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몽테크리스토 백작)

 

1. 개요
2. 원작
2.1. 갑작스러운 이별
2.2. 당테스가 사라진 뒤
2.3. 백작의 등장 이후
3. 그녀가 작중에 끼친 영향력
4. 이것저것
5. 각색


1. 개요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등장인물. 에드몽 당테스약혼녀. 당테스의 신부였지만 당테스와는 맺어지지 못했다. 결혼 전 성은 에레라.

2. 원작



2.1. 갑작스러운 이별


카탈루냐 마을[1] 출신의 정열적인 아가씨. 가무잡잡한 피부를 가진 이국적인 분위기의 미녀로 묘사된다. 열렬히 구애하는 사촌오빠 페르낭에게 '나는 그이(에드몽)밖에 없어요'라며 염장을 팍팍 질러주시더니, 결혼식 날에 당테스가 경찰에 잡혀가서 그대로 생과부가 되어 버렸다.(…)
그런데 24년 뒤에 39세라면, 에드몽과 약혼식을 했을 때는 15세였단 말. 물론 옛날 사람들은 원래 그 정도 연령대에서 결혼을 했다.[2]
하지만 일신서적출판사에서 발행된 3권짜리 몽테크리스토백작에 의하면 에드몽과 약혼했을 때의 나이가 17세라고 명시되어 있다. 사실 몽테크리스토 백작 자체가 뒤마 선생이 상당히 휙휙 쓴 작품이라 신경쓰고 읽어보면 여기저기서 설정 충돌이 자주 보이기는 하는 편이다. 단 설정 충돌과는 별개로, 프랑스는 소설의 배경과 비슷한 시대에 살았던 집필자 뒤마가 우리 나이로 치면 중학생 때부터 여성들과 첫 성관계를 맺었을 정도로 옛부터 자유분방한 성문화를 가진 나라다. 또 전쟁이나 기아 등으로 조혼 풍습이 있던 그 시대와 접목하면 그리 이상한 일도 아니다. 도리어 갓 성인이 된 아들을 둔 아버지치고는 칠순 가까운 노인으로 나오는 에드몽의 아버지가 당시로는 특이한 경우.[3]

2.2. 당테스가 사라진 뒤


당테스가 잡혀간 뒤에는 얼마동안 수절하면서 시아버지 루이 당테스(당테스의 아버지)를 모셨다. 하지만 아들이 잡혀간 충격으로 그가 식음을 전폐하다 죽어버리고 말자, 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다시 나타난 페르낭의 구애에 못 이겨서 결혼하여 마르세유를 뜨고 아들 알베르를 낳게 된다.[4] 페르낭은, 당테스를 그렇게 보내버린 후 군인으로 입대했다가 카드루스의 말에 의하면 "소위 계급장을 떡하니 달고" 돌아왔다고 한다.
당테스가 사라지고 페르낭을 따라 나서기까지 총 18개월간을 기다렸다. 약혼자의 실종과 다른 남자와의 결혼식 사이의 기간으로 생각하자면 꽤 짧은 기간. 다만 메르세데스 입장에서의 그 18개월은 연인인 당테스도 친구이자 사촌오빠인 페르낭도 떠나가고 없던 지옥 같은 고독함의 시간이었다는 점은 감안해줘야 할지도 모른다. 그것도 당테스가 결혼식 날 실종되었다는 걸 감안하면... 이후 이것을 들은 당테스 왈, "그럼 결국 전부 통틀어서 십팔 개월을 기다린 셈이로군요. 아무리 사랑받는 남자라 할지라도 그 이상 기다려 달라고 할 수는 없겠지요.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여자이니라!"
그동안 교양을 쌓고 자기 수양을 하는 것도 게을리 하지 않아[5] 시골 처녀에서 훌륭한 귀부인으로 업그레이드하게 되며, 페르낭이 모르세르 백작이 되면서 그녀도 모르세르 백작부인이 된다. 단 가스파르 카드루스가 "그렇게 머릿속에 이것저것 집어넣는 것은 자기 가슴 속의 생각을 잊어버리려고 그러는 것 같았다"라고 하는 것을 보면 당테스에 대한 사랑과 죄책감은 차마 버리지 못했던 것 같다.
완전 막장인 당글라르 패밀리나 빌포르 패밀리에 비하면 이쪽은 그래도 나름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었다. 참고로 메르세데스는 초반부에도 페르낭을 에드몽에게 소개할 때 "내가 당신 다음으로 사랑[6]하는 우리 사촌오빠예요"라고 한 만큼, 페르낭을 '''싫어했던 건 아니었다.''' 그가 저지른 일도 전혀 몰랐었고....

2.3. 백작의 등장 이후


아무도 못 알아보는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정체가 에드몽이라는 것을 첫눈에 알아차렸다. 나중에 백작과 아들의 결투를 막기 위해 찾아왔을 때 "목소리를 듣고 알아차렸다"라고 하는 것을 보면 그를 꿈에도 잊어본 적 없기에 얼굴을 직접 보기도 전에 목소리만 듣고도 알아본 듯.
참고로 작중에서 백작이 직접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도 그의 정체를 알아챈 사람은 딱 두 명뿐이다. 메르세데스와 모렐 상회 대표인 피에르 모렐. 그나마도 모렐은 나중에 정황증거를 생각해 본 후 깨달은 것이므로, 바로 알아본 것은 메르세데스가 유일하다. 작중에서 그런 기색을 숨기고 백작과 고통스러운 대화를 나누었다.
모르세르 저택에서 연 무도회에 백작이 참석하자, 함께 온실에서 산책을 하겠다는 핑계로 단둘이서 이야기를 나눈다. 물론 대화 자체는 '모르세르 백작부인'과 '몽테크리스토 백작'이란 신분으로 했지만. 이 때 메르세데스가 '백작께선 다른 가족이나 친구들도 전혀 없는 외톨이신가요?'라고 묻자 백작은 '몰타에 약혼녀가 있었는데, 불가피한 사정으로 다른 곳에 다녀 왔더니 다른 남자와 이미 결혼을 해버렸더군요. 그 땐 저도 나약했는지 참 괴로워했습니다. 그래도 그 여자는 마음 속으로 용서를 해 줬지요. 하지만 그녀를 빼앗아간 다른 남자들은 절대로 용서할 수 없습니다.'라고 말한다. 이 대화를 나눈 메르세데스가 어떤 생각을 했을지는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7]

