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랙티브 무비
1. 개요
Interactive Movie
게임/영화의 한 종류로 인터랙티브 필름, 인터랙티브 시네마, 인터랙티브 드라마라고도 하며 흔히 과거 어드벤처 게임 장르에서 자주 보였던 방식으로 끊김없는 풀 모션 비디오를 사용하며 특정 상황에서 특정 버튼이나 커맨드를 입력하는 식으로 진행되는 영상들을 뜻한다.
2. 역사
아이디어 자체는 1967년 몬트리올에서 개최된 엑스포에서 라두스 친체라(Radúz Činčera)라는 감독이 관객 참여형 영화를 최초로 상영한 데서 기인한다. 이 영화는 중요한 순간에서 관객에게 선택을 맡기고 그 선택에 따라 다음 스토리를 진행시켰다. 물론 실험적인 성격을 지녔을 뿐 대중적인 영향력은 없었다.
이후 인터랙티브 무비의 등장은 CD와 같은 레이저 디스크의 등장과 궤를 같이 하는데 시작에서 끝까지 일방향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는 비디오 테이프와는 달리 레이저 디스크는 플롯의 진행이 비교적 자유로웠기 때문이다.
최초의 인터랙티브 무비 형식 게임은 1982년에 나온 '롤러코스터(Rollercoaster)'란 게임인데 무려 베이식(BASIC) 언어로 만들어진 텍스트 어드벤처 게임이다.
최초의 상업적 인터랙티브 무비 형식 게임은 1983년 세가에서 낸 아스트론 벨트, 같은 1983년 미국의 시네마트로닉스에서 유통한 드래곤즈 레어(Dragon's Lair)[1] 그리고 1992년에 나온 나이트 트랩이 있다.[2] 상업적으로 보면 '용의 굴'의 압승.
하지만 1990년대 중후반부터 쇠퇴하면서 차후에는 거의 멸종된 장르다. 다만, 꾸준히 출시는 되고 있으며 21세기에 출시된 대표작이라면 워킹 데드나 헤비 레인 등이 있다.
영화계에서도 인터랙티브 무비가 시도되었다. 참여형 영화, 인터랙티브 필름, 인터랙티브 비디오라고도 불렸고 인터넷을 통해 시청자가 직접 플롯 선택을 할 수 있는 장르였는데 '이런 게 있구나'하는 단기적인 흥미만 불러일으킬뿐 다른 영화에 비해 빈약한 내러티브, 조악한 품질 등 매력 요소가 거의 없어서 인터넷 초창기에 잠시 시도되다가 이후에는 미디어 아트 외에는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
사실 참여형/선택형 내러티브라는 게 이미 문학이론에서는 한때 일방향적 내러티브의 대안으로 각광받다가 결국 사그라들고만 한물 간 이론이다. 근대적 내러티브가 완성되기 전 중세 연극에서도 유사한 방식은 발견되는데 관객들 반응에 따라 즉석에서 후속 스토리를 결정하는 중세 연극이 대표적. 게임은 (전통적 의미의) 예술이 될 수 없음을 설파한 로저 이버트가 그 근거로서 예시를 든 것이 "로미오와 줄리엣을 스토리 막판에 살릴 수 있도록 선택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게 무슨 의미 있는가"라는 물음인데 실제로 근대연극이 정립되기 전의 연극은 저런 식으로 스토리 구성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 한국의 마당놀이도 관객의 피드백을 받고 즉석에서 내러티브를 구성하는 방식이 본래의 방식이기 때문에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그 외의 경우에도 1934년 연출된 《1월 16일 밤(Night of January 16th)》이라는 연극의 경우, 관객이 배심원으로서 마지막에 유죄 무죄를 투표할 수 있는데 투표 결과에 따라 다른 엔딩이 연출되었다. 찾아보면 꽤 많다.
3. 장점
인터렉티브 무비가 처음 나오던 1990년대는 대부분의 게임 그래픽이 2D 도트 스프라이트에 머물고 있었다.
인터렉티브 무비는 미리 준비한 동영상을 대용량의 CD 롬 등에 집어넣는 방법으로 게임으로서는 혁명적인 영상 충격을 가져다 주었다.
이 계열 게임의 장점은 그래픽이 굉장히 화려하다는 점과 별다른 조작 없이 플레이어가 환경에 몰입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게임 플레이의 재미가 스토리의 선택과 결과에 치우쳐있다보니 플롯 구성면의 완성도는 다른 장르가 따라잡을 수 없는 지경에 와 있다. 게다가 소설이나 영화의 일방향적인 플롯과 달리 비선형적인 구조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서사의 플롯을 공부하고자 한다면 인터랙티브 무비 게임은 좋은 교재가 될 수 있다. 인터랙티브 무비 장르가 얼마나 플롯의 비선형성과 완성도를 중시했는지 보여주는 예로 1998년에 출시된 THE X-FILES 게임의 게임 오버 장면을 보자.
