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독의 연인
1. 개요
원제는 '제독(Адмиралъ; Admiral)'. 실존인물인 알렉산드르 콜차크(1874~1920)가 제정 러시아 해군 제독에서 적백내전 당시 백군 지휘관으로 활동하다 체포되어 총살당하기까지의 일대기를 다룬 전쟁 영화이다. 한글 제목은 한국 배급사가 독자적으로 만든 제목으로, 콜차크와 연인인 안나와의 사랑 이야기를 실제보다 강조하기 위해서 바꾼 것.
2. 시놉시스
제1차 세계대전이 진행되던 1916년, 러시아 제국 해군 장교인 알렉산드르 콜차크 대령은 다른 2척의 구축함과 함께 발트 해에서 기뢰 부설 작업을 진행한다.[1] 부하 장교인 세르게이 티미레프 중령과 담소를 나누던 중 다른 부하 장교의 보고로 밖으로 나온 콜차크는 안개를 뚫고 나타난 독일 제국 해군의 장갑순양함인 '프리드리히 카를'을 발견하고 역시 콜차크의 구축함을 발견한 독일 군함이 포격을 가하면서 전투가 발발한다. 함급의 차이로 모든 것이 불리한 콜차크의 구축함은 일방적으로 독일 장갑순양함의 공격을 받아 큰 피해를 입고 콜차크는 혼란속에서 피격당한 포탑으로 올라가 직접 함포를 조작하여 생존한 부상병과 함께 프리드리히 카를의 함교를 폭파시켜 시간을 번다. 이후 후퇴 준비를 하던 콜차크는 기뢰를 버리길 잘했다는 어느 수병의 말에서 아이디어를 떠올려 스스로 설치한 그 기뢰밭으로 순양전함을 유인할 생각을 한다. 유인을 하던 중 추격하며 포격을 하던 순양전함의 포탄에 의해서 기뢰 하나의 연결선이 끊어져 콜차크의 함선과 충돌할 수 있는 위기상황이 발생하나 콜차크는 차분하게 지휘를 하여 함선은 무사히 기뢰를 피하고 추격하던 장갑순양함은 기뢰와 접촉해 침몰한다.
전투에서 승리하고 돌아와 소장(Контрадмирал)으로 진급[2] 한 콜차크는 승전 연회에서 티미레프가 자신에게 소개했던 사진의 주인공이자 티미레프의 아내인 안나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콜차크는 전쟁에서 승승장구해 중장으로 진급하며 흑해 함대 사령관이 되지만 러시아 혁명이 터지면서 콜차크 제독의 함대에서도 수병들의 난이 일어난다. 이에 콜차크는 유혈사태를 막기 위해 장교들을 무장해제시키고 자신의 예도도 내놓으라는 수병들의 요구에 예도를 바다에 던져버린다. 이후 임시 정부 수반인 알렉산드르 케렌스키가 콜차크 제독의 정치력을 경계하여, 그를 미국으로 파견해 쫓아내 버린다.
혼란스러운 러시아의 상황을 보고 미국에서 돌아온 콜차크 제독은 신생 소비에트 정부에의 협력을 거부하고, 백군의 지휘관이 되어 적백내전에 참전한다. 티미레프를 떠난 안나는 콜차크 제독과 합류하여 백군의 간호사로서 콜차크와 함께한다. 그러나 소련 적군의 반격으로 인해 백군은 이르쿠츠크 방면으로 후퇴하고 콜차크는 안나와 체코 군단과 함께 열차로 철수하지만 적군과 내통한 체코 군단에 의해 적군에 체포되어 버리고[3] 결국 안나와 헤어진 콜차크 제독은 이르쿠츠크 시장과 함께 총살당한 후 얼어붙은 바이칼 호에 수장된다. 역사적으로는 총살당한 뒤에 얼마 지나지 않아서 체코 출신 백군 육군의 세르게이 니콜라예비치 보이체코프스키 장군의 군대(영화 상의 카펠 장군의 군대)가 이르쿠츠크 재탈환에 성공하지만 아쉽게도 제독을 구하지는 못한다. 세월이 지나 1966년에 소련에서 영화를 만드는데 다름아닌 '''전쟁과 평화'''. 그리고 이 촬영 현장에 단역 배우로 나온 안나는 촬영장의 모습에서 50년전 추억을 떠오르며 회상에 젖는다. 안나 본인이 단역 배우로 해당 영화에 나온 것 자체는 역사적 사실이다.