참고로 이 무도회 파트에서 메르세데스는 꾸준히 백작에게 음식을 권한다. 동양에서는 음식을 함께 나눈 이를 친구로 생각한다는 관습에 비추어 봤을때 백작의 복수 대상이 자신의 집안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려 하거나 백작의 우정(?)을 확인하여 복수를 무산시키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끝내 백작이 음식을 입에 대지 않자 그의 복수심을 확인하고 절망한다.[8][9]
이후 백작의 음모로 하이데가 페르낭의 실체를 폭로하여 페르낭의 명예가 박살이 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결국 알베르는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백작과 결투를 벌이려 하게 된다. 물론 이렇게 되면 알베르는 결투 솜씨가 뛰어난 백작의 손에 죽게 될 것이었다.[10] 이런 상황에 이르자 메르세데스는 갈등 끝에 백작을 찾아가서 알베르를 죽이지 말아달라고 애원한다.
결국 메르세데스에게 설득된 백작은 복수까지 포기하고 죽을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11]. 그러나 한편으로는 알베르에게도 백작과 자신, 아버지에 관한 모든 진실을 털어놓는다. 알베르에게 털어놓는 것은 직접적으로 묘사되지는 않으나 이후의 전개를 보면 의심할 수가 없는 상황.(백작도 다음날 알베르의 행동을 보고 메르세데스가 말했음을 직감했다고 묘사된다.)[12] 이 때문에 알베르는 백작의 복수가 모두 정당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마침내 결투를 하는 자리에 나온 알베르는 백작의 행동은 모두 정당성이 있었다고 말하며, 자신은 아버지를 대신하여 복수를 할 자격이 없으므로 백작과의 결투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한다. 이런 메르세데스의 노력 덕분에 두 사람은 화해하게 되며, 백작은 메르세데스의 노력을 알고 어머니의 위대함을 찬양한다. 그 자신도 알베르를 진심으로 죽이고 싶어하지는 않았기 때문. 이렇게 백작과 알베르를 화해시킨 다음, 메르세데스는 페르낭을 버리고 알베르와 같이 저택을 떠나버린다.
페르낭은 알베르가 결투를 포기하자 자신이 결투를 신청하러 백작의 집에 갔다가 백작이 자신의 정체를 밝히자, 도리어 멘붕 상태에 빠져 모르세르 저택으로 돌아온다. 그리고는 알베르와 메르세데스가 자신이 준 모든것을 버리고 단 둘이 떠나는 모습을 숨어서 지켜본 후, 모든 삶의 희망을 잃어버리고 자살하고 만다. 어떻게 보면, 메르세데스의 행동 때문에 백작이 본래 하려던 것 이상으로 '''페르낭에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복수'''가 이루어졌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모든 부와 명예를 버리고 파리를 떠난 메르세데스는 고향 마르세유의 시골 집에서 알베르와 둘이서 살게 된다. 나중에 알베르는 입대하여 알제리로 출병을 떠나고 혼자 남는다. 떠나기 전 백작이 알베르에게 편지를 보내 "메르세데스와 결혼할 지참금으로 모아뒀던 돈[13]을 받아달라"고 하자, "그 분은 그 돈을 나에게 주실 권리가 있다"며 받게 된다. 백작은 가난하게 살게 된 메르세데스를 더 도와주고 싶었지만 그녀의 자존심을 생각해 더 이상은 줄 수 없었던 듯.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해도 결국 자신의 선택은 에드몽을 배신한 것이었고, 그나마 위로해주었던 페르낭조차도 그 비열한 진실을 알게 되자 버릴 수밖에 없었다. 메르세데스에게는 자신의 인생이 실로 허무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그나마 아들 알베르가 착하고 씩씩하게 자라준 것만이 유일한 위안.
약혼식으로부터 24년이 흘러 마르세유의 그 집에서 다시 에드몽과 재회하고 나누는 뜨거운 눈빛은 상당한 명장면. 작중에서는 "난 이제 39세인데도 50대처럼 보인다"고 한탄하고 있었으나 알베르의 엄마 자랑이나 에드몽이 그녀에 대해 회상하는 장면의 묘사를 보고 있으면 30대 초중반의 성숙미 넘치는 청순미인으로 자동 뇌내보완될지도 모른다. 정확히는 "난 이제 39세인데도 50대처럼 보이는데 당신은 어쩜 이렇게도 멋있고 중후하고...!(이하 생략)"라는 투로 자조 섞인 탄식을 하는 것이었으니 백작과 자신의 처지를 대비해서 보다가 나온 말일지도.
마르세유 집에서의 재회가 마지막 등장. 이후 어떻게 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백작이 준비한 옛 지참금을 받겠다고 말할 때 "그분은 내 수녀원 입회금을 치러주실 권리가 있으니까"[14]라고 말한 것 때문에 수녀원에 들어갔을 거라는 추측이 있을 뿐이다. 만약 알베르가 성실하고 착하게 자수성가하는 데 성공한다면 적어도 노후는 편안할지도.

