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 맨 워킹
1. 용어
Dead Man Walking. 사형집행을 직감한 사형수가 형장으로 이동하는 것, 그 걸음걸이와 시간을 뜻하는 미국어이다. 직역하면 죽은자의 걸음. 확정적으로 곧 죽을 운명이라는 것을 이미 죽은 자라고 은유하는 것이다. 때문에 직장의 해고예정자라는 뜻으로도 쓰인다. 어느 의미로든 자주 쓰이는 표현은 아니다. 한국어에는 직접적으로 같은 표현은 없지만, '도살장 끌려가는 소 (같다)'라는 속담이 유사한 정서를 담고 있다.
죽기 직전 자신을 고찰하며 생각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므로, 사형을 주제로 하는 가상 매체에는 이 장면이 한 번 정도는 포함되기 마련이다.
참고로 대한민국과 일본[1] 의 사형제도는 죄수들에게 정확한 일정을 예고하지 않기 때문에, 재판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수감자들은 집행 당일 까지 그 여부를 알 수가 없다. 당연히 '이제 집행한다.'고 선고하며 데려가는 것도 아니라 사형수들은 항상 공포에 떨며, 교도관들의 분위기에 굉장히 민감하다고 한다.[2]
보통 "면회"가 온 것처럼 위장하고 데리고 가기 때문에 알지 못하나 '''당연히 면회장과 사형장으로 가는 길은 다르며,''' 이것을 사형수가 알아차린 순간이 바로 데드 맨 워킹의 시작이다. 이 과정에서 "이쪽은 접견가는 방향이 아니잖아!"라며 발버둥 치는 것은 하나의 클리셰. 무풍지대에서 임화수도 끌려가며 이 드립을 쳤다. 하모니에서 나문희 여사님이 접견 통보 받았을 때 같은 방사람들이 "언니! 오늘 좋은 날이네. 오전에 접견하고, 오후에 또 하고. 그런데 접견 하루에 한 번 밖에 못하잖아. 설마? 으허헝~~ 언니 안돼"라며 울었다. 이런 식이니 발걸음을 옮기는 사형수가 도중에 저항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에, 그 몸부림을 제지하는 교도관들이 상당히 힘들어한다고 한다.[3]
영어권에서는 집행기일을 사형수에게 고지하며 최후의 만찬이라는 관행이 있다. 사형수가 사형집행일 직전 먹고싶은 음식을 배급해주는 것.[4] 또한 혹시나 사형수가 자살 혹은 자해 행위를 할 것을 대비해서 2명 정도의 교도관들이 집행 전까지 감시를 한다. 그런데... Teufelskoche라는 책자(한국어 번역판 제목 <날 것의 인생 매혹의 요리사>)에서 나오길, 미국에서도 보통 이렇게 알려졌는데 전혀 아니라고 한다.
실제로 미국에서 사형수들 음식을 죽기 전에 만들어준 주방담당이 이 책 한 에피소드에 나와 사진도 찍고 증언했는데, 터무니없는 헛소리라고 부정하고 있다. 고작해야 그 형무소에 있는 음식에서 최대한 먹고 싶은거나 원하는 걸 만들어주는 것이지 먹고 싶은 것이라고 아무 거나 다 만들어주는 게 절대 아니라고 증언했다. 실제로 죽기 전에 뭘 먹고 싶냐는 한 사형수는 똥을 요구했는데 형무소 측은 요구르트를 몇 개 줬다든지 고기를 실컷 먹고 싶다라고 하던 사형수에게는 형무소에는 햄버거 패티 밖에 없는데 이거라도 실컷 먹을래? 햄버거와 패티를 여럿 끼워 둔 걸 줬다든지 이런 일이 있다고 한다. 여담으로 이 책에 바로 이디 아민 전속 주방장인 오톤데 오데라도 나와 사진찍고 과거를 이야기하며 이디 아민의 식인 여부에 대해 부정했다.