일반 게임의 게임 오버 장면은 플레이어의 실패, 사망으로 게임이 끝났다는 단순사실을 보여주거나 서비스격으로 데드신을 추가하는 정도가 일반적이다. 반면 인터랙티브 무비의 게임오버 장면은 스토리가 종결되더라도 어떤 방식으로 개연성있게 종결되었는지 보여줘야 하기때문에 플롯의 구성 역시 플레이어의 선택과 인과관계를 고려해서 짤 수밖에 없고 사실 정식 엔딩이 아니라 게임 오버씬을 따라가더라도 나름대로의 스토리가 완성되는 면이 있다.
4. 단점
우선 게임 치고는 조작할 부분이 매우 적다. 좀 심한 경우 선택지가 몇 개 있는 정도에 그친다. 이 때문에 FPS나 RTS 같이 조작할 요소가 많고 빠른 반응속도에 익숙한 게이머에게는 게임성이 낮다는 평을 받는다.[3]
게임 외적인 부분에서는 제작비가 매우 많이 들어간다는 문제가 있다. 가령 1994년에 세가에서 출시된 '그라운드 제로: 텍사스'의 제작비는 3백만 달러에 달했는데 이는 당시 저예산 영화 제작비랑 맞먹으며, 여기에 유명 배우를 고용하면 출연료 때문에 제작비가 껑충 뛰고, 무명 배우를 고용하면 당연히 발연기와 싸구려 연출이 붙기 마련이다. 그리고 CD 용량에 넣어야 하므로 기껏 찍은 동영상이 저화질이 될 수 밖에 없다. 결국 결과물이라는 게 저질 영화와 대충 만든 것 같은 게임의 끔찍한 혼종이 되어버린다.
여기에 날로 발전하는 3D 그래픽 기술이 치명타를 가했다. 기술의 발전으로 배우들을 섭외하지 않아도 훌륭한 동영상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결국 인터랙티브 무비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 장르가 되고 말았다.
5. 유산
동일 장르에 제약받지 않는다면, 비주얼 노벨이나 사운드 노벨은 인터랙티브 무비의 특징에서 영상을 동영상에서 일러스트로 대체해 제작비를 낮추고 '플롯의 비선형성'이라는 개념만을 받아들여 특화 발전시킨 케이스다. 물론 시대가 지나며 점차 인터랙티브 무비와 비주얼 노벨의 경계선도 무너지고 다양해지는 추세.
또한 인터랙티브 무비의 주요 개념을 (영화적 의미의) '컷신'에 두고 승패 및 선택에 따라 각기 다른 컷신이 나오는 장르로 이해하는 측도 있는데 이런 이해하에서 인터랙티브 무비란 '영화적 연출기법이 사용된 컷신 사이에 게임적 요소를 집어넣는 장르(또는 게임 사이에 영화를 집어넣는 장르)'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1994년 출시된 윙커맨더 3가 대표적이다.
또한 모션 캡처라는 기술의 발달로 연기자들의 몸짓과 목소리, 외형을 본 뜬 3D캐릭터를 게임 내에서 구현해 낼 수 있게 된 것도 이 장르의 발전에 한 몫 했다. 또한 게임계의 전반적인 제작비 투자액이 높아지면서 보다 수준높은 연기자들을 고용하는 것도 추가요인.
단, FMV 류의 게임이라고 해서 다 인터랙티브 무비인건 아니다. 그 예로 Her Story는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스토리가 결정되는 형식이 아닌, 이미 녹화된 영상들을 찾아본다는 형식이므로 엄연히 다르다.
6. 인터랙티브 무비 목록
6.1. 게임(2D, 3D)
6.2. 실사
게임이여도 실사(FMV)인 경우는 여기에 기재.
- Death Come True
- Depression Quest
- Press X to Not Die
- The Bunker
- The Complex
- The Insider – interactive movie
- The Shapeshifting Detective
- Late Shift: 이쪽은 게임이 아니라 본래 실제 극장에서 관객들의 실시간 투표를 통해 과반수를 차지한 선택지로 엔딩을 보여주며, 차후 게임으로도 발매되었다.
- Lost Angel
- 블랙 미러 특별편 밴더스내치
- 신비아파트 특별편 : 하리의 특별한 하루
- She Sees Red
- MADE : Interactive Movie – 01. Run away!
- You vs. Wild
- 모태솔로
- Super Seducer : How to Talk to Girls
[1] AVGN에서 나왔던 그 게임 맞다. 다만 AVGN에서 까인 건 아케이드 판의 좋은 요소 다 빼버리고 단순한 횡스크롤 게임으로 만들어 버린 NES판이다.[2] 다만 아스트론 벨트는 1982년에 프로토타입이 나와서 더 일찍 나온 셈이다.[3] AVGN으로 유명한 제임스 롤프의 경우에는 "만든 데서 게임이라고 하니까 게임이라곤 하는데, 나한테는 게임이 아닙니다."라고 한다.[4] 에피소드 5 막바지 선택들에 엔딩이 갈린다.[5] 시즌 2와 마찬가지. 단 엔딩을 보는 마지막 장소는 모두 동일.[6] 이 사람은 잠입 액션 게임 전문이지만 컷신이 지나치게 길다는 이유로 유사 영화라고 비판받는다. 일부는 이게 히데오의 개성이라면서 좋아하는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