3. 그녀가 작중에 끼친 영향력


한 마디로 좋은 여자다. 하지만 에드몽과는 아깝게 인연이 없었던 인물.
에드몽이 잡혀간 뒤에도 에드몽의 아버지가 죽을 때까지 돌봤던 것이나, 에드몽의 석방을 위해 탄원서까지 써서 호소했던 점이나, 그 뒤에도 거의 폐인이 되어서야 페르낭의 청혼을 받아들인 점을 보면 그녀는 나름대로 할 도리는 다 했다고 얘기할 수 있다.[15][16] 에드몽이 풀려날 가망은 거의 없었고, 아예 죽어버렸다는 소문까지 들렸을 정도니까. 특히 에드몽의 아버지가 에드몽이 죽었다는 걸 확신해 버린 것이 컸다. 눈물로 읍소하여 알베르와 백작의 대립을 현명하게 종식시킨 것도 용기있는 행동.
상황 파악 능력과 능동성을 지녔기에, 전형적인 비극의 히로인과는 크게 다른 인물로 평가된다. 강철 같은 의지와 타오르는 복수심을 지녔던 에드몽이 복수를 포기하도록 만든 유일한 인물이다. 우선, 에드몽(몽테크리스토 백작)이 아직 본격적인 복수를 시작하기도 전, 아무도 에드몽의 복수심을 눈치채지 못한 시점부터 에드몽의 정체와 복수심을 파악하고 그 복수로부터 자기 가족의 안전을 확인받기 위해 계속 음식을 권한 것부터 생각해야 한다. 즉 누구보다 빨리 상황을 파악하고 에드몽의 복수를 견제하기 시작했던 것.
그리고 본격적으로 시작된 에드몽의 복수 제 1보는 언론을 통해 페르낭(모르세르 백작)이 알리 파샤를 배신했다는 소문을 퍼트려 이를 검증하기 위한 의회 청문회를 소집하게 한 뒤, 청문회에 하이데를 내보내 페르낭의 배신을 입증함으로써 명예로운 군인으로 알려졌던 페르낭의 실체를 드러내고 평판과 명예를 실추시켜 사회적으로 매장하는 것이었고, 이는 완벽하게 성공했다.
그러나 이 복수는, 엄밀히 말하면 에드몽 자신의 복수라기 보다는 에드몽에게 의탁하고 있는 하이데를 위한 복수에 가까웠고[17], 따라서 에드몽은 페르낭에 대한 복수를 완성시키기 위한 복수의 제 2보로써, 에드몽이 아버지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계획을 꾸몄음을 파악한 알베르가 건 결투 신청을 받아들였다. 즉, 자신을 배신하고 메르세데스를 빼앗아감으로써 얻은 외아들을 죽임으로서 복수를 완성시킬 계획이었던 것.
이전까지는 단순히 견제만 하던 메르세데스가 에드몽의 복수 계획에 본격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한 것이 바로 이 시점이다. 그리고 이는 자신이 사랑했던 남자가 자기 아들을 죽이려 하는 끔찍한 상황에서 아들을 지키려는 모성의 발로이기도 했지만, 단순히 백작에게 눈물로 읍소했다고 격하될 만한 것은 아니다.
완역판을 보면 쉽게 알 수 있지만 에드몽의 복수를 포기시키려는 메르세데스의 시도는 '페르낭이 알리 파샤를 배신한 것이 당신과 무슨 상관이냐'(즉, 그 복수는 당신의 몫이 아니다.)라는 질문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이 힐난에는 하이데가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페르낭을 사회적으로 파멸시킨 것에 대한 분노는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요컨데, 아버지를 위한 하이데의 복수 자체는 정당하고, 에드몽이 하이데의 후견인으로써 그 복수를 도운 것은 이해할 수 있으나, 그 이상의 복수 -즉, 페르낭과 메르세데스의 아들인 알베르를 죽여버리는 것- 은 정당한 복수의 수준을 넘은 것이 아니냐는 질문인 셈.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해, 에드몽은 메르세데스의 지적이 정당하며, 하이데가 아버지인 알리 파샤를 위해 복수한 것은 자신과 무관함을 인정하고[18], 자신이 하이데의 복수와는 별개로 메르세데스를 빼앗은 것에 대해 페르낭에게 복수하려 하고 있음을 인정한다. 그리고, 이에 대한 메르세데스의 입장은 '그렇다면 당신이 복수해야 할 상대는 페르낭이 아니라 자신이다' 라는 것이었다. 페르낭의 배신을 모르는 메르세데스의 입장에서는 페르낭은 그저 어부지리로 이득을 본 것뿐이고, 18개월만에 에드몽을 배신한 것은 자기 자신이기 때문.
작가 자신의 의도든, 현대인 독자의 눈으로 보든 생활고에 시달리며 예비 시아버지까지 돌보면서 18개월이나 버티다가[19], 약혼자가 돌아올 희망이 도무지 보이지 않아서 다른 남자와 결혼한 메르세데스의 행동이 딱히 복수의 대상이 될 만한 배신이라고는 보이지는 않지만 아무튼 페르낭이 어부지리로 이익을 본 것이 잘못이라 할 수 없다면, 책임을 져야 하는 건 메르세데스뿐인 것이다. 다만 그렇다고 백작 스스로도 메르세데스를 배신자로 매도하거나 배신자라 생각한 건 아니었다. 처음 메르세데스와 재회했을 때 자신을 떠난 것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납득했다고 말했으니까.[20]
하지만 이 시점에서 에드몽은 미리 거금을 주고 손에 넣었던 서류를 보여주고 페르낭이 메르세데스를 얻기 위해 자신을 함정에 빠뜨렸음을 입증한다. 그렇게 되자 메르세데스 역시 이를 통해 에드몽의 복수가 정당함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되고, 최후의 요구로 '알베르를 죽이지 말라' 고 부탁한다. 아버지의 죄가 자식의 죄는 아니므로, 알베르에게는 죄가 없고, 따라서 죽을 이유도 없다는 것. 그리고 과거의 애정에 대한 감정적 호소와 논리적 근거를 모두 갖춘 이 부탁을 에드몽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21][22]
반쯤 자포자기한 백작이 '그럼 대신 내가 죽겠다'고 말하자 메르세데스는 잠깐 놀라더니 감사를 표하고 나가버린다. 메르세데스가 돌아간 뒤, 메르세데스의 행동을 '모성에 눈이 멀어서 그래도 한때 연인이었던 나는 죽던 말던 상관 없다는 거냐'라고 오해한 에드몽은 이 시점에서 자신의 복수가 사실상 실패했다고 생각하고, 왜 복수를 결심한 날 자신의 심장을 뽑아버리지 못했느냐고 한탄한다. 자신의 복수가 실패한 것이 능력이 모자랐기 때문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 포기한 것이며, 자신의 복수가 없더라도 사후에 신의 심판이 기다림을 경고하기 위해 자신을 배신하고 함정에 빠뜨린 복수의 대상들이 저지른 죄를 고발하는 문서를 남기고, 하이데에게 재산을 상속한다는 서류까지 남기며 죽음을 준비한다. 결투장에서 알베르에게 죽을 각오를 다진 것.
