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기도
1. 개신교의 새벽기도
한국의 개신교 교회에서 거의 매일[1] 행하는 기도모임. 명칭에서도 보여지듯이 교회 대부분이 새벽 5시쯤에 드린다. 규모가 큰 교회 중에서는 편의상 새벽 5시와 6시, 2부로 나누어서 드리는 곳도 있다. 수요예배의 축소판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엄연히 설교가 진행되어 새벽예배라고 칭하는 교회도 있다.
과거와 달리 현대 사회는 과거와는 생활패턴도 다르고 밤문화도 발달해 사람들이 보통 자정이 넘어 잠들고 다음날 아침에 일어난다. 그러나 매일 새벽 5시 무렵에 하는 새벽기도에 참석하려면 보통 새벽 4시 ~ 4시 반에 기상해야 한다. 그 시간에 일어나려면 적어도 오후 10시 전에는 잠들어야 하지만 그렇게 해도 일어나는 것이 너무 힘들며 하루가 너무 길어져 낮 동안 효율이 떨어지기 십상이다. 물론 일찍 잠들고 일찍 일어나는 노인들의 수면패턴과는 어느 정도 맞는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개신교 신자들은 새벽에도 통성기도를 하겠지?"라고 지레짐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천만의 말씀.''' 막상 동네 교회의 새벽기도회를 가 보면 설교 후에 각자 하는 기도시간이라 해 봐야 대부분 조용히 묵상기도만 하다가 삼삼오오 흩어진다. 아침부터 목이 터져라 통성기도를 하기가 현실적으로 잘될 리도 없다. 정말로 새벽부터 소음공해를 일으키며 통성기도를 한다면 주변 이웃들에게 엄청나게 어그로를 끌어서 지역 경찰들이 훨씬 많이 피곤해졌을 것이다. 더군다나 최근 들어 가장 흔한 상가형 교회는 주변 아파트 및 주택 단지와 거리가 꽤 되기 때문에 소음 문제로 주민들과 마찰을 빚는 일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
기독교 서점들에 진열된 얇은 신앙책자들 중에는 아침 일찍 일어나는 건강한 생활습관을 길러주는 방법으로 새벽기도를 권하는 것들도 있다.
1.1. 기원에 대한 논쟁
현대 한국 개신교는 시편에 있는 '''"새벽에 하나님이 도우시리로다"'''(시편 46:5), '''"내가 새벽을 깨우리로다"'''(시편 57:8)라는 구절이나, 복음서에 나오는 '''"새벽 아직도 밝기 전에 예수께서 일어나 나가 한적한 곳으로 가사 거기서 기도하시더니…"'''(마가 1:35) 등 구절들을 새벽기도를 지지하는 성경적 근거로 삼는다.
실제로 가톨릭, 정교회, 성공회의 성무일도에서는 해뜨기 전에 일찍 일어나 독서기도, 혹은 아침기도(조과경)를 하기가 초대교회 시절부터 지금까지 천수백 년간 전통으로 내려왔다. 지금도 가톨릭, 정교회, 성공회 성직자/수도자들은 이 전통을 저마다 관례나 법규에 따라 지킨다.
그러나 개신교계에서 가톨릭이나 정교회의 전통이나 전승을 의도적으로 거부함을 감안하면, 적어도 '''한국 개신교계의 대대적인 새벽기도는 그리스도교 전통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 게다가 성무일도는 새벽만이 아니라 정오, 일몰 때 등 하루 중 여러 번 정해진 시간에 기도하라고 강조하므로, 한국 개신교의 새벽기도와 차이가 있다.
성무일도 전통에서는 새벽기도와 함께 일몰 무렵에 하는 저녁기도에도 크나큰 의미를 부여한다. 유대인들은 하루가 그 전날 저녁 일몰 때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했다. 즉 해가 지면 다음날이다. 이렇게 생각한다면 일몰 무렵은 '''하루의 시작'''이므로, 저녁기도는 일출 무렵에 하는 새벽기도와 비중이 동등하다. 그러나 한국 개신교계에서는 철야기도는 강조해도 저녁기도에 대해서는 아무 말이 없고, 외국 개신교에서도 한국 개신교처럼 새벽기도를 강조하지는 않는다.[2][3]
구한말 외국인 개신교 선교사들은 '조선인 신자들이 새벽기도를 한다고 모이는 바람에 잠을 제대로 잘 수 없다.'고 투덜댄 기록을 남겼다. 외국인 선교사들이 전해주지도 않았는데 조선인 신자들은 행하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한국 개신교에는 외국 개신교에도 없는 <<새벽기도의 강조>>가 나타났을까?
과거 우리네 어머니들은 이른 새벽 우물에서 물 한 그릇(정화수)을 떠놓고 건강이나 합격 등을 기원하는 기도를 올리곤 했듯이, '''새벽에 서낭당이나 우물가에서 치성 드리던 행위가 개신교적으로 변용된 것'''이라는 주장이 개신교계 내외로 상당히 널리 알려졌다. 인터넷상에서만이 아니라 논문이나 서적 등에서도 흔하게 인용하는 대표적인 정설이다.
