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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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신경숙(1963년 1월 12일 ~ )은 대한민국의 소설가이다. 전라북도 정읍 출생으로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1985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당선되어 등단. 이후 <겨울우화>, <풍금이 있던 자리>, <깊은 슬픔>, <외딴방>, <엄마를 부탁해> 등을 집필했다. 산문집으로는 <아름다운 그늘>, 시집으로는 <내 마음의 빈집 한 채> 등이 있다.신경숙의 소설은 항상 읽는 사람의 내면에 아스라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지나온 한 시절의 깊고도 내밀한 어둠 속에서 스쳐 지나갔던 풍경이 그녀의 소설을 읽는 동안 홀연히 재생되어 섬광처럼 눈앞에 떠오른다.
- 남진우 문학평론가[3]
본래 저명한 소설가 중 한 명이었고 소설 <엄마를 부탁해>는 최단 기간으로 밀리언셀러가 되는 등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로서 인기를 구가했지만, 이후 표절 논란이 점화되면서 대중적인 신뢰와 위상은 크게 실추되었다. 이 사건은 이른바 '신경숙 쇼크' 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한국 문학계의 이미지에 막대한 충격을 주었다. 표절 의혹은 사실 알음알음 제기되었지만, <우상의 어둠, 문학의 타락>이란 글이 본격적으로 표절 논란의 불을 당겼다.
신경숙은 논란 초기부터 표절을 일절 부정했고 지금까지도 공식적 사과는 일언반구 없다. 다만 사과인지 해명인지 진의가 아리송한 “내 기억을 믿을 수 없다.” 하는 말만 남겼을 뿐이다. 평론가이자 신경숙의 남편인 남진우 역시 “표절은 문학의 종말이 아닌 시작”이라는, 평론가로서의 자세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감싸기로 일관했다. 신경숙 자신의 대응도 부적절하긴 했지만, 문학계 인사 중 신경숙이 별 잘못이 없다는 논지로 감싸고 도는 사람도 있어 대중들을 경악시키기도 했다.
읽은 기억은 없지만, 내 기억을 믿을 수 없다.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가 본인이 부정하기 힘들 정도의 명백한 표절을 해 왔음에도, '''트러블 없이''' 한국 문학계의 고결한 거목으로 남았다. 대중들에게는 바로 이 점이 '신경숙 쇼크'를 작가 개인의 문제로만 보이지 않는 이유다. 유명작가의 표절도 충격적이지만 표절을 '''비판 없이 감싸고 도는''' 한국 문단이 더 충격인 것이다. 이 흐름을 타서 한국 문학계의 권위주의 및 연고주의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었다. 당연하지만 이 사건 이후 당사자인 신경숙은 대중과 문인들의 질타를 받았으며 작가로서의 생명력이 거진 깎여나갔다.
2. 생애
작가 특유의 자폐적인 성향 때문에 신경숙의 생애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본 문단은 작가의 자전적인 소설 ‘외딴 방’과 공식적인 기록, TV 방송에서 드러난 바를 통해서 기록했다.
자식 교육에 열성적인 부모님 하에 있었으나, 그 시절 대부분의 가정이 그러했듯 대학 진학은 다소 힘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경제적 문제와 진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산업체야간특별학교[4] 로 진학했다.
여기서 겪은 일들이 나중에 신경숙의 문학적 성향에 많은 영향을 준 듯하다. 작가의 성향상 정치적인 문제들을 대놓고 언급하지는 않지만, 산업화 당시 겪었던 노조와 기업 간의 갈등, 민주화 운동등이 작품 속에 간접적으로 드러난다. 구체적인 사례로는 노조원 모집, 회사원 폭행 등이 있으며, 심지어 여공과 상사 사이의 성추문, 성추행 및 성폭행(!)까지도 듣거나 경험한 듯.
이 시기 학교에 나가지 않고 버티기도 하는 등 많은 방황도 한 듯 보이지만, 학교 선생님이 반성문을 제출하라고 했을 때 장문의 반성문을 제출했고, 그때 선생님이 반성문을 읽고 소설가가 되는 것이 어떻겠냐고 한 것이 작가로서의 꿈을 결정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준 듯하다.[5] 이후 조세희의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필사하며 자신만의 문체를 키워나간다.
신경숙의 인생 오랜 시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건은 ‘희재 언니’[6] 의 자살로 보인다. 희재 언니는 자살할 생각으로 신경숙에게 휴가를 간다고 거짓말을 하고 집 문 자물쇠를 잠가달라고 부탁했고, 신경숙은 아무 생각 없이 그렇게 했다. 그 때문에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 때문에, 자신의 청소년기를 문학으로 서술하지 못하게 된 듯하다. 관련일화들이 외딴방 2부 후반부에 언급된다.
농사를 지어서 집안 식구들의 힘이 많이 필요했을 때도 신경숙이 책을 읽고 있으면 조용히 방문을 닫아주고 형제자매가 찾아도 모른 척 했다던가, 서울로 처음 올라올 때 엄마를 보며 나중에 꼭 엄마를 위해서 아름다운 소설을 써서 바쳐야겠다는 다짐을 했다는 언급 등을 볼 때 어머니에 대해 무척 좋은 감정을 갖고 있는 듯하다.[7] 헌신적인 어머니의 모습은 작품 곳곳에 송아지의 모습으로 나타나 있다.