자존심 면에서 보든, 에드몽 자신이 생각하는 복수의 정당성에서 보든 결투를 포기하고 자기 목숨을 구할 수는 없었던 것. 알베르의 결투는 <페르낭의 명예를 빼앗고 파멸시킨 몽테크리스토 백작에게 복수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것이지 <페르낭의 명예를 회복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이 작품의 배경은 무슨 신명재판(결투재판)이 있던 중세도 아니고 근대 프랑스이며, 페르낭에 대한 고발은 충분한 근거를 갖춘 언론[23]에 의해 이슈화되어 페르낭이 소속된 귀족원 회의에서 공식적인 심의대상이 된 것이다. 그리고 이 심의는 피해 호소자인 하이데에게도 직접 출석하여 페르낭의 행위를 고발하고 규탄할 기회가 보장되었지만 반대로 페르낭 쪽에게도 스스로를 변호할 기회가 충분히 보장한 상태에서 양쪽 모두 공정하게 자신의 입장을 피력하고 소명할 기회를 가진 끝에 하이데측의 입장이 더 정당하고 그 고발에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판단되어 <페르낭의 배신 및 매국행위를 인정> 하는 공식적인 결론이 나온 것이다. 즉 근대는 물론 현대 기준으로 봐도 충분히 정당성과 공정성을 갖춘 절차를 통해 페르낭의 죄가 규명된 것인데, 이걸 고작 결투 한방으로 뒤집는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그보다는 페르낭의 명예 실추는 할 수 없지만 어쨌건 페르낭의 아들로써 알베르가 <아버지의 잘못은 잘못이지만, 아들로써 아버지를 해친 자에게 복수는 하겠다> 고 덤벼든 것이라 보는 것이 적절하다.
하지만 다음 날 결투장에서 메르세데스에게 설명을 들은[24] 알베르가 백작의 복수가 정당함을 인정하고 사과함으로서[25] 상황은 일변하게 된다. 알베르의 사과로 결투가 마무리됨으로써 에드몽은 1차적으로 복수를 위해 죄없는 이의 목숨을 빼앗지 않게 되었다.
이후 알베르가 사과했다는 소식을 들은 페르낭이 '내 아들은 비겁해서 목숨을 구걸한 모양이지만, 난 그렇게 만만하지 않을거다' 라고 쳐들어오자 에드몽은 그에게 '아닌데? 니 아들은 비겁한 게 아니라 현명한 건데? 니 가족도 니 잘못을 알고 널 버렸는데?' 라고 조롱할 수 있었다. 반대로 원래 계획대로 했다면 페르낭이 '그래, 나 죄 있다. 근데 내 아들은 너한테 뭔 짓을 했다고 죽게 하냐?' 라고 최후의 발악이라도 할 수 있게 된다. 더군다나 메르세데스가 읍소하러 오기까지 했는데도 원래 계획대로 밀고나갔다면 백작도 복수가 성공해도 찝찝함은 남았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정당성이라는 측면에서 볼 경우 '페르낭에게 복수하기 위해 죄없는 알베르를 희생시키는 것'은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무고한 사람을 희생시키는 행태'이고, 따라서 이 경우 백작은 '메르세데스에 대한 사랑 때문에 에드몽을 희생시킨' 페르낭에 대한 도덕적 우위를 잃게 된다. "너 역시 네 목적을 위해 다른 사람을 희생시켰는데, 다른 사람은 그러지 말라는 법이 있느냐" 는 반론에 부딪히게 되어 백작의 복수가 '죄를 지은 자에 대한 정당한 심판'이 아닌 '강자의 힘으로 약자를 짓밟는' 행태로 전락하게 된다는 것.[26]
이 작품 내내 백작에게 가장 중요한 동기가 '복수의 정당성', 즉 도덕적 우월성임을 생각하면 이것이야말로 백작에게 가장 치명적인 타격인 셈. 더욱이 그래도 페르낭은 죽이진 않고 감방 보낸 것이지만 백작은 상대를 죽인 거다. 즉 페르낭이 "그래 난 니놈을 억울하게 감옥으로 보냈으니 죽일 놈이라 치자, 그래도 난 너랑 네 아버지를 직접 죽이지는 않았는데 넌 뭐냐?" 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죄 없는 아들을 죽여서 죄 지은 아버지를 고통스럽게 만들겠다던 백작의 본래 계획에 비해, 죄 없는 이는 죽지 않고, 죄의 대가로 얻은 가족이 스스로 떠나게 함으로써 절망한 페르낭이 자살로 자기 행동의 대가를 치르도록 만든 이 결과가 훨씬 더 합리적이고 만족스럽게 되었고, 복수당한 이에게는 그게 더 큰 고통이자 파멸이다.[27] 그리고 백작은 자신의 본래 계획보다 훨씬 바람직한 이 결말을 보면서 '이제야 내 복수가 신의 뜻에 부합하는 것을 확신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만족한다. 우연과 타인의 개입으로, 자신의 계획보다 훨씬 완전하게 복수가 이루어졌으니, 신이 자신의 복수를 가호한다는 증거라는 것.
사실 이 작품에서 몽테크리스토 백작은 다른 등장인물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탁월한 능력을 가진 인물(소위 먼치킨)이고, 따라서 이 작품 내에서 주인공 몽테크리스토 백작이 극복해야 하는 가장 핵심적인 갈등은 자신의 행동을 방해하는 외부의 적을 물리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행동이 과연 정당한가에 대한 고민이며, 기독교 문화권에서 쓰여진 작품답게 이 고민은 '내 행동이 과연 신의 뜻에 부합하는가?' 라는 질문으로 표현된다. 따라서 백작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요소(=신의 뜻)에 의해 자신의 복수가 본래 자신이 세웠던 계획보다 더 정당하며 철저하게 이루어진 것을 보면서 백작은 '신이 내 복수를 가호한다'(=그러므로 내 복수는 정당하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28]
이와 대조되는 장면으로 빌포르에 대한 복수의 와중에 백작의 행동이 일으킨 부작용[29]으로 빌포르 부인이 애꿎은 사람들을 줄지어 독살하던 끝에 아무 죄 없는 어린 아들까지 죽이고 자살하는 일이 벌어졌으며, 그 꼴을 본 빌포르는 완전히 미쳐버리는 대참사가 일어난다. 이를 보면서 백작이 '더 이상 신은 내 편에 서 계시다고 말할 수 없게 되었다'(=자신의 복수가 너무나 지나쳤기에 더이상 정당하다고 여길 수 없게 되었다)고 자조하는 장면이 있다. [30]
이러한 점을 종합해 볼 때, 메르세데스는 작중에서 에드몽의 복수가 가지는 정당성을 인정하고 그 복수가 완전한 형태로 이뤄지도록 개입하는 역할을 하는 인물이며 이를 두고 단순히 수동적인 비운의 히로인이라고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 무엇보다도 페르낭의 몰락 과정에서 에드몽이 모든 결정권을 쥐고 있었다고 하지만 메르세데스는 에드몽의 복수를 한번 좌절시켰고, (본의는 아니었지만) 다시 그것이 완전한 형태로 이뤄지도록 유도한 인물임을 생각해야 한다.