이 주장에서는 특히 길선주 목사(吉善宙, 1869-1935)를 새벽기도를 시작하여 한국 개신교계에 널리 퍼트린 인물이라 하여 중요하게 여긴다. 길 목사가 1897년에 개신교로 개종하기 전에는 관우를 모시며 도교적인 수련을 하던 무속인이었기 때문이다. 길 목사가 자기가 수행하던 한국의 무속적/도교적인 새벽기도를 개종 이후에 신앙대상을 바꾸어 개신교계에 퍼트리고, 당시 조선 개신교인들도 이를 친숙하게 여겨 널리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길 목사는 1906년부터 평양 장대현 교회에서 새벽기도를 시작하여 사람들이 따랐으며, 이듬해 평양대부흥에도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옥성득(玉聖得, 1959-) 교수는 길선주 목사설을 거부하고 다른 주장을 펼쳤다. 조선시대에 서울의 성문은 오후 10시에 닫고(인경) 이튿날 오전 4시에 열었다(파루).[4] 인경 때는 보신각에서 28번, 파루 때는 33번 범종을 울렸다. 조선시대의 많은 사람들은 성문을 닫기 전에 잠이 들어, 성문을 여는 종소리에 맞추어 일어났다. 오전 4시 파루의 종소리에 맞춰 일어나서 예배당으로 가면 오전 5시. 즉, 현행 새벽기도 시간은 '구한말 신자들이 파루 종소리를 듣고 일어나자마자 옷 입고 예배당에 가서 예배를 본 시간'이 전통으로 고정되었다는 것이다. 옥성득 교수의 글
옥 교수는 구한말 외국인 개신교 선교사들이 남긴 기록에서 (길선주가 개종하기 이전인) 1892년에 이미 새벽기도회가 이미 나타남을 주된 근거로 삼고, 개신교 새벽기도의 양상이 전통적인 새벽 치성과 다름을 보조근거로 삼아 길선주 목사설을 반박하였다. 길 목사는 기존에 있던 새벽기도를 좀 더 널리 퍼트린 정도인 듯하다. 그래도 조선인 신자들이 새벽 치성의 전통 때문에 아침 일찍 신앙대상에게 기도하는 모습을 친숙하게 받아들였음은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2. 가톨릭의 새벽미사 및 성무일도
한국 가톨릭의 본당에서는, 보통 오전 6시쯤에 미사가 있다. 이를 새벽미사라고 흔히 표현한다. 또한 새벽미사 역시도 엄연히 미사이므로, 개신교의 경우와는 달리 단순한 모임은 아니다.[5] 그러나 새벽에 나올 정도의 신자는 어느 종교나 노년층이 대부분이므로, 새벽미사 역시도 주로 할머니, 할아버지, 아줌마가 가장 많다. 간혹 10~20대 청소년이나 청년이 새벽미사에 꼬박꼬박 나오면, "자네 혹시 성소에 관심 있나?"라는 질문을 신부나 수녀에게 들을 정도. 물론 현역 신부들도 사람인지라, 은근히 높은 확률로 초점을 잃은 눈을 구경할 수 있다.
수도원 소속 본당에서 새벽미사를 드릴 경우, 미사 후에 성무일도가 따라붙는다. 물론 미사가 끝났다면 신자가 퇴장하더라도 아무 문제가 없지만, 색다른 경험을 해보기 위해서 성무일도까지 하는 신자들이 은근히 많다. 수도원에서는 새벽미사(+성무일도)가 서로서로 얼굴을 확인하며, 혹시나 밤에 누구 못 돌아온 사람은 없는지 등을 확인하고 졸음을 쫓는 역할을 한다. 즉 군대에서 아침에 점호 및 구보를 히는 것과 비슷한 기능이다. 아침 일찍 수도자들이 일어나서 기도를 바치고 하루를 시작하는 모습이 묘한 간지를 뿜어내기 때문에, 수도회의 일상을 다룬 미디어들은 십중팔구는 이것을 다룬다.
가톨릭에서 정말로 새벽기도에 해당하는 것은 새벽미사가 아니라 성무일도이다. 성무일도는 하루 중 시간별로 기도할 부분이 따로 있는데, 그중 아침기도(조과경) 부분이 새벽기도에 해당한다.
3. 불교의 새벽예불
새벽예불 장면.
이쪽은 개신교보다 훨씬 극악하다. '''새벽 3시'''에 시작함이 보통이다.[6] 송광사와 운문사의 새벽예불은 일반인들에게도 이미 유명하다. 새벽예불 장면을 묘사한 블로그 포스트.