3. 등장인물
- 안나 티미레바
적백내전이 터지자 콜차크를 만나기 위해 간호사로 내전에 참가한다. 이후 콜차크와 만나게 되지만 그가 총살당한 뒤엔 소비에트 정부에게 체포되어 긴 수감생활을 한다.
콜차크와 사랑에 빠져서 전 남편인 티미레프를 버린 채 콜차크를 만나게 된다. - 세르게이 티미레프
안나의 전 남편. 콜차크의 부하 장교였으며 소장[4] 까지 진급, 혁명 이후 소비에트 정부에 협력한다. 안나가 콜차크를 사랑하는 것을 알게 되자 그녀를 깨끗하게 포기한다. 이후 중화민국으로 건너가 상선 선장이 되었다.
- 소피아
콜차크의 전 부인. 혁명 와중에 콜차크와 헤어져 프랑스로 이주한다. 콜차크와는 다시는 만나지 못했으며 프랑스의 한 병원에서 사망했다. 그의 아들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프랑스 육군에 입대, 연합군의 일원으로 싸웠다.
콜차크의 부하 지휘관. 제국 육군 중장으로서 기병대를 지휘하며 활약한다. 전세가 불리해져 이르쿠츠크로 몰린 콜차크를 구출하기 위해 진군하지만, 도중에 심한 동상을 입어 죽고 만다.
체코인으로 콜차크의 부하 지휘관이자 제국 육군 소장. 카펠의 부장으로서 적군과 싸웠으며, 그의 죽음 후 부대 지휘권을 물려받아 이르쿠츠크로 진군한다. 실제 역사상으론 후에 신생 체코슬로바키아군의 장군이 되고 뮌헨 협정 이후에는 지하조직에서 활동, 1945년 소련 당국에 체포되어 10년형을 선고받고 이르쿠츠크 지역에서 1951년 사망했다
4. 읽을거리
- 러시아 영화 100주년을 기념하는 영화로 러시아 영화 중에서도 손꼽히는 액수의 제작비(그래도 할리우드 기준으로는 저렴한 수준인 2천만 달러)를 들여 만든 대작이다. 제1차 세계대전과 적백내전 등 주요 전쟁들을 무대로 한 작품답게 각종 전투씬에 대한 묘사가 매우 사실적이다. 러시아에서만 3,813만 달러를 벌어들이고 해외로 수출되기도 하면서 흥행은 성공했다.
- 작중 나온 전투신 중에서 오프닝 후 나온 초반의 해전씬은 손꼽히는 명장면이다. 이 해전씬에서 등장한 독일 제국 해군의 장갑순양함인 '프리드리히 카를' 함은 실존했던 군함이다. # 물론 전개를 위해 각색한 부분도 있다. 프리드리히 카를 함이 러시아 해군의 기뢰에 접촉해 침몰한 것은 사실이지만 콜차크 제독의 유인 작전은 없었다. 또한 영화와는 달리 천천히 침몰했으며 전사자는 7명 뿐이었다.
- 혁명이 일어난 직후 콜차크 제독은 소비에트 정부에 협력할 것을 스스로 거부하고 잠시 추방당했다가 백군 지휘관으로 복귀한다. 본래 구(舊) 제정 러시아군 장교들은 혁명 당시 '반체제 인사'로 규정되어 숙청당하기도 했으나,[5] 적백내전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소비에트 정부에서 신분 보장을 조건으로 러시아군 장교들을 대거 포섭했다. [6] 영화에서 티미레프가 처음엔 수병들에게 총살당할 뻔했다가 갑자기 소비에트 측에 협력해 태평양 함대로 배치되는 것 또한 이 때문이다.
