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플레인
1. 개요
Airplane!
ZAZ 사단이라 불리는 주커-에이브럼스-주커 콤비가 감독한 1980년작 코미디 영화. 오늘날까지도 미국 코미디 영화의 고전으로 불리며, 진지한 역으로 유명했던 레슬리 닐슨을 일약 늦깎이 코미디 배우로 알린 영화이기도 하다. 진지한 사람들이 진지하게 바보짓을 하는데, 그게 바보짓이라는 것을 관객들만 안다는 진짜 코미디 영화의 기본에 충실한 영화.
걸스카우트 복장[1] 을 한 여학생 두 명이 동작그만 밑장빼기냐를 시전한 뒤 현란한 액션 결투를 벌이다가 한 명이 튕겨져 나가 주크박스에 머리를 박고 그 주크박스에서 1.2배 속도로 비 지스의 Stayin' Alive가 나오며 이 음악에 흥겨워진 사람들이 갑자기 그루브를 타며 춤을 추는 영화다. 그 혼란 사이에서 춤추는 여자를 첫 눈에 반한 남자가 로맨스를 갖는 클리셰로 쓸데없이 이야기를 그럴싸하게 의식의 흐름으로 흘려버리는 감각이 또 백미란다.[2]
블랙 코미디 요소도 적잖이 들어 있는 영화다. 특히 전쟁에 대한 블랙 코미디가 들어 있으므로 쉽게 보면 찜찜해진다.
온갖 영화 패러디가 넘쳐나는 작품으로, 못말리는 람보나 무서운 영화 등 2000년대 초반까지 유행했던 병맛 패러디 영화 장르를 시작한 영화기도 하다.
다양한 재난물들을 패러디한 줄거리인데 사실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1957년작 Zero Hour!라는 흑백영화의 각본을 2천 5백 달러에 사서 주요 설정과 대사들을 유지한 채로 거의 그대로 개그물로 바꾸어놓았다[3] .
여성의 누드가 나오는 등 다른 사람과 같이 보기는 좀 어려운 영화다.
또한 클로징 로고로 1950~60년대에 나오던 파라마운트 로고를 사용했다. 영화 자체가 1950년대 영화의 오마주임을 생각하면 아주 적절한 셈.
2. 시놉시스
택시 기사인 테드 스트라이커와 스튜어디스인 일레인은 과거에 연인 사이였다. 그러나 과거 전투기 조종사로 참전했던 테드가 작전 수행 도중 전사한 동료들에 대한 가책으로 비행기 공포증을 앓게 되고, 자책하는 삶을 살아가자 견디지 못한 일레인은 그를 떠나서 스튜어디스가 된다. 이에 테드는 떠나는 그녀를 설득하고자 엉겁결에 그녀가 승선한 시카고행 209편에 탑승하지만, 하필 209편의 기내식이 불량품이라 조종사 두 명이 모두 식중독에 걸리고 마는데...
3. 등장인물
- 테드 스트라이커(로버트 헤이즈) : 본작의 주인공. 전투기 조종사 출신의 택시기사로, 연인인 일레인에게서 이별 통보를 받고 그녀를 쫓아 LA발 시카고행 트랜스 아메리칸 항공[4] 비행기에 탑승한다. 원래 폭격 임무 실패로[5] 부대원 7명[6] 을 죽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에 PTSD 증세가 나타나 비행기 공포증이 생겼고, 이 때문에 일레인과도 헤어지게 된 것. 일레인은 그 항공편에 스튜어디스로 취직했는데 마침 테드가 그녀를 공항에서 마주쳤다가 그대로 쫓아간 것. 그리고 테드의 택시는 손님을 태운 채로 공항에서 계속 대기하고 있었다! (미터기가 1만 달러 넘게 올라가고 있다...) [7] 여담으로 사랑 얘기를 엄청나게 지루하게 해서 듣는 사람이 죄다 자살하게 만드는 능력이 있다(...).[8]
- 일레인 디킨슨(줄리 해거티) : 본작의 여주인공. 1편에서는 스튜어디스, 2편에서는 달 여객 셔틀의 컴퓨터 관리자로 나온다. 테드의 옛 연인으로 설정되어 있는데 하는 짓은 영락없는 천연계(...) 이후 극의 진행에 따라 테드와 함께 여객기(2편에서는 우주선)를 조종하게 된다. 배역을 맡은 줄리 해거티 배우의 목소리가 비음이 좀 높은 소프라노 톤인데, 2편에서는 이 콧소리가 한 세 배쯤 높아진다(...).