3. 문체의 특징
'''본 단락은 신경숙 문학의 전반적인 문체상의 특징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신경숙 문학은 문체의 언어논리가 작품의 내용생성에 미치는 영향을 나름대로 탐구해 쓴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작가의 자전적 소설인 외딴방에서는 아예 소설 앞부분에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스토리가 매우 새롭고 창의적인 소설을 주로 쓰는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공감 갈 만한 이야기들을 주로 하는 작가인 만큼 신경숙의 문체는 소설에 새로운 느낌을 불어넣어 주는 좋은 수단이 되기도 한다.이제야 문체가 정해진다. 단문. 아주 단조롭게. 지나간 시간은 현재형으로, 지금의 시간은 과거형으로. 사진 찍듯. 선명하게. 외딴 방이 다시 갇히지 않게. 그때 땅바닥을 쳐다보며 훈련원 대문을 향해 걸어가던 큰오빠의 고독을 문체 속에 끌어올 것.
단, 이런 문체상의 특징 때문에 읽기 어렵다는 평도 있고, 때로는 이유 없이 이해하기 어렵게 문장을 꼬아놨다는 평을 듣기도 한다.
본 단락은 이 블로그에서 상당한 내용을 참조했음을 밝힌다.
3.1. 시제의 반복적인 교차, 혹은 반대로 사용하기
신경숙 소설은 시제를 매우 중요하게 다룬다. 윗문장에서도 알 수 있듯 신경숙은 현재형을 통해 소설 속 상황이 독자와 멀리 떨어진 것이 아니라 손에 닿을 듯 가까운 시간에 있는 듯 묘사한다. 대다수의 소설은 기본적으로 과거형 서술[8] 을 취한다. 이는 소설이 기본적으로 과거에 일어난 일을 서술자가 재현한다는 가정 하에 쓰여지기 때문인데 소설은 활자로 인쇄되는 순간, 아니 작가가 펜을 내려놓는 순간 이미 과거의 글, 완성된 글로 독자에게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경숙을 포함한 많은 작가들은 일부 소설에서 극중 사건을 마치 지금 일어나는 일을 그대로 옮겨 전달하듯 현재형으로 적어내려 생동감을 주기도 한다.[9] 물론 이것을 독특하다거나 새롭다고 보기는 어렵다. 긴박감이나 현장감을 주기 위해 과거의 사건을 현재시제로 서술하는 것은 지극히 흔한 테크닉이며 굳이 소설이 아니라 일상 대화에서도 사용된다.
혹은 다양한 사건 사이에 연결고리를 발견하며 그들을 이어놓기도 한다.작은놈은 걸음을 재촉한다. 새벽이 되기 전까지 가야한다. 동이 트면 안 될 것이다. 미래 어머니가 말한 미래는 무엇이었을까? 작은놈은 두엄을 내다가, 나락을 베다가 자주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새야 새야 中
윗부분은 신경숙에게 산업특별학교에 와달라고 부탁하며 장문의 편지를 쓴 소설 속 ‘한경신’ 선생님에게 무슨 편지를 써야 할지 고민하는 내용이다. 작중에서 신경숙은 편지를 쓰려다 이내 포기하는데, 이 심리와 지금 J에게 부르는 노래에서 그 심리의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다. 그러면서 다시 자신의 경험인 과거로 넘어가는데, 이처럼 서로 다른 시제 안에서 한 사건에 대해 서로 다른 태도를 취하거나 서로 묶일 수 있는 유사한 경험들을 나열해 소설 전체의 유기성이 증가한다.올해는 신입생을 받지 못했다, 는 문구가 편지 속에서 흘러나와 책상에서 일어서는 내 속으로 걸어들어왔다. 내년이면 이제 그 학교도 폐쇄되겠구나. 그저 한 자취로, 이야기 속으로 사라지겠구나.
......노래책을 꺼내와서 방바닥에 엎드리다가 J에게 전화를 걸었다. J에게 전화를 걸었다. J가 반짝 반갑게 웃었다.
“너 원고 넘겼구나.”
“아니야”
침묵.
“노래 하나 불러줄게."
“불러봐.”
딩동댕 지난 여름 바닷가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 딩동댕 할 말은 너무나 많았지만...... 딩동댕 너무나 짧았던 그녀와의 밤.
그곳에 지금 한경신 선생이 있듯이, 그때 그 곳엔 최홍이 선생이 있었다.
외딴방 中
3.2. 긴장감 있는 서술
'''여기서 말하는 긴장감은 상황적 긴장감이 아닌, 문체상의 긴장감이다. 이는 시적 긴장감과 유사한 개념이다.'''시적 긴장감에 대한 참조
신경숙은 문장을 사용할 때 긴 호흡을 사용하지 않고 다소 급하다 싶을 정도로 짧게 툭툭 잘린 듯한 문장을 사용하기도 한다. 다음 예시를 보자.
윗부분은 작중에서 죽은 엄마가 생전의 흔적을 더듬어 가는 4장 ‘또 다른 여인’중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엄마는 작중에서 따뜻하고 섬세하며, 엄마로서 억척스러운 여인으로 묘사된다. 위와 같이 한 문장이 담는 내용을 줄여 신경숙은 소박한 문장을 만들어냈다.소나무가 울창하구나.
