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 계승자
1.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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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herit the Stars'''
제임스 P. 호건(James P. Hogan)의 SF 소설.
1977년작이나 한국에선 2009년에 정식 번역. 번역자는 이동진. 절판 상태에서 비싼 가격으로 중고 거래만 이루어지고 있었으나 2016년 7월 25일 아작에서 다시 출간되었다. 북텔러리스트에서 2016년 10월 SF특집으로 성우들이 낭독하기도 했다.[1] 카카오페이지에서 무료로 서비스한다.
2. 줄거리
지구의 위성인 달에서 우주복을 입은 시체 한구가 발견된다. 놀랍게도 우주복과 시체는 5만년 전의 것으로 확인되며 과학자들은 이 시체를 월인(月人) '찰리'로 명명하고 조사에 들어간다. 이후에 다른 단서를 차츰 발굴해 나가면서 과학자들이 수수께끼를 밝혀나가는 내용. 엄밀한 과학적 사실을 토대로 시체의 근원을 추적하는 과정이 세밀하게 묘사된다.
처음에 찰리의 정체를 두고 과학자들은 고대인설과 외계인설로 나뉘어 극렬하게 대립한다. 고대인설의 근거는 찰리의 유전구조가 현생인류와 거의 동일하다는 것. 수렴진화를 고려하더라도 이는 형태나 기능의 수렴일 뿐이지 유전구조나 진화계통적 동일성은 생물학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일이며 따라서 찰리는 지구인과 동일종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5만년 전에 달에 인류를 보낼 정도의 고도의 문명을 이룬 이들의 흔적이 여태까지 하나도 발견되지 않았던 것 역시도 말이 안 되고, 해독되기 시작한 찰리의 수첩에 적힌 달력으로 추정되는 숫자에는 1년이 1700여일로 표기된 것 등등 때문에 고대인설에는 커다란 결함이 있고, 이를 두고 외계인설을 주장하는 일부 연구원들이 서로 갑론을박한다.
이후에 달에서 월인들의 다른 고대유적들이 더 발굴되면서 거기에서 출토된 생선 통조림 안의 생선이 지구의 동물들과 아예 다른 진화계통의(외골격과 내골격 구조를 모두 가지고 있다) 생물이라는 점이 밝혀지면서 외계인설에 힘이 실린다. 또한 달에서 핵폭발의 흔적들을 발견하게 되고 달의 뒷면에 외부에서 쏟아져내린 토사가 두껍게 층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도 밝혀지면서 찰리가 화성과 목성 궤도 사이에 존재했었던 어떤 행성의 출신이란 게 밝혀진다. 과학자들은 월인들이 핵전쟁으로 파괴시키고 현재는 소행성대로 변한 그 행성을 미네르바로 명명한다.
한편, 월인 연구팀과는 별개로 이전부터 태양계 탐사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월인의 발견으로 지구가 떠들썩하던 와중에 목성의 위성 가니메데에 착륙한 조사팀은 그곳에서 불시착한 외계 우주선의 잔해를 발견한다. 이 우주선은 지구보다도 고도의 기술력으로 제작되었으며 그 내부에서는 키가 3m가 넘는 거대 외계인의 사체도 발견되는데, 이 새로운 외계종족은 가니메데인이라고 이름붙여진다. 이 가니메데인의 골격 구조를 조사해 본 결과 달에서 발견된 월인들의 생선통조림의 생선과 같은 진화계통에 속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결국 다시 가니메데인이 미네르바인이고 월인은 고대 지구인이었다는(비록 유적지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천에 하나의 확률로 미처 발견을 못한 것일 뿐이라 여기고) 설이 힘을 얻게 된다.
월인 연구팀도 연구를 계속하여 달에서 발견된 월인 유적지의 마이크로필름을 일부 해독하는데 미네르바에서는 행성 전체가 세리오스와 람비아라는 두 개의 국가로 나뉘어 전쟁 중이었다는 것과, 자원의 고갈과 빙하기의 도래로 행성이 멸망하기 일보직전의 상태였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전쟁 역시 다른 행성(아마도 지구)으로의 이주를 위한 자원과 기술의 선점을 위한 것이었으나 결국 핵무기의 사용으로 행성이 통째로 파괴된 것이다. 학자들은 두 국가가 월인과 가니메데인의 국가가 아닐까 짐작하지만 기록의 어디에도 서로의 나라를 묘사하면서 다른 종족이라는 암시가 없다. 또한 가니메데인의 기술력은 월인이나 지구인보다도 훨씬 앞선 고도의 것이며, 가니메데까지 초대형 우주선을 보낸 것으로 미루어 보다 행성이주를 위한 능력도 충분하다. 덕분에 가니메데인의 정체는 다시 미궁 속에 빠지려 하지만 가니메데에 가 있는 태양계 탐사단이 가니메데인의 우주선을 조사한 결과 그 우주선이 자그마치 2500만년 전의 것(참고로 찰리는 5만년 전)이라는 걸 알아내고, 월인들의 기록에서도 '거인처럼 지혜로운', '거인이 살던 시절' 등의 관용어구가 발견되어 결국 가니메데인은 2500만년 전 미네르바에 살았던 구 미네르바인이고, 월인들은 가니메데인 이후 새로 미네르바에 등장한 신 미네르바인이었다는 결론이 내려진다.