- 스티브 맥크로스키(로이드 브리지스[9] ) : 시카고 공항 관제탑의 최고책임자. 위험에 빠진 트랜스아메리칸 항공편을 공항 측에서 진두지휘한다. 다만 스트레스 때문에 "이번 주에 ~를 끊긴 글렀군."이라며 술/담배/암페타민/본드(!) 순으로 온갖 것을 복용하는데, 결국 본드를 흡입하고는 인사불성이 되어 관제탑 창문을 깨고 뛰어내린다(...). 그걸 잠깐 쳐다본 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일을 계속하는 다른 관제 요원들의 모습이 백미.
2편에서는 우주선 미션 컨트롤 센터의 높으신 양반으로 멀쩡히 다시 나와서 1편과 똑같은 개그 담당. 물론 개그영화답게 그 대책마련이라는 것이 흥분한 탑승객 가족들에게 녹인 납물을 부어버린다던가 하는 짓거리들. 단 자기는 스트라이커를 끝까지 믿는다며 두둔한다.
- 닥터 루맥(레슬리 닐슨) : 항공기의 유일한 의사. 영화 후반부에 군의관이였다는 언급이 나오는데 이 설정은 스트라이커의 각성과 연관이 있다. 레슬리 닐슨이 원래 맥베스 같은 중후한 연기 전문이었기 때문에(이 영화를 계기로 '총알 탄 사나이' 등 온갖 코미디 영화에 등장하게 된다) 여기서는 그 기믹을 십분 발휘하여 심각한 얼굴로 온갖 개그를 도맡는다. 로이드 브리지스와 달리 레슬리 영감님은 망가지는 모습이 거의 없다. 그래도 웃기는 희한한 캐릭터. 그도 그럴 것이 "승객 여러분을 위하여 특별 영화를 상영하겠습니다, 이 의사인 내가 장담하는 영화로서 심신 안정에도 어울립니다!"라고 방송하고 틀어주는 영화들부터가 싸그리 여객기 추락 영화 장면들이다! 2편에서는 안 나온다. 이분의 명대사는 영화 사상 최고의 명대사 100선에 들어가 있는 don't call me Shirley(나를 셜리라고 부르지 마시오)[10][11]
- 기장 클레렌스 오버(피터 그레이브스 1926~2010) : 비행기의 기장. 이 아저씨도 원래는 미니시리즈 '제5전선'의 주인공 등 심각한 배우였는데 본작에서는 그 심각함으로 웃긴다. 카림 압둘 자바와 콕핏에서 이름 개그[12] 를 벌이는데 웃음기 하나 없이 시치미를 뚝 떼고 있는 표정이 백미. 이 개그는 밴시(스타크래프트 2)의 대사로 패러디된다. 사실 페도필리아로, 기장실에 처음 놀러온 남자아이한테 "다 큰 남자가 발가벗은건 본적 있니?" 부터 시작해서 체육관에서 땀을 흘려본적 있냐는 등 이상한 질문을 잔복하다 스튜어디스에게 재지당한다. 중반부 쯤 기내식에 이상이 있어 루맥이 증상을 설명하는데 기장이 그 증상 전부를 겪게 되면서(...) 쓰러지게 된다. 한편 그의 부인은 말과 불륜 관계이고, 비행기를 활주로로 유도할 때 은근슬쩍 크레이머의 가슴을 만진다.[13]
- 부조종사 로저 머독(카림 압둘 자바) : 상술한 이름개그 부분 등 거의 한두 장면만 비중있게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스탭롤이나 IMDB에는 가장 크게 이름이 올라 있다(...). 중간에 조종실에 들어온 한 아이가 그를 보곤 "당신, 카림 압둘 자바 맞죠?"라고 제4의 벽을 깨는 발언을 하는데, 처음엔 자기가 부조종사 로저 머독이라며 극구 부정하다가 꼬마가 "울 아빠가 당신은 디펜스 능력이 부족하댔어요"라고 하자 "이봐, 난 NCAA 때부터 그딴 소리를 들었었지. 난 밤마다 엄청나게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고! 니네 아빠 보고 직접 코트에서 뛰어보라 그래!"라며 장렬히 자폭(...)한다. 결국 기장과 마찬가지로 식중독으로 쓰러지고 퇴장. 퇴장하는 씬을 보면 멀쩡히 입고 있던 부기장 유니폼 대신 LA 레이커스 농구 유니폼에 고글까지 끼고 끌려나간다(...) 여담으로, 카림 압둘 자바는 이 영화 출연 개런티로 늘 갖고 싶어했던 고급 양탄자를 받았다고 한다.