어떻게 이 도시에 이런 마을이 있다냐? 참, 꼭꼭 숨어 있네. 엊그제 눈이 왔냐? 나무에 흰눈이 소복하네. 네 집 앞에 어디 보자 소나무가 세 그루나 있네. 내가 앉기 좋으라고 꼭 그 사람이 옮겨 심어놓은 것 같구나. 내가 그 사람 얘기를 꺼내다니. 그래도 나는 너를 만나고 그 사람을 만나러 갈 것 같어. 그럴 게야.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엄마를 부탁해 中
끊어지는 듯한 서술이 이렇게만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다음 예시를 보자.
여기서 작가는 문장 중간중간에 ‘눈이 올랑가’라는 구절을 반복했는데, 이는 마치 노래 중간중간에 반복적인 구절이 들어가 음악적인 효과를 주는 것과 유사하다. 또 때로는 신경숙 특유의 머뭇거림을 표현하기 위해서 쉼표나 말줄임표 등을 사용하기도 하고, 이르게 문장을 종결짓고 하나의 문장을 여러 문장으로 분해해서 표현하기도 한다. 다음 사례를 보자.눈이 올랑가. 늘 무쇠솥이 걸린 아궁이에 뚜득, 분질러 밀어 넣는 솔가지들하고는 아무런 상관 없다는 듯이 정지 밖에 서 있는 굴뚝들, 집집마다 팥 삶는 단내가 연기 속에 섞여 있다. 바람이라도 부는 날이면 연기는 참 가볍게도 포롱포롱 사라져서 어느새 구름인가 눈시리게 하더니, 눈이 올랑가, 오늘 연기는 고샅 어디에고 낮게 퍼져서 참새들이 무밭에 쳐놓은 그물망에 허방짚겠다.
저쪽 언덕 中
이 외에도 과거를 음미하는 듯한 효과를 주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문장을 끊어 독자가 읽는 속도를 느리게 하기 위해 많은 사실들을 열거하기도 한다...가끔 그, 그때, 새, 생각이 나요. 하, 하늘의, 별이나, 부, 불빛 같은 것은 아, 아득히 지, 지워져버리고는 무, 무서움만 차, 차라리, 아, 아침까지 모, 모르고 그, 그 낟가리 소, 속에서 자, 자벼렸던들, 그, 그 무섬을 모, 몰랐을 텐데, 호, 혼자구나.
멀리, 끝없는 길 위에 中
오래, 바라보았습니다, 둘이 서로 번갈아가며 부지런히 나뭇잎이며 가지들을 물어나르는 것을. 장성댁은 물동이를 내려놓고까지 그 여자와 나를 쳐다봤어요. 샐쭉한 표정으로. 그 여자가, 제가 이 집에 도착해 마루에 앉아 대문을 바라보고 있는데 죽순처럼 제 속을 뚫고 올라왔던 것이에요, 제 근원을 아프게 건드리면서.
풍금이 있던 자리 中
3.3. 엄마를 부탁해의 시도: 2인칭 서술?
엄마를 부탁해는 옴니버스식 구성을 취하고 있다. 이 소설은 큰딸의 시점, 장남의 시점, 아빠의 시점, 엄마의 시점을 거쳐 큰딸의 시점을 취하는 5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대부분의 소설과 다르게 서술자가 ‘너’ ‘당신’등과 같은 2인칭 대명사를 사용해 극중 인물을 호명한다.
원칙적으로 서술시점을 구분할 때 서술자가 작품 내 사건에 존재하는 경우를 1인칭, 그렇지 않은 경우를 3인칭으로 구분하지만[10] . 극중 인물을 호명하는 대명사가 달라진 것이 사실 이 소설의 서술 논리를 구성한다. 상당수 독자들이 마치 '자기 자신을 소설이 심판하는 것과 같은 죄책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는 대명사의 위치에 독자가 자기 자신을 대입할 수 있도록 2인칭 대명사를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여기에 대해서는 정홍수 문학평론가가 '엄마를 부탁해'를 해설한 <피에타 그 영원한 귀환>을 인용한다.
그녀는 이제, 처음부터 엄마로 태어난 사람이 아니다. 그녀는 가족노동의 무한 대리인도 아니며 가족을 향한 마르지 않는 사랑의 화수분도 아니다.
그러나 거기에 자신의 고독과 수고를 몰라준 가족들을 향한 문책은 없다. “나는 몇 해 전에 세워 놓은 선산의 가묘로는 안 갈라요.(....) 오십년도 넘게 이 집서 살았응게 인자는 날 쫌 놔주시오.” 한 가족의 엄마로만 살아온 세월에 대한 착잡한 회한을 토로하는 대목에서 그 문책의 기미를 우회적으로 느낄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정도가 다다.
그러니까 엄마에겐 가족들을 불러내 그 이들의 무심함을 질책할 마음이 처음부터 없다. 오히려 장남의 이야기가 전개되는 2장의 제목이 ‘미안하다. 에 자각적이었다.
그러므로 엄마의 음성이 그 문책의 시선으로 소설의 표면에 노출되지 않은 것은 단지 형식적인 소설적 장치의 문제일 수 없다. 그 호명과 문책의 시선은 엄마의 몫이되, 엄마가 그 몫을 거절함으로써 텅 비어버린 자리였던 것이다. 그 호명이 생성되는 빈자리를 두고 전지적 작가시점이라거나 신의 시선이라 쉽게 말하기 힘든 것도 그 때문이다.
