쯔꾸옥응으
Chữ Quốc Ngữ (字國語, 자국어[1] )
1. 개요
베트남어를 표기하기 위해 고안된, 로마자를 이용한 문자 체계. 원래 베트남어를 표기하기 위한 문자로는 쯔놈(字喃)이 있었으나 이는 사용하기에 불편했다. 16세기 포르투갈 선교사들이 베트남어를 로마자로 적는 첫 시도를 했고 17세기 알렉상드르 드 로드(Alexandre de Rhodes, 1591~1660)에 의해 쯔꾸옥응으가 고안되었다. 쯔꾸옥응으가 고안된 이후에도 베트남에서는 일단 고유문자인 쯔놈을 사용했으나, 프랑스 식민 지배 시절 1885년 청불전쟁에서 승리한 프랑스는 베트남에서 프랑스어의 공용화를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한 수단으로 로드의 표기법인 쯔꾸옥응으를 보급하였다.
2. 역사와 현재
식민 초기에는 서양 열강에서 들어온 문자라 해서 민족주의자들은 이 문자의 사용에 부정적이었으나 어차피 쯔놈도 베트남 사람들 입장에서는 자신들과 치고 박고 싸우던 옛 종주국이자 이웃나라인 중국의 글자인 한자가 기원이라 피장파장이었다. 결국 쯔꾸옥응으가 쯔놈보다 사용하기 편하고 문맹 퇴치에 유리하다는 점이 인정되어 민족주의자들도 점차 사용을 권장하게 된다.
덕분에 베트남어에서 외국 고유명사는 로마자 표기 그대로 들여오는 편리함이 생겼다.[2] 그래서 한국인, 일본인의 한자 이름은 20세기 이전에 태어난 한국인을 빼곤 베트남어식이 아니라 현지 표기 그대로 가져온다. 이는 한국에서 중국의 신해혁명 이전 인물들을 한국 한자음으로 부르고 이후 인물들을 중국어의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쓰는 것과 유사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예를 들어 홍길동의 경우는 20세기 전(쯔놈을 쓰던 시절)에 나온 것이기 때문에 지금도 "Hồng Cát Đồng"(홍깟동)이라고 한다. 반면 프로게이머 임요환이나 축구감독 박항서는 20세기 뒤(쯔꾸옥응으 도입 뒤)의 인물이므로 "Lâm Dao Hoán"(럼자오호안 )이나 Phác Hằng Tự(팍항뜨)라고 하지 않고 "Lim Yo-Hwan"이나 "Park Hang Seo"처럼 한국어 로마자 표기 그대로 쓴다. 일본인은 20세기 이전의 인물도 헵번식 로마자 표기법으로 표기한다. 그러나 중국인 이름은 대체로 베트남식으로 쓰고 읽는다. 예를 들어,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의 이름을 베트남어로 표기할 땐 중국어 로마자 표기인 "Xi Jin Ping"으로 쓰지 않고 "Tập Cận Bình"으로 적는다. 자세한 것은 한자문화권 고유명사 표기 참고.
띄어쓰기가 있지만 대부분의 언어들과는 달리 단어별로 띄어 쓰는 게 아니라 음절별로 띄어 쓴다.
3. 목록과 발음
괄호() 안의 문자는 베트남어 표기시에는 사용되지 않는 문자이다. 발음은 북부 발음을 기준으로 하여 국제음성기호로 기재하였다.
포르투갈 선교사들이 처음 만들었기 때문에 포르투갈어의 로마자 발음과 비슷하고, 다른 아시아의 로마자 철자법과는 차이가 크다. 예를 들어 /k/ 발음을 내는 c가 쓰이고, g가 i나 e 앞에서 /z/로 바뀐다.
F, J, W, Z 이 4글자는 외래어를 적을 때에 한하여 사용한다. 외래어가 아니더라도 비공식적인 작문에서 이 글자들을 사용하기도 한다.