- 렉스 크레이머(로버트 스택) : 스트라이커의 군 시절 상관으로 현 시점에선 비행기 조종사를 한다. 나름 진지해보이는 캐릭터. 스트라이커를 돕기 위해 공항 측에서 사람을 보내 데려왔는데 키우는 개가 사나워서 공항측 사람을 죽어라 공격했다. 스트라이커와는 은근히 신경전을 벌이는데, 관제탑 직원이 서치라이트를 켜주는 게 낫지 않겠냐고 하자 그게 바로 놈들이 원하는 것이라며 스트라이커를 적 취급하기까지 한다. 그래도 그가 착륙하는데 도움을 주기는 한다. 비행기가 착륙한 뒤엔 조종석의 스트라이커에게 인생 썰을 늘어놓는다던가 주식을 권유하는 등 한참 동안 잡썰을 늘어놓는다. 정작 스트라이커는 한참 전에 나가고 없었지만. 운전실력이 형편없는데 공항까지 운전하는 동안 차선을 마구잡이로 바꿔대고 급기야 기병대의 추적을 받기까지 했다.
- 오토(본인) : 비행기의 자동항법장치. Autopilot의 auto와 발음이 비슷한 Otto가 이름이다. 기장처럼 생긴 풍선 모습을 하고 있다. 조종능력은 확실한지[14] 등장인물들이 그를 치우거나 바람이 빠지거나[15] 하면 비행기가 흔들리고 난리가 난다. 영화 마지막에는 테드와 일레인에게 경례한 뒤 부조종사 자리에 여자 모양 풍선을 세우고 비행기와 함께 떠나버린다. 크레딧에선 나름 주요 등장인물 취급을 받았다.
- 조니(스티븐 스터커) : 공항의 직원. 성격이 어린애같다. 관제탑으로 가라는 명령을 받자 라푼젤을 외치며 좋아하고 동료들이 비행기에 관한 신문기사를 보여주자 가게 세일 소식에만 집중한다던가. 여담으로 그의 개그 대부분은 배우의 애드립이었다고 한다.
- 이외에도 온갖 비행기 승객들이 온갖 성적/병맛 개그를 친다. 이를테면 흑인 승객 둘의 영어는 아예 외국어 취급을 받아서 밑에 자막이 뜨고 스튜어디스를 위해 노부인이 해석을 해주며, 비행기가 추락한다고 하자 다들 패닉에 빠져 날뛰는데 난데없이 흑백 승객 둘이 사브르를 들고 결투를 벌이고 수녀는 옆 승객 목을 조르고 얼굴 안보이는 여자승객은 훌러덩 벗어 가슴보이고... 의부증이 있는 여성 승객[16] 이 패닉에 빠져 소리를 지르고 날뛸때 다들 하나씩 나서서 진정시키는데 루맥은 싸닥션을 여럿 날리고 뒤에 교대로 진정시키고자 승객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글러브를 끼고 대기하고 있는 흑인 승객,그 뒤에 스패너 든 흑인 승객, 그 뒤에 권총 들고 서 있는 백인 노부인, 그 뒤에 배트랑 접이의자를 들고 있는 백인 등등 진정이라며 패죽이자는 건지 고문하는 건지....[17] 1편 엔딩에서 무사히 착륙에 성공했기에 그녀도 무사히 살아서 2편 초반 재판 씬에 증인으로 출연하는데 또 발작을 일으켜서 그 뺨때리는 장면이 패러디된다. 심지어 판사가 증인의(!) 뺨을 떄리면서 하는 대사가 "미국 법원이 이것을 해결하도록 하지"(....)
4. 읽을거리
- 350만 달러 저예산으로 만들어져 미국에서만 8300만 달러가 넘는 대박을 벌어들여 이른바 ZAZ사단 이름을 알린 영화이다. 감독 중 하나인 제리 주커는 나중에 사랑과 영혼을 감독하게 된다.
- 1982년에 속편인 Airplane II:The Sequel가 나왔으나 켄 핑클리먼이란 듣보잡 감독(1982년 그해, 존 트라볼타 주연 대박작인 그리스 속편 각본을 맡은 바 있으나 이것도 말아먹은 바 있다...90년대 이후는 TV 드라마 전문 연출로 활동)이 맡은 이 영화는 1500만 달러로 만들어 2700만 달러에 그치는 그저 그런 흥행을 거둬들였다. 그러나 2차 시장에서 꽤 수익을 올려서 한때는 재개봉관 순위 역대 2위를 랭크하기도 했다. 여기에선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의 패러디 등 몇몇 SF 영화들이 패러디된다. HAL9000의 패러디인, 원본과는 달리 조종사들에게 쌍욕을 퍼붓는 메인 컴퓨터라든가...
- 대사 몇몇이 스타크래프트 2의 밴시, 모선 등의 대사로 패러디되었다.