중국의 경우는 처형 전에 사형수들이 원하는 복장(대개는 체포 직전에 입고 있던)을 착용시켜 주는 전통이 있다고 하며, 1990년대의 조리돌림 사진에도 여자 사형수들이 청바지에 빨간 하이힐 같은 걸 신고 있는 걸 볼 수 있다. 물론 문화대혁명 시기와는 달리, 이 당시는 공개처형 따위는 폐지된 지 오래.
2.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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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개요
'''제68회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주연상 수상작 / 감독상, 남우주연상, 주제가상 후보작'''
참조 사형수 및 사형집행에 관련된 영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사형을 다룬 1985년의 영화 '레이몬드 그레이함의 사형집행'에서도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2.2. 등장인물
사형수인 매튜 폰슬렛과 그를 돕고자 하는 헬렌 수녀가 이야기의 중심이다. 매튜 폰슬렛은 두 사람 중 여자 한 명을 강간하고 둘 모두를 살해한 혐의로 체포되어 사형을 선고받았으며, 헬렌 수녀는 우연히 편지를 받고 그를 돕기 위해 직접 찾아 가게된다.
보통 이런 류의 영화에 자주 나오는 이 녀석도 사실은 좋은 녀석이었어나 용서의 개념과 거리를 두고 있다. 매튜는 영화 내내 뻔히 범죄를 저질러놓고도 자신은 억울하다고 우겼으며 언론과 마주하는 자리에서 노골적으로 인종차별 발언을 하거나 나치를 신봉하는 천하의 개쌍놈이었다. 범죄도 주범이었고 시체 훼손까지 저질렀다는 언급이 나온다. 이러니 피해자 유족들은 분노해 "저런 악마를 용서하라고요?"라면서 하나 같이 수녀를 원망스럽다는 듯이 쳐다본다.[5]
이런 사람이 죽음을 앞에 두고 점차 무너져 가는 모습과 드러나는 인간적인 모습, 그리고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사형집행 장면과 범행 장면의 교차편집을 통해서 인간이 저지른 살인과 국가가 저지르는 살인에 대한 정당성을 관객에게 냉정하게 보여주고 있다.
2.3. 여담
잠깐이지만 잭 블랙이 나온다. 매튜 폰슬렛의 동생 역으로 나오는데, 정말 짧은 연기지만 진지한 영화에도 꽤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2.4. 명장면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사형 씬. 사형제 폐지와 관련된 토론이 있을 때마다 삽입되곤 한다.
2.5. 실화와 비교
영화의 주인공인 매튜의 실제인물은 엘모 패트릭 소니어라는 인물로 영화에서처럼 아직 십대에 불과한 연인을 강간살해한 혐의로 사형당했다. 실제 사건은 영화와는 약간 차이가 있다.
- 패트릭 소니어와 그의 동생인 에디 소니어는 한적한 가로수길에 차를 대고 연인에게 접근하여, 자신을 경찰관이라 사칭하며 사유지 무단침입죄로 체포한다고 협박한다. 그리고, 이들은 어린 두 연인에게 수갑을 채운 뒤 차를 몰아 범행장소로 데려간다. 그곳에서 패트릭 소니어는 17세인 피해자 남성은 나무에 묶어두고 18세인 피해자 여성을 강간한다. 그 뒤 피해자 여성에게 자신의 동생과 성관계를 맺어주면 피해자 남성과 함께 조용히 풀어주겠다는 제안을 하고, 여성은 이에 응한다. 패트릭 소니어는 약속대로 이들을 풀어주나 경찰에 밀고할까 하는 두려움에 약속을 어기고 이들을 살해하기로 마음먹는다. 패트릭 소니어와 그의 동생은 방금 풀어줬던 두 남녀를 다시 제압한 뒤 도랑으로 데려가 땅에 엎드리게 한다. 그리고 패트릭 소니어는 피해자들을 라이플로 각각 3발씩 쏘아 살해한다. 동생은 직접적으로 살인은 하지 않았지만, 옆에서 형광등을 비추며 형의 살인을 방조한다.
