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 모녀살인사건

 



1. 개요
1.1. 관련 영상 : 손수호 변호사의 분석
1.2. 사건 발생
1.3. 사건 현장
1.5. 핵심 쟁점
1.6. L이 범인이라는 증거
1.6.1. 시반(屍斑)의 형성
1.6.2. 시강(屍剛)의 진행
1.6.3. C의 소화상태
1.6.4. 제 3자의 침입이 불가능
1.6.5. 거짓말 탐지기 거짓 반응
1.6.6. 불을 지를 수 밖에 없는 이유
1.7. L이 범인이 아닐 수 있다는 증거
1.7.1. 사망추정 시간의 문제
1.7.2. 화재의 발생시간
1.7.3. C의 소화상태
1.7.4. 콘택트 렌즈
2. 기타 정황
2.1. C의 외도
2.2. 가정불화
2.3. 《위험한 독신녀》?
3. 판결
4.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가?
5. 법의학
6. 사건 이후 여담
7. L이 범인이라는 추론과 범인이 아니라는 추론
7.1. L이 수상하다
7.1.1. L은 일반인이 아니다
7.1.2. 사망 시각 은폐
7.1.3. 다른 용의자가 없다
7.2. 재반론
7.2.1. 다른 용의자가 충분히 있을 수 있다.
7.2.2. 만약 L의 계획범죄라면 너무 멍청한 계획범죄이다.
7.2.3. 《위험한 독신녀》를 봤음에도 부인한다?
7.2.4. L은 일반인이 아니다?
7.2.5. 남편 L이 아내 C의 외도를 몰랐을 리 없다?
7.2.6. 사망 시각 은폐?
7.2.7. 다른 용의자가 없다?: 찾으려 하지도 않은 경, 검
8. 결론
9. 둘러보기


1.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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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서술하면 '''경찰과 검찰의 초동 수사 실패로 미궁에 빠져버린 사건'''이다.
변호인 측은 당시 의뢰인인 L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스위스의 법의학자까지 데려와서 증언석에 세웠다.
이 사건에 대해서 인권운동가 고상만이 항소심과 상고심에 당시 천주교인권위원회 일원으로 참여하여 활동을 했고, 자신이 출연하는 2015년 2월 10일자 팟캐스트 방송을 통해, 최종 무죄를 선고받은 당시 피고인의 실명과 사건내용을 모두 밝혔다.

1.1. 관련 영상 : 손수호 변호사의 분석


손수호 변호사의 사건 및 판결문 분석

수호 미스터리 극장 2화 ‘치과의사 모녀 살인 사건’

손수호 변호사의 수호 미스터리 극장 이용 방법 설명 영상

수호 미스터리 극장 이용 방법 설명서



1.2. 사건 발생


1995년 6월 12일 아침 8시 45분경, 서울특별시 은평구 불광동의 모 아파트에서 흰 연기가 발생했다. 이후 9시 10분경, 경비가 화재가 난 것을 알아채고 119에 신고했다. 오전 9시 20분경, 소방관들이 도착하여 10여분 만에 화재를 진화했다. 화재는 안방의 장롱에서 시작되었으며, 장롱과 일부 옷, 커튼과 벽지 일부만을 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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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현장(출처)
불을 모두 끈 후, 소방관들은 현장에서 외과의사 이도행(이하 L)의 부인 최수희(이하 C, 당시 31세, 치과의사)와 딸 이화영(당시 2세)이 사망한 채로 욕조에 있는 것을 발견한다. 이때 남편인 외과의사 L은 개인병원을 개원하는 날이어서 외출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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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현장(《시사저널》의 기사에서 인용)
더욱 자세한 내용은 다음 블로그를 참조.# 그리고 이 사건의 진상조사 민원을 수락하여 참여를 한 인권운동가 고상만이 밝힌 내용은 여기를 참조.

1.3. 사건 현장


부인 C와 딸은 물이 담긴 목욕탕 욕조에서 숨져 있었다. C는 발견 당시 상의가 벗겨지고 팬티가 내려가 있는 상태였으며, 목에는 교살(絞殺)의 흔적이 나타났다. 그리고 목, 팔 등에는 미세한 찰과상이 발견되었다. 딸 역시 끈으로 목이 졸린 흔적이 발견되었으며, 욕조의 물에 잠겨 있었다. 이로 볼 때 타살임이 명백하였으며, 화재 역시 장롱에서 불이 난 것으로 보아 명백한 방화였다. 이에 수사팀은 누군가 살인을 저지른 후, 증거인멸을 위해 불을 질렀다고 결론 내렸다. 당시 사건 현장은 이곳을 참조하자.(일부 혐오 주의)
특이한 점은, 현관문이 잠겨있는 상태였고, 외부로부터의 침입의 흔적이 없었다. 그리고 집 안의 현금과 귀중품은 그대로 남아 있었으며, 집을 뒤진 흔적도 없었다. 따라서 개인적인 원한으로 인한 살인사건으로 접근했다. 하지만 주위에서 피해자들과 개인적인 원한이 있는 사람들을 수사한 결과, 그들은 용의선상에서 배제되었다. C와 내연관계였던, 인테리어 업자 J가 있었으나, 그는 그 시간에 다른 지역에 있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1] 자연스럽게 의심의 시선은 남편 L에게 쏠리게 되었다.[2]

1.4. L의 알리바이


L은 자신이 7시에 집을 나갈 때까지만 하더라도 모녀는 살아 있었으며, 둘의 배웅을 받으면서 병원에 출근했다고 증언한다. L이 강서구 화곡동에 있는 자신의 병원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8시였다.

1.5. 핵심 쟁점


따라서 사건 최대의 쟁점은 모녀가 사망한 시간이다. L이 출근한 7시 이전에 모녀가 사망하였다면 L이 범인으로 확정되고, 그 이후에 사망하였다면 L은 범인이 아님이 명확해진다.

1.6. L이 범인이라는 증거



1.6.1. 시반(屍斑)의 형성


모녀에 대한 검안(檢案)이 이루어진 시간은 오전 11시 30분이었다. 검안 당시, C에게는 우측 대퇴부를 중심으로 하여 양측성 시반(屍斑)[3]이 형성되어 있었다. 양측성 시반이 형성되려면 사후 6~8시간이 경과하여야 한다. 이를 고려할 때, 모녀의 사망추정 시간은 오전 3시 30분~5시 30분이 된다.

1.6.2. 시강(屍剛)의 진행


지문을 뜨기 위해 손가락을 펼치자, 이미 손가락에 시강(屍剛)[4]이 진행된 상태였다. 지관절(指關節)에 시강이 진행되려면 사후 6~12시간이 지나야 한다. 이 경우, 모녀의 사망 추정 시간은 전날 밤 11시 30분~사건당일 아침 5시 30분 사이가 된다. 시반과 시강에 대해서는 이곳을 참고.

1.6.3. C의 소화상태


C의 위에서는 소화가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은 밥이 350g 정도 있었으며, 위의 내용물에서 사건당일 전날 저녁에 먹었다는 미역국의 미역이 발견되었다. 하지만 L이 아침에 먹었다고 주장한 콩나물국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와 같은 잔존물의 상태로 미루어보아, 저녁을 먹은 지는 시간이 조금 되었으나, 아침을 먹기 전에 살해되었으며, 사망 시간은 11일 23시 30분경부터 12일 4시 사이로 추정되었다.

1.6.4. 제 3자의 침입이 불가능


당시 집 안에는 제 3자의 침입 흔적이 존재하지 않았다. 집에서 혼란스럽게 다닌 흔적이 없는 것으로 보아, 집의 구조를 어느 정도는 알고 있는 사람이 범죄를 저질렀다고 파악하였다.
하지만 살인에 이용된 도구를 경찰은 제대로 찾아내지 못했고, 범인의 지문이나 머리카락 등도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결정적인 증거가 없었다. 따라서 간접증거와 정황만으로 재판을 하였으며, 이 때문에 많은 논란이 있게 된다.

1.6.5. 거짓말 탐지기 거짓 반응


경찰의 거짓말 탐지기 검사 결과, L은 전체적으로 양성 반응이 나왔다. 다만 변호인은 경찰 수사 과정에서 살해 시각, 장소 등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를 받은 이씨가 진범 여부와 상관없이 선입견이 박혀 특정 질문에 이상 반응을 보였다는 것 입장을 보였다.
1심에서는 증거로 인정받았으나, 이후 직접적인 증거로는 채택되지 않았다.

1.6.6. 불을 지를 수 밖에 없는 이유


범인 혹은 범인들은 여자를 강간하지 않았음에도 마치 강간범죄인 것처럼 옷을 벗겨놓고, 방해자가 될 수 있는 아이도 죽이는 극악무도한 짓을 저질렀다. 그리고 증거가 발각되지 않기 위해 물에 시신을 담그고 굳이 시신도 아닌 안방에 불까지 질러 현장증거를 없애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 그리고 현장이 발견되는 것을 지연시키기 위해 일부러 또는 무의식적으로 현관문을 잠궜다. 대범한 범죄를 저지르고 빨리 도망가려하기보다는 증거가 발견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 심리가 엿보인다. 그것은 증거가 발견되면 범인이 곧바로 특정될 수 있는 사람이 살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1.7. L이 범인이 아닐 수 있다는 증거



1.7.1. 사망추정 시간의 문제


시반(屍斑)과 시강(屍剛)으로 사망 시각을 추정하는 것은 오차범위가 굉장히 넓다. 사람에 따라 시반의 발생시점과 정도가 다르다. 최초 검안 시에는 목, 가슴, 배에도 시반이 관찰되었다. 하지만 부검을 하는 시점에서는 우측대퇴부 이외의 시반이 모두 소실되었다. 우측대퇴부의 경우, 그녀가 팬티를 입고 있었기에 압력으로 인해 시반이 먼저 형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른 시반이 모두 소멸한 것으로 볼 때, 시반이 형성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이 경우 피고가 집을 나간 이후인 7시 40분경까지 사망 추정 시간이 늘어난다.
이는 시강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온도가 높을 경우, 조기강직이 나타난다. 이 사건에서는 욕조물의 온도가 얼마인지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아 시강의 원인이 불분명했다. 시간이 오래 지나서 시강이 나타난 것인지, 혹은 용의자가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아 고의적으로 급속한 시강을 유도했는지 알 수 없었다. 따라서 시강으로 사망 시간을 추정한 것 역시 반박되었다.
게다가 당시 욕조물의 온도를 경찰이 처음 현장조사를 할 때 측정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향후 이것을 지적받자, 당시 수사했던 경찰의 손등에 온도별로 물방울을 한 방울씩 떨어뜨려 "이 온도가 맞습니까?"라는 식으로 증언하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1.7.2. 화재의 발생시간


화재 신고 시간은 8시 45분경이었다. 따라서 화재는 그 이전에 발생하였을 것이다. 문제는 몇 시에 불씨가 옮겨 붙어, 밖에서 화재가 났음을 알아챌 수 있었는가, 하는 점이다. 이에 변호인 측은 1,800만 원짜리 아파트 모형으로 운동장에서 화재 실험을 진행하여, 만약 장롱에 불이 났다고 하더라도, 5~6분 이후면 외부에서 연기를 인지할 수 있음을 증명하였다. 이 주장에 따르면, 8시 30분 전후에 누군가가 방화한 것으로 결론을 내릴 수 있다.

