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위총의 난
1. 개요
1174년 서경유수 조위총의 주도로 일어난 반란.
원수 윤인첨이 초기 진압에 실패한 탓에 난이 격화되었다. 조위총군이 개경을 위협하자, 집권자 이의방이 직접 군사를 동원하여 난을 억제하는 것엔 성공했지만, 서경을 함락하는 것에는 실패하였다.[1] 22개월 후인 1176년 윤인첨과 두경승에 의해 진압되었다.
김보당의 난과 더불어 무신정변을 이야기 할 때 반드시 언급되는 난이다.
2. 전개 과정
서경유수 조위총은 무인들의 폭거와 의종 시해를 명분으로 내세워 1174년에 서경에서 반란을 일으킨다. 이에 자비령 이북의 40여 성이 모두 호응하는 등 초반부터 큰 규모로 번질 조짐을 보였다.
고려 조정에서는 서북면으로는 도원수 윤인첨을, 동북면으로는 도지휘사 최균을 보낸다. 그러나 절령역에서 윤인첨이 이끄는 고려군은 때마침 부는 폭풍과 폭설 그리고 매복에 걸려 조위총의 군대에게 대패하였다. 최균과 부하장수들은 내통에 의해 포로로 잡혔으나 회유에 굴하지 않고 서경 출신 장군 김박승에게 살해당하고 만다. 다시 동북면으로는 두경승을 보내어 진압하지만, 서북면에서는 조위총의 군대가 개경 근처까지 내려온다. 동북면으로 향한 두경승은 의주성을 함락시키고, 의주성 성주 김박승의 목을 베어 개경으로 보냈다.
절령에서 승리한 서경의 군대가 개경으로 쳐들어오자, 이의방은 스스로 군사를 이끌고 나아가 그들을 격파하였다. 처음에 최숙을 선발대로 보내 적진을 혼란에 빠뜨린 후 이의방이 이끄는 본대가 쳐들어갔다. 조위총의 군대가 퇴각하자 대동강까지 쫓아간다. 쫓아가는 도중에 조위총의 아들을 포로로 잡는다. 조위총의 군대가 들어간 서경성 밖에 진을 쳤으나, 성 밖으로 안나오고 공성전이 이어지자 이의방이 이끈 군사들은 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철수하게 되었다.
1174년 11월에 고려 조정에서는 윤인첨을 원수로, 두경승을 후군총관사로 삼아 서경을 다시 공격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12월에 집권자 이의방이 정중부 세력에 의해 암살당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이 사건으로 인해 윤인첨은 공격을 당분간 보류해야만 했으며, 다음해인 1175년 6월에 이르러서야 공격을 할 수 있었다. 이번 공격에서는 윤인첨은 서경을 포위하였다. 지구전을 시작 한 것이다.
주변의 성과 연락이 두절된 조위총은 금나라로 사신을 보내 원병을 요청한다. 북쪽 고려 영토의 일부를 양도할테니 고려군을 물리쳐달라는 것. 하지만 금나라는 응하지 않았다.[2]
그 뒤 서경에서 공방전을 1년 동안 되풀이하다가 1176년 6월 윤인첨과 두경승이 서경을 함락시켰다. 그리고 조위총을 사로잡아 목을 베어 조위총의 난은 22개월 만에 평정되었다.
3. 갑오정변
정중부의 아들 정균은 윤인첨의 토벌대가 자비령 부근에서 적의 습격을 받고 도원수 윤인첨이 위험에 빠졌을때 정균이 윤인첨을 구원하는 활약을 펼치기도 하였다. 아무튼 토벌대가 패전하였으므로 토벌은 실패로 돌아가는데, 이 토벌대의 패전으로 무신정권은 급변하게 된다.
토벌대를 패주시킨 서경 반군은 여세를 몰아 개경까지 쳐들어와 근처에 진을 친다. 이에 이의방은 직접 출정하니 최숙을 선발대로 보내 진을 치고 있던 조위총의 군대를 혼란에 빠뜨린 후 직접 나아가 격파하고 적을 쫓아 대동강까지 이르렀는데 조위총의 군대가 서경성으로 들어가 안나오고 버티자 추위로 인해 다시 역관광을 당하고 만다. 당시 이의방은 기존에도 의종 시해, 귀법사의 난과 김보당의 난을 대처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잡음, 서경 무신 숙청 등 논란을 일으켰고 결정적으로 당시 자신의 딸을 태자비로 들여보낸 건으로 인해 지지 기반이 흔들리던 상태였다. 사태가 이렇게 돌아가자 이의방을 제거하고 아버지를 권력의 1인자로 만들 명분이 섰다고 판단한 것인지 정균은 승려 종참 등과 모의하여 선의문 밖에서 그를 습격해 암살한다.
윤인첨의 토벌대가 패해서 돌아오고 다시 서경을 공격하기 위해 토벌대를 구성할때, 정균은 노장파이자 원수 윤인첨, 부원수 기탁성[3], 후군총관사 두경승으로 구성된 토벌대에 섭대장군(종3품)으로서 지병마사로 발탁되었다.
결국 조위총의 난의 수습과정에서 이의방의 가문도 멸문당하고, 딸 또한 역적의 자식으로 몰려 태자비에서 쫓겨났다. (훗날 태자가 왕이 되며 다시 복위되기는 한다...다 늙은 40년만에.) 이로써 이의방 정권은 몰락하고 정중부가 본격적으로 무신정권을 틀어쥐게 된다.