3.4. 문장 부호의 독특한 활용
신경숙 작품을 접하다 보면 유달리 많이 접하게 되는 것이 말줄임표(......)와 쉼표(,)이다. 이는 인물의 내면심리를 있는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인간의 생각은 논리성을 갖고 순차적이고 연속적으로 진행되기 보다는 다양한 생각을 헤매고 방향성 없이 확산되다가 방향을 찾고 다시 언어화될 수 있을 정도로 구체화되는데, 신경숙은 이 순간을 말줄임표로 표현한다.
또한 전혀 새로운 문단의 시작을 말줄임표로 시작하기도 하는데, 이는 마치 영화에서 일부 장면의 시작을 페이드 인으로 처리하는 것과도 유사하다. 전혀 다른 장면이 이어지는 부분에서 독자가 느낄 수 있는 어색함을 완화시켜 주기 위해서 말줄임표를 사용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음성 상징어 끝에 쉼표나 말줄임표를 붙이기도 하는데, 이는 해당 부분에 시각적으로 눈에 띄는 쉼표나 말줄임표를 덧붙여 언어의 감각적 효과를 증가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는 서사 중심의 언어와 감각 중심의 언어 사이의 충돌을 완화시키기 위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신경숙의 이러한 문장사용이 두드러지는 예시를 들어 보겠다.
그러나 이 역시 독창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말줄임표를 적극적으로 사용한 예는 많다. 소설가 최인호도 <깊고 푸른 밤>에서 말줄임표를 대거 사용한 바 있으며, 물론 이는 <외딴방>보다 한참 앞선 1982년에 집필된 것이다.......낯선 침묵
그 침묵 속으로 흐르는 물소리...... 수도관을 타고 어둠 속을 다시 거슬러 돌아오는 고적한 물소리 속에 섞인 발짝소리. 찰박찰박...... 맨발인가...... 찰박찰박...... 달빛을 거슬러, 심해를 거슬러, 그물을 거슬러, 개펄을 거슬러...... 찰박찰박...... 어디서 본 듯한 얌전한 종아리...... 찰박찰박...... 진꽃무늬 플레어 치마...... 찰박찰박.
외딴방 中
4. 표절 논란
사실 1999년에 문단에서 한 차례 논란이 일었으나 은근슬쩍 조용히 묻혔다. 그러나 2015년 6월 16일 국가의 사생활로 유명한 이응준 작가가 허핑턴포스트에 <우상의 어둠, 문학의 타락 | 신경숙의 미시마 유키오 표절>이라는 글을 기고하면서 다시 대두되었다. 이응준의 기고문 원문.
이 글에서 대표적인 표절 사례로 꼽는 것은 미시마 유키오의 1983년 출간된 한국어 번역판 '우국(1961)'[11] 과 신경숙의 1994년 발표작 '전설'[12] 아래 '표절 의혹을 받는 글들'의 인용을 참고할 것. 이외에도 이응준 작가는 기고문에서 파트리크 모리아노, 마루아먀 겐지, 재미유학생 안승준 등의 문장과 모티프 등을 신경숙이 베꼈다고 주장한다. 이 문제에 관련해서 언론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소설가 신경숙, 미시마 유키오 등 표절" 논란 재점화
루이제 린저의 작품 <삶의 한가운데>의 첫 문장은 "여자 형제들은 서로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든지 혹은 아무 것도 모르고 있든지 둘 중 하나다."라고 시작되는데, <엄마를 부탁해> 25페이지에 쓴 글 중 "모녀 관계는 서로 아주 잘 알거나 타인보다도 더 모르거나 둘 중 하나다."라는 문장이 있다. 소설의 주제를 관통하는 문장이므로 매우 중요한 문장인데, 이를 표절했다는 의혹이 있다.
경향신문에서 다른 표절의혹 리스트를 정리한 기사를 내었다. <삶의 한가운데서>를 두 가지 작품으로 나눠 썼다는 것. 신경숙, 루이제 린저 ‘생의 한가운데’도 베꼈나 더욱이 해외작가의 글만 표절한 게 아니라는 의혹도 있으니 <엄마를 부탁해>의 대략적인 줄거리 자체에도 표절 의혹이 한참 전에 제기되었다.
2015년 6월 17일 신경숙 작가는 우국이라는 소설을 알지도 못한다면서 표절사실을 부인했다. 관련기사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출판사 창작과비평사 역시 해당 부분은 전체 작품에서 일부에 불과하며, 일부 표현은 오히려 신경숙의 것이 낫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하였다가 문학계 등에서 전방위적인 비판을 받았고, 다음 날 이를 해명하는 사과문을 다시 발표했다.
단편소설 전설 표절 의혹 관련 기사. 관련기사
2015년 6월 18일 창작과비평사는 표절 부인을 철회했다. 관련기사
2015년 6월 19일 업무방해와 사기혐의로 대한민국 검찰청에 고발당했다. 관련기사 검찰은 본격적인 수사에 나선다.