한편 진화계통상의 월인과 지구인의 공통점에 대한 의문이 여전히 남는데, 이 역시 가니메데인의 우주선에서 실마리가 풀린다. 가니메데인의 우주선에서 신생대의 각종 지구 생물 샘플이 발견되면서 2500만년 전에 가니메데인이 지구의 생물 일부를 미네르바로 이주시켰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월인들은 그때 미네르바로 이주한 지구산 영장류의 후손이었던 것이다. 가니메데인과 같은 계통의 생물종은 그 구조상 높은 이산화탄소 농도 하에서 호흡이 힘들다. 그런데 2500만년 전 미네르바는 급격한 환경변화로 미네르바 토종생물들에게 생존하기 힘든 환경이 되어갔으며 당시 미네르바에 살고 있던 가니메데인들은 지구산 생물을 이주시켜 테라포밍을 시도했으나 결국 실패하고 우주선을 만들어 태양계 밖으로 집단 이주를 떠난 것이다. 이후 미네르바에 남은 미네르바 토종생물들은 육상에서는 대부분 절멸하고 수상종 등으로만 살아남고, 비어버린 미네르바의 땅 위에는 지구산 외래종들만이 남아서 생태계를 구성해 이후 월인까지 진화하여 다시금 우주선을 날릴 정도의 문명을 구축한 것이다.
찰리의 정체에 대한 대부분의 의문이 풀렸다 생각하고 있을 적에 찰리가 가지고 있던 수첩도 완전히 해독된다. 일종의 일기로 동료인 코리엘과 함께 달 기지로 이동하게 된 경위와 수행한 임무 등에 대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런데 과학자들은 찰리의 기록에서 새로운 모순점을 발견한다. 광선포 무기를 달에서 발사했더니 4분만에 미네르바의 표면에 직격했다는 기록이 문제였다. 미네르바는 지구에서 2억 4천만~2억 6천만km 떨어진 곳에 위치했었던 행성이다. 광선 무기가 4분만에 2억 km 떨어진 곳에 직격하여 뚜렷한 피해를 낸다는 건 불가능하다. 작중에서는 이게 가능하다면 행성간 항법 개발이 문제가 아니라 은하계를 자유롭게 왕래할 수준이라고 말할 정도다. 이 외에도 미네르바에서 달 기지까지 이동하는 데에 걸린 시간 역시 우주선의 기술 수준으로는 불가능한 시간이고, 또한 월면 기지에서 미네르바의 모습을 관찰했다는 기록도 존재한다.
이 일기를 통해 미네르바가 사실은 지구를 가리키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가진다. 찰리에게 남아있는 지도는 지구와 다르고, 기록 역시 지구와 미네르바는 다른 별임을 증명하고 있지만, 찰리가 있던 곳은 지구의 달이고, 달에서 쏜 빔은 미네르바를 파괴했지만 그 빔이 광속을 뛰어넘어 파괴하고 그 결과를 관측해냈다는 모순 때문에 과학자들은 여러갈래로 나뉘어져서 논쟁을 벌이게 된다.
결국 밝혀지게 된 진실은 핵전쟁으로 미네르바가 산산히 파괴되면서 그 충격파로 미네르바의 달이 궤도를 이탈하고, 태양으로 향하던 중 지구의 중력에 붙들려 현재 지구의 달이 된 것. 찰리가 죽은 미네르바의 달은 시간이 지나면서 지구의 달이 되어버린 것이다. 즉, 과거 미네르바에 위치했던 달의 광선 무기가 4분만에 도달했다는 찰리의 기록에는 모순점이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당시 미네르바 행성을 바로 보고 있던 달 표면은 현재 달의 뒷면이었고, 그래서 파괴된 미네르바 행성에서 날아온 토사가 달의 뒷면에 쌓인 것이다.
하지만 찰리에 대한 의문점이 해소 되었다며 조촐한 파티가 열렸을 때 찰리의 생물학적 특성이 지구인과 거의 일치하는 것을 연구한 생물학자가 월인과 지구인의 지나친 동일성에 대해 한 가지 가설을 내놓는다. 월인과 지구인이 수렴진화의 수준이 아니라 완전한 동일종일 것이라는 가설. 즉, 찰리와 함께 미네르바의 달에서 살아남은 소수의 월인들이 달의 기지에서 잔존했다가 지구의 중력에 묶인 달에서 탈출해서 지구로 내려와서 지구의 대기와 중력에 적응하여 네안데르탈인과의 생존을 건 전쟁에서 승리하여 지구를 차지하고 번성했다는 가설을.
