게 되었다. 하지만 노무라는 자신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끝끝내 증명하려는 듯 KH3가 아직 발매되지도 않은 시점에서 FFⅦR의 분할 제작을 발표하며 다시 한 번 무리한 일정을 추진하기 시작했고, 이에 팬들은 더 이상은 못 참겠다는 듯 인터넷 각지에서 노무라와 스퀘어를 향해 거센 비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8]
이렇듯, 더지 오브 케르베로스는 FF 시리즈는 물론 스퀘어 전체를 놓고 봐도 감히 범접할 자가 없는(...) 압도적인 포스를 가진 희대의 망작이 되었으나, 스퀘어는 월드 오브 파이널 판타지에 본작의 등장인물 셸크 루이를 출연시켜주는 등 DC를 완전히 내다 버린 자식처럼 취급하지는 않고 있다. 사실 DC는 일단 FFⅦ의 시퀄에 위치하고 있으나 근본적으로는 많고 많은 외전 작품 중 하나에 불과하기에 처참한 작품성에도 불구하고 세계관에 이렇다 할 피해는 주지 않은 편이다. 오히려 FFⅦ 이름값으로 팔아먹기는 신나게 팔아먹었지(...).
만약 DCFFⅦ이 본편의 내용 중 하나였다거나 본편을 쪼개서 나눈 파트 중 하나였다면 그 존재 자체로 세계관을 나락에 빠트릴 만한 핵폭탄이 되었겠으나, 본작은 정말 다행스럽게도 외전 형태로 제작되었기 때문에 최악의 시나리오는 간신히 면할 수 있었다. DC를 계기로 스퀘어는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성이 있었지만, FFXV의 DLC '에피소드 프롬프토'에서 '''다시 한 번 3인칭 슈터가 시도됨에 따라''' 전 세계의 수많은 FF 팬들이 그리 곱지만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중이다.
물론, '에피소드 프롬프토'가 아무리 낮은 퀄리티로 나오더라도 DC보다는 높은 재미를 보장할 확률이 높다. DC의 '''경이로운 완성도'''는 감히 따라한다고 따라잡을 수 있는 그런 영역이 아니기 때문. 에피소드 프롬프토는 막장이나 다름 없었던 FFXV의 후반부 스토리를 상당히 보충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 게임과 비교하는 것은 실례 수준이다.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보면 바로 알아챌 수 있지만, DC의 제작진이 목표했던 것은 다름아닌 '''FF계의 데빌 메이 크라이.''' 나름대로 스타일리시 액션 게임을 하나 만들어보려고 했으나 그 결과물은 DMC 제작진이 보면 코웃음이 나올 법한 졸작이었고[9] , 결국 DC는 2010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팬들 사이에서 심심하면 까이는 신세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간혹 '이 게임은 저평가되었다', '생각보다는 재밌다' 등의 옹호 발언을 하는 사람들도 적잖이 있기는 하지만, 글쎄, 실제로 플레이해보고는 하는 말인지 의심스러울 뿐이다.
그래도 세상은 넓고 성향은 다양한 법인지라, 이 게임을 정말로 재밌게 즐기는 유저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이 게임에 푹 빠져서 '''전 미션 S랭크 취득''' 영상을 올리는 사람도 있으니 뭐(...).
5. 더지 오브 케르베로스 로스트 에피소드
2006년 8월 모바일 전용으로 발매된 더지 오브 케르베로스의 미드퀄[10] 작품. 시기상 초반부 WRO 기지에서 니블헤임의 신라 멘션으로 갈 때까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참으로 반갑게도 쥬논이 배경으로 나온다. 이런 건 좀 본편에 넣으라고(...). 아무래도 모바일이다보니 본편에 비해 그래픽도 조작감도 훨씬 조악한 편이지만, 그래도 일단은 3D고, 본편의 느낌을 어떻게든 그대로 옮기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많이 보인다. 물론 그 본편의 느낌이라는 것이 좋은 것이냐 하면 그건 또 아니라는 게 아이러니하지만.