2015년 6월 20일 정관용의 시사자키에서 신경숙이 <우국>의 문단 표절 이외에도 스토리 전개 및 주제도 표절했을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의혹을 제기한 한겨레신문의 최재봉 기자에 따르면, <전설>의 주인공이 신혼인 장교라는 점, 신혼이라는 이유로 전쟁에 배제된 점, 동료의 죽음 이후 주인공이 심리적 갈등을 겪다가 죽음을 택하는 점이 <우국>과 매우 유사하다고 한다. 관련기사
4.1. 작가 본인의 태도
2015년 6월 23일 신경숙 작가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표절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관련 기사. 이쯤 되면 작가가 거짓말을 섞어가며 해명하는 것인지 기억에 심각한 문제 가 있는 것인지 구별하기 어렵다.
4.2. 문학계 인사들의 비판
- 오마이뉴스 장윤선의 팟짱에 출연한 문학평론가 정문순[13] 은 신경숙이 위에서 언급된 문장과 스토리 전개 및 주제를 표절한 것을 넘어 신경숙이 미시마 유키오와 같은 극우 파시즘적 사상을 가진 것이 아니라면 사상과 문학 세계까지 베껴 온 셈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하였다. 더해서 1999년 말과 2000년애 문학계 내부에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결국 문학계 바깥까지 나가게 된 상황을 만든 문학계를 비판하였다. 또한 한국어판 '우국'의 일부 문장은 시인 겸 번역가인 김후란의 독창적인 표현이 들어가 있는데 그것까지 그대로 표절한 점을 지적하였다.
- 2015년 7월 14일, 소설가 조정래는 인터파크 북DB와의 인터뷰에서 신경숙의 표절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그는 "표절은 예술가가 목숨을 걸고 해서는 안 되는 일이며 용서가 안 되는 짓"이라며 신경숙의 잘못을 다음 네 가지로 요약했다. 첫째,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표절을 했다는 것. 둘째, 발각되었음에도 진정성 있게 사과하지 않아 독자의 분노를 산 것. 셋째, 표절이 한 번도 아니고 상습적이라는 것. 넷째, 하필이면 군국주의를 옹호한 일본 극우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작품을 표절했다는 것.관련기사 그는 또한 "운동 선수에게만 은퇴가 있는 것이 아니다. 예술가도 능력이 안 되면 깨끗이 물러나야 한다." 며 사실상 신경숙 작가의 절필을 촉구했으며, “표절은 자살 행위인 동시에, 그의 작품이 새롭다고 믿고 이를 통해 각자의 인생에서 여러 가지를 구한 독자들의 영혼을 죽이는 타살 행위” 라고 비판했다. 관련기사
4.3. 제식구 감싸기 논란
엉뚱하게도, 한국 문학계는 검찰의 수사를 반대하고 나섰다(…). 노골적인 제 편 감싸기에 비난이 쏟아지는 중.[14] 문학계에서는 자정능력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제서야 그동안 묻혔던 표절 의심 사례가 나오는데 그런 게 있을 리가…. 정말로 자정 능력이 있었다면 1999년 처음 신경숙 작가의 표절 논란이 일었을 때 제대로 논의가 있었을 것이고 정말로 표절이었다면 진작에 신경숙 작가는 다시는 문단에 발을 못 붙이도록 내쫓았을 것이다.
- 신경숙이 다수의 작품을 발표한 계간 <창작과비평> 편집인 백낙청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는 의도적 베껴쓰기 아니라고 신경숙을 옹호하였다.관련기사 신경숙 씨가 '우국'을 표절했다고 단언하는 문단의 분위기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다 명확하게 밝히며 최근 문단의 논란을 두고 "소설가를 매장하려는 움직임"이라고 단언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페이스북에 재반박 "베껴쓰기 CCTV로 지켜 봤나"
- 창비 "신경숙 무차별 단죄에 동조한 이들 반성해야" 창작과비평 편집위원 황정아 한림대학교 한림과학원 HK교수는 신경숙 표절 논란에 대해 발언한 최재봉, 이응준, 정문순 등에게 의도적 표절과 결과적 표절은 다르므로, 그동안의 논란은 무차별적 단죄라며 반성(?)하라는 어처구니 없는 소리를 하고있다.
- 신경숙의 남편 남진우 교수는 표절은 문학의 종말이 아닌 시작이라면서 아내를 두둔했다. 우습게도 남진우는 과거 다수 작가들의 작품에 대해 표절 의혹을 제기했던 '표절 저격수'로 알려져 왔다. 한마디로 아내의 표절 논란을 계기로 태도가 완전히 뒤바뀐 것.
4.4. 표절 의혹을 받는 글들[15]
- 미시마 유키오 (김후란 역), 『우국(憂國)』 vs 신경숙, 『전설』
'''두 사람 다 실로 건강한 젊은 육체의 소유자였던 탓으로 그들의 밤은 격렬했다. 밤뿐만 아니라 훈련을 마치고 흙먼지투성이의 군복을 벗는 동안마저 안타까와하면서 집에 오자마자 아내를 그 자리에 쓰러뜨리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레이코도 잘 응했다. 첫날밤을 지낸 지 한 달이 넘었을까 말까 할 때 벌써 레이코는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고, 중위도 그런 레이코의 변화를 기뻐하였다.'''
─ 미시마 유키오, 김후란 옮김, 「우국(憂國)」, 『金閣寺, 憂國, 연회는 끝나고』, 주우(主友) 세계문학20, 주식회사 주우, P.233. (1983년 1월 25일 초판 인쇄, 1983년 1월 30일 초판 발행.)