결국 우리 지구인들이 바로 '''별의 계승자'''라는 것이다.
그리고 에필로그. 시점은 지구로 돌아와서, 한 고고학자가 이상한 금속으로 된 손목시계 형태의 장치를 발견한다. 거기에 적혀 있는 문자는 바로 월인어로 '코리엘'. 찰리의 친구였으며 함께 달 기지로 전출된 동료이다. 프롤로그에서 황무지를 헤매다 결국 쓰러진 찰리를 동굴에 두고 떠났던 그 코리엘이다. 즉 코리엘은 달에서 지구로 온 월인의 최후의 생존자 혹은 그 중 한 명이며, 지구인은 코리엘의 후손이라는 말. 작중에 묘사되는 코리엘의 모습은 지칠 줄 모르는 강인한 체력과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낙관적인 성격, 그리고 왕성한 성욕...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곧 인간의 종족적 특성이기도 하다. 손목시계를 살펴보던 고고학자는 누군가의 장난일 거라 여기고 손목시계를 버린다.
3. 기타
후속작으로 《가니메데의 친절한 거인(The Gentle Giants of Ganymede)》과 《거인의 별(Giants' Star)》, 《내부우주(Entoverse)》, 《미네르바의 임무(Mission to Minerva)》가 있으며, 5권을 합쳐서 Giants 시리즈로 부른다.
애니메이션 기동전사 Z 건담 극장판 '별을 계승하는 자'와 이상한 바다의 나디아 최종화 제목이 바로 이 소설의 제목에서 따왔다.
제12회 성운상 해외 장편 부문 수상작이다.
4. 만화판
《멸망한 짐승들의 바다(滅びし獣たちの海)》로 유명한 일본의 만화가 호시노 유키노부(星野之宣)가 본편과 나머지 후속편 2작을 코믹스화해서 총 4권으로 발매했으며, 해당 코믹스판은 2013년 성운상 코믹스 부문을 수상했다. 해당 코믹스판은 원작을 밑거름으로 해서 독자적인 설정을 첨가해 놓았다. 단순한 유토피아였던 지구는 과거의 재벌들에게 독재당하는 과두정 체제였고, 제블렌의 위협을 이미 평화 위원회가 알고 있으며,[2] 찰리의 정체를 감추기 위해 테러를 일으키는 등... 따라서 작가가 임의의 설정을 추가했다기 보다는 별의 계승자와 그 후속 소설의 이야기와 설정을 동시에 서술 및 전개하고 있다. 이게 나름 타당한 것이 원래부터 평화 위원회가 있었다면 찰리의 발견이나 샤피에론 호의 방문에 이들이 대응하지 않을 리가 없기 때문. 이런 전개 덕에 만화판은 소설과는 또다른 재미와 흥미 및 이야기 구도를 가지고 있다. 그 예로 별의 계승자 시리즈 3편인 거인의 별에서 등장하는 평화 위원회가 1편과 2편의 내용에 어떻게 반응하고 대처하는지, 그리고 우주군이 이런 평화 위원회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등.[3]
학술적인 면에서도 원작에는 없는, 지구에 달이 없는 경우에 대한 가설이 등장.(#) 달이 없었다면 지구 생성 당시의 고속회전에 브레이크를 걸지 못해 하루가 8시간이고 이로 인해 엄청나게 강한 바람이 영구히 부는[4] 끔찍한 세계가 된다는 가설이다. 그리고 낮이 4시간이고 숲 밖으로 나갔다간 바람에 휩쓸려 날아가 버릴 세계에서 인류가 어떻게 발전했을까도.[5]
[1] 구자형, 정훈석, 채안석, 김현수 등이 참여했다.[2] 소설에서는 점차 SF 스릴러화해가는 후속권들에서 제시되는 내용이다.[3] 사실 제블렌의 하수인이자 지구의 무장해제를 획책하는 평화 위원회와 이들의 의심스러운 행보를 추측하고 대응하려는 우주군 사이의 물밑 싸움과 첩보전도 만화판의 색다른 재미다.[4] 하루가 10시간인 목성에 가로줄이 보일 만큼 강풍이 불고 거대한 소용돌이인 대적반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알 수 있다.[5] 이 과정에서 고생물들과 관련된 얘기도 나오기를 공룡들의 크기가 커지고 기묘한 모양의 뿔과 프릴을 지니게 되는 이유가 이 달의 부재로 생기는 초거대폭풍에 적응한 결과라는 가설이 나오지만, 현대 고생물학에 따르면 기낭이라는 기관이 공룡의 크기를 키울 수 있게 한 것이다. 트리케라톱스를 제외하면 각룡류 대부분의 프릴에 구멍이 뚫리고 살로 덮인, 충격에 취약한 구조이니 이것도 고증오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