4. 이것저것


마르세유에 살았지만 순혈 프랑스인은 아니며 카탈루냐(지금의 스페인 바르셀로나 지방 일대)인, 즉 스페인계이다. 난데없이 웬 스페인? 이라고 생각 할 수도 있겠지만, 지중해의 바닷길로 보면 바르셀로나와 마르세유는 거의 옆집이나 다름 없다. 그리고 카탈루냐인 자체가 스페인과 프랑스 두 나라에 걸쳐서 살고 있다.
작품을 재해석한 일본 애니메이션 암굴왕에서는 페르낭을 말리다가 살해당한다...

5. 각색


사실 원작의 진히로인하이데이지만, 메르세데스 엔딩이 나오는 각색본이 무척 많이 있다. 원래 약혼자이며 결혼식까지 올렸으나, 하필 결혼식 도중에 일이 터져서 첫날밤도 못 지내고 강제로 떨어진 안타까운 사이이기도 하고, 하이데는 백작과의 나이 차이가 무척 많이 나며 어린 시절 노예로 잡혀갔다가 백작이 '구입'해서 키운 여인이라 백작을 주인님으로 부른다는 점, 원작에도 없는 하이데와의 만남을 넣으려면 안 그래도 긴 원작 각색하기가 더 어려워진다는 점, 무엇보다 헐리우드식 러브스토리는 첫사랑을 무지하게 중시한다는 점 때문에 밀려난 듯 하다. 그리고 하이데를 진히로인으로 놓고 영화를 만들면 40대 초반 중년과 20대 중반 소녀의 러브스토리를 묘사해야 하는데 이게 좀 논란이 될 우려가...
1975년 영화판에선 사실 알베르가 백작의 아들이지만 이제와서 다시 재결합하긴 너무 멀리 떨어졌다며 두 사람만의 비밀로 하고 헤어지는 나름 찡한 연출을 보인다. 2002년작 영화 몽테크리스토 백작에서는 페르낭이 에드몽과 싸우다 죽고 아들 알베르도 사실 에드몽의 아들이라는 것으로 설정변경되어 결국 에드몽과 이어지는 훈훈한 해피엔딩으로 이어진다. 뮤지컬 버전도 2002년 영화판을 원작으로 한 3차 창작이라 같은 노선으로 해피엔딩을 맞는다.
각색판 중 2002년 영화에서는 페르낭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아이(당테스의 아이)를 임신한 상태로 페르낭의 아이로 위장하고 결혼하는 무서운 작품도 있다. 정확히는 당시 여자 혼자서 아이를 키우기 힘들었으니 아이를 위해서 다른 남자와 결혼한거지만, 결과적으로 페르낭 입장에선 대조차 끊어져버리는 무시무시한 복수였던 셈.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2차 창작으로 원작에서는 당테스조차 오랫동안 밀고자들의 정체를 몰랐었고, 메르세데스는 강단있는 성격은 맞지만 이런 짓을 할 정도로 독기있는 사람은 아니다.[31]

