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의 오해
"놀랍게도 이렇게 알려져 있지 않은 지식이 바로 심리학이라는 분야다. 내가 심리학이라는 분야가 잘 알려져 있지 않다고 말할 때 의미하는 것은 무엇이겠는가? ''(중략)'' 겉으로는 대중매체의 상당한 주의를 끌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심리학이라는 영역과 대부분의 일반 대중 사이에는 장막이 쳐져 있다. 대중매체를 통해 전달되고 있는 "심리학적" 지식이라는 것은 대체로 착각이다. 많은 서점의 "심리학" 서가에 꽂혀 있는 대부분의 책들이 심리학계에서는 전혀 인정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쓰여진 것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중매체가 "심리학자" 라는 딱지를 붙여주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미국심리학회에서는 "심리학자" 로서 인정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사람도 거의 없다. 겉으로 보기에 심리학 "전문가" 인 듯한 많은 사람들이 심리학이라는 영역이 지식을 축적해 나가는 데 아무런 공헌도 하지 못하였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사람도 거의 없다.
"심리학적" 주제에 쏟아붓는 대중매체의 요란스러운 관심은 그저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정도로 끝나지 않는다. 심리학 영역에서 진정으로 성장해 가는 데이터베이스를 흐리게 만드는 역할도 한다. 일반 대중은 어느 것이 심리학이고 어느 것이 심리학이 아닌지를 확신할 수가 없으며, 심리학적 주장에 대해 독자적인 평가를 내릴 능력도 없다. ''(중략)''
학기말에 최종적으로 개관할 때 또는 개인 면담시간에 교수는 첫 강의시간이라면야 예상할 수 있지만 14주 동안 심리학적 사실들을 소개한 후에는 예상할 수 없는 질문을 듣고는 쇼크를 받아 낙담하게 된다. 예컨대 '그렇지만 심리학 실험은 실제가 아니잖아요. 실험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은 무엇인가요? 심리학은 화학과 같은 진정한 과학은 될 수 없잖아요, 안 그런가요? 그런데 저는 텔레비전에 나오는 심리치료사가 우리 교과서에 쓰여진 것과는 반대되는 말을 하는 것을 들었거든요. 내 생각에 이 이론은 멍청해요. 내 남동생은 이 이론의 주장과는 반대되는 행동을 하거든요. 그런데 그 실험은 심리학과 아무런 관계가 없어요. 심리학은 단지 상식일 뿐이고요. 불안이 무엇인지는 누구나 다 아는데, 그것을 정의하느라 애쓰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심리학은 단지 견해의 문제가 아닌가요?' 많은 학생들에게 있어서 심리학의 내용을 들여다보는 것만 가지고는 이러한 질문에 대한 대답이 암묵적으로 주어지지 않는다......"
K.E.스타노비치 외, 《심리학의 오해》(How to Think Straight About Psychology), 6th ed., (신현정, 혜안, 2003, 서울), pp. 9~12
1. 소개
초판 2003년, 저자 키스 스타노비치(K.E.Stanovich),[1] 역자 신현정.[2] 원제는 《심리학을 올바르게 생각하는 방법》.
대중적으로 만연해 있는 "가짜 심리학" 의 이미지를 없애고, 실제 심리학이 배우고 연구하고 발견하는 것들을 알리기 위해 쓰인 교양서. 예상 독자층은 심리학개론 수업을 듣는 심리학과 학부 1학년생이다. 한국 심리학도들이 항상 비전공자나 심리학과 지망생들에게 즐겨 추천하는 책으로도 유명하다.