/k/ 발음은 쓰이는 위치와 뒤의 모음에 따라 글자가 바뀐다. e, i, y(보조 부호 붙은 문자 포함) 앞에서는 k, 그 외의 모음 앞이나 음절 끝에 쓰이면 c로 적는다. 단 co 또는 cu가 쓰일 자리에서 o 또는 u가 활음(滑音, glide) /w/로 발음될 경우 qu로 바꿔 쓴다. 이는 영어식 /k/ 발음의 철자법과 같다.
nh은 발음기호는 /ɲ/이라 쓰며 우리말 '냐', '녜' 등의 '니'와 약간 비슷한 발음이다. 로망스어의 gn(프랑스어, 이탈리아어), ñ(스페인어), nh(포르투갈어) 등을 생각하면 쉽다. 어말에 -nh이 오면 /-jŋ/ 발음이 된다. 외래어 표기법에도 반영되어 있는 사항.
ng은 한국어에서의 받침 ㅇ의 발음(/ŋ/)이다. 다만, 한국어와는 달리 베트남어에서는 /ŋ/ 발음이 초성에서도 온다는 게 특징이다. 따라서 현대 한국어나 중국어에서 사라진 한자음 어두의 /ŋ/ 발음 역시 베트남어에는 남아 있다. (광동어 등 일부 중국어 방언에도 남아있다.) 그래서 베트남에서 가장 흔한 성인 Nguyễn을 한글로 표기할 때 여러 표기가 속출한다. 국어원의 표기인 응우옌이 현재로선 가장 비슷한 발음이다.
g는 i, e, ê 앞에선 /z/ 발음이 나며 /ɣi/ 등의 발음을 쓰고 싶으면 ghi, ghe, ghê 이렇게 써야 하며 ng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표기가 나오는 건 베트남어 알파벳이 로망스어군 알파벳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져서 그렇게 된 것.
ch는 경구개음에 속하는 /c/ 발음이 나고, tr는 ch와 같은 발음이 난다. 다만 -ch의 경우 어말에 올 때는 /-jk/ 발음이 난다.
th는 유기음으로 ㄸ가 아니라 ㅌ처럼 발음한다. 반면 ph와 kh는 자칫 ㅍ, ㅋ 발음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ph는 영어 f와 흡사한 발음이고, kh는 IPA로 [x](흐), 즉 중국어 h나 러시아어 x[7] , 스페인어 j에 가까운 소리가 난다. 이는 역사적으로는 ㅍ, ㅋ[8] 발음이던 것이 지금처럼 변한 것이다.
tr은 영어에서와 같이 t 발음과 r 발음을 따로 발음하는 게 아니라, 두 자음을 합쳐서 /c/, 굳이 한국어로 표현하자면 'ㅉ'와 비슷한 발음이 된다[9] . 일부 중남부 화자들은 따로따로 발음해서 '뜨르' 비슷하게 발음하는 경우도 있다.
원칙적으로 모음이 단모음(單母音, monophthong) /i/일 경우 i를 쓰는 게 원칙이지만 일부 고유명사에서는 y로 쓰기도 한다. 흔한 성씨 중에 하나인 李 씨를 Lý로 적는 게 그 예.
3.1. 성조 부호가 붙은 글자들까지 포함한 전체 목록
모두 89글자이며, 대문자와 소문자를 다른 글자로 본다면 178글자이다.
- 대문자: A À Ả Ã Á Ạ Ă Ằ Ẳ Ẵ Ắ Ặ Â Ầ Ẩ Ẫ Ấ Ậ B C D Đ E È Ẻ Ẽ É Ẹ Ê Ề Ể Ễ Ế Ệ G H I Ì Ỉ Ĩ Í Ị K L M N O Ò Ỏ Õ Ó Ọ Ô Ồ Ổ Ỗ Ố Ộ Ơ Ờ Ở Ỡ Ớ Ợ P Q R S T U Ù Ủ Ũ Ú Ụ Ư Ừ Ử Ữ Ứ Ự V X Y Ỳ Ỷ Ỹ Ý Ỵ
- 소문자: a à ả ã á ạ ă ằ ẳ ẵ ắ ặ â ầ ẩ ẫ ấ ậ b c d đ e è ẻ ẽ é ẹ ê ề ể ễ ế ệ g h i ì ỉ ĩ í ị k l m n o ò ỏ õ ó ọ ô ồ ổ ỗ ố ộ ơ ờ ở ỡ ớ ợ p q r s t u ù ủ ũ ú ụ ư ừ ử ữ ứ ự v x y ỳ ỷ ỹ ý ỵ
4. 컴퓨터 입력
로마자에 기반한 쯔꾸옥응으를 쓰므로 QWERTY 레이아웃에 기반한 키보드를 쓴다. 성조 부호는 숫자 키 일부분에 할당되어 있으며, 유럽 언어들처럼 오른쪽 Alt 키를 Alt Gr이라고 하여 이걸 누르고 숫자 키를 눌러 입력하게 된다. 하지만 이게 귀찮기 때문에[10] , 많은 베트남 사람들은 중국이나 일본에서 한어병음이나 가나를 입력하고 IME를 통해 한자로 변환하듯이 그냥 로마자로 죽 적은 다음 IME의 도움을 받아 성조 기호를 붙인다.