1.7.3. C의 소화상태


C가 아침식사를 할 때, L과 달리 미역국을 먹었을 가능성도 있다. 또 평소 C가 아침을 잘 챙겨먹지 않았기 때문에, 공복상태여서 콩나물이 발견되지 않았을 수 있다. 전자레인지에서는 C가 아침대용으로 먹는 걸로 추정되는 한약이 발견되었다.

1.7.4. 콘택트 렌즈


C는 사망당시 렌즈를 낀 상태였다. C의 어머니의 증언에 따르면, C는 평소 자기 전 렌즈를 빼고, 아침에 일어나서 화장을 한 이후 다시 렌즈를 착용하였다. C가 렌즈를 낀 상태에서 죽었다는 것은, 자기 전에 사망했거나 혹은 일어나서 렌즈를 낀 이후에 죽었다는 말이 된다. 하지만 자기 전 그녀가 사망했다면, 몸에 더 많은 시반이 형성되어 있을 것이다. 따라서 그녀는 일어난 이후에 죽었으며, L이 출근하고 난 이후 자신도 출근 준비를 하는 도중 사망했다고 볼 수 있다.

2. 기타 정황


기타 정황은 '''직접적인 증거가 아니기에,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될 수 없다'''는 점에 유의하자.

2.1. C의 외도


당시 C에게는 내연남이 있었다. C는 1989년 L과 결혼하였으나, C는 1992년에 알게 된 인테리어 업자 J와 사건 직전까지 불륜행각을 벌였다. C는 자신의 병원 진료실 안에서까지 J와 관계를 가졌다. 이는 차후 C의 병원에서 근무하였던 간호사들에 의해 밝혀졌다. 수색 과정에서 발견된 C의 일기장에서는, 'L과 잠자리를 하면서도 J가 생각났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만약 L이 이를 알았더라면, 살해의 동기는 충분했을 것이다.
그러나 L은 C의 외도를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L이 J를 최초로 본 시간은 사건발생 1달 전이었으며, 그때도 그냥 아내의 병문안을 온 사람들 중 한명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그리고 C와의 사이도 나쁘지 않아서, C가 먹던 한약은 둘째 아이를 갖기 위해서 먹는 것이었다고 주장하였다.

2.2. 가정불화


수사팀은 C가 외도를 저지른 것뿐 아니라, L이 장모의 집안과 사이가 안 좋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장모는 L을 구박하였지만, L은 성격이 내성적이었기 때문에 화를 억누르다가, 결국 살인으로 이를 표출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L은 이 주장을 일축한다. 둘 사이에서 불화는 잦지 않았으며, 사건발생 2주 전에는 온 가족이 장모를 모시고 에 여행을 다녀왔다고 증언한다.
다만 평상시 사이가 안 좋던 상태에서 같이 여행을 갔다가 오히려 갈등이 더 커져서 파국으로 치닫는 경우도 적지 않으며, 이 경우는 오히려 여행이 범행의 도화선이 되었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실제 커플이 여행을 갔다가, 여행 중에 싸우거나 여행 직후 헤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 유명한 수지 김 사건 역시 부부가 홍콩에서 말다툼 끝에 우발적으로 살해했던 사건이었다. 또한 만약 우발적인 범행이 아니고 계획적인 범행이라면, 오히려 알리바이 용도로 계획했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2.3. 《위험한 독신녀》?


당시 집을 수사하던 수사관들은 L의 트레이닝복 바지에서 쪽지를 발견한다. 여기에는 수많은 영화제목이 적혀 있었는데, 92년 개봉했던 《위험한 독신녀》를 비롯한 살인사건을 다룬 영화들이 있었다. 이에 책임자 Y는 목록에 있는 영화를 구해서 본다. 이 중 한 영화에는, 극중 여자범인이 남성을 죽여 욕조에 시신을 담그는 장면이 등장하였다.
이에 Y는 L에게 그 영화를 본 적이 있는가 물어보았으나, L은 부정한다. Y는 L이 공중보건의로 근무하였던 강릉에 수사팀을 급파하여, L이 해당 비디오를 대여했는지 확인한다. 그 결과, L은 94년 2월 28일에 해당 비디오를 빌려, 3월 2일 반납했다는 것을 알아낸다. 같은 해 10월 26일, 또 다른 대여점에서 이를 빌린 후, 한참 뒤에야 연체료를 물며 이를 반납한 정황이 드러난다. L은 끝까지 자신은 그 영화에 대해 모른다고 주장하였다.

3. 판결


1996년 2월, 1심에서는 사형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1996년 9월, 2심에서는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무죄판결을 받는다. 이에 1998년 11월 13일, 대법원 상고심에서는 유죄의 취지로 파기환송을 한다. 하지만 2001년 2월, 고등법원은 파기 환송심에서 무죄를 선언. 2003년 2월 대법원의 재상고심에서는 최종적으로 무죄를 선고한다. 아래는 판결문을 그대로 발췌하였다.

피고인의 범행동기를 쉽게 인정할 수 없다는 점, 사망 시각 또는 사망 시간대의 추정에 관한 검찰 제출의 사체 현상에 관한 각 증거에 유죄의 증거 가치를 부여하기에는 부족한 점, 이 사건 화재가 피고인의 출근 이후 발생하였다고 보이는 점, 피고인의 진술에 일관성이 없거나 거짓으로 보이는 일부 내용은 유죄의 증거로까지 인정하기에는 부족한 점, 그리고 오히려 사망인의 콘택트 렌즈, 한약봉지 관련 내용 등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보이는 정황도 상당 부분 있음을 엿볼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위 유죄의 각 정황만으로는 피고인이 범인이라고 단정하기에 의문점이 많을 뿐만 아니라 제3자의 범행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할 것이므로, 결국 여러 가지 유죄의 간접사실 내지 정황을 인정할 수 있는 간접증거들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그 종합적 증명력이 위 공소사실을 진정한 것이라고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이 인정할 정도에 이르렀다고는 볼 수 없다.


4.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가?


경찰은 사건의 초기 정보 수집 과정에서 많은 허점을 보였다. 발견 당시 사체와 욕조 물의 온도를 재는 것조차 시행하지 않아, 사망 시점을 추정할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를 놓쳤다. 또 사건 초기에, '가까운 사람이 살해'했다고 단정하여 수사범위를 가까운 인물들로 한정하여, 중요할 수도 있는 다른 증거수집을 소홀히 하였다. 예를 들어, 검찰은 C를 살해한 범행도구로 아파트 베란다의 커튼 끈을 잘라낸 것을 지적했고, 2살 난 딸을 살해한 도구는 "어떤 줄" 또는 "종류 미상의 가는 줄"이라고만 할 정도로 소홀히 했다. 증거가 없는 이 주장은 재판과정에서 모두 인정되지 않았고, 딸을 살해한 도구는 나중에 외과용 실이라고 주장했다가, 이후에는 치실이라고 주장했다.
게다가 파기환송심에서, 검사 측은 화재발생에 관한 내용에서, 불을 조그맣게 피워놔 지연화재를 일으켰다고 주장했는데, 이에 대해서 피고 측과 천주교인권위원회에서 해외의 화재 전문가들에게 검찰의 주장이 가능한 것인지 의뢰메일을 보냈다. 답장이 도착했는데, 그 내용을 토대로 직접 실험을 하기로 결정하였다. 1999년에 용인에서 MBC 《PD수첩》 제작진이 참여한 상황에서 실험을 하였는데, 실험을 개시하고 3분 만에 큰 불로 번지는 것이 증명되었다. 당시 화재 전문가들의 의견은, "지연화재라는 것은 없다"였는데, 실험으로 증명된 것. 이 실험결과를 통해 파기환송심 당시, 피고 L이 모녀를 살해하고 지연화재를 일으켜, 화재가 자신의 출근 이후에 번지게 하고는 현장에서 도주했다는 검찰 측의 주장은 부정되었다.
검찰은 자신들의 추정을 확신하고 기소했을 테지만, 간단히 논파되는 허점투성이의 추정이 너무 많았고, 그 추정들의 근거들 중 많은 부분들은 피고인 L에게 유리하게도 해석될 수 있는 등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 검찰은 패배하였고, 결국 진범을 놓친 결과가 되고 말았다. (진범이 L이라고 단정짓지는 않았다.)

5. 법의학


이 사건의 핵심은, 피해자가 7시 이전에 죽었느냐, 7시 이후에 죽었느냐다. 7시 이전에 죽었다면 남편인 L이 범인이겠지만, 7시 이후에 죽었다면 L은 무고한 사람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검사, 변호인 측은 모두 이 사망 시각 입증을 위한 노력에 최선을 다했었다.
검사 측은 국내 법의학자 3명, 즉 서울대 의대 이정빈 교수, 고려대 의대 교수 황적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권일훈 박사에게 사건을 의뢰했고, 3명 모두에게서 피해자가 오전 7시 이전에 죽었다는 증언을 받아내어, 1심에서 용의자에게 사형 판결을 받아낼 수가 있었다.[5]
하지만 변호인 측은 스위스 법의학자인 토마스 크롬페허(Thomas Krompecher)를 증언대에 세워서, 피해자가 오전 7시 이후에 죽었을 수도 있음을 주장했다.[6] '''1심 사형→항소심 무죄→대법원에서 유죄취지로 파기 환송→항소심에서 다시 무죄'''를 오가면서 8년을 끈 이 재판은 대법원에서 결국 최종적으로 무죄로 확정되며 종료되었다.
이 사건이 무죄로 끝나면서, 한국의 법의학은 외국의 법의학에 무릎을 꿇은 모양새가 되어버렸고, 그 뒤로 정부는 한국의 법의학 관련 분야와 부서를 엄청나게 활성화시켰다.
그 뒤에, 마포 만삭 의사부인 사망사건에서, 변호인 측이 캐나다 법의학자를 초빙함으로써 한국 vs 외국 법의학 리벤지 매치가 성사되었으나, 이번에는 한국이 승리하여 피고에게 징역 20년형을 때릴 수 있었다.

6. 사건 이후 여담


이 사건에서 최종무죄를 선고받은 L은 이후 의료봉사활동을 시작하였고, 이 사건에서 천주교인권위원회를 만난 것을 계기로, 국내의 대표 의문사 중 하나인 김훈 중위 사건에서 미군이 작성한 공식 의료차트의 해독 작업에 참여하였다.

7. L이 범인이라는 추론과 범인이 아니라는 추론


무죄(증거 불충분)라는 판결 자체에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결정적인 물적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고고학에서 여러 가지 증거들을 짜 맞춰 그럴 듯한 가설을 만들어내듯이, 여러 정황증거를 통해서 L이 범인이라는 추론과 아니라는 추론을 해볼 수 있다. 어디까지나 위키러들의 사견(私見)에 불과하다는 점은 감안하고 읽자.