당연하게도 일본과 서양에만 발매되었으며, 현재는 판매를 중단한 지 한참이기 때문에 접근성이 최악이다. 하지만 너무 아쉬워할 필요는 없는 것이, 일단 작품 자체의 플레이타임이 매우 짧은 편인데다 본편과 마찬가지로 크게 재밌지도 않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현재 이 작품은 FFⅦ 10th 가이드북에서 '컴필레이션 외의 작품'으로 처리된 상태다. 다시 말해 '''공식 스토리로 취급되지 않는다는 것.'''
현재로서는 '이런 것도 있었구나' 하고 끝내면 되는 게임이다.
6. 기타
유피 키사라기의 캐릭터 모델링이 '''굉장히 잘 뽑힌 편이다.''' 사실 이 게임에서 가장 완성도가 높은 모델링이기도 하다. 우선 표정 변화가 매우 뚜렷하게 나타나며, 어색하거나 부자연스러운 느낌이 없고, 뭣보다 히로인이라는 주제에 허구한 날 똥 씹은 표정만 내내 일관하고 있는 루크레치아와 셸크보다 훨씬 매력적이다.
사실 제작진이 게임 내적으로 유피를 푸쉬해준 느낌이 꽤나 있는데, 우선 인트로 FMV부터 빈센트를 제치고 제일 먼저 등장하는 캐릭터이며, 동시에 본작의 FMV 최다 출현 캐릭터이기도 하고, 결정적으로 비공정 시에라 호에서 대화를 나눌 때 '''전용 테마곡'''이 흐르는 유일한 캐릭터다. 그렇잖아도 본작의 오리지널 캐릭터들이 다 하나같이 재미없는 인물들 투성이라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도대체 유피는 언제 나오나 하고 목이 빠져라 기다리게 되는데, 끔찍하게 지루한 니블헤임 미션 막바지에 유피가 등장할 때 정말 눈물이 날 정도로 반가운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이 유피마저도 줄거리 내 비중이 극히 적은 편이니, 원작의 다른 동료들은 말할 것도 없다. 캐트시는 사실상 리브에게 비중이 먹혔으며, 시드는 비공정 내에서만 만날 수 있고, 클라우드 · 티파 · 바레트 · 레드 XIII은 FMV에서만 나온다. 보나마나 인게임 모델링 만드는 것에 돈 쓰기 싫었던 거겠지(...).
특히 레드 XIII은 상태가 매우 심각한데, 클라우드와 티파, 바레트는 그래도 주요 전투 장면에서 잠깐씩 얼굴을 비추는 반면 얘는 엔딩 FMV에서 '''딱 6초 나온다.''' 이전 어드벤트 칠드런 때도 제작진이 "얘 털 휘날리는 모습이 프레임을 너무 잡아먹는다", "한 번 움직일 때마다 돈이 깨진다" 등을 늘어놓으며 징징거린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때보다도 제작비가 훨씬 후달렸는지 얘를 아예 구석탱이에다 처박아놓았다. 이래봬도 레드 XIII은 시리즈 유일의 4족보행 파티원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캐릭터인데 대우가 너무 박하다. 본작이 얼마나 빈약한 환경에서 제작되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다.
개발 과정에 있어 프로그래밍 문제가 끊임없이 제작진을 괴롭혔다고 하는데, 문제가 정말 심각했는지 더지 오브 케르베로스는 PCSX2 에뮬레이팅 수준이 '''최악'''을 달리는 게임 중 하나다. 고질적인 화면 렌더링 문제[11] 와 자잘한 그래픽 오류, 답도 없는 프레임 드랍이 한데 뒤엉켜 발생하는데, 이는 안 그래도 끔찍한 작품성과 겹쳐져 플레이어의 멘탈에 융단폭격을 가한다. PCSX2로 완전한 60프레임 고정을 맞추기 위해선 어지간한 하이엔드 PC는 가져와야 한다. PS2를 아직 가지고 있다면 그냥 정품 하나 구해서 플레이하자.