5. 유니코드
유니코드에서 쯔꾸옥응으 문자들은 다음 코드 포인트들에 배당돼 있다. (연한 갈색 배경(■)은 쯔꾸옥응으와 상관없는 문자가 배당된 코드 포인트를 나타낸다.)
6. 유니코드 이전의 문자 코드: VISCII
유니코드 이전에 베트남어 표기용으로 VISCII라는 확장 아스키 코드가 있었는데, 구조가 조금 특이하다. 위에서 보았듯이 쯔꾸옥응으는 글자 위아래에 diacritic을 요란하게(?) 붙이는데, 베트남어를 온전히 표기하기 위해서는 아스키에 추가로 134글자가 더 필요하다. 그래서 베트남어용 확장 아스키 코드를 만들 때 128(0x80)~255(0xFF) 영역은 모두 베트남어에서 쓰이는 글자들로 채우고, 아스키에서 사용 빈도가 낮을 만한 제어 문자 여섯 개(STX, ENQ, ACK, DC4, EM, RS)를 베트남어에서 사용 빈도가 낮은 대문자들(Ẳ, Ẵ, Ẫ, Ỷ, Ỹ, Ỵ)로 바꿔서 134글자를 모두 집어넣었다. 다만 128(0x80)~255(0xFF) 영역을 모두 베트남어 글자들로만 채우다 보니, 기호 등 다른 문자들이 들어갈 자리가 사라져 버렸다.
구체적으로는 이런 구조이다.
[1] 베트남어의 특성상 꾸밈 받는 말인 피수식언(字, 자)이 꾸밈말인 수식언(國語) 앞에 온다. 이는 나라 이름인 '베트남(越南, 월남)'도 마찬가지로, 꾸밈 받는 말이 뒤로 가는 한국어식으로 맞추면 남녘의 월나라라는 '남월(南越, 남베트:남비엣)'이 된다. 실제로 베트남/역사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남월'을 거꾸로 '월남'이라고 쓴 것이 현 국호의 기원이다. 字國語는 중국어, 한국어, 일본어처럼 수식언이 피수식언 앞에 놓이는 언어의 문법대로 바꾸면 國語字(국어자)가 된다.[2] 다만 쯔꾸옥응으의 표기법에 따른 소리와 외국 고유명사 로마자 표기의 소리가 다르므로 쯔꾸옥응으의 쓰임새로 약간 바뀌게 된다.[3] 쯔꾸옥응으 제정 당시 본래 /ð/ 발음이 있어서 이걸 기준으로 비슷한 발음이 나는 d로 표기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후 베트남어의 변화에 따라 이 음소는 /z/ 발음을 나타내게 되었고 철자를 수정하지 않아서 현재까지 그대로 쓰이고 있다.[4] D와 마찬가지로 쯔꾸옥응으 제정 이후 발음이 변했는데 그대로 철자를 유지 중. 다만 지역에 따라 \[ʐ\](북부), \[ɹ\], \[ɾ\], \[r\](남부) 등으로 다양하게 발음된다.[5] 북부 발음에서 S와 X 모두 /s/ 발음을 나타내지만, 남부 발음에서는 /ʂ/, /s/로 구분된다. S는 북부 지역에서 철자를 강조할 땐 \[ʃ\]로 발음한다고 한다.[6] 북부 발음에서 S와 X 모두 /s/ 발음을 나타내지만, 남부 발음에서는 /ʂ/, /s/로 구분된다. X는 중세 베트남어에서 \[ɕ\] 발음을 나타냈다고 한다. 이베리아 반도의 여러 언어에서 X가 과거에 \[ʃ\] 발음을 나타냈거나 현재도 그러한데, 그런 관례 때문에 중세 베트남어의 \[ɕ\] 발음을 표기하는 문자로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베트남어의 발음이 변했어도 철자를 개정하지 않아서 유지되고 있다.[7] 러시아어도 라틴 문자 전사 시 x를 kh로 표기한다.[8] 남부 베트남어에서는 kh를 ㅋ처럼 발음한다.[9] 어디까지나 유사하다는 것이지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경구개 파열음으로 한 때 한국어 ㅈ이 이 음가를 가지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적이 있다. 지금은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지만 지금도 옛날 자료에는 ㅈ을 /c/로 표기한 사례가 종종 보인다.[10] 쯔꾸옥응으의 diacritic은 다른 문자 체계에 비해 매우 많이 나오고 그 종류도 매우 방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