7.1. L이 수상하다


영화 《위험한 독신녀》에 대해 L이 초지일관 부인한다는 점은 '''L의 진술의 신뢰성'''에 대해 판단을 할 수 있는 잣대가 될 수 있다. 한번 빌려 본 영화를 한참 뒤에 또 빌려 본다는 것은 그 영화가 굉장히 인상 깊었다든지, 뭔가 그 영화에 대해 좀 더 알아볼 게 있었다든지 등의 경우이기에, 이 영화를 본 것을 완전히 잊는다는 것은 거의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즉 2월과 10월에 두 번이나 빌려 본 영화에 대해 L이 부인한 것은, 그가 부인의 외도를 몰랐다든가 등의 다른 진술의 신뢰성도 의심하게 만들 수 있다.
영화 《위험한 독신녀》 건은 직접적인 증거는 아니지만, '''적어도 L이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100% 진실만을 말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입증'''했다.[7] 명백하게 두 번이나 빌려 본 증거가 있음에도 끝까지 모른다고 부인하는 판국에, 하물며 증거가 없는 다른 진술에 과연 얼마나 신뢰성이 있을까?
물론, 자신이 사건의 용의자로 의심받고 있는 상황에서, 사건 내용과 일부 유사점이 있는 그 영화를 언급하는 것 자체를 회피하려는 방어심리로 일체 부인했다고 볼 수도 있으나, 그렇다면 자신이 범인으로 의심될 만한 정황 등도(아내의 외도를 알고 있었다든지) 방어 심리로 부인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또한 L이 친구나 지인의 부탁으로 빌려다줬다거나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시간이 지나서 기억나지 않는다 등으로 진술하면 그것을 부정할 증거도 없다는 반론도 있으나, 누구에게 빌려줬다고 하면 정말인지 그 사람에게 확인이 가능하다. 만약 8개월 밖에 안 됐는데 누구 빌려줬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극단적으로 그와 연락을 주고받는 지인 모두에게 탐문조사도 가능하다.

7.1.1. L은 일반인이 아니다


L은 '''외과의사'''이다. 게다가 사건 현장을 보면, 우발적인 범행이 아니고 계획범죄일 가능성이 높은데, '''외과의사가 사람을 죽여 욕조에 시신을 담그는 영화를 무려 두 번이나 빌려보며 연구했다면, 얼마든지 완전범죄 계획을 세우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단순 일반 살인 사건처럼 접근한다는 것은, 범인의 은폐공작에 넘어갈 위험이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국내 최고의 법의학자 3명(서울대, 고대, 국과수) 모두에게서 피해자가 오전 7시 이전에 죽었다는 증언을 받아냈으나, 변호인 측은 스위스 법의학자를 증언대에 세워서, 피해자가 오전 7시 이후에 죽었을 수도 있다고 주장하며 결국 무죄를 선고받았는데, 이처럼 법의학자들 간에도 논쟁이 있었을 정도로 상당히 애매한 상황이었다. 따라서 '''범인이 아니란 게 입증되어서 무죄판결이 나왔다기보다, 범인이라고 입증할 증거가 부족해서''' 무죄판결이 나왔다고 보는 게 타당할 것이다.

7.1.2. 사망 시각 은폐


그리고 '''왜 하필 욕조였을까?''' 일반 강도나 살인자가 침입해서 죽였다면, 그냥 흉기로 죽이고 바로 도주하지, 굳이 욕조에 시신을 담가놔야 할 이유를 딱히 찾기 힘들다. 게다가 두 살 난 딸까지도 욕조의 물에 잠겨 있었다. '''범인은 시체의 사망 시간 추정에 혼선을 주려고 시도했다'''고 추정 가능하다. 즉 범인에게는 사망 시간이 정확히 밝혀져선 안 될 절박한 사유가 있어서, 사망 시간을 감추는 게 중요했다는 것이다. 실제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은 모녀가 사망한 시간이었는데, 경찰의 초기 조사 미흡 등의 여러 상황이 겹쳐져, 정확한 사망 시간 추정할 수 없게 되어 '증거 불충분'으로 붕 떠버렸다. 상기(上記)했듯, 시체의 주변 온도가 높을 경우 조기강직이 발생하는데, 사건현장 조사 당시 욕조물의 온도를 경찰이 조사, 기록하지 않는 등 시강의 원인이 불분명해져, 시강으로 사망 시간을 추정한 것 역시 확실한 증거로 인정받지 못하였다.
수사팀은 L과 아내, 장모와의 사이가 그리 좋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고, L의 성격이 내성적이었기 때문에 화를 억누르다가 결국 살인으로 표출된 것으로 추정했다. 애초에 부부간의 금슬이 좋다면, 누군가가 바람을 피울 가능성은 낮아진다. 배우자와의 관계가 안 좋으니까 외부로 눈을 돌리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이 사건의 경우, 아내가 잠깐 외도를 한 게 아니라, 살해당할 때까지 수년간 아내의 병원의 간호사들까지 알아챌 정도로 내연관계를 지속해왔음에도 남편은 전혀 몰랐다고 한 것을 보면, 부부라기 보단 동거인 관계에 가까울 정도로 냉랭한 사이였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 게다가 아내의 일기장에, 남편과 잠자리할 때도 내연남이 떠오른다고 써놓았는데, 만에 하나 L이 우연히 이 일기장을 봤다면 살인 동기 자체는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살인을 계획하다가, 우연히 예전에 본 《위험한 독신녀》의 살해 장면이 떠올라, 다시 빌려보며 살해방법을 연구했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공중보건의 생활 당시 많은 영화를 빌려 봤다는 L이니만큼, 그냥 한번 빌려봤다면 우연이라고 넘길 수도 있으나, 8개월 뒤에 이 영화를 다시 빌려봤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이는 이 영화에서 다시 보고픈 무언가가 있다는 걸 추론가능하게 하며, L이 굳이 이 영화를 본 것에 대해 일관되게 부인한다는 점은, 그가 이 영화를 본 게 알려져서는 안 될 중요한 이유가 있다고 추론할 수 있다. '''욕조 살인 사건이 벌어지기 8개월 전에, 욕조 살인 영화를 다시 빌려봤던 것은 단순한 우연의 일치였을까?'''
만약 L이 범인이고 전문지식을 동원하여 이런 은폐공작을 했다면, 직업의 특성상 그 자신이 용의자로 떠오를 것이 유력해질 수도 있다는 것을 몰랐을 리가 없으므로, L은 스스로를 옭아매게 될 일을 할 리가 없다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냥 평범하게 죽이면 바로 사망 시간을 쉽게 알아내서 잡히게 된다. 실제 결과적으로도 사망 시간을 정확히 추정하는데 실패하여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가 되었지 않은가?
L이 킬러라도 고용하지 않는 이상, 만약 본인이 아내를 살해했을 시 다른 알리바이를 만들어내는 것은 불가능하며, 이렇게 알리바이를 만들어내는 게 불가능했을 시에 의심을 피하는 유일한 방법은 시체의 사망 시간 추정에 혼선을 빚게 하는 것일 뿐이고, 실제 이번 사건의 의문점은 사망 추정 시간 혼선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만약 그냥 일반적으로 죽였다면 사망 시간이 정확히 추정 가능하여 L이 완전히 범인으로 인정되거나, 혹은 완전한 무죄로 판명되거나 둘 중 하나였을 것이다.
만일 이런 종류의 지식을 아는 진범이 L이 외과의사임을 감안하여, 경찰이 유력한 용의자로 L을 지목하여 수사력이 그에게 집중되게 하여 자신은 빠져나가려 한 계획적 범행이라고 한다면 그는 L과 매우 가까운 사이고 그 뿐 아니라 이 집과 가정사에 대해 매우 빠삭한 인물이었다는 것인데, 그런 유력한 인물이 있었다면 L이 가장 먼저 알았을 것이다. 헌데 알다시피 이 사건에서 용의선상에 오른 용의자는 L밖에 없다.

7.1.3. 다른 용의자가 없다


결정적으로 다른 용의자가 전혀 없다. 범행 형태를 보면 강도가 들어와서 우발적으로 죽인 형태가 아니고, 명백히 원한에 의한 살해인데, L이 출근한 잠깐 사이[8] 부리나케 들어와 후다닥 죽이고 바람처럼 사라질 정도로 내부 구조나 안의 상황도 잘 알고 있을 사람이라면, 피해자의 지인 밖에 없기에 용의자는 제한적이 될 수밖에 없는데, 안타깝게도 용의선상에 오른 인물은 L밖에 없다.
만약 L이 죽인 게 아니라면, 범행의 형태로 보아 절대 일반 강도는 아니고, '''누군가에게 고용된 킬러'''일 것이다. 아주 짧은 시간에 들어와 두 모녀를 깔끔하게 살해한 뒤 바람처럼 사라진 것을 보면, 매우 프로페셔널한 킬러의 살해형태다. 보통 이런 교사(敎唆)살인의 경우는 배우자의 외도를 의심하거나, 보험금을 노려 저지르는 경우가 많으나, 이번 사건은 피해자의 사망으로 딱히 금전적 이득을 취하는 사람은 없었기에 철저히 원한에 의한 살인으로 보인다.
원한에 의한 살인치고는 시체의 형태가 너무 온전하다면서 격렬한 감정발산의 형태가 보이지 않는다는 반론이 있는데, 보통 격렬한 감정 발산은 '''우발적인 범행'''때 많이 보이는 패턴이다. 말 그대로 그 순간 너무 분노해서 욱해서 상대를 마구 공격하다가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경우이므로 이 경우는 격렬한 감정발산의 형태가 보이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계획범죄'''는 다르다. 계획범죄는 당연히 매우 이성적으로 치밀하게 준비하고, 또한 최대한 증거를 안남기고 상대를 제거하는 게 목적이지 감정을 발산하는 게 목적이 아니므로 계획대로 냉정하게 딱 '살인'만 하는 경우가 많다. 꼬리가 길면 잡힌다고, 괜히 이런 저런 행위를 하다가 불필요한 증거를 남길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 제3자의 범행이 가능하다는 추론도 있다. L의 출근시간은 오전 7시이므로 최대 1시간 30분의 시간여유가 있으므로 집안의 구조를 파악하는 데는 10~20분, 남은 1시간 정도라면 둘을 죽이고 현장을 정리하기에는 충분하고도 남는 시간이라는 것이다. 뭐 사실 틀린 말은 아니나, 이런 추론은 L이 범인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이론'에만 치중한 것은 아닐지 생각해 볼 문제이다. '그럼 범인은 어떤 인물일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니란 것이다.
경찰들도 바보는 아니며 나름 오랜 수사를 통해서 얻은 짬밥과 감이 있다. 당연히 일반적인 강도들이 벌이는 패턴들이 있고, 강도 살인이 발생했다고 해서 다짜고짜 남편을 의심하지는 않는다. 헌데 수사관들이 L을 의심하게 된 이유는 일반적으로 보이는 강도 패턴과는 양상이 많이 달랐기 때문이다. 또한 인근 강도 전과자 등 다 조사했음에도 딱히 용의자가 없었다. '이론상으로는' 제3자가 가능할 수가 있지만, 누가, 왜 범행을 했는가에 대해선 L을 옹호하는 사람들도 뚜렷한 대답을 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일반적인 강도도 아니고, 범행 형태상 원한 범죄라서 피해자의 주변인물인데 L 이외에 용의자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일반적으로 피해자와 안면이 있는 지인이 원한이든 금전적 목적이든 죽이기로 계획한 경우, 낯선 남의 집에 무단 침입하여 죽이는 것은 위험부담이 크므로, 보통 자신이 사전답사한 곳이라든지 익숙한 곳으로 불러낸 뒤 죽이는 패턴이 많은데, '''아주 짧은 시간 안에 집 안의 욕조에서 두 명을 깔끔하게 살해하고 바로 장롱에 불을 지른 형태를 보면, 그 집의 구조가 익숙하고 편안한 인물'''임을 유추할 수 있다. 물론 피해자와 안면이 없는 제3자인 킬러인 경우는 피해자를 불러내서 유인하기가 쉽지 않으니 보통 피해자의 동선을 파악한 후 인적 드문 곳에서 잽싸게 범행 저지르고 도망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 저렇게 대놓고 환한 오전에 남의 집에 대놓고 침입해서 대학살극을 저지르는 경우는 무척 드물다. 물론 킬러 고용자가 그 집에 사는 인물인지라 열쇠를 줬다면 가능하지만, 이 경우 L도 결국 범죄와 연관된 셈이니까 제외.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는데, 왜 굳이 어린아이까지 죽여야 했냐는 점이다. 사실 원한에 의한 범인이라면, 그 원한은 피해자인 아내에게 가졌을 것이지, 그녀의 아기에게 원한을 가졌을 리는 없다. 사실 보통 곁다리에 있는 사람까지 죽이는 경우는 목격자 제거의 목적이 많은데, 2살 난 아기는 목격자로서의 의미도 없기에 킬러라도 굳이 아기까지 죽여야 할 이유는 없다. 피해자에게 원한이 너무 크면 아이까지 죽일 수도 있지만, 누차 언급하다시피 남편 외에 다른 용의자가 없다.
악명 높은 강도 살인마라면 2016년 탈옥하려다가 붙잡힌 정두영이 있다. 당시 정두영은 강도를 목적으로 침입하여 방해하면 정말 그야말로 무참하게 살해하여 죽였지만, 그냥 자기 말에 잘 따르면 굳이 죽이지 않았으며, 심지어 아기가 있던 여자에겐 '아기 잘 키워'란 말을 남기고 나갔을 정도였다. 즉, 사람을 죽이는 게 목적이 아니라 강도가 목적이었다면 굳이 아기까지 잔혹하게 살해할 이유는 없었을 것이다. 물론 극악한 강도라면 아이가 시끄럽게 운다고 거슬린다고 죽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나, 이 정도 수준이라면 악명 높은 강도 정두영도 명함을 못 내밀 정도로 극단적인 강도라는 거고 솜씨를 봐서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닌데 일대 강도 전과자 탐문 수사도 그렇고 딱히 근처에서 이와 비슷한 사건이 벌어지지도 않았고 그야말로 용의선상에 올릴 인물 자체가 없었다. 애초에 금품을 노린 범행 행태도 아니었고, 딱 살인만 하고 빠져나갔을 정도니까 강도라고 보기에도 애매하다.
1995년 당시는 지금처럼 과학수사가 발달한 시기도 아니고, 주먹구구식의 관행이 남아있었기에, 용의주도한 인물이라면 빠져나갈 수 있던 시기였다. 그래서였을까. 두 명이 살해당했음에도 범인은 없는 비극적인 결과가 초래됐다. 2016년, 중국판 화성연쇄살인 사건 범인이 수십 년 만에 검거되었는데, 그는 학교 매점을 운영하며 자상한 아저씨로 유명하였고, 또한 아들 둘을 모두 명문대에 진학시키는 등, 지역에서 모범으로 꼽히는 아버지상으로 존경받고 있었기에 중국사회를 경악시켰다. 마찬가지로 이번 사건의 범인은 체포되지 않았으니, 2살 난 어린아이마저 냉정하게 살해한 그 악마는 서민들 속에 섞여 인자한 표정을 지으며 태연하게 살고 있을 것이다. 악마의 본성을 숨긴 채 말이다.