'''두 사람 다 건강한 육체의 주인들이었다. 그들의 밤은 격렬하였다. 남자는 바깥에서 돌아와 흙먼지 묻은 얼굴을 씻다가도 뭔가를 안타까워하며 서둘러 여자를 쓰러뜨리는 일이 매번이었다. 첫날밤을 가진 뒤 두 달 남짓, 여자는 벌써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다. 여자의 청일한 아름다움 속으로 관능은 향기롭고 풍요롭게 배어들었다. 그 무르익음은 노래를 부르는 여자의 목소리 속으로도 기름지게 스며들어 이젠 여자가 노래를 부르는 게 아니라 노래가 여자에게 빨려오는 듯했다. 여자의 변화를 가장 기뻐한 건 물론 남자였다.'''
─ 신경숙, 「전설」, 『오래전 집을 떠날 때』, 창작과비평사, P.240-241. (1996년 9월 25일 초판 발행, 이후 2005년 8월1일 동일한 출판사로서 이름을 줄여 개명한 '창비'에서 『감자 먹는 사람들』로 소설집 제목만 바꾸어 재출간됨.)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두 사람의 가슴에 기쁨이 넘쳐나는 바람에 서로 마주 보는 얼굴에는 절로 미소가 떠올랐다.'''
─ 미시마 유키오, 김후란 옮김, 「우국(憂國)」, 『金閣寺, 憂國, 연회는 끝나고』, 주우(主友) 세계문학20, 주식회사 주우
'''어느 순간, 두 사람의 내부에 너무도 자연스럽게 기쁨이 넘쳐나는 바람에 두 사람의 얼굴엔 저절로 미소가 떠오른다.'''
─ 신경숙, 「전설」, 『오래전 집을 떠날 때』, 창작과비평사
'''자신의 내부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머나먼 깊은 곳에서 땅이 갈라지고 용암이 쏟아져 나오는 것처럼 격렬한 아픔이 솟구쳐 오르는 걸 알 수 있었다.'''
─ 미시마 유키오, 김후란 옮김, 「우국(憂國)」, 『金閣寺, 憂國, 연회는 끝나고』, 주우(主友) 세계문학20, 주식회사 주우
'''마찬가지로 자신의 내부라고 생각되지 않는 가슴속 깊은 데서 격렬한 아픔 같은 것이 솟구쳐 오르더니 흰 배구공이 튀어올라와 통통거렸다.'''
─ 신경숙, 「전설」, 『오래전 집을 떠날 때』, 창작과비평사
- 안창식, 「살아는 있는 것이오 (안승준 유고집)」 vs 신경숙, 「딸기밭」
'''귀하.
이제는 고인이 된 안승준의 아버지입니다. 그의 주소록에서 발견된 많지 않은 수의 친지 명단 가운데 귀하가 포함되어 있었던 점에 비추어, 저는 귀하가 저의 아들과 꽤 가까우셨던 한 분으로 짐작하고 있습니다. 귀하께서 이미 듣고 계실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마는, 저는 그의 아버지로서 그의 돌연한 사망에 관해 이를 관련된 사실들과 함께 귀하께 알려드려야만 할 것 같이 느꼈습니다.'''
─ 안창식, 『살아는 있는 것이오 (안승준 유고집)』 서문, 삶과 꿈, 1994
'''귀하.
저는 이제 고인이 된 유의 어머니입니다. 유의 수첩에서 발견된 친구들의 주소록에서 귀하의 이름과 주소를 알게 되었습니다. 귀하의 주소가 상단에 적혀 있었던 걸로 보아 저의 딸과 꽤 가까우셨던 사람이었다고 짐작해봅니다. 귀하께서 이미 알고 계실는지도 모르겠고, 참 늦은 일이라고 생각됩니다마는 그의 어머니로서 그의 돌연한 사망에 관해 알려드립니다.'''
─ 신경숙, 『딸기밭』, <문학동네>, 1999년 여름호
- 마그리트 뒤라스, 『연인』 vs 신경숙, 『딸기밭』
'''그녀는 그에게 말한다. 차라리 당신이 저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좋겠어요. 비록 당신이 저를 사랑하더라도 당신은 평소에 다른 여자들에게 했던 것처럼 저에게 그렇게 대해 주셨으면 해요. 그는 겁에 질린 사람처럼 그녀를 쳐다보며 묻는다. 당신이 원하는 게 고작 그거요? 그녀는 그렇다고 대답한다. 그는 그 방에서 최초로 괴로워하기 시작했다. 그는 그 점에 관해서 더 이상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는 그녀가 자기를 결코 사랑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고 말한다. 그녀는 그가 말하게 내버려둔다. 그녀는 자신도 잘 모르겠노라고 말하고 나서, 잠자코 그의 말을 듣는다.'''
'''그는 외롭다고 말한다. 그녀에 대한 사랑으로 사무치게 외롭다고. 그녀는 자신도 외롭기는 마찬가지라고 그에게 말한다. 당신은 어느 누구에게나 그러듯이 이곳까지 나를 따라왔군요. 그녀는 그건 자신도 알 수 없는 일이며, 아직 누구의 방에까지 따라가 본 적은 없다고 대답한다.. 그녀는 말은 필요없고 그가 평소에 그의 방으로 끌어들인 뭇 여자들에게 했던 것과 같은 행위를 해주기를 바란다고 그에게 말한다. 그녀는 제발 다른 사람한테 할 때처럼 해달라고 그에게 애원한다.'''
