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덕궁 능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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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허정

1. 개요
2. 이름
3. 역사
4. 구조
5. 여담
5.1. 능허정을 소재로 지은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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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昌德宮 凌虛亭
창덕궁 후원정자이다. 현재 일반인은 관람할 수 없다.

2. 이름


삼국지로 유명한 조조의 아들 조식이 지은 《칠계》에서 따왔다.# ‘능허(凌虛)’ 뜻은 ‘허공(虛)에 오른다(凌)’이다. 후원에서 가장 높은 곳(해발 90m)에 있기에 붙은 이름이다.
‘능허’의 다른 의미로 ‘정신세계가 세속을 초월한다’도 있다. 후원에서 가장 깊고 접근하기 힘든 곳에 있기에 여기서 ‘세상 모든 일을 잊고 편히 쉬라’는 뜻도 담은 것이다.#

3. 역사


1691년(숙종 17년)에 지었다. 이후 큰 변화 없이 오늘에 이른다. 다만, 주변에 백운사(白雲舍)와 사가정(四佳亭), 산단(山壇) 등이 있었으나 현재는 모두 없고 능허정 한 채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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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궐도》의 능허정. 초록색 원 안이 능허정이고 맨 오른쪽 위는 사가정,
그 아래 한 칸짜리 건물은 백운사이다.(가운데 건물 두 채는 미확인 건물)

4. 구조


  • 1층[1] 목조 건물이다. 정면 1칸, 측면 1칸, 총 1칸이며 벽체, 없이 모든 면이 트여있다.
  • 기단은 3단이며, 그 위에 다시 장대석 한 단을 놓고 건물을 올렸다.
  • 지붕은 사모지붕, 처마는 홑처마, 공포는 초익공이다. 지붕 위에는 절병통을 얹었다. 용마루와 내림마루, 추녀마루는 기와로 마감했다. 각 칸마다 창방과 장여 사이에 소로 3개 씩 두었고, 소로 위에는 운공을 받쳤다. 용두와 취두, 잡상은 없다.
  • 단청은 소박하게 긋기단청으로 칠했다. 현판은 흰 바탕에 검은 글씨이다.
  • 각 칸의 하단에는 머름을 두고 머름 위에는 하엽동자 모양의 난간기둥과 돌란대를 올렸다. 출입칸의 머름과 난간은 양쪽 가장자리에 설치했다.
  • 주춧돌기둥은 원형이다. 고막이벽은 벽돌로 마감했으며 고막이벽 가운데에는 둥근 구멍을 뚫었다.
  • 실내 바닥에는 전돌을 깔았다.# 천장은 서까래가 보이는 연등천장이다. 천장의 서까래는 부채꼴 모양의 선자형으로 꾸몄고, 가운데에는 중도리를 설치한 후 그 안에 우물반자를 청판 1장으로 설치했다.

5. 여담


  • 창덕궁에 두었던 왕자, 왕녀들의 태실 위치를 1929년에 그린 그림 《창덕궁 태봉도면》에 능허정이 나온다.## 현재 위치를 알 수 없는 태실 터를 찾는데에 중요한 단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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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덕궁 태봉도면》의 능허정. 붉은 원 안이 능허정이다.

5.1. 능허정을 소재로 지은 시


위에 썼듯, 높은 지대에 있어 여기서 바라보는 경치가 장관이었다. 서울 시내가 한눈에 다 보일 정도, 그래서 역대 들이 능허정에 대한 를 많이 남겼다. 유독, 눈 내리거나 그친 후의 경치를 주제로 다룬 시가 많았다.
숙종이 지은 는 《제능허정(題凌虛亭)[2]》이다. 아래에 소개한다.

聳翠巉巖接太淸 (용취참암접태청)

우뚝 솟은 푸른 산은 푸른 하늘에 닿았도다

攀蘿授壑上華亭 (반라수학상화정)

등나무에 의자하여 골짜기 따라 화려한 정자에 오르니

千條碧樹森如簇 (천조벽수삼여족)

가지마다 푸른 나무 빽빽하게 살촉을 꽂은 것 처럼

萬朶紅花繞似屛 (만타홍화요사병)

만 송이 붉은 꽃 마치 병풍을 늘어놓은 듯

鎭岳霧收瞻黛色 (진악무수첨대색)

백악산은 안개를 머금어 검게 보이고

酪山日照仰輝明 (낙산일조앙휘명)

낙산에 해가 비치니 밝은 빛 찬란하다

閑來無事危欄凭 (한래무사위란빙)

한가롭게 와서 하릴 없이 높은 난간에 기대니

天末時聞鶴唳聲 (천말시문학려성)

하늘 끝에 때때로 학 울음소리 듣는다

정조는 자신이 지은 《상립십경(上林十景)》에서 능허정을 언급했다. 《상립십경》은 창덕궁 후원에서 경치가 가장 빼어난 곳 10곳을 주제로 쓴 시이며[3] 능허정은 마지막 열 번째로 나온다. 제목은 ‘능허모설(凌虛慕雪)’, 즉 '능허정의 저녁 눈'이며 내용은 다음과 같다.

歲色崢嶸欲暮天 (세색쟁영욕모천)

해가 쌓이고 쌓여 저물어 가는데

騷騷輕雪也堪憐 (소소경설야감련)

펑펑 쏟아지는 눈이 예쁘구나

須臾遍灑山河去 (수유편려산하거)

잠시 산과 들에 두루 뿌리고 지나가니

瓊樹琪花擁後前 (경수기화옹후전)

눈 내린 나무가 아름다운 꽃이 되어 앞뒤에 가득하구나

순조는 《능허설제(凌虛雪霽)[4]》를 지었다. 아래에 소개한다.

瓊瑤堆處滌紅塵 (경요퇴처척홍진)

옥돌 쌓인 곳에 먼지를 씻으니

雪霽天寒月色新 (설제천한월색신)

눈 그친 하늘은 차갑고 달빛은 새롭다

來坐凌虛亭上望 (내좌능허정상망)

능허정에 와서 앉아 바라보니

淸都樹木盡成銀 (청도수목진성은)

도성의 맑은 나무 모두 은빛이네



[1] 보통 전통 건축에선 단층으로 표현한다.[2] ‘능허정에 제하다’란 뜻이다.[3] 나머지는 ‘관풍춘경(觀豊春耕: 관풍각에서의 봄갈이)’, ‘망춘문앵(望春聞鶯: 망춘정에서 꾀꼬리 소리듣기)’, ‘천향춘만(天香春晩: 천향각의 늦봄 경치)’, ‘어수범주(魚水泛舟: 어수당)’, ‘소요유상(逍遙流觴: 소요정 물굽이에서 술잔 띄우고 마시기)’, ‘희우상련(喜雨賞蓮: 희우정에서의 연꽃 구경)’, ‘청심제월(淸心霽月: 청심정에서 보는 개인 날의 맑은 달)’, ‘관덕풍림(觀德楓林: 관덕정의 단풍)’, ‘영화시사(暎花試士: 영화당에서 시험보는 선비들)'이다.[4] ‘눈 그친 능허정’이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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