7.2. 재반론



7.2.1. 다른 용의자가 충분히 있을 수 있다.


다른 용의자가 없다는 윗 부분의 주장을 보면, 우발적인 강도는 절대 아니라고 원한에 의한 살인밖에 없고 주장한다. 내부구조를 잘 알고 원한이 있는건 L뿐이라는 주장이다. 게다가 만약 L이 죽인 게 아니라면, 범행의 형태로 보아 절대 일반 강도는 아니고, '''누군가에게 고용된 킬러일 것이다.''' 라고 까지 가정했다.
그런데 웃긴 것은 보통 이런 교사(敎唆)살인의 경우 금전과 원한이 문제인데, 금전이 없으므로 원한에 의한 살인으로 볼 수밖에 없으므로 킬러에 의한 살해도 남편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보통 원한에 의한 살인은 치정이 꽤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그 치정은 남편만 해당하는게 아니라 내연남에게도 해당된다.
내연남과 불륜관계를 잘 하고 있었음에도 웬 치정살인인가 하는 의문은 제3자가 둘의 관계를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걸 고려하면, 둘의 관계를 함부로 예단이 어렵다. 예를 들어, 일반 연애의 경우도 일방적인 헤어짐에 앙심을 품고 보복하는 경우 흔하다.[9]
즉, 원한이 남편에게만 있고 내연남에게는 없었을 거라고 단정할 순 없다는 것이다. 물론 내연남은 알리바이가 있다. 하지만, 킬러에 의한 살인을 논하면서도 '킬러 고용은 L밖에 안 했을 것이다.' 라는 추측을 한다는 것은 굉장히 어이없는 것이다. 내연남은 킬러를 고용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편견이다.
게다가 내연남은 부인이 있다. '''내연남의 부인'''은 자기 남편과 불륜관계인 여성에 대한 복수심이 없었을까? 여대생 청부 살인 사건을 보면 사위의 내연로 의심되는 사람을 청부살인. 즉, 킬러를 시켜서 살인을 교사한것으로 유죄받은 사례가 있고, 남편의 내연녀에 대한 복수를 한 사례도 많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경찰은 L에게만 혐의를 두고, 내연남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를 하지 않았기에, 당연히 용의자는 L밖에 없다. 애초에 경찰이 L에게만 혐의를 두었으므로 다른 사람들은 용의자가 안 된 것뿐이다.

7.2.2. 만약 L의 계획범죄라면 너무 멍청한 계획범죄이다.


이 사건에서 경찰의 시각은 '''위험한 독신녀'''를 보고, 욕조에 시신을 넣는 계획을 짜고, 고의로 화재를 일으키는 등 치밀한 계획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이 L를 의심하는 시각이다. 그러나 시각을 더욱 넓게 생각한다면, 이건 최악의 계획범죄일 수밖에 없다. 추리소설속에서나 나오는 밀실범죄를 짜냈으니 과연 굉장히 머리좋다고 치밀한걸까?
보통 계획범죄는 자신이 용의선상에 안 서는 것이 1번째 목표가 된다. 결과적으로 계획이 실패해서 경찰에 잡힐 수는 있어도, 애초에 계획범죄는 범죄 이후 최대한 자신의 범죄를 숨기고 용의선상에도 안 오르게 하는 게 계획범죄의 일반적 목표이다.
L의 계획이라고 가정하면, 이 계획이 성공해도 L이 제1용의자가 되는 상황인데. 이게 과연 훌륭한 계획일까?
용의자 X의 헌신에서도 천재적인 인물이 살인사건을 덮어버린다. 근데 굉장히 천재적인 방법으로 형사들 허를 찔러버린다. 하지만, 애초에 이미 살인이 벌어진 이후에 그걸 덮으려다 보니 기기묘묘한 트릭을 짜내게 된 것이다. 즉, 이미 살인사건을 덮어버리기에는 무리한 상황이므로, 갖가지 꼼수를 동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만약 애초에 살인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완전범죄를 꾀했으면, 그렇게 위험한 트릭을 사용했을까?
용의자X가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를 괴롭히는 남자를 죽일 생각이었으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몰래 죽여서 파묻어버리면 된다. 애초에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가 용의자로 경찰 조사받는 상황을 만들 이유가 없다. 하지만 이미 살인이 벌어졌으니 그걸 덮으려니 기묘한 방식의 트릭으로 덮어버렸다고 볼 수 있다.
김명철 실종 사건을 참조해서보면, 이씨가 김명철을 납치, 감금, 폭행한 증거들이 수없이 발견되었으나, 결국 시신이 없어서 살인죄는 무죄가 된다. 즉, 납치, 감금, 폭행의 증거를 줄줄 흘릴 정도로 허술하게 범행했음에도 살인은 무죄가 된 것이다. 그러나 이씨는 다른 살인사건이 들켜서 결국 살인유죄를 받게 되는데, 이 경우는 죽은 시체가 있었다.
죽은 시체가 발견되지 않으면 가장 근본적으로 ''' 그 사람이 죽었다 '''는 사실이 증명되지 않는다. 즉, 실종인지 살인인지를 확정할 수가 없다. '''시체없는 살인'''이 유죄 판결을 받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나마 시체없는 살인으로 유죄 판결이 나온 경우는 죽었다는 자체는 확정된 경우이다. 예를 들어, 죽은 이후에 재빠르게 화장해서 시신에서 살인 증거를 못 찾는 경우. 이 경우는 피해자가 죽었다는 건 공식적으로 확인되었으니 살인 유죄가 가능했다. 하지만, 유죄 판결이 나오는 게 굉장히 힘든 사건이었다.[10]
결국 죽여서 시신을 없애버리는 경우는 살인의 유죄가 나오기는 거의 불가능이다. 예를 들어, 고유정의 경우 고유정과 피해자가 있던 펜션에서 피해자의 혈흔이 다량으로 발견됨으로 최소한 '''폭행'''이상은 범죄는 확인된 상태에서, 고유정측 변호사가 '''성폭행을 당하는 과정에서 살해하였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라 '''피해자의 죽음''' '''고유정이 피해자를 죽였다'''는 자체는 공식적으로 인정된 셈이다.
결국, '''시체와 혈흔 등 증거를 완벽하게 없앤 상태'''라면, 혹은 '''살인현장의 CCTV나 증언이 없는 상태'''라면 경찰은 살인 혐의를 증명하지 못한다. 최소한 시체만 없어도 살인 증명이 불가능이라 형량이 극단적으로 줄어든다. 폭행과 살인은 차이가 크다.
  • 치과의사모녀 살인사건이 계획범죄이고, L이 진범이라고 가정할 경우를 생각해보자.
  1. 경찰측이나 L을 의심하는 측은, 위험한 독신녀라든가, 의사로써 접근하기 쉬운 법의학적 지식으로 철저히 준비하여 계획범죄를 행하였다고 주장한다.
  2. 그러나 자기가 거주하는 아파트에서 제1용의자로 본인이 딱 걸릴 수 있는 상황의 살인이다. 이걸 의도적으로 자신을 제1 용의자로 만드는 계획범죄라면 이게 똑똑한 걸까 멍청한 걸까.
  3. 살인이 벌어진 날이 바로 L의 정형외과 개업식이다. 정형외과 개업준비는 최소 6개월~ 몇년 이상 준비하는게 보통이고 비용은 2019년기준으로 10억~몇십억까지 다양하다. [11] 작은 규모로 잡아도 6개월동안 10억 이상 들여서 정형외과를 개업한 것이다. 게다가 월세계약이 몇년 이상이고 상가월세만 해도 한달에 몇백만 원에서 천만 원 이상인 경우도 많다는 거 고려하면 어마어마한 거액을 그 자리에서 날린 것이다. 이후 살인이후 용의자로 체포되어 8년동안 재판하는 동안 10억이란 돈은 허공으로 날아가고 재판과정에 쏟아부은 돈만 해도 어마어마하다. 만약 10억이 무담보 대출이면, 바로 대출회수가 들어오기에 본인 소유의 재산은 경매로 가거나 파산이 된다. 즉, 살인을 결심했다면, 정형외과 개업을 시도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만약에 경찰 주장대로 계획범죄면, 왜 하필 살인당일이 정형외과 개업일일까? 애초에 살인을 계획했으면 정형외과 개업을 안 했으면 된다. 정형외과는 월급의사로 수천만 원씩 월급받는 경우가 흔하므로, 사회 나온다고 바로 개업하지는 않는다.
어차피 정형외과 개업확정 짓고 상가계약과 인테리어는 길어야 1~2개월이다. 당일날 결심하고 살인한 것을 계획범죄라고 할 수 없다고 본다면, 정형외과 개업 최종 인테리어 계약할 당시에는 살인의사가 없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경찰이 계획범죄의 증거라고 생각하는 위험한 독신녀를 빌려본 날짜는 94년 2월 28일과 10월 28일이고, 살인 날짜는 95년 6월 12일이다. 그리고 인테리어 계약은 95년 4월 말~5월 초중반이라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계획범죄라고 가정한다면 도대체 L은 언제 살인을 결심했다는 것일까? 적어도 위험한 독신녀를 보던 시점에선 살인을 결심한 상황을 아니라고 보는 게 맞아보인다.
'''물론 정형외과 개업을 최종 결심하고, 상가 임대계약이 체결되고, 인테리어공사가 시작된 이후에 살인 결심을 했을 수도 있다.''' 물론 계획범죄라는 것이 불과 살인 1~2주 전에 결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애당초 경찰이 의심하듯 오랜기간 살인준비를 해온 계획범죄는 아닐 수도 있어보인다. (물론 우발적으로 살해하고나서 비디오 장면을 떠올려 사건현장을 구성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이를 수습하기 위해 꽤 많은 시간이 소용되었을 것이며 검경이 주장한대로 전날밤이나 새벽에 범행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정형외과 인테리어 과정인 5월 이후에나 살인 결심을 했는 식으로 본다해도 완벽하게 의문이 해소되는건 아니다.
4. L이 살인계획으로 잃은 돈이 10~20억이라는 것도 문제다. L의 계획범죄라는 가정하에서 보면 L의 범행계획이 100% 성공했을 경우라도 자신이 1순위 용의자가 되는 게 불가피하고, 결국 높은 확률로 법원에 서야 하는 계획이다. 왜나하면 L이 거주하는 아파트에서 살인이 일어났고, 알리바이가 완벽할 수가 없는 계획이므로 L의 계획대로 완벽하다 해도 인생이 굉장히 고달파지는 상황이다.
게다가 그가 계획범죄 과정에서 날린 돈을 생각해보면, 정형외과 개업비용이 10억이고 정형외과 관련 고정비용, 그리고 재판에 변호인등 비용이 엄청나다. 최소 10억, 많으면 20억에 달할수 있다. 월세계약 및 인테리어 계약 체결 이후에 살인결심을 했다 해도 당장 수십억이란 비용을 넣어야 한다는 것은 살인자에게도 굉장한 부담이다. 즉, 이왕이면 살인 이후에 완벽하게 빠져나가길 원하지, 일부러 자기 인생을 망하게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알고도 그랬으면 이해가 안되는 것이고, 몰라서 그랬다면 굉장히 멍청한 것이다. 치밀한 계획의 살인자치고는 굉장히 멍청한 것이다. 어쩌면 이것은 살인을 많이 해본 경험이 없는 연쇄살인자나 전문킬러들의 가능성은 분명 배제된다고 볼수도 있다. 불이 확실히만 났어도 누구도 의심하기 어려운 완벽한 범죄가 되었을테니 말이다.
즉, 보통의 경우는 그 계획범죄가 성공하든 실패하든, 자신이 애초에 용의선상에 서지 않을 방식을 계획범죄로 하지 이런식의 계획범죄를 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추리소설같은 밀실살인계획범죄가 치밀하고 멋져보이지만 실상은 가장 멍청한 범죄계획인 것이다.
위험한 독신녀를 챙겨보고, 법의학을 공부할 정도로 치밀하게 계획할 사람이면, 애초에 '''시체없는 범죄''' 즉, 살인후 시체유기가 되는 방식으로 살인을 연구하는 게 훨씬 똑똑한 범죄자이다. 결국 어차피 살인사건 용의자로 재판에 올라가서 결국 무죄받는 걸 계획하는 것보다 실종으로 결론나는 범죄를 계획하는 게 훨씬 자신에게 이득이다.
즉,
  1. 아내와 아이를 살해하고, 집에 불을 지르고, 검시시간을 헛갈리게 욕탕에 시체를 넣고 하는 등의 치밀한 계획을 할 노력
  2. 10억 이상의 재산상의 손실을 각오
  3. 하지만 결과적으로 자신을 제1용의자로 만드는 살인
  4. 그 노력과 그 돈으로 시체없는 살인사건이나, 킬러 고용 혹은 제3의 장소에서 살인하는 등 여러가지 방식으로 자신을 용의선상에 올리지 않게 계획을 짜는 것이 불가능했을까??
이 사건이 L의 계획범죄라면, 이 계획이 100% 성공해도 L은 제1용의자가 되고, 어마어마한 경제적 손실을 받고, 자기 인생에 어마어마한 타격을 받는다. 보통의 계획범죄는 최대한 자신이 손해 안보는 방식으로 계획하지 가장 자신에게 타격이 많은 방식으로 범죄를 계획하지는 않는다. 어쩌면 L은 용의자로 타게팅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누가 용의자가 되어도 이상하지 않을만큼 증거가 모두 훼손되길 바란 게 아닐까?