'''그는 원피스를 잡아뜯듯이 거칠게 벗겨내 팽개치고 나서, 흰색 면 속치마를 벗기고 (중략) 그녀는 자기가 하고 싶어하는 짓이니까 내버려두라고 그에게 말한다. (중략) 그의 살결은 사치스러울 정도로 부드럽다. 몸뚱이. 몸은 말랐고, 근육도 없고, 힘도 없고, 마치 병자이거나 회복기의 환자 같다. 그는 몸에 털도 없고, 남근을 제하고는 남성다운 데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그는 몹시 허약해서 어떤 모욕을 당해도 병자처럼 당하고만 있을 것 같다. (중략) 그는 울면서 그 짓을 한다. 처음에는 통증뿐이다. 그리고나서 그 통증은 누그러들면서, 변하여, 천천히 뿌리 뽑히고, 쾌락으로 이어져서 그녀를 감싼다. (중략) 나는 피가 흐르고 있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그는 내게 아프냐고 묻는다. 나는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만족스럽다고 말한다. 그는 피를 닦고, 나의 것도 닦아준다.'''
─ 마르그리트 뒤라스, 「연인」
'''너는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나를 사랑한다”고 그 남자는 말한다. (중략)처녀는 그 남자를 쳐다본다. 자신을 안아보라고 한다. 창고 안으로 들어와서 처음으로 하는 다정한 말이다. 남자는 떨고 있다. 처녀는 스스로 자신의 원피스를 벗어버린다. 손에 들려진 원피스를 흰 종이가 쌓여 있는 어두운 창고 바닥에 던져버린다. 그 남자의 떨고 있는 손을 끌어다가 원피스 안에 입고 있던 의 면 속치마 끈에 대준다. 그 남자의 손이 스르륵 떨어져 내린다. 그는 울고 있다. 고개를 들지도 못하고 있다. (중략) 처녀는 자신이 그남자를 갈망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는 거라고. 사랑하는 사람끼리는 누구나 하는 일일 뿐이라고. 남자는 눈물을 그치고, “나는 아무래도 못 하겠어.” 고개를 떨군다. 처녀는 야전 침대에 무릎을 꿇고 그 남자의 옷을 벗긴다. 셔츠 속에서 드러나는 부드럽고 연한 속살. 그 남자의 얼굴선이 지나치게 접근 금지의 표시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그 반작용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은 어린아이 같은 속살. 열일곱이란 나이로부터 성장이 멈춰버릴 듯한 야윈 몸이 생존 본능처럼 지닌 부드러움. 처녀는 그만 울어버린다. (중략) 아차 하며 그들은 쾌락에 젖어든다. 몸에 돋은 가시는 서로의 몸 속으로 들어가 박힌다. 처녀는 자신이 하혈을 하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제 몸의 가시를 남자의 피부 깊숙이 박고 있다. 피가 묻은 그 남자가 하혈을 닦아주며 처녀를 다시 끌어안는다.'''
─ 신경숙, 『딸기밭』, <문학동네>, 1999년 여름호
- 마루야마 겐지, 「물의 가족」 vs 신경숙, 「작별인사」
'''물기척이 심상치 않다.'''
'''헤엄치는 자의 기척이 한층 짙어져 오고 있다.'''
─ 마루야마 겐지, 「물의 가족」
'''물마루 기척이 심상치 않아.'''
'''먼데서 나를 데리러 오는 자의 기척이 느껴진다.'''
─ 신경숙, 「작별인사」, 『딸기밭』, P.148, 문학과 지성사, 2000
- 루이제 린저 (박찬일 역), 『삶의 한가운데』 vs 신경숙, 『엄마를 부탁해』
'''여자 형제들은 서로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든지 혹은 아무 것도 모르고 있든지 둘 중 하나다.'''
─ 루이제 린저, 박찬일 옮김, 『삶의 한가운데』, P.7, 민음사, 1999
'''모녀 관계는 서로 아주 잘 알거나 타인보다도 더 모르거나 둘 중 하나다.'''
─ 신경숙, 『엄마를 부탁해』, P.25, 창비, 2008
- 루이제 린저 (전혜린 역), 『생의 한가운데』 vs 신경숙,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사람은 자기 자신에 관해서 얘기해서는 안 됩니다. 순전한 이기주의로 보더라도 안됩니다. 왜냐하면 마음을 털어버리고 나면 우리는 더 가난하고 더 고독하게 있게 되는 까닭입니다. 사람이 속을 털면 털수록 그 사람과 가까워진다고 믿는 것은 환상입니다. 사람과 사람이 가까워지는 데는 침묵 속의 공감이라는 방법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는 것 같습니다.'''
─ 루이제 린저, 전혜린 옮김, 『생의 한가운데』, 문예출판사, P.131, 1998
'''누군가에게 마음을 털어놓는 일은 가까워지는 게 아니라 가난해지는 일일 뿐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그때 했던 것도 같다. 누군가와 가까워지는 일은 오히려 침묵 속의 공감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 신경숙,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P.112, 문학동네, 2010
4.5. 4년의 칩거와 활동 재개
2015년 표절 논란 이후, 4년 만에 계간 문예지 창작과비평 2019년 여름호에 중편 소설을 발표하며 활동을 재개했다. 발표된 지면에 "작품을 발표하며"라는 입장문을 함께 밝혔다. 아래는 그 전문이다.