[1] 진짜 스페인의 카탈루냐는 아니고, 마르세유로 이주한 스페인 사람들이 거주하던 마을. 차이나타운이나 코리아타운처럼 일종의 '스페인타운' 같은 곳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들의 고향인 카탈루냐 지방 이름을 따 왔다고 한다.[2] 한국 나이로는 1~2년 정도 나이를 올려주면 되겠다. 17세라도 요즘 기준으로 보면 좀 이른 것 같지만, 불과 몇백 년 전 조선시대만 하더라도 평균 수명이 50세도 되지 않았었고, 20세만 넘어도 노총각, 노처녀 대접 받았었다. 이는 굳이 우리나라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 전근대 대부분의 사회가 이랬다. 60세까지 사는 사람이 드물었기에 환갑잔치를 하면 동네 사람들이 모두 축하해줬을 정도며, 조선에서는 80세가 넘었으면 신분에 상관없이 벼슬을 줬다. 과거엔 지금 나오는 비누와는 비교도 되지 않았지만, 그나마도 좀 사는 집에서나 쓰는 물건이었고, 상하수도 시설은 당연히 없고 의학기술도 열악하기에 지금 보면 간단한 병이나 상처로도 치료를 못해 죽는 경우가 정말 많았다.[3] 에드몽의 아버지가 초반부에 "네 엄마와 나는 아이들을 많이 가졌지만 남은 건 너뿐이다"라고 말한 걸 보면 에드몽이 늦둥이 막내였고, 손윗형제들이 사고나 병으로 다 요절한 것으로 보인다.[4] 한국 관습으로는 얄짤없는 근친혼이라 한국 독자들 입장에선 미묘한 부분이지만 당시 유럽에서 사촌 간 결혼은 그리 이상하게 여겨지지 않았고(현재도 유럽에선 법적으로 허용되어 있는 곳이 많다), 작중 언급으로 카탈루냐 마을 사람들은 같은 마을 사람들끼리만 결혼하는 관습이 있다고 했기에 작중 이것을 문제삼는 사람은 없다.[5] 여러 교양을 쌓기 전에도 상당히 총명한 사람이긴 했던 모양이다. 카드루스가 "왕관이 가장 아름답고 영리한 여자에게 주어지는 거라면 메르세데스야말로 여왕이 되었을 것이다"고 말할 정도. 당테스가 몽테크리스토 백작으로 돌아온 것을 단번에 알아본 후 그의 무서운 복수를 조금이라도 피해보고자, 안 되면 자신의 평생의 연인과 누구보다도 아끼는 아들이 서로 죽고 죽이는 상황만은 막아보고자 애쓸 때의 모습을 보면 총명하지 않다고는 할 수 없다.[6] 단 연인으로서의 사랑은 당테스이고, 페르낭에 대한 사랑은 가족애에 가깝다.[7] 간단히 말하자면 몽테크리스토 백작은 '당신의 사정은 이해하고 용서할 수 있지만, 당신 남편 페르낭은 절대 가만둘 수 없다'는 뜻을 담아 그녀의 가정을 상대로 에둘러 선전포고를 한 거다.[8] 사실 이때뿐만 아니라 자신의 집에 원수들을 초대한 만찬회에서도 백작은 한 입도 안 먹었는데, 접대의 관습도 관습이지만 그냥 원수들과는 물 한 모금도 같이 마시기 싫었던 모양이다. 나중에 잠시 백작을 의심하게 된 빌포르는 이때를 떠올리며 "먹고 안 죽었으니 망정이지, 그때 지금처럼 백작을 의심하는 마음이 있었다면 그가 우리를 독살하려 한다고 생각했을 것"라고 말한다. 더 정확히 말하면 접대의 관습이란 <손님으로 초대받아 대접받은 자가 그 집의 주인을 해쳐서는 안 된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자기 집에 초대하여 손님으로 대접한 자를 그 집의 주인이 해쳐서는 안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즉 "너희를 내 집에 들여서 밥을 먹이긴 했지만 나는 너희와 함께 식사를 한 것이 아니므로(너희만 밥 먹었지 나는 안 먹었으므로) 너희는 내 친구가 아니다. 따라서 내가 너희를 해치더라도 그것이 접대의 관습에 어긋나지는 않는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말하자면 '접대의 관습도 관습이지만 원수들과 같이 식사하는 것 자체가 싫었던 것이다'고 해석하기보다는 이 역시 접대의 관습을 지키는 한 형태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9] 여담이지만 근세~근대 유럽을 배경으로 작품의 특성상 <접대의 관습>은 실질적인 구속력이나 영향력을 지키는 관습이라기보다는 독특한 이국(당대 유럽인들이 상상하던 동양)의 풍습을 지키는 모습을 통해 백작의 신비한 면모를 돋보이기 위한 소품에 가깝게 다뤄진다. 문학적으로는 '원수들과는 함께 음식을 나누지 않는다는 관습을 지키기 위해 같은 식사 자리에서 아무것도 먹지 않는' 백작의 모습이 당대의 독자들에게 흥미롭게 여겨질 수 있지만, 진짜 접대의 관습이 중요한 규범으로 여겨지는 사회에서라면 이런 행태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유치한 꼼수라고 조롱당할 가능성이 높다.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같은 창작물을 보더라도 손님인 척, 또는 손님을 대접하는 척 하면서 빵과 소금 중 소금을 먹지 않는등의 꼼수로 접대의 관습을 회피하는 것은 악역의 특징으로 등장하는 것이다.[10] 그나마도 알베르의 입회인이자 친구인 보샹이 칼로 하면 100% 지니까 총으로 하면 만에 하나 이길 확률이라도 있다고 해서 총으로 붙게 된 것이다. 이미 백작은 파리의 여러 검사들을 꺾은 바 있으니 진짜로 검으로 겨뤘다면 알베르가 이길 확률은 아예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백작은 보샹이 보는 앞에서 권총으로 플레잉 카드의 네모서리와 정중앙을 정확하게 쏘는 무서운 사격 실력을 보여준다. 