7.2.3. 《위험한 독신녀》를 봤음에도 부인한다?


영화 《위험한 독신녀》를 L이 여러 차례 보았다는 증거가 있다 해도, 그 영화를 보았다는 것과 이 사건의 연관성을 입증하기는 곤란하다. L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사건의 용의자로 의심받고 있는 상황에서, 사건내용과 일부 유사점이 있는 그 영화를 언급하는 것 자체를 회피하려는 방어심리로 일체 부인했다고 볼 수도 있다.
진술의 일부에서 거짓이 있는 것으로 의심되고, 설혹 그것이 거짓임이 증명되었다 해도, 그것이 진술 전체의 맥락에 영향을 주거나, 여러 차례 바뀌는 것이 아닌 이상, 판결문에서 보듯이 진술 전체의 신빙성이 의심되는 것은 법정에서도 드물다. 대여기록과 연체기록 등이 있으니, L이 그 영화를 여러 번 본 것이 분명하다는 증거가 된다 해도, L이 친구나 지인의 부탁으로 빌려다줬다거나 등의 진술로 대응하고,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시간이 지나서 기억나지 않는다, 등으로 진술하면 그것을 부정할 증거도 없다. 게다가 L은 영화광이었고 위험한 독신녀 이외에도 아주 많은 영화를 비디오 가게에서 빌려 봤다. 위험한 독신녀라는 영화는 L이 본 수많은 영화 중 하나에 불과하므로 이것이 범행의 증거가 될 수 없다.
실제 재판과정에서 L이 《위험한 독신녀》를 2번 빌려봤음에도 부인했다는 점은 법원에 의해 인정되었다. 그러나 이것이 사건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검찰은 증명하지 못했다. 현대 법체계에서 기소내용의 입증책임은 검찰에게 있다. 그리고 나중에 밝혀진 것이지만, L밖에 모를 것이라 여겨지는 사실들 중에서는, 자신에게 불리해질 수도 있음에도,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얘기한 것들도 많았다는 점이 이후 밝혀졌다. 예를 들어 피해자 C의 눈썹화장 여부이다. 당시 C의 시신은 이미 없어졌지만, 남은 사진 자료 등에서는, C의 눈썹엔 분명 화장이 된 것으로 보였다. C가 화장을 한 후에 살해되었다면 L이 출근한 7시 이후에 살해당한 것이 된다. 그러나 L은, 그건 얼마 전에 C가 한 눈썹문신이지 눈썹 화장을 한 게 아니라고, 즉 자신에게 불리한 주장을 했다.

7.2.4. L은 일반인이 아니다?


'''외과의사가 사람을 죽여 욕조에 시신을 담그는 영화를 무려 두 번이나 빌려보며 연구했다면, 얼마든지 완전범죄 계획을 세우는 것이 가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할 물적 증거가 없는 이상, 이는 어디까지나 추론에 불과하기에 결코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될 수 없다. 그리고 '''할 수 있다'''와 '''그것을 실제로 한다'''는 것은 명백히 다르다. ‘죽일 수 있다’와 ‘실제로 죽였다’의 차이는 지대(至大)하듯이.
그리고 결과론적이긴 하지만, 당시 국내의 법의학은 L에게 불리한 사망 시각 판정이 나올 수밖에 없는 수준이었다. 즉 외과의사인 L이 법의학적 지식을 상당히 많이 알고 있었기에 법의학적 지식을 활용해 사망 시각을 조작하려 했다면, 국내 법의학 수준을 넘었을 리가 없는 L은 스스로를 범인으로 만들려 한 것이 된다. 당시 검찰이라면, 법의학은 L 자신의 전공분야가 아니라서 실수가 있었던 거라고 반박할 수도 있겠고, 역으로 L이 7시 이후로 사망 시각이 나오게 조작했다고 반박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전자는 제시할 증거가 없고, 후자는 L이 자신의 전공분야도 아닌 법의학에서, 당시 국내 최고수준의 법의학 전문가들보다 더 뛰어난 수준에 올라있었다는 걸 증명해야 되는데, 이런 소설을 진지하게 수용할 판사가 있을까?
판사들은, 최고수준의 두뇌를 가진 사람들이 필사적으로 공부하여야 통과할 수 있는 시험을 통과한 사람들 중에서도, 사법연수원에서의 연수와 시험, 면접 등을 통해 다시 추려낸 사람들이다. 그리고 이런 강력범죄가 배당되는 합의부(合議部)[12]를 구성하는 판사들은, 나름의 오랜 경험을 통해서 얻은 짬밥과 감이 있는 판사들이 배정되는 게 보통이다. 즉 그들은 우리 사회 최고수준의 지식인들로서 경험까지 갖춘 사람들이다.
L 측이 스위스에서 법의학자까지 섭외하여 데려올 수 있을 정도의 재력가(財力家)라서 결국 무죄를 선고받았다는 주장은, 대중을 향한 선동은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공소유지나 재심 등에는 아무 영향도 미칠 수 없다. 그리고 L이 막강한 재력과 인맥 등으로 기술적으로 유죄를 뒤집었다는 시각은, 검찰의 일방적인 언론 발표에 의해 형성된 편견 혹은 사실왜곡에 가깝다.
L이 제대한 건 1995년 5월이었고, 사건은 1995년 6월 12일에 일어났다. 즉 '''L은 공중보건의 근무를 마치고 사회로 복귀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경제적으로도 결코 부유하지 않았다.''' L이 경제적으로는 낙제에 가까웠고, 처가(妻家) 역시 그리 부유하지 못해 L에게 경제적으로 많은 기대를 하고 있었다는 점은, 검찰에 의해 아내 C와의 불화원인이라며 조사, 제시된 사실이었다. 그리고 아내 C는 L의 개업자금 등을 지원하느라 자금사정이 어려워져, 간호사 월급을 가계수표로 지급하기까지 했고, 아파트를 담보로 은행에서 5천만, 서울치과의사협회에 납부하는 적금을 담보로 치과신용협동조합에서 5천만, L의 본가에서 보내준 2천만, C의 예금 3천만, 합계 1억 5천만 원 정도를 마련하여, 간신히 L의 개업자금을 마련할 정도였다. 즉 '''L은 돈이 없었고 L의 본가 역시 그러했다.''' 이 역시 경, 검의 조사 결과다.
당시 L의 변호인단의 핵심이었던 김형태 변호사는, L이 막강한 재력과 인맥을 동원하여 섭외한 화려한 변호사가 아니라, L의 누나가 눈물로 하는 호소를 듣고 L을 몇 차례 접견하며 1만 쪽에 달하는 사건 기록을 읽어본 후, L의 무죄를 확신하고 자발적으로 변호를 맡다시피 한 변호사였다. 그가 토마스 크롬페처 등 외국의 법의학자들을 섭외한 것도, 처음엔 문의 메일을 보낸 거였다. 그리고 섭외하거나 문의할 만한 국내의 법의학자들은 이미 검찰이 거의 독점하다시피 해서, L의 변호인 입장에서는 외국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보다 진실에 가깝다. 결과적으로는 그게 검찰의 패착이 되었지만.
설령 L이 준재벌급이었다 해도, 검사가 재심을 신청하며 이런 주장을 편다면 이는 자폭이나 마찬가지이다. 대한민국의 경찰과 검찰이 일개 의사의 재력으로 동원할 수 있는 법의학자보다 무능하다는 이야기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든 능력을 동원하여 자신을 방어하는 것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권이고, 철학적으로는 각 개체의 의무이기도 하다.
'''범인이 아니란 게 입증되어서 무죄판결이 나왔다기보다, 범인이라고 입증할 증거가 부족해서''' 무죄판결이 나왔다는 것은 잘못된 게 아니라,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심증과 정황 증거가 120% 확실해 보인다고 해도, 그 심증과 정황 증거를 뒷받침할 물적 증거가 전혀 없다면, 그 용의자는 반드시 무죄가 되어야만 한다.
애초에 하지도 않은 것에 대한 증거를 어디서 구한단 말인가?