더지 오브 케르베로스는 Ⅶ 컴필레이션 중에서 사상 최초로 거대 규모의 '''전쟁'''을 묘사한 작품이다. 클라이막스의 '미드가르 전쟁'이 바로 그것인데, CC의 '제네시스 전쟁'과 Ⅶ 본편의 '제노바 전쟁'은 초월적인 강함을 가진 자들간의 충돌이 메인이므로 전쟁다운 느낌이 크게 살아나지 않지만 DC의 미드가르 전쟁은 딥그라운드와 WRO간의 초대형 전투가 펼쳐지기 때문에 이전까지와는 다른 무거운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다.
'조금이나마' 라고 표현한 이유는, 미드가르 전쟁의 상당수가 FMV로만 등장하기에 플레이어가 직접 경험하는 것은 불가능해서다. 당시 빈센트는 미드가르 탈환 이전에 딥그라운드 본거지로 쳐들어가는 것이 최우선 목표였기에 본대와는 떨어져서 독자적으로 행동하기 때문. 덕분에 플레이어는 십자포화가 쏟아지는 전장 한복판이 아닌 사이드만 돌다가 미드가르 지하로 진입하게 된다. 여러모로 아쉬운 부분.
특이한 점이 하나 있는데, 게임 최후반 딥그라운드 본거지로 들어간 뒤부터 상황에 따라 빈센트가 '''독백을 한다.''' "위로군", "함정인가", "서두르자" 등등. 보아하니 원래는 게임 전체에 이런 기믹을 넣으려고 했던 것으로 보이나, 제작비 문제로 마지막 부분에만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6.1. 크라이시스 코어와의 관계
본작에서 그나마 플레이어의 흥미를 자극할 만한 요소를 하나 꼽으라면 'G 리포트'를 꼽을 수 있는데, 다들 알고 있듯 이 'G'는 크라이시스 코어의 메인 등장인물 제네시스 랩소도스를 의미한다.
당시는 이 캐릭터가 본명이 아닌 'G'라는 이니셜로만 불리고 있었다. 때문에 플레이어들은 다가올 크라이시스 코어에서 이 'G'가 어떤 행적을 보일지를 굉장히 궁금해했으며, 이는 크라이시스 코어의 기대감을 상승시키는 효과를 낳았다.
또한, 이 'G'라는 인물을 비밀스럽게 추적한 어느 1st 클래스 솔저에 대한 내용도 리포트에 언급되어 있어 크라이시스 코어의 전체적인 줄거리와 그 결말, 그리고 더지 오브 케르베로스와의 관계를 두고 당시의 팬들 사이에서 무수한 이야기와 예측들이 나왔다. 다른 건 몰라도 다가올 Ⅶ 컴필레이션의 새로운 이야기를 제대로 홍보해준 효과는 있었던 셈.
그러니까, 더지 오브 케르베로스는 크라이시스 코어의 값비싼 예고편이라고도 할 수 있다(...).
6.2. 세계관 최후의 시열대
더지 오브 케르베로스는 Ⅶ 컴필레이션에 속하면서도 에어리스 게인즈버러와 세피로스가 등장은커녕 언급도 되지 않는 희귀한 작품으로, 이는 DC가 FFⅦ 본편에서 3년 뒤, 어드벤트 칠드런에서 1년 뒤라는 비교적 먼 시점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까지 원작의 이야기를 계속 끌고 나가는 것은 무리가 따르기에 WRO와 딥그라운드를 주축으로 세계관을 새롭게 환기하려고 했던 것인데, 그 과정에서 과거의 등장인물인 에어리스와 세피로스는 자연스럽게 퇴장 수순을 밟은 것.[12]
제작진이 원작 캐릭터들의 비중을 줄이면서까지 DC의 오리지널 캐릭터들을 밀어줬던 이유는 간단한데, 정황상 스퀘어는 '''DC 이후로도 세계관을 계속 이어가려고 했다.''' 생사가 불분명한 상태로 엔딩에 잠깐 등장하는 샤루아의 모습,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는 셸크, 시드가 비공정에 사용했다는 잃어버린 고대문명[13] 의 기술, 그리고 히든 엔딩에 등장하는 '''제네시스 랩소도스'''까지. 이후로도 세계관을 계속 전개해나갈 수 있는 요소들을 본작에서 잔뜩 뿌려놓았기 때문에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후속작을 제작할 수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FF 시리즈 사상 최초로 시도되는 초대형 통합 세계관 FNC가 본격적으로 가동됨에 따라 스퀘어의 개발팀들은 그쪽에 집중 배치되기 시작했고, Ⅶ 컴필레이션은 어드벤트 칠드런 컴플리트를 끝으로 소설이나 스핀오프 미니게임을 제외하고는 더 이상의 움직임을 보이지 않게 되었다. 어찌 보면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었는데, 이 불안정한 작품을 토대로 세계관을 이어갔다가는 또 어떤 끔찍한 물건이 튀어나올지 알 수 없는 노릇이므로 그냥 손을 놓는 것이 최선이었다. '''실제로 파뷸라 노바 크리스탈리스의 결과물은 굉장히 처참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2015년 파이널 판타지 7 리메이크의 제작이 결정된 지금, DC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는 제작진에게 달려 있다. 과연 DC의 설정을 리메이크에 얼마나 반영할 것인지, 그리고 DC 이후의 시간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을 제작할 계획이 있는지. 모든 것은 제작진에게 걸린 상태다.