당시 유럽의 전통적인 결투 방식은 서로 번갈아가면서 한발씩 사격하는 방식이었는데, 이 경우 '''결투를 신청받은 쪽이 먼저 사격할 권리가 있기 때문에''' 알베르는 총 쏠 기회도 없이 결투가 시작하자마자 백작한테 총 맞고 죽었을 것이다. 이러나 저러나 알베르가 이길 확률은 제로였던 셈[11] 알베르와의 결투를 하게 되자, 결투에서 일부러 총에 맞고 죽으려 했고 밤새 고민 끝에 유서를 썼을 정도였다. 그런데 이 모습과 유언장의 내용을 하이데가 목격해 버리고, 하이데는 '나는 돈이고 뭐고 필요없습니다. 당신이 돌아가신다면, 나 역시 죽을 것입니다'라고 선언한다. 이때 비로소 백작은 하이데가 자신을 남자로서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12] 판본에 따라서는 알베르 시점에서 메르세데스가 직접 알베르에게 털어놓는 장면이 나오며 반대로 백작에게 애원하는 장면은 메르세데스의 설명으로만 처리되는 버전도 있다.[13] 백작=에드몽이 오래 전 자신의 고향집 마당 한 구석에 남몰래 묻어두었는데, 나중에 다시 찾아가 보니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고 했다. 20여년 전의 가난한 선원 에드몽에게는 큰돈이었지만, 대부호가 된 현재의 백작에게는 너무도 적은 돈이라 백작은 메르세데스에게 이 이상 받아달라고 할 수 없는 것을 안타까워했다.[14] 이 대사 자체가 에드몽에 대한 메르세데스의 어쩔 수 없는 죄책감을 표현한 것이기도 하다. 당시 기혼 여성이 수녀원에 들어가는 것은 수녀원에서 청빈한 생활을 하며 죄를 씻으라는 의미의 처벌이기도 했는데, 그 수녀원에 들어가는데 필요한 입회금을 지불할 '권리'가 에드몽에게 있다고 하는 것은 자신의 거취를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사람, 즉 자신의 정당한 배우자는 에드몽이라고 인정하는 것과 동시에, 에드몽이 아닌 다른 사람과 결혼하고 만 자신은 에드몽에게 죄를 지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나타낸다.[15] 실제로 백작은 모르세르 저택에서 연 무도회에서 가족과 친구에 대해 물은 메르세데스에게 '몰타에 약혼녀가 있었는데, 불가피한 사정으로 다른 곳에 다녀 왔더니 다른 남자와 이미 결혼을 해버렸더군요. 그 땐 저도 나약했는지 참 괴로워했습니다. 그래도 그 여자는 마음 속으로 용서를 해 줬지요. 하지만 그녀를 빼앗아간 다른 남자들은 절대로 용서할 수 없습니다.' 라고 말하며, 메르세데스에게는 복수심이 없다는걸 간접적으로 언급한다. 그리고 이 작품 내내 백작에게 가장 중요한 동기가 '복수의 정당성', 즉 도덕적 우월성임을 생각하면, 백작 본인도 메르세데스의 행동에 있어 도덕적으로 흠이 없다고 여기고 있다는 걸로도 볼 수 있다. 그렇기에 메르세데스를 복수의 대상에서 제외한 것.[16] 소설을 찬찬히 읽다 보면 작중에서 백작은 의외로 개인의 도덕성에 하자가 없는 인물에게는 원수들의 집안 사람이라도 직접 손을 대지는 않는다. 단 그 인물을 자기 복수의 도구로 쓰는 데는 별 주저함이 없다 보니 복수에 휘말려서 불행해질 위기에 처해도 방관하는 편인데, 이럴 때는 해당 인물이 스스로 그 위기를 딛고 일어서거나(메르세데스, 알베르, 외제니) 해당 인물의 선량함을 아는 백작 쪽 사람이 그를 구해달라고 애원해(발랑틴은 그녀의 연인이자 백작이 아끼는 막시밀리앙이 그녀를 구해달라고 읍소해 독살의 위기에서 살아나며, 메르세데스가 알베르를 살려달라고 애원한 것도 넓게는 이 축에 들어간다고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죄 없는 사람들은 불행에서 벗어난다. 아무 죄도 없이 불행해진 유일한 사람이라면 성격 나쁜 어린애였을 뿐 죽을 죄를 지은 건 아닌데 엄마 때문에 동반자살당한 에두아르 드 빌포르 뿐이고, 이 일로 백작도 큰 충격을 받는다.[17] 기본적으로 복수는 자신을 배신함으로써 상대가 얻은 것을 다시 빼앗음으로써 완성되는 것인데, 이 첫 단계의 복수로 페르낭이 잃은 것은 에드몽을 배신함으로써 얻은 아내와 가족이 아니라 알리 파샤를 배신함으로써 얻은 사회적 지위와 부라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물론 이마저도 페르낭에게는 뼈아픈 타격이지만 에드몽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다.[18] "그것은 프랑스 장교 페르낭과 알리 파샤의 딸 사이의 악연"이라는 말을 한다.[19] 물론 약혼자가 아직 살아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18개월 밖에 기다리지 않은 것은 현대의 시점에서 봤을 때 다소 빠른거 아니냐고 느낄 수도 있지만, 현대보다 평균 수명이 훨씬 짧았던 당시의 상황과, 에드몽이 끌려간 곳이 한번 들어가면 시체가 되기 전에는 나오지 못한다는 악명으로 유명한 감옥이라는 것, 그리고 결혼식날 신랑은 잡혀가고, 정성껀 돌본 시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유일하게 의지할만한 사촌오빠는 입대해서 떠나버린 메르세데스의 상황을 참작할 필요는 있다.[20] 애초 백작은 경위를 다 알고 있었기에 메르세데스 자신은 당시까지만 해도 모르고 있었지만 오히려 피해자로 백작과 같은 선상에 놓여야 할 처지다.[21] 그런데 처음에는 백작이 성경 구절을 표하며 죄는 3대까지 이어진다고 했고 메르세데스는 하느님은 우리가 가지고 있지 않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고 반론한다.