“미안하고 죄송”…신경숙, '표절 논란' 사실상 사과오랜만에 새 작품을 발표합니다.
지난 4년은 30년 넘게 이어진 제 글쓰기에 대해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본 길고 쓰라린 시간이었습니다.
벼락 속에 서 있는 것 같았던 그 시절 많은 비판과 질책을 받으면서도 제일 마음이 쓰였던 것은 어디선가 글을 쓰고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든든했던 동료들과, 제 작품을 아끼고 사랑해준 동지 같았던 독자들께 크나큰 염려와 걱정을 끼쳤다는 점입니다. 그것이 가장 아프고 쓰라렸습니다. 젊은 날 한순간의 방심으로 제 글쓰기에 중대한 실수가 발생했고 그러한 일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망각한 채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아무것도 아닌 저의 작가로서의 알량한 자부심이 그걸 인정하는 것을 더디게 만들었습니다. 4년 동안 줄곧 혼잣말을 해왔는데 걱정을 끼쳐 미안하고 죄송합니다,였습니다. 저의 잘못을 지적하고 비판해온 분들께도 마찬가지 마음입니다. 한 사람의 작가로서 좋은 글을 쓰게 하는 대상이 되지 못하고 비판의 글을 쓰게 하는 대상으로 혼란과 고통을 드렸습니다. 모두 저의 잘못이고 불찰입니다.
지난 4년 동안 제가 사랑하거나 존경하는 분들 가운데 여럿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럴 때마다 기다려주지 않는 시간 앞에 망연자실했습니다. 새삼스럽게 작은 호의, 내민 손, 내쳐진 것들의 사회적 의미, 별것 아닌 것 같은 일상의 소중함을 절절히 깨닫기도 했습니다. 새로운 작가들의 새로운 글쓰기에 의해 많은 가치들이 새롭게 무장되고 새롭게 출발하는 것도 조용히 지켜봤습니다. 감사하고 설레고 고마운 일이었습니다. 이후의 시간이 저를 어디로 데려갈지는 저도 모르지만 저는 읽고 쓰는 인간으로 살며 제 누추해진 책상을 지킬 것입니다. 제 자리에서 글을 쓰는 일로 다시 부서진 것들을 고치고, 떠내려가는 것들을 건져내고, 닫힌 문은 열고, 사라지는 것들을 애도하고, 메마른 것들에게 물을 주려고 합니다. 이것이 앞으로의 저의 소박한 꿈이며 계획입니다.
오랜만에 문학계간지의 교정지를 대하니 가슴이 뛰는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지면을 통해 만나게 될 독자들의 눈빛과 음성이 떠오릅니다. 제가 죽을 때까지 지켜야 할 것이 있다면 바로 이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쓰는 것밖에 할 수 없는 사람이니 차근차근 글을 쓰고 또써서 저에게 주어진 과분한 기대와 관심, 많은 실망과 염려에 대한 빚을 조금씩 갚아나가겠습니다.
2019년 5월 신경숙 드림
- 신경숙 "작품을 발표하며" 입장문 전문
네티즌들은 신씨의 불완전한 사과를 용인하지 못하는 분위기이다. 죄송하고 도둑질로 보답하겠다는 거냐는 반응까지 나온다.
또한, 여전히 신경숙 감싸기를 하고 있는 창비와 창비의 명예 편집인인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에 대해서도 여론이나 네티즌이 비판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반성 없는' 신경숙.. 반길 수 없는 복귀
5. 작품 목록
'''신경숙 한 사람이 집필한 작품만을 다루고 있다. 공동집필은 끝에 ★표기.'''
5.1. 소설집
- 겨울우화(고려원.1990)[16]
- 풍금이 있던 자리(문학과지성사.1993)[17]
- 오래전 집을 떠날 때(창작과비평사.1996)
- 강물이 될 때까지(문학동네.1998)[18]
- 딸기밭(문학과지성사.2000)
- J 이야기(마음산책.2002)
- 종소리(문학동네.2003)
- 감자 먹는 사람들(창작과비평사.2005)[19]
- 모르는 여인들(문학동네.2011)
-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문학동네.2013)
5.2. 장편 소설
- 깊은 슬픔(문학동네.1994)[20]
- 외딴방(문학동네.1995)[21]
- 기차는 7시에 떠나네(문학과지성사.1999)
- 바이올렛(문학동네.2001)
- 리진(문학동네.2007)
- 엄마를 부탁해(창비.2008)
-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문학동네.2010)
- 아버지에게 갔었어(창비.2020) [22]
5.3. 산문집
- 아름다운 그늘(문학동네.1995)
- 버스, 정류장(명필름.2002)
- 자거라, 네 슬픔아(현대문학.2004)
5.4. 시집
- 내 마음의 빈집 한 채(동아일보사.2000)
6. 수상기록
- 1993년 한국일보문학상
- 1993년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 1995년 현대문학상
- 1996년 만해문학상
- 1997년 동인문학상
- 2000년 한국소설문학상
- 2001년 이상문학상
- 2006년 제14회 오영수 문학상
- 2011년 제43회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 2012년 제7회 마크 오브 리스펙트상
- 2012년 맨 아시아 문학상
- 2012년 서울외신기자클럽 외신홍보상 문학부분
- 2013년 제23회 호암상 예술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