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덕궁 청심정
1. 개요
昌德宮 淸心亭
창덕궁 후원의 정자이다. 존덕정 북쪽에 있다. 현재 일반인은 관람할 수 없다.
‘청심(淸心)’ 뜻은 글자 그대로 ‘맑은(淸) 마음(心)’이다.
2. 역사
1688년(숙종 14년)에 옛 천수정 자리에 세웠다. 이후 큰 변화 없이 오늘에 이른다. 단, 《동궐도》와 궁궐지에 따르면, 남쪽에 청심정으로 들어가는 태청문(太淸門)이 있었으나 현재는 사라지고 없다.
3. 구조
- 지붕은 사모지붕, 처마는 홑처마, 공포없는 민도리 양식으로 주두는 원형이다. 지붕 위에는 절병통을 얹었다. 용마루와 내림마루, 추녀마루는 기와로 마감했으며 용두와 취두, 잡상은 올리지 않았다.
- 각 칸의 하단에는 머름을 두었으며 난간은 따로 설치하지 않았다. 출입칸 머름은 양쪽 가장자리에 설치했다.
- 천장은 서까래가 보이는 연등천장이다. 천장을 가로지르는 보는 휘어있다.
- 네 기둥마다 주련을 걸어두었다. 주련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松排山面千重翠 (송배산면천중취)
>산허리에 늘어선 솔은 천 겹으로 푸르고
>
>月點波心一顆珠 (월점파심일과주)
>물결에 비친 달은 한 덩이 구슬이네
>
>巖桂高凝仙掌露 (암계고응선장로)
>바위의 계수나무에는 높게 선장(仙掌) 이슬이 맺히고
>
>園蘭淸暎玉壺氷 (원란청영옥호빙)
>동산의 난초엔 옥병의 얼음이 맑게 비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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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허리에 늘어선 솔은 천 겹으로 푸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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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月點波心一顆珠 (월점파심일과주)
>물결에 비친 달은 한 덩이 구슬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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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巖桂高凝仙掌露 (암계고응선장로)
>바위의 계수나무에는 높게 선장(仙掌) 이슬이 맺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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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園蘭淸暎玉壺氷 (원란청영옥호빙)
>동산의 난초엔 옥병의 얼음이 맑게 비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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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빙옥지
청심정 정면 앞에 바위를 파서 만든 네모난 연못 빙옥지(氷玉池)가 있다. ‘빙옥(氷玉)’은 직역하면 ‘얼음(氷)과 옥(玉)’으로, ‘티없이 맑고 깨끗한 연못’이란 뜻이다. 연못 남면 위에 돌 거북 조각을 북쪽을 바라보게 놓고, 거북 등에다 글자 ‘氷玉池’를 새겼다. 빙옥지 글자 옆에 어필[2] 이란 글자를 새겨두었는데, 어느 왕이 썼는지는 정확히 모른다.
예전에는 빙옥지 아래 골짜기에 아치 모양 돌다리를 두고 청심정으로 드나드는 통로로 사용했다고 한다. 지금은 없다.#
4. 여담
5. 청심정을 소재로 지은 시
청심정은 꽤 높은 지대에 있어서 여기서 바라보는 경치가 굉장했다고 한다. 그래서 몇몇 임금들이 청심정을 소재로 여러 시를 남겼다. 숙종은 청심정의 사계절을 다룬 《사시제영(四時題詠)》과 밤의 달구경을 다룬 《청심완월(淸心玩月)》을 지었다. 그 중 《청심완월》을 아래에 소개한다.
정조는 자신의 저서 《홍재전서》에 실은 시 《상립십경(上林十景)》에서 청심정을 언급했다. 《상립십경》은 창덕궁 후원에서 경치가 가장 빼어난 곳 10곳을 주제로 쓴 시이며, 청심정은 일곱 번째로 나온다.[3] 제목은 '청심제월(淸心霽月)', 즉, '비 갠 후에 청심정에서 바라본 달'이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玉露侵階久未晞 (옥로침계구미희)
옥 이슬 내린 섬돌 오래 안 걷혀
一輪桂魄玩明輝 (일륜계백완명휘)
바퀴 하나 계수 넋 밝은 빛 놀리네
萬里秋天如白晝 (만리추천여백주)
만 리에 가을 하늘 대낮같으니
憑軒愛月夜眠遲 (빙헌애월야면지)
난간 기대어 달 아껴 밤잠 더뎌지네
위에 보듯, 청심정 시의 소재는 대부분 달구경이다. 여기서 바라본 달의 모습이 참 예뻤던 것 같다.心將夜氣較誰淸 (심장야기교수청)
이 마음과 밤기운 중 누가 더 맑은가
却會東林霽月生(각회동림제월생)
동녘 숲에서 비 갠 날 떠오르는 달을 깨닫겠네
堂奧蔽幽皆似晝(당오폐유개사주)
그윽하게 가리운 방도 모두 대낮 같아서
一天之下定同明(일천지하정동명)
한 하늘 아래 정히 밝음을 같이하리라
[1] 보통 전통 건축에선 단층으로 표현한다.[2] 御筆. 왕이 쓴 글씨.[3] 나머지는 ‘관풍춘경(觀豊春耕: 관풍각에서의 봄갈이)’, ‘망춘문앵(望春聞鶯: 망춘정에서 꾀꼬리 소리듣기)’, ‘천향춘만(天香春晩: 천향각의 늦봄 경치)’, ‘어수범주(魚水泛舟: 어수당)’, ‘소요유상(逍遙流觴: 소요정 물굽이에서 술잔 띄우고 마시기)’, ‘희우상련(喜雨賞蓮: 희우정에서의 연꽃 구경)', ‘관덕풍림(觀德楓林: 관덕정의 단풍)’, ‘영화시사(暎花試士: 영화당에서 시험보는 선비들)’, ‘능허모설(凌虛暮雪: 능허정의 저녁 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