7.2.5. 남편 L이 아내 C의 외도를 몰랐을 리 없다?


이웃이나 친구들이 대부분 알게 될 정도로 장기간 이어진 배우자의 외도를, 정작 그 상대 배우자는 전혀 모르는 경우가 그리 드물지는 않다. 남편이나 아내가 자신의 배우자의 외도를 전혀 모르고 지내다가, 이를 보다 못한 친구나 이웃이 귀띔하여 뒤늦게 알게 되는 경우는 현실에서 꽤나 많다. 극단적인 예로는, 아내가 다른 남자와 외도를 한 끝에 임신했지만, 남편의 아이라고 속이고 낳아 키워, 그 아이가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남편이 전혀 몰랐다가, 남편이 뒤늦게 그 자녀의 헌혈 등을 통해 알게 된 실제 사례도 있다. 조금 벗어난 이야기이지만, 남편과 아내가 서로에게 거짓말을 했을 때, 남편의 거짓말은 아내에게 잘 통하지 않는 반면, 아내의 거짓말은 남편이 거의 알아채지 못한다는 반론도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아내 C의 불륜을 L이 몰랐다는 것이 거짓이라 해도, 용의자로 지목된 L의 입장에서는 자기방어를 위한 당연한 반응이고, 이를 법조계에서는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거부할 권리에 포함된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그리고 증거를 제시하여 이를 논파하는 것은 수사기관의 책임인데도, 수사기관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판사들도 L의 이런 행동이 자기방어심리에서 나온 것일 수도 있다고 보았으나, L이 C의 불륜을 알고 있었다는 것을 증명할 수는 없으며, 설혹 알았다 하더라도, L이 범인이냐 아니냐에 대해서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없다고 인정했다. 무엇보다 검찰은 자신들의 주장, 즉 L이 아내 C의 불륜을 알고 있었으며, 그것이 살해 동기로 작용했다는 것을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입증하는 데에 실패했다.
또한 경, 검은 C의 불륜과 엮어 L과 C의 사이가 좋지 않았다며 C의 일기 등을 근거자료로 제시했지만, 그 자료들은 이 사건보다 한참 전의 일기나 편지들이었고, 그 중에서도 안 좋은 내용만 발췌하여 증거로 제출했다. 실제 그 둘의 사이가 좋아지기 시작했고, 상술(上述)한 괌 여행 이후, L과 C 둘이 출근도 않고 함께 야동을 보는 일도 있었음이 밝혀졌다. 그러나 검찰은 이를 무시했고, 둘 사이에 오간 편지나 C의 일기 등도 둘 사이가 좋아졌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부분들은 모두 배제하다시피 했다.

‘당신, 저를 믿고 밀어주고 감싸주고 편들어 줘야 돼요. 안 그러면 으앙… 울어버릴 거야.’

항소심 재판 중 김형태 변호인과 법원 조사관 등에 의해 발견된 편지에서 나온 내용 중 일부인데, 사건 이전에 둘 사이에 오간 편지였다.

7.2.6. 사망 시각 은폐?


욕조에 시신을 담가놓아 '''범인은 시체의 사망 시간 추정에 혼선을 주려고 시도했다'''는 추론에는 증거가 없다. 그러므로 범인에게는 사망 시간이 정확히 밝혀져선 안 될 절박한 사유가 있어서, 사망 시간을 감추는 게 중요했다는 추론 역시 그 힘을 잃는다. 모녀의 사망 시각이 핵심쟁점이 된 것은 분명하다. 만일 L의 전문지식으로, 욕조의 온수로 인해 시강(屍剛)까지의 시간이 달라진다는 것을 악용했다고 주장한다면 그 역(逆)도 가능하다. 만약 L이 범인이고 전문지식을 동원하여 이런 은폐공작을 했다면, 직업의 특성상 그 자신이 용의자로 떠오를 것이 유력해질 수도 있다는 것을 몰랐을 리가 없으므로, L은 스스로를 옭아매게 될 일을 할 리가 없다고 반론한다면?
결과적으로, 경찰의 초기 조사 소홀이 결정적이었음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L은 법의학적 지식이 있었을 뿐 아니라 경찰이 조사를 소홀히 할 것까지 예측해서 범죄를 계획했단 말인가? 만일 이런 종류의 지식을 아는 진범이, L이 외과의사임을 감안하여, 경찰이 유력한 용의자로 L을 지목하여 수사력이 그에게 집중되게 하여, 자신은 빠져나가려 한 계획적 범행이라고 한다면? L이 범인이고 사망 시각을 은폐해야 했다면 경찰이 조사를 소홀하게 할 것까지를 예측했어야 한다. 하지만 '사망 시각을 은폐하는 공작의 흔적을 남김으로써 L을 범인으로 몬다'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굳이 그런 부분까지 예측할 필요가 없게 된다.
그런 공작을 의도했다는 증거가 없으므로 L이 범인이라고 한다면, L이 계획적으로 아내와 딸을 살해하고 사망 시각 은폐와 혼란을 유도했다는 증거 역시 없다는 점도 주목하자. 마찬가지로 영화 《위험한 독신녀》를 보고 범행수법을 연구했다는 추정도 어디까지나 추정일 뿐이다.
또한 증거인멸을 위해 L이 불을 질렀다는 검경의 주장은 일종의 자기모순이 된다. 사망 시각을 판정하는 것에 혼란을 주려면, L의 입장에서는 그냥 몸만 빠져나가는 게 더 나았다.
재판기록을 일부 인용해보면,

(전략前略) 방화의 점은, 제3의 범인이 범행도구 등 무언가를 없애기 위하여 또는 화재로 인한 혼란을 틈타 도주하기 위하여 불을 놓았을 수 있다고 볼 수 있으며, 오히려 피고인이 범인이라면 그냥 출근할 경우 10:00 경이 되어서야 비로소 이용희[13]

또는 연서치과 간호사들에 의하여 범행이 알려질 수 있을 것임에도, 자신에게 불리하도록 일부러 방화를 하여 범행이 일찍 발견되게 할 이유는 없는 것으로 보이고, (후략後略)

만일 L이 범인이라면, 시체에 불을 지르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미리 기름을 준비해서 시신에 뿌리거나, 기름이 없다면, (검찰의 주장에 따르면, 살해도구로 사용할 끈을 만들기 위해 범인이 일부 잘라내고 남은) 커튼이나 화학섬유 등으로 된 이불 등을 시체에 두르고, 거기에 불을 지르는 것이 더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이러면 사망 시각을 추정할 단서라고는 기껏해야 위속의 내용물 정도만 남는다. 결과만 놓고 보면, L이 용의선상에서 벗어나는 것은 보다 쉬웠을 것이다. 그러나 화재는 안방 장롱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은 분명하고, 시체는 화재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가장 적을 것이 분명한 욕실에 있었으며, 더더구나 욕조의 물에 잠겨있었다. 물론 L이 그랬다면, 아무리 늦게 잡아도 L이 출근하고 얼마 후 바로 화재가 인지될 것이니, L은 자기무덤을 파게 되므로 L이 범인이라면 그랬을 리가 없다. 이래저래 L이 범인이 아니라는 것만 증명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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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이 발견된 욕실(붉은 화살표에서 보듯 시신의 일부가 보인다)
당시 재판부는, 쟁점이었던 사망 시각 추정에서, L의 변호인단이 외국 법의학자들의 의견을 토대로 제시한 증거가 더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2003년 3월 7일의 《동아일보》의 보도에는, 이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고법의 한 재판정에서, 피의자 L의 변호인과 검찰 측 증인으로 나온 법의학자 K와의 공방 내용 중 일부가 인용되었다.

'''변호인''': 시반(屍斑)이 부검할 때 누워 있는 C씨의 시신 앞면에 남아 있었습니까?

'''법의학자 K''': 그렇습니다.

'''변호인''': 당신이 본 것은 시신의 옆모습을 찍은 사진인데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

'''법의학자 K''': ….

사건이 발생한 1995년 6월12일 오전 7시경에 L은 집을 나선 것이 확인됐다. 따라서 C가 7시 이전에 숨진 것만 확인된다면 L의 범행임이 입증되는 것이다. 검찰 주장대로 C가 오전 7시 이전에 숨졌다면, 시반은 시신의 앞과 뒤에서 같이 나타나는 ‘양측성 시반’이어야 했다. 그런데 사건 현장에서도, 그리고 부검 현장에도 없었던 법의학자 K는, 시신을 옆에서 찍은 사진을 보고 시신의 앞면에 시반이 있다고 증언한 것이다.[14] 이로 인해 검찰 측이 내세운 법의학적 소견은 그 신뢰성에 의문이 생겼고, L의 변호인단은 파기환송심에서 스위스의 법의학자 토머스 크롬페처를 증인으로 내세웠다. 그리고 전 세계법의학회 회장인 버나드 나이트 교수 등 4, 5명의 외국 법의학자들에게 부검 자료를 보내 의견을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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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크롬페처(출처):[15] '''7시 이전에 죽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들은 국내 법의학자들이 제시한 시반(屍斑), 시강(屍剛), 위 속 내용물 상태를 통한 사망 시간 추정은 불확실한 방법이고, C가 오전 7시 이전에 사망했다는 소견은 과학적인 지식과 법의학적 경험에 맞지 않는다고 확언했다.
당시 이 사건을 담당한 김형태 변호사의 말을 인용해보자.

당시 검찰 측 증인으로 나온 국내 법의학자들 중 95년 출간된 사망 시간 추정과 관련한 최신 외국 서적을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물론 당시의 수사관행을 책(責)하는 것이라면 몰라도, 국내 법의학자들로서는 억울한 면이 좀 있다. 국내 법의학자들은 현장에 가지 않기 때문이다. 1990년대의 형사소송법 222조는 이렇게 규정하고 있었다.

변사자 또는 변사(變死)[16]

가 의심되는 사체가 있을 때는 관할 지검 검사가 검시(檢視)한다.