4. 영향
조위총이 죽은 뒤에도 서북민의 항거 운동은 완전히 진정되지 않았다. 서경이 함락될 때 도망한 장정들을 중심으로 1177년에 재봉기했다가 1년 6개월 만에 진압되었으며, 1179년에도 서북면지병마사 이부(李富)에 대한 불만으로 다시 봉기했다가 곧 진압되는 등 서북민들은 조위총의 난을 시작으로 끈질긴 항쟁을 계속했다. 묘청의 난과 조위총의 난을 거치면서 개경에 이어 고려 제2의 수도로 번영하였던 서경은 초토화되고, 서경의 독립성 또한 그 과정에서 사라지게 된다.
결국 이의방 사후 그 후대의 집권자들은 '민란'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반란을 접하게 되었다. 이는 기존의 반란이 중앙 정부에 반감을 가진 지방 핵심 세력에 동조한 지방 군대의 군사 행동이었다고 정의한다면, 민란의 성격은 이와는 판이하게 다른, 주동자부터 군대를 형성하고 있는 병사들까지 전부 백성들인 형태였다. 이는 이의방의 집권기에 진압당해 무신정권에 반대하는 세력들과 이에 동조하는 기존의 구집권세력들이 세트로 사라진 결과이다.
그래서 민란의 경우 진압 과정 또한 전과 달랐는데, 기존의 반란이 주동자를 포함한 핵심 세력만 제거하면 의외로 쉽게 진압되는 형태를 지니는 반면, 민란의 경우에는 핵심 세력을 제거한다고 해서 진압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반란군의 세력이 늘어나는 등의 결과를 가져왔다.
5. 평가
조위총의 난은 정중부와 이의방을 토벌한다는 대의 명분이 뚜렷한 거병이었으나 결국 중앙정부의 토벌로 실패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위총의 난은 무신집권 기간에 각지에서 일어난 민란의 계기가 되었다. 또한 이의방이 실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조위총의 난은 일부분 목적을 달성하였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허나 영토 양도를 조건으로 금나라라는 외세를 끌어들이려 했던 점에서 문제의 여지가 있다. 조위총의 난 이후 서경을 비롯한 북계와 동계의 세력은 반개경, 반조정으로 궐기하여 대립할 때마다 외세를 끌어들이게 되는데, 홍복원, 필현보에 이어 최탄, 한신이 몽골에 투항하여 동녕부를, 조휘, 탁청이 몽골에 항복하여 쌍성총관부가 설치됨으로써 몽골에 북방 영토가 넘어가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결국 공민왕 대에 쌍성총관부랑 동녕부를 정벌함으로써 몽골에 빼앗긴 고려의 북방 영토를 되찾게 된다.
그리고 이 조위총의 난은 한가지 더 심각한 피해를 고려에게 안겨주는데 고려군이 실질적으로 사멸해버린 것이 바로 이 조위총의 난이다. 남부지역에는 일부 무사들과 호족들의 사병들을 중심으로 필요할 때 급조해서 만드는 주현군을 제외한 고려의 중앙군과 주진군을 포함한 실질적 상비전력들은 거의 모두 북쪽에 있었는데 이 조위총의 난으로 인해 이들이 완전히 서경파와 충성파로 나뉘어 싸우다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고려시대에는 5군이라는 조직이 있었는데 이들은 흔히 국사책에서 나오는 2군 6위와는 별개로 존재하는 조직이며, 오늘날로 치자면 동원사단에 해당하는 존재이다. 이들은 전시에만 제대로 가동하는 조직인데, 평시에는 기간병력만 있지만 전시에는 이 5군 내에 경군의 6위와 지방의 주진군, 주현군 등을 징발, 배속하여 전-후-좌-우-중의 5군을 만들어서 출진하였다. 이 5군을 지휘하는 존재들은 병마사, 지병마사, 도병마사 등이 있었으며 이들은 원수, 부원수, 도지병마사들이 지휘하였다.
그러나 이 고려 5군과 별무반은 고려 내의 내전과 문벌귀족들의 부패와 타락으로 인해 점점 약화되었다. 이자겸의 난으로 인해 고려 경군의 주력 5군은 3군으로 축소되었고, 묘청의 난으로 인해 일부 지방군들까지 엮여 같이 약화되었으며, 조위총의 난에서는 대부분의 상비전력들이 엮여져서 사실상 와해되었다. 고려 수군도 이 때 매우 큰 타격을 입어서 여몽전쟁은 물론이고 한참 나중인 진포해전에서 승리를 거두기 전까지 지리멸렬해지고 말았다.
그 얼마 안남은 고려 경군의 나머지 원정병력들인 3군의 잔여병력마저 여몽전쟁 초기에 와해되면서 고려군은 정말 밑바닥까지 추락하고 말았으며 이 때 손상된 군사력은 멸망 할 때까지 사실상 복구하지 못했다.
6. 같이보기
[1] 이의방은 돌아오던 중 개경 궁성의 선의문에서 정중부의 아들 정균의 사주를 받은 승려 종참의 습격을 받아 살해당한다. 이후 그의 가산과 작호는 적몰되고 명종의 태자와 혼인한 딸도 폐비되었다.[2] 금나라도 왕조적 말기 상태여서 고려에게 갑질을 할 처지가 아니라서 군신관계 요구를 제외하면 가급적 고려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3] 후대의 최씨 무신정권의 수장 최충헌도 기탁성의 휘하로 참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