- 넷플릭스에서도 서비스되고 있는데, 한글로 에어플레인이라고 치면 검색은 되고 한글 제목은 에어플레인이지만 정작 영화 본편에 등장하는 타이틀은 "Flying High"라고 바뀌어 나온다.
[1] 승무원이 아니라 걸스카우트다. 영미권에서 스카우트 활동이 뭘 하는지 생각해보면 이 옷을 입고 도박하는 거 자체가 풍자성이 있다. 비슷한 예로 이 영화에는 유독 신부나 수녀 복장으로 기괴한 짓을 하는 개그코드가 많이 등장한다. Altar Boys는 성가대 합창단이고 Nun's Life(수녀의 생활)란 잡지 표지에는 수녀복을 입고 서핑을 하는 사진이 실려 있고 오플랑간 신부는 성희롱을 일삼는다.[2] 승무원들이 혈투하며 술집을 난장판으로 만드는데 그 누구도 신경 안 쓴다.[3] 때문에 잘 들어보면 제트 여객기임에도 엔진음은 프로펠러 소리가 난다. 1950년대 영화 패러디이기 때문.[4] 미국의 항공사인 TWA와 AA이름을 혼합한 듯한 이름인데 영화에서 승객들을 짐짝처럼 운반시킨다.[5] 여담으로 작중 당시 장면을 회상하는 장면이 몇번 나오는데 처음엔 2차대전 때의 비행기가 나오다가(원판이 1952년 작이니 아직 프로펠러 비행기가 현역이었다.) 나중에는 웬 초창기(라이트 형제 즈음) 실패작 비행기들이 등장한다.[6] 취소선이 쳐진 이유는 영화 참고. 백문이 불여일견이다.[7] 크레딧 이후 나오는 쿠키영상에서는 "딱 20분만 더 기다려 보지."라고 말한다. 연기한 사람인 하워드 자비스는 나중에 캘리포니아 재정에 막대한 부담을 주게 되는 주민발의 13의 통과에 큰 영향을 준 정치인이다. 여담으로 이 영화는 최초로 쿠키영상을 사용한 영화 중 하나.[8] 1편에서 처음 이야기를 듣던 노부인은 목 매달아 자살, 두번째 일본인 남성은 옛 일본군 장군인데 군복 입고 할복, 세번째 인도인은 가솔린을 몸에 붓고 성냥불을 몸에 갖다 대려고 했다. 그나마 인도인은 테드가 비행기를 몰러 나가면서 자살하지 않지만 ...2편에서는 같은 병실의 환자들이 전부 권총을 꺼내어 집단자살하고, 두번째로 듣던 노부인은 이야기가 시작되자 격렬히 토하더니만 나중에는 해골이 되어 있다...[9] 1913~1998. 보 브리지스, 제프 브리지스의 아버지다.[10] 또는 내 이름은 설마가 아니오. Surely(설마, 확실히)와 영어이름인 Shirley(셜리)를 이용한 말장난으로 주인공이 Surely(셜리), you can't be serious.(설마, 진심으로 하는 말은 아니겠죠)라는 말에 대답한 것이다. 이분의 이런식의 개그는 이후 장면에서도 종종 나온다.[11] 이 대사는 콜 오브 듀티 4: 모던 워페어의 에필로그 비행기 미션에도 나온다.[12] 작중 이름이 오버(Oveur)이기 때문에 부조종사 로저 머독이 교신을 하며 "오버"라고 하면 옆에서 "엉?"하고 대답하고, 그가 알겠다며 "로저"라고 말하면 머독이 "엉?"이라고 대답하는 식의 개그.[13] 관제탑으로 찾아온 그녀에게 스티브 매크로스키는 "당신 남편은 살아 있지만 혼수상태요"라고 알려주자 뒤에서 조니가 "제럴드 포드처럼 말이죠."라고 답하는 게 개그.[14] 단 비행하고 있을 때만이고 착륙은 스트라이커가 직접 해야 했다.[15] 일레인이 허리에 달린 밸브로 직접 바람을 불어넣는데 루맥이 이걸 보고 조용히 자리를 비켜주고 둘은 거사를 치룬 것 마냥 담배를 피우는 개그씬이 있다.[16] 승객들 중 가장 눈에 띄는 여성으로 남편의 행동 하나하나에 뭔가 의심을 하는 아내 역으로 나온다. 특히 절정은 영화 후반에 비행기가 무사히 착륙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되자 스튜어디스가 울면서 26살에 결혼도 못하고 죽을 것 같다고 오열하는데, 그때 등장해서 본인도 죽을까 무섭지만 그래도 자기는 남편이 있다고 하면서 스튜어디스가 더 오열하게 만든다.[17] 이 장면은 패밀리 가이에서도 스튜이 그리핀이 공황발작을 일으키는 장면으로 패러디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