즉 일반 사건 현장엔 수사관이 가고, 사건이 살인 등 강력 사건이면 감식반이 가며, 사체 검안은 공의(公醫)가 맡는 것이다. 하지만 공의는 대부분 법의학 공부를 하지 않은 일반 의사다. 결국 현장에 널려 있는 정보는 현장에 출동한 수사관들의 판단에 의해 취사선택되고, 거기서 걸러지거나 선택된 일부 정보만이 법의학자들에게 전달되는 것이다.
수사관들에 의해 한 번 걸러져 취사선택된 정보만이 활용되는 이런 방식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는, 청주 물탱크실 주부 살인 사건만 봐도 알 수 있다. 경찰은 사건 초기의 심증, 남편이 범인이라는 심증에 확신을 갖고, 이후에 드러난 여러 증거들을 무시하거나 엉뚱한 해석을 했다. 심지어 사건 후 9년이 지나도록 범인을 못 잡은 후에도, 남편이 범인이라는 확신이 있다며, 그쪽 방향으로 수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 당시 사건 담당 수사관의 의견이었다. 그러나 해당항목에서 보듯이, 남편은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혼자 힘으로는 거동도 쉽지 않은 1급 지체장애인이다. 그러나 경찰은 남편에게 공범이 있을 거라며 남편이 범인이라는 주장을 철회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 치과의사 모녀살인사건에서도, 당시 사건 현장을 조사한 경찰 감식반장은, 사망 시간 추정에 가장 필요한 사체의 직장 온도를 재지 않았고, 사체가 담긴 욕조의 물 온도도 재지 않았다. 이 감식반장은 김순경 살인 누명 사건 때도 현장에서 유사한 실수를 했던 수사관이었다.[17]
영미법 계열의 국가에서는, 검시(檢屍)를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검시관(檢屍官, coroner) 또는 법의관(法醫官, medical examiner)이 독립된 수사권을 가지고 현장에서 조사한다. 그러나 인력 등이 부족했던 우리나라에서는 그럴 여력이 없었다. 그렇다면, 최소한 현장보존 등의 기초수칙 등에 대해 일선 경찰들에게 철저한 교육이 이뤄지고 엄격하게 실행되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실상이었다. 게다가 전문 인력 또한 부족했다. 2000년대 초기만 해도, 전국에 법의학적 검사와 판단 능력을 갖춘 사람은 30명 안팎이었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법의학과를 제외하면, 전국 41개 의과대학들 중 법의학교실과 교수진이 있는 의대는 5곳뿐이었다.
L의 무죄가 확정되자, 몇몇 전문가들은 당연한 결과였다는 듯 현실을 개탄하며, (2000년대 초반인 당시 기준으로) 매년 25만여 명이 사망하고, 이중 변사자가 1만5,000명에 이르는 한국의 현실에선, 150~300명의 법의학자가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실상 경찰이나 검찰이 임의의 결론을 내놓고, 그에 맞을 법한 부분만 법의학자들에게 자료를 보내 분석을 의뢰하기에, 편견 없는 판정이 거의 불가능한 게 현실이다.

7.2.7. 다른 용의자가 없다?: 찾으려 하지도 않은 경, 검


원한에 의한 살인일까? L이 출근한 잠깐 사이에 부리나케 들어와 후다닥 C와 딸을 죽이고 바람처럼 사라진 사건일까? 사건현장으로 보아, 범인은 집의 내부 구조나 안의 상황도 어느 정도 알고 있어야 하고, 남편인 L이 언제 출근하는지도 알고 있어야 하므로, 용의자는 피해자의 지인 밖에 없기에 용의자는 제한적이 될 수밖에 없는데, 용의선상에 오른 인물은 L밖에 없으므로 L이 범인일까? 그런 결론의 근거가 된 정황들은 얼마든지 다른 방향으로 해석 가능하다. 우선 원한에 의한 살인 치고는 시체의 형태가 너무 온전하다. 격렬한 감정발산의 형태가 보이지 않는다. 물론 원한이 있지만, 깔끔하게 살인만 하고 나옴으로써 원한임을 숨기려 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검찰은 어느 것도 입증하지 못했다.
이는 사건 초기에 L을 용의자로 특정 짓고, 초기 현장검증과 초기수사를 소홀히 한 탓이 크다. 2000년대 이후 과학 수사가 본격 도입된 이후에도, 사건 초기에 용의자를 특정 짓고 그 용의자의 범죄 입증에만 수사력을 집중하다가, 명백히 그 용의자가 범인이 아님이 증명되고 나자, 수사가 미궁에 빠진 경우가 적지 않다. 초기에 잘못된 용의자와 관련된 증거만 수집한 탓에 시일이 지난 버려, 사건 초기에는 남아있었을지도 모르는 모든 증거가 소실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는 일반 강도가 아닌, '''누군가에게 고용된 킬러'''에 의한 것일 수도 있을까? 아주 짧은 시간에 두 모녀를 깔끔하게 살해하고 바람처럼 사라졌으므로, 매우 프로페셔널한 킬러의 살해형태로 볼 수 있는 것일까?
선입견을 피하기 위해, L의 출근 이후 A라는 범인에 의해 사건이 벌어졌다고 가정해보자. L 의 출근시간은 오전 7시, 그리고 화재가 났다고 신고가 온 시간은 9시 10분경, 그리고 화재발생시간은 8시 30분 전후로 추정. 그렇다면 A에게는 최대 1시간 30분의 시간여유가 있다. 숙달된 범죄꾼이거나 주도면밀한 계획범이라면, 조심조심 집안에 침입했기에 혼란스럽게 돌아다닌 흔적이 없었을 것이고, 고대광실(高大廣室)이 아닌 이상, 집안의 구조를 파악하는 데는 10~20분이면 충분했을 것이므로, 남은 1시간 정도라면, 둘을 죽이고 현장을 정리하기에는 충분하고도 남는 시간이다. 아주 짧은 시간에 즉각 둘을 살해하고 바람처럼 사라진 것이라는 주장은 반박된다. 사건 수사기록 8권 183면에 의하면, (모녀를 살해하고 욕조에 물을 가득 채우기까지) 소요시간이 5분 26초로 되어 있다.

(07:00경의) 피고인 출근 및 C의 설거지 이후 화재 발생시각으로 추정되는 08:30~08:40 경까지의 1시간 내지 1시간 반 동안을 위와 같은 일련의 행위가 이루어질 수 없다거나 짧은 시간이라고는 결코 볼 수 없다 할 것이다. - 치과의사 모녀 살인사건 판결문(고등법원, 대법원)에서 발췌

사람을 죽이기로 계획한 경우, 낯선 남의 집에 들어가서 죽이는 것은 위험부담이 크므로, 보통 자신이 사전답사한 곳이라든지 익숙한 곳으로 불러낸 뒤 죽일 거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는 달라서, 사전답사한 곳이나 익숙한 곳으로 불러내는 과정에서, 이후 추적에 단서를 제공하게 될 확률이 높다. 실제 청부살인의 경우, 피해자의 동선(動線)과 일과를 파악한 후, 허점을 노려 습격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아주 짧은 시간 안에 집 안의 욕조에서 두 명을 깔끔하게 살해하고 바로 장롱에 불을 지른 형태를 보면, 그 집의 구조가 익숙하고 편안한 인물임을 유추할 수 있다'''는 추론을 반박하거나, 최소한 그 설득력을 약화시키기에 충분하다.
두 살 난 어린 아이까지 살해한 이유를 검찰은, 자신의 친자가 아닐 거라고 L이 의심[18]한 것에서 비롯되었다고 주장했지만, 이 주장도 검찰은 입증하지 못했다. 그러므로 다른 추론을 해보자. 만약 아이가 소리에 놀라거나 하여 울음을 터뜨렸다면? 이에 당황한 범인이 아기를 욕조의 물에 빠뜨려서 소리를 줄여보려다가, 안 되겠다 싶어서 아기는 치실 등으로 목을 묶어 울지 못하게 놔두어 결과적으로 교살(絞殺)했다면? 이렇게 추론하면 욕조의 물에 시체가 들어가 있는 이유까지 설명되어버린다. 물론 이는 증거가 없지만, 검찰의 주장 역시 증거가 없다.
그리고 전술(前述)한, 당시의 과학수사의 현실, 즉 사건현장조사와 과학수사 방식을 보면, 당시 L이 철저한 수사를 통해 용의자로 지목되었다고 하기에는 곤란하다. 경찰은 초기에 L의 팔의 상처 등에 주목하고, 경험에 바탕을 둔 직감으로 L을 용의자로 단정하고 수사를 집중한 끝에, 다른 쪽으로의 수사를 하지 않았다. 그로 인해 혹시나 있었을지도 모를 다른 증거들은 모두 무시되고, L이 범인이라는 것을 뒷받침할 듯한 것들만 수집했으니, 결국 경찰이 지목할 수 있는 용의자는 L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는 쪽에 무게추가 좀 더 기우는 감이 있다. 물론 이 역시 감에 불과하지만, L을 용의자로 지목하고 거기에 집중하여, 결과적으로 다른 가능성들을 모두 간과(看過)한 것도, 감에 의존한 수사에서 비롯됐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실제 경찰은 사건현장에 도착한 남편을 본 직후부터 남편 L을 의심했다고 한다. 당시 사건현장에 온 남편의 팔에서 손톱에 찍힌 듯한 상처를 보고, 피해자 C의 손톱에 있는 혈흔을 떠올렸다는 것을 경찰은 처음에는 자랑스레 발표하다시피 했다.[19] 그리고 L은 경찰이 현장에 들여보내주지 않아서, 답답해서 벽을 치거나 자신의 팔을 움켜쥐는 등 안절부절못하다가 상처가 생긴 것 같다고 했는데, 검찰은 제대로 이를 논파하지 못했다. 재판에서 당시 변호인인 김형태 변호사가 실험으로 L의 주장을 입증했으며, 항소심 판사도 집에서 처와 함께 실험해보고는 검찰의 주장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했다.
사건 수사 당시에, 조금만 시야를 넓히고 수사범위를 확대했다면 분명히 다른 용의자를 찾을 수 있었을 텐데도, 수사관이 아닌 변호사도 찾아낼 수 있었던 다른 용의자에 대한 것들을 경찰과 검찰은 모조리 간과하거나 무시했고, 사건 8개월 후에 재판에서 문제가 되자 검찰은 경찰을 시켜 탐문 몇 번 해보게 하는 것으로 알리바이가 확인됐다며 무혐의 처리했다. 그 용의자는 상술(上述)되었던 인테리어 업자 J였으며, 이후 외국으로 나가서 그 행방을 알 수 없다고 한다.
경, 검은 피해자들과 개인적인 원한이 있는 사람들을 수사한 결과, 혐의가 없어서 다 배제되었고 L만 남았기에 L에게 수사력을 집중했다고 발표했으나, 애초부터 경, 검은 L을 의심하여 제3자의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는 것이 재판 과정에서 속속 드러났다. 실제 사건 당일 아침 7시에 남자, 즉 L이 출근하는 걸 1층 K 경비원이 보았다. 그런데 그와 교대한 J 경비가 8시에 남자가 나가는 걸 보았다고 진술했다. 이를 바탕으로 경찰은, L이 7시에 출근하는 척 나갔다가, 경비 몰래 비상계단을 통해 다시 집으로 돌아와 범행을 하고 8시에 나갔다고 주장했다.