- 법정에서의 증언에 의하면 패트릭 소니어는 이렇게 경찰관을 사칭하여 협박하는 방식으로 같은 장소에서 데이트 중인 연인들을 수없이 많이 강간했다고 증언했다.
- 수잔 서랜든 역할의 실제 인물인 헬렌 수녀는 영화와는 달리 지금도 진짜 범인은 패트릭 소니어가 아닌 그의 동생인 에디 소니어라고 주장한다. 그녀의 주장에 의하면 패트릭 소니어는 살인혐의만큼은 무고하나 그동안 비슷한 수법으로 수많은 십대여성들을 강간한 것에 대한 죄책감과 동생을 살리기 위한 마음으로 살인죄를 뒤집어 쓴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현재까지 밝혀진 증거를 취합해보면 진범은 패트릭 소니어가 맞다. 헬렌 수녀는 오랫동안 범죄자와 교감하다 보니 스톡홀름 신드롬에 빠진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사고 있다. 실제로도 패트릭 소니어를 수녀들이 묻히는 공동묘지에 묻어주고 장례를 지내주기까지 했다. 실제 FBI 베테랑 수사관들도 흉악범들을 조사하며 오랜 시간 교감하다보면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되는 사례가 많이 있다.
- 영화에서는 약물주사형으로 죽는 걸로 나오나 실제는 전기의자형으로 사형이 집행되었다. 영화와는 달리 패트릭 소니어는 죽기 전 피해자 남성의 아버지에겐 사과하나 피해자 여성의 아버지에겐 사과하지 않는다. 사형집행 전 피해자 여성의 아버지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패트릭 소니어는 죽어 마땅한 인간이라고 인터뷰를 했고, 이를 본 패트릭 소니어는 불같이 화를 내며 막말을 퍼부었고, 죽기 전까지 앙금을 풀지 않았기 때문에 피해자 여성의 아버지에게 끝내 사과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 에디 소니어도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복역하다가 2013년, 57세의 나이로 교도소에서 병사한다. 패트릭 소니어와 다르게 교도소 공동묘지에 안치되었다고 한다.
3. 관련 용어
[1] 일본의 경우 처음에는 알려줘서 마지막을 준비하게 해주었는데 소식을 듣고 형 집행 전에 자살해버리는 사형수들 때문에 사전고지하는 것을 없애버렸다고 교도관 나오키에서 나온다. 조갑제의 1970년대 르포 '사형수 오휘웅'에도 비슷한 언급이 나온다.[2] 단 한 명의 예외가 있기는 한데, 조갑제의 “사형수 오휘웅 이야기”에 따르면 강도살인을 저질러 1982년 사형된 박철웅은 사형 집행 당일 그 사실을 통보받았다고 한다.[3] 이게 괴로울 수 밖에 없는 것이, 암만 법적 절차에 의해 사형을 구형하며 선고 및 집행하는 것이더라도 현직 교도관들의 입장에서 극단적으로 보면 '''사람을 죽이기 위해서이고,''' 만약 사형수가 발버둥친다면 '''어떻게든 죽이려고자 억지로 끌고가야만 하는''' 상황이다. 교도관 나오키라는 만화에서도 사형수 전담 교도관들의 정신적 고통을 다루고 있다.[4] 미국에서 사형수의 마지막 식사라고 나오는 메뉴 품목들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집행 이후 주 법무부 대변인이 사형집행이 끝난 후 언론사 기자들이 모인 가운데에서 집행 보고를 하는 과정에서 모두 말해준다.[5] 거기다 헬렌 수녀는 원래 흑인 할렘가에서 봉사하고 있었는데 흑인을 비하하는 살인마를 옹호한다고 눈총을 사서 자신이 도와주던 흑인들에게도 멸시와 배척을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