2. 내용
나무위키의 대중심리학 문서와 연구방법론 관련 정보 문서의 내용을 반반씩 섞은 듯한 구성으로, 심리학을 전공한 학생들이 향후 많은 대중매체에서 접하게 될 "왜곡된 가짜 심리학" 정보들을 비판적으로 사고해서 잘 걸러낼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원래는 심리학개론 수업을 통해 이런 능력이 충분히 확보되어야 하겠지만, 개론 수업이 끝나고도 어이가 안드로메다로 날아가는 질문을 던지는 학생들이 너무나 많아서 이 책을 보완용으로 쓰게 되었다고.(…)
그러나 이 책이 열심히 팔리는데도 불구하고,[3] 이 책의 서문에서 저자는 "지금껏 여러 판째 계속 찍어내고 있는데, 왜 아직도 연구자들은 똑같은 문제로 걱정하고 있고 내 책은 내용이 조금도 바뀌지 않는가!" 라며 탄식하고 있다.(…)
그러나 20살짜리 대학생들이 읽기에는 너무 무겁다는 반응도 많다.[4] 설령 대충 이해하고 넘어가더라도 나중에 혹시 대학원생이 되거나 전공지식이 충분히 쌓인 후 다시 읽었을 때 "아, 이게 그 얘기였어?" 하면서 비로소 제대로 이해할 만한 내용들이 많이 나온다.
각 장별 중심내용은 다음과 같다. (6판 기준)
- 1장 : 심리학은 활동적이고 건강하다
- 2장 : 반증가능성
- 3장 : 조작주의와 본질주의
- 4장 : 증언서와 사례연구 증거
- 5장 : 상관관계와 인과관계
- 6장 : 대상을 통제하기
- 7장 : "그렇지만 이것은 실제 삶이 아니잖아요!"
- 8장 : 아인슈타인 증후군 극복하기
- 9장 : '마법의 탄환' 을 향한 터무니없는 추구
- 10장 : 인간 인지의 아킬레스건
- 11장 : 심리학에서 우연의 역할
- 12장 : 이중고난의 과학
3. 비판
그러나 한편에서는 지나치게 극단적, 혹은 보수적인 입장에서 심리학의 과학적 방법론만을 진리시한다는 비판을 받는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사실 심리학 전공자들이 이러한 절규를 하는 것은 이해가 가는 바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과도한 '인정투쟁'인 면도 없지 않다. 이는 항목 서두에서 언급되듯 자연과학자들과 인문학자 모두에게 비판을 받을 수 있는데, 이러한 비판에는 편견도 있지만 올바른 비판도 있다. 현직 심리학자들도 심리학을 지나치게 인문학적인 면과 분리시키려는 시도는 탐탁치 않은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으며, 실제로도 한국심리학회 각 분과분야의 학술대회에서는 매 학회의 중심 이슈에 대해서 인문학자 한 분을 초빙하여 고견을 듣는 강연 코스를 마련해두고 있다.
그리고, 심리학의 몇몇 분야는 결국 응용학문이다 보니 이론이 실천을 뒷받침해줘야 하는데, 실천을 담당하는 전문가 중에서도 임상심리사나 상담심리사들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심리학자들의 절규에 반은 공감해도 반은 공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임상에서는 절대 순수한 과학적인 접근만으로 해결이 되지 않는다. 제 아무리 뇌의 구석구석을 밝히는 세상이 되었지만, 필드에서는 그게 마치 무용하게 느껴지기까지[6] 할 정도로 사람의 심리에 대해 자신감을 가지기 힘들 때도 있다. 물론, 임상이나 상담은 심리학의 한 작은 파트일 뿐이고 그 외에도 심리학이 공헌할 부분은 많다. 그렇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 임상, 상담 쪽과 심리학의 다른 분야가 다소 긴장관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7] 정신의학이나 사회심리학 역시 마찬가지로 심리학과 긴장관계에 있는 부분이 있다.[8] 그 말은 이 책에서 세일즈하는 심리학의 방법론이 심리학의 전부가 되기는 힘들다는 말이다.
심리학은 경성과학적 이론의 영역에서부터 기술적이고 실용적인 응용에까지 폭넓게 펼쳐져 있다. 양적 연구만 가지고 땡이 아니라 양적 연구에 질적 연구까지 능수능란해야 한다. '''이거 하나만 잘 해서 될 일이 아니라, 이것에 더하여 저것까지 통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심리학자들이 연구방법론에 지대한 (그리고 근본적인 수준의)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무리는 아닌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