[1] 서구권에서는 DOCFFⅦ으로 칭하기도 한다.[2] 무려 PS3가 발매되고도 2년이나 지난 시점이다(...).[3] 라이트닝 리턴즈는 XIII 트릴로지를 최악으로 마무리지으며 라이트닝 사가를 흑역사로 떨구어버렸고, 회사 측에서도 이 작품의 실패를 인정했다. 정식 넘버링의 직계 후속작이면서 판매량도 채 100만장을 못 넘겼다. 구 파이널 판타지 14는 아예 한술 더 떠 서비스를 한 차례 종료한 다음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야 했고, 그 과정에서 천문학적인 손해를 회사에 가져왔다.[4] 잘 알다시피, 원작 FF7은 캐릭터와 오브젝트가 3D 그래픽이었으며, 맵은 2D 배경이었다.[5] 참고로 정식 넘버링, 외전을 모두 포함해 역대 파판 시리즈 중 최악의 메타크리틱 점수는 구 파이널 판타지 14의 49점. 제작진에서도 쓰레기임을 인정하고 폐기처분한 작품과, 나름 수정을 가하고 뜯어고친 작품의 점수가 비슷하다는 점이 이 작품의 현실을 증명한다.[6] 일반판과 인터내셔널 버전간의 세이브 연동은 불가능하므로 일반판을 클리어 한 사람이라도 인터내셔널 버전을 다시 클리어해야 한다.[7] 인터내셔널 버전은 국가 코드를 인식하므로 일본어 자막을 위해선 일본판 기기를 사용해야 한다. 한국판 기기를 사용하면 자막이 영어로 나온다.[8] 노무라는 FF7R의 트레일러에서 본인의 이름이 언급 되기전까진 본인이 디렉터인걸 몰랐다고 한다. KH3 개발중에 FF7R 프로젝트까지 무리하게 추진시킨건 노무라가 아니라 스쿠에니 윗선의 문제라고 봐야한다. 아마 대형 프로젝트 두개를 한꺼번에 떠안게 된 그도 미칠 노릇일거다.[9] 무엇보다 이 게임이 발매된 2006년의 전해인 2005년에는 DMC 시리즈 사상 최고의 명작이라고 평가받는 데빌 메이 크라이 3가 출시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DMC3는 발매되자마자 Extreme Combat 장르가 제대로 가야할 방향을 제시한 게임으로 평가받았던 작품이었다.[10] 작품이 다루고 있는 시간대의 '중간'에 일어난 일을 다루는 후속작.[11] 화면의 반이 갈려서 한쪽만 풀 렌더링이 되는 오류. 개발 버전인 1.5.0에 가서야 겨우 해결되었다.[12] 일례로, 클라우드 일행의 왼팔을 보면 어드벤트 칠드런과 달리 에어리스를 기리는 리본이 없다.[13] 세트라와는 다른 문명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