쓰레기장 옆에 있는 계단을 타고 올라가서 비상계단과 통로를 통해 708호에 갈 수 있습니다. - 당시 K 경비원의 진술

이후 L이 7시에 나가서 다시 돌아오지 않은 게 확실해졌다. 그러자 경, 검은 이전의 주장을 번복, C가 7시 전에 죽었고, 이 아파트에는 1층 경비실에 들키지 않고는 제3자가 출입을 할 수가 없으므로, L이 범인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우측 1층 끝부분에 비상계단이 설치되어 있으나 철제 방범망으로 막아 열쇠를 채워놓아 출입을 못 하도록 되어 있다’는 식으로 실황조사서를 당초와는 정반대로 꾸몄다. L이 범인이란 자신들의 판단에 맞춰, 똑같은 비상계단을 놓고도 처음에는 그리로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가, 나중에는 불가능하다고 했다가 우왕좌왕한 것.
실제 1심은 제3자가 경비 몰래는 들어갈 수 없는 걸 전제로 L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당시 김형태 변호인은, 법원 조사관들과 함께 현장검증에서, 담을 딛고 3층 비상계단으로 제3자가 얼마든지 출입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또한 경비실 뒤편으로 장애인 보도가 있고, 이쪽으로는 경비실 창문이 없어서 경비원 모르게 드나들 수 있었다는 점도 증명했다. 심지어 실제로 변호인은 경비원 몰래 몇 번이나 드나드는 데에 성공함으로써, 자신의 변론이 사실임을 입증하였고, 두 번의 고등법원과 최종 대법원도 이 점을 인정했다.
당시 경, 검은 L이 범인이라는 그들의 판단에 맞춰 현장조사와 사건수사를 진행했고, 그들의 판단에 대치(對峙)되는 것들은 간과했거나 무시했다는 비난을 받아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의 실수나 수사 오류 등에 대해서는 전혀 발표하지 않아서, 결과적으로는 일반 대중들로 하여금, L은 진범이지만 돈의 힘과 인맥 등으로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난 사람이라고 믿게 만드는 데에 성공했다. 진범 체포에는 실패했지만, 무능하다거나 편향수사를 했다는 비난을 피하는 데에는 성공한 셈.

8. 결론


검찰이 언론 발표 등을 통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것만 발표했으니, 심증은 확실한데 물증이 없어서 L이 풀려났다며 한국판 O. J. 심슨 사건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러나 이는 L이 범인이 확실하다는 검찰의 일방적인 주장[20]이라는 점을 인지한다면 당사자에게는 다소 억울한 면이 있을 수 있다. 당시 L의 무죄를 확신하고 변호에 나선 김형태 변호사의 글들을 보면, 당시 경찰과 검찰, 그리고 심정적으로 이해는 가지만 C의 가족들의 행태는 정말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과연 L이 일반인과는 다른 차원에 있는 사람이라서 돈의 힘으로 유죄를 기술적으로 무죄로 만들어서 빠져나온 것일까? 김형태 변호사의 반박 글을 읽어보자.

김형태 변호사의 글

(1) ‘치과의사 모녀 살인사건’ 손톱 자국 세 개의 진실은

(2) 치과의사 모녀 살인사건 “범행도구는 커튼 줄…”

(3) 남편이 아내 죽이는 ‘해피엔드’를 보니 가슴이…

(4) 목 조르려 줄 매듭 푸는 동안 처는 구경만 했나?

(5) “내 목숨이 필요하다면 가져가라고 하세요”

L과 변호인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결말이었겠지만, 경찰의 입장에서는 분통 터지는 일이었을 것이다.

당시 담당 경찰의 회고

원칙대로 수사했고 증거물을 다수 확보했는데도 무죄라니…

정말 L은 범인이었는지, 그리고 정말 경찰은 원칙대로 수사했는지 판단하는 것은 각자의 몫이겠지만, 법은 열 명의 범죄자를 놓치더라도, 한 명의 무고한 사람을 만들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미약하게나마 L이 범인임을 뒷받침하는 직접 증거가 있었다면, 간접・정황 증거 또한 L이 범인이라는 검찰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었겠지만, 정말 희한하게도 직접 증거는 단 한 개도 없었다. 그리고 첫 출동 시 욕조의 온도를 재지 않은 경찰은 명백히 초동 조치 및 증거 확보에 실패했다. 김형태 변호사처럼 깊이, 그리고 전문적으로 파고들지 않아도, 언론 등에서 보도된 피상적인 것들만 봐도 L을 범인으로 보느냐, 다른 제3자를 범인으로 보느냐에 따라, L에게 불리하게도 해석되고 유리하게도 해석되는 것을 지금까지의 글에서 볼 수 있다. 이럴 경우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는 것이 법의 원칙이다.
사실 법원은 검찰이 제출한 증거와 변호인의 반대변론을 비교 검토하여, 보다 합리적인 쪽의 손을 들어주는 심판관이지, 감춰진 진실을 밝히는 기관도, 사건을 조사하는 수사기관도 아니다. 현대에도 일반인들이 적잖이 오해하는 부분인데, 억울하다고 호소하면, 법원에서 조사하여 파헤쳐 옳고 그름을 판단해주리라는 기대가 잔존(殘存)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소송 등에 얽히는 일이 생기면, 대부분의 일반인들은 법원에 분통을 터뜨리곤 한다. 법원은 글자 그대로 가만히 앉아서, 피고와 원고 측이 조사해서 제출하는 자료들을 보고 판단만 해준다. 그렇기에 제출된 자료가 미흡하거나 하면, 제대로 됐다고 판단되기까지 계속 재판을 미루게 되는데, 이는 보다 많은 전문가들을 동원할 수 있는, 재력이 있는 사람이 유리할 수밖에 없게 되는 면이 있다.[21] 재판관, 판사라는 놈들이, 진짜 억울하게 당한 나는 못 배웠다, 모른다, 돈 없다고 무시하고, 법에 달통한 변호사들을 줄줄이 거느린, 돈 있는 저놈 말만 들어준다는 말은, 실제 소송 현장 등에서 그 표현은 다르지만 적잖이 들을 수 있는 말이다. 그러나 판사를 비난하는 사람이 전적으로 잘못이다. 진정 억울하다면, 어떤 점이 어째서 억울한지를 재판관에게 조목조목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설명하여 이해시켜야만 한다. 판사에게는 무작정 억울하다는 호소를 들어줄 어떤 이유도 의무도 없다. 이런 점 등이 불공평하다고 보는 몇몇 선진국, 예를 들어 영국에서는, 소송에서 어느 한쪽이 법적 지식이 부족하고 변호인을 고용할 여력이 없는 경우, 법원이 나서서 법과 소송절차 등의 교육을 시키며, 교육이 충분히 이뤄졌다고 판단될 때까지 재판이 미뤄지는 경우도 있다. 법원 조사관 제도가 있긴 하지만, 일제 강점기부터 있었다는 육조지기라는 말은 일부나마 아직도 유효하다.
당시 수사기관이 제출한 자료는 L에 대한 것들뿐이었기에 법원은 L에 대한 재판만 한 것이다. L이 범인이 확실하기에 그랬다는 것은 경, 검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다. 그리고 수사기관이 거의 무시하다시피 한 L이 범인이 아니라는 증거는, 변호인과 법원 조사관들이 거의 다 찾아내다시피 했으며, 변호인도 간단히 찾아낸 다른 용의자는 경찰도 검찰도 수사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법의학적으로 애매한 상황이었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 분명히 현장에서 수집된 증거로 볼 때, '''피해자는 7시 이전에 죽은 게 아니라는 확언(確言)이 해외의 저명한 전문가들로부터 나왔고, 국내의 법의학자들은 누구도 이를 제대로 반박하지 못했다.''' 다만 검찰도 언론도 이를 대대적으로 발표하지 않았다는 것뿐.
이렇듯 아무리 의심스러운 정황이나 심증(心證)이 있어도, 물증(物證)이 없다면 누군가를 범인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수사기관의 오류 등으로 인해 애초에 진범을 놓친 상태에서, 무고한 사람이 용의자로 지목되어 곤욕을 치른 사례는 지금 현재에도 여전히 존재한다. 용의자로 지목된 사람이 진범일 가능성도 있겠지만, 진정 무고한, 억울한 사람일 가능성 역시 있다. 무죄는 유죄라고 입증할 수단이 부족하다, 또는 유죄로 처리할 사안이 아니라는 뜻일 뿐이다. 법정은 진짜 범죄가 아닌 사례까지 기웃거릴 정도로 한가하지 않다.

9. 둘러보기



[1] 후술되어 있지만, 이 증명 자체도 변호인 등을 통해 문제가 제기되자, 뒤늦게 잠깐 조사해본 게 전부였다.[2] 몇몇 일선 형사들에 의하면, 부부 중 남편이나 아내가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하면, 우선 그 배우자를 가장 먼저 의심해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3] 사람이 죽은 뒤 중력으로 인해, 몸속 적혈구가 시신의 낮은 곳으로 몰려 생기는 반점[4] 사람이 사망한 후 일정 시간이 흐른 뒤 시신이 딱딱하게 굳는 현상[5] 다만 사건현장에 이 법의학자들이 직접 가서 조사한 게 아니라, 경찰이 그들에게 보낸 일부 사진이나 현장 자료 등을 보고 판단한 것이라는 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6] 직장 온도와 욕조 물 온도를 측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한 사망 시간을 추정할 수 없다고 증언하였다.[7] 다만 실제 사법현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 표창원은 크라임씬에서 ‘여긴 범인을 제외하고는 거짓말을 못 한다는 규칙이 있지만, 실제로는 용의자뿐 아니라 누구나 다 거짓말을 한다. 그래서 이 곳이 오히려 더 헷갈리는 것 같다’고 했다. 일부 거짓말을 한다는 이유로 의심할 수는 없는 게 맞다.[8] 당연히 이런 정보도 빠삭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9] 헤어지자는 여자를 위협하는 건 아주 흔한 일이고, 살인도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10] 부산 시신 없는 살인 사건, 산낙지 보험 사망 사건[11] 1995년 기준으로는 개업비용이 훨씬 적겠지만, 2019년 시각에 이해하기 쉽게 10억으로 추산함.[12] 재판 등에서 단독, 합의 등으로 표시된 걸 볼 수 있는데, 판사 혼자 판결하는 단독판사재판을 단독, 판사 여럿, 보통 셋이 참가하여 합의를 통해 재판하는 합의부 재판을 합의라고 표시한다.[13] C의 어머니, 즉 L의 장모[14] 실제 당시에 감정서를 낸 검사 측 법의학자 셋 중 둘은 시신을 본 적도 없었다. 그리고 그 두 법의학자들의 의견은 시신의 시반이 양측성 시반이라는 것이었는데, 세계적인 법의학자 셋이 동일한 사진과 비디오를 보고 판단한 것은, 셋 모두 이동성 시반이라는 판단이었다. 자세한 것은 여기를 참조.[15] 1999년 SBS 문성근의 다큐세상 - 그것이 알고 싶다 에서 방송된 장면이다.[16] 병이 아닌 다른 외부적 원인에 의한 죽음[17] 당시 은평경찰서 형사과 소속 김삼오, 황봉학이 현장감식을 했다.[18] 사건 발생 후의 유전자 감정결과, C의 내연남의 친자일 가능성은 부정되었다.[19] 재판에서 L의 팔에 있던 상처는, C의 손톱에 의해 생긴 상처가 아니라는 게 증명되긴 했지만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경찰이 정말 그토록 확신했다면, 죽은 C의 손톱에서 혈흔이나 잔여조직 등을 채취해 정밀감식을 의뢰했을 것이다. 물론 L의 DNA가 검출되었다 해도, 잠시 말다툼을 하다가 생긴 상처 등일 수도 있다는 변론이 가능하다. 그러나 L이 범인이라는 합리적 의심의 중요한 근거는 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재판과정에서 이는 언급되지 않았다. 아마도 경찰은 이를 채취할 생각을 못하여 증거가 유실되었거나, 물에 씻겨나갔거나 하여 검사가