- 소련군(적군)이 우라돌격을 맞고 패퇴하는 희귀한(?) 장면이 나온다. 카펠 장군이 이끄는 백군이 기관총을 설치한 진지를 차지한 적군과 교전을 벌이는데, 총탄이 모두 떨어지자 걸어서(...) 총검 돌격을 강행했다. 이를 독려하려고 카펠 장군은 군악대에게 슬라브 여인의 작별을 연주하며 함께 진격토록 한다. 백군 병사들이 계속해서 쓰러지자 부상병들을 치료하던 백군 간호사가 참다 못해 대열의 맨 앞으로 뛰쳐나가서 독려하다가 쓰러진다. 백군 병사들이 경악한 것은 물론이고 적군 병사들도 '맙소사, 여자를 쐈어...'라며 충격을 받고 잠시 사격을 멈출 정도였다. 이에 백군 병사들이 분노해서 '우라아아아!'를 외치며 돌격하자 결국 적군이 패퇴해 버린다. [7]
- 러시아 혁명과 적백내전이라는 혼란기라서 생존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간 군상들이 나올 법 한데, 특이하게도 주인공인 콜차크와 관련된 인물 중에는 배신을 하는 사람이 없다. 적어도 러시아인(...) 중에서는 한 명도 없다. 자신의 아내를 콜차크에게 빼앗긴 꼴이 된 티미레프조차 혁명 이전에는 스스로 전출되어 깨끗하게 콜차크 아래에서 떠나기를 원했고, 혁명 이후에도 안나의 심정을 헤아리고 그녀와 콜차크를 탓하지 않은 채 포기한다. 오히려 콜차크와 협력하던 체코군 지휘관[8] 이 안전 통행을 대가로 콜차크를 배신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 체코 군단은 붉은 군대와 싸우며 연해주까지 퇴각하여 한국 독립군 세력에 무기를 땡처리로 매각한 후 배편으로 귀국한다. 홍범도 장군의 부대가 청산리 대첩에서 사용했던 무기들이 이들에게 사들인 것들이다.
- 알렉산드르 콜차크 제독의 실존 인물 항목을 가보면 알겠지만, 영화에서 조국에 충성하는 군인으로만 그려진 콜차크의 행적은 다소 미화된 면이 있다. 실존 인물 콜차크는 백군 지도자 자리를 쿠테타로 얻었으며, 오만하고 독선적인 성격으로 인해 다른 백군 지휘관들을 제대로 규합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민중의 지지도 제대로 얻지 못해 적백내전에서 백군이 패배하는데 일조했다.
- 콜차크 제독 역을 맡은 배우 카벤스키는, 보스호드 2호의 이야기를 다룬 2017년작 "스페이스 워커"에서 보스호드 2호의 두 조종사 중 한 명인 파벨 벨라예프 소련 공군 중령 역을 맡았다. 이 때문에, 일부 팬들이 "제독이 우주에 갔다"는 농담을 했다.
5. 관련 용어
[1] 주인공이 타고 있는 함선은 페르노프급으로 보여진다.[2] 2계급 특진한 것이 아니라 당시 러시아군은 준장이 없어 장관급의 시작이 소장이다. 이름만 소장일 뿐 계급장은 별 1개이며 타국에서는 준장 대우를 받는다. 대신 중장과 대장 사이에 상장이 존재하며, 이런 계급 형태는 소련군의 군제를 답습한 대다수의 국가가 똑같다.[3] 체포되기 직전 상황을 예감했는지 콜차크는 호위 부대를 해산시키고 부하들을 집으로 돌려보낸다.[4] 영화에서는 계급이 대령이었던 시절까지만 나온다.[5] 영화에서 육지에 있던 일부 해군 장교들이 수병들의 기습적인 소총세례로 학살당하다시피 죽음을 당하고, 옛 콜차크의 부하장교를 비롯한 다른 해군 장교들은 소지품과 제복 등을 압수당한채 포박되어 다리에 돌이 묶인 후 바다에 수장되어 물고기들과 함께 정원을 이루는 모습이 나온다.[6] 실제로 적백내전 이후 제정 러시아군 출신 장교들은 소련군 장교단의 한 축을 이루고 있었지만, 스탈린의 초대형 실책인 대숙청 때 적지 않은 수가 숙청당했다. 처음부터 공산당원으로서 혁명에 참여하고 붉은 군대에 가담한 장교들도 대거 목이 날아가는 상황에 '출신 성분이 불순한' 러시아군 출신 장교들이 숙청의 칼날을 피할 수는 없었다.[7] 언덕 밑에서 위로 공격하는 상황이라 처음부터 뛰었으면 백병전에 돌입했을때 일방적으로 밀려버렸을 수도 있다.[8] 모리스 쟈냉(Maurice Janin, 1862.10.19~1946.4.28). 체코 군단을 이끈 프랑스 육군 장군이다. 그는 열차로 이동하는 콜차크의 안전한 통행을 보장했지만, 결국 볼셰비키와 결탁하여 그를 배반하였다. 이 탓에 서양에서는 불명예의 장군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영화에서는 볼셰비키의 협박을 받아 굴복한 것으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