불교의 새벽예불은 도량석(道場釋)이라는 의식으로 시작한다. 새벽 3시에 소임을 맡은 승려가 복장을 갖추고 사찰 내의 주요 전각 등을 따라 정해진 길을 걸으면서 목탁을 치며 경문을 외운다. 구체적으로 외우는 경문은 사찰마다, 혹은 승려마다 다르다. 반야심경 등 불경이나 옛 고승들이 지은 게송, 또는 진언을 외우기도 한다. 보통은 한자 경문을 낭송하지만 우리말로 풀어 쓴 경문을 사용하는 곳도 있다. 엄밀히 말하면 도량석은 도량송(道場誦)의 첫부분이지만, 흔히들 도량송을 도량석이라고 부른다. 도량석(도량송)은 새벽 어둠에 잠자는 온갖 것들을 천천히 깨운다는 의미도 있고, 새벽 예불을 시작하기 전에 사찰을 깨끗하게 한다는 의미도 있다. 그래서 도량석을 하는 승려는 목소리를 크게 높이지 않고 천천히, 귀에 거슬리지 않게 가락에 맞추어 경문을 외운다.
도량석을 끝내면 (법고나 목어 등이 있으면 치기도 하고) 법당에 승려들이 모여 절차에 따라 새벽 예불을 진행한다. 도량석과 새벽예불 절차는 인도나 남방불교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어서 보통 중국에서 생겼다고 추정한다.
4. 이슬람교의 파즈르
이슬람교에도 새벽 예배인 파즈르(Fajr)가 있다. 커피는 파즈르 전에 졸음을 쫓기 위해 마셨던 것으로부터 출발했다. 이슬람 율법에서 파즈르는 일출 전 지평선에 희미한 빛줄기가 보이고 검은 실과 흰 실을 구분할 수 있을 때부터 해 뜨기 전 시간에 행한다고 규정한다. 규정이 상당히 두루뭉술하므로 현대 이슬람계에서는 지역에 따라 서로 다른 기준을 정하였다.
일출 시간은 과학적으로 쉽게 계산할 수 있으므로 문제가 없으나, 파즈르 시작 시간을 정확히 정하기는 그야말로 해석 나름이라 이슬람권 국가별, 혹은 무슬림 공동체별로 기준이 서로 다르다. ''''검은 실과 흰 실을 구분할 수 있을 때'가 도대체 언제인가?''' 무슬림 세계연맹에서는 일출 전 천문박명(天文薄明)이 시작하는 순간을 파즈르 예배시간의 시작으로 본다. 정확히 천문박명 시작시간에 맞추어 파즈르 예배를 근행함이 가장 좋고 원칙이지만, 일출 전까지 미룸도 허용된다.
천문박명은 일출 이전, 일몰 이후 태양이 지평선 아래 18도각에 있을 때를 말한다.[7] 그러나 무슬림 세계연맹의 입장과는 달리 사우디아라비아는 18.5도, 이집트는 19.5도를 기준으로 하며, 15도나 16도를 기준으로 하는 곳도 있다. 일부 무슬림들은 천문박명은 지나치게 어두워 '''검은 실과 흰 실을 구분할 수가 없고''', 따라서 항해박명[8] 을 파즈르의 시작시간으로 봐야 하며, 이보다 이른 시간에 파즈르를 하면 예배로서 합당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당연히 계절에 따라, 그리고 위도에 따라 파즈르 시작 시간이 달라진다. 2016년 서울 기준으로 하지 무렵의 일출 전 천문박명은 오전 3시 16분, 동지 무렵에는 오전 6시 16분으로 차이가 크다. 같은 해에 메카의 일출 전 천문박명은 하지 무렵에 오전 4시 12분, 동지 무렵에 오전 5시 33분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
[1] 금요철야기도 때문에 토요일에는 하지 않는 교회도 있고, 평일에만 하거나, 주일에는 본예배가 있기 때문에 아예 하지 않는 교회도 있다. 사실 거의 대부분 교회에선 주일에는 새벽기도를 거의 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2] 외국 개신교에서도 독실한 신자들이 개인적으로 새벽에 일어나 일찍 기도하는 경우는 있다. 하지만 한국 개신교에서처럼 교회 차원에서 이를 강조하지는 않는다.[3] 요즘에는 새벽기도회 없는 교회도 많다.[4] 현행 한국의 표준시가 동경 135도를 기준으로 함을 고려하면, 오후 10시 반 - 오전 4시 반이 된다. 사실 조선시대에는 야간에 오경제(五更制)를 실시했기 때문에, 12지와 달리 정확하게 현대식 24시간제와 대응할 수가 없다. 그러나 대충 인경과 파루 시간을 저 정도로 말할 수 있다.[5]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개신교의 새벽기도는 예배와는 구분된다.[6] 단, 승가의 대중생활은 오후 9시 수면으로 정해져 있으므로 승단 자체만 놓고 보자면 그렇게 불합리한 시간이 아니다.[7] 천문박명은 한국에서는 일출 전 1시간 반, 일몰 후 1시간 반이다.[8] 태양이 지평선 아래 12도에 있을 때를 말한다. 대충 사물을 구별할 수 있기 때문에 군대에서도 중요하게 여기는 시간대이다. 한국에서는 대략 일출 전, 일몰 후 1시간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