[22] '죄는 3대까지 이어진다고 성경에도 나와 있다'는 백작의 항변과 '신은 우리가 가지고 있지 않은 시간을 가지고 있다'는 메르세데스의 반론은 두 사람 사이에서 벌어진 치열한 정당성 배틀의 일부이다. '페르낭은 분명 죄를 지었으니 벌을 받아도 마땅하지만, 아버지의 죄에 대한 복수로 자식을 죽인다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라는 메르세데스의 주장은 분명 자신의 복수의 정당성을 중시하던 에드몽의 아픈 부분을 찔렀고, 이에 대한 항변이 '성경에도 죄는 3대까지 이어진다'고 나와있다, 즉 "(유럽 기독교 문화권에서 도덕의 기반인)성경을 보면 부모의 죄값을 자식이 물려받는다고 나와있으니 페르낭의 죄값을 자식인 알베르가 치르는 것 역시 정당하지 않으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메르세데스는 이에 대해 "그건 (인간과는 달리 무한한 시간을 사는) 신의 눈에 그렇다는 것이다. 당신은 한정된 수명과 한정된 지혜를 가진 인간이면서 신과 같은 눈높이에서 죄를 심판하겠다는 것이냐" 고 반론함으로써 백작의 항변을 다시 논파했고, 결국 마지막 반론까지 논파당함으로써 백작으로써는 메르세데스의 주장이 정당함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백작과 메르세데스의 대화 장면 자체가 '서로를 지극히 사랑했음에도 불운과 세상의 부조리로 인해 헤어질 수 밖에 없었던 두 연인이 다시 만났지만, 오랜 시간의 이별과 서로의 입장차 때문에 아직도 서로를 사랑함에도 순수하게 반가워할수만은 없는 두 사람의 만남' 이라는 감정적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장면인 동시에, 두 사람이 서로의 논리와 정당성을 근거로 벌이는 대결의 팽팽한 긴장감이 가득한 장면이기도 하다. 이 장면을 몽테크리스토 백작 중반부의 최대 명장면이자 위기에서 절정으로 넘어가는 기점으로 평가하는 이들도 있을 정도. 무엇보다 작품을 본 사람들은 대부분 알겠지만 이 장면은 에드망 당테스가 몽테크리스토 백작으로 거듭난 이후 가장 치열한 대결끝에 위기에 몰린 장면이기도 하다.[23] 작중 보샹이 (알베르를 위해) 페르낭의 비행을 고발한 신문사 사장을 찾아가 "그거 핫이슈이긴 한데 증거가 없으면 모르세르 백작 쪽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거다"라고 떠보자 상대가 "이 쪽은 충분한 증거를 가지고 있으니 전혀 무서워할 이유가 없다. 언론인으로써 책임을 다할 생각이다" 라고 당당하게 대응하는 장면이 나온다.[24] 작중에서 직접 묘사가 안 될 뿐이지 정황묘사를 볼 때 그렇게밖에 볼 수 없다. 백작도 메르세데스가 말했을 거라고 추측했고.[25] 당시 시대상 개인의 사적인 복수는 단순한 앙갚음이 아닌 일종의 '권리'로 인식되었다. 작 중 등장인물들이 복수의 권리, 복수의 정당상을 주구장창 말하는 것이 바로 그 때문이다. 따라서 알베르가 백작과의 결투를 포기하는 것은 백작의 '복수할 권리'가 도덕적으로 완전히 정당함을 인정하는 것이며, 이는 바꿔말해 자신의 아버지가 백작에게 복수당해 죽어도 불만을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극악한 죄를 저질렀음을 인정하는 것이 된다. 다른사람도 아닌 아들이 아버지의 죄를 시인하고 그에대한 복수의 정당함을 선언해 버렸으니, 백작의 입장에선 더할나위 없이 완벽하게 복수가 성사된 셈이다.[26] 즉, 페르낭이 에드몽보다 더 강했을 때 페르낭이 에드몽을 짓밟은 것과 같은 방식으로 더 강해진 에드몽이 페르낭을 짓밟은 것일 뿐, 페르낭의 죄에 대해 도덕적으로 우월한 입장에서 정당하게 심판한 것이 아니게 된다.[27] 작품의 배경인 기독교 서양권에서 자살은 지옥행으로 여겨진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페르낭은 이승은 물론이고 저승에서까지 크나큰 심판을 받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된다.[28] 백작의 사고는 보통 사람이 보면 다소 의아스럽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그 이프 성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나와 어마어마한 갑부까지 되었으니 그런 사고를 가질만 하다. 물론 백작은 주인공에 선역답게 그런 생각을 하지만 선민사상이나 중2병 수준까지 가진 않는다. 잘 모르는 사람이 보면 어마어마한 자신감, 싫어하는 사람이 보면 허세, 오만 등으로 보일 정도쯤 된다고 할 수 있을듯.[29] 처음부터 복수의 도구로 이용하기 위해 사고를 위장하여 빌포르 부인에게 접근, 친해진 뒤 (아들이 재산을 물려받을 수 있도록) 친지들을 살해하고 싶어하는 빌포르 부인에게 독이라는 도구가 얼마나 유용한지 귀뜸해주고 심지어 들킬 것을 두려워하여 범행에 나서기를 주저하자 '독살의 특성상 잘만 하면 절대 들키지 않는다'고 넌지시 충동질했다.[30] 이 때문에 백작은 마지막으로 복수한 당글라르에게는 재산을 빼앗았을 뿐, 완전히 파멸시키거나 죽음에 이르게 하지는 않고 용서한다.[31] 실제로 원작에서 알베르와 백작의 결투를 앞두고 백작을 찾아왔던 메르세데스는 사건의 자세한 내막을 몰랐기에 단순히 에드몽을 배신한 자신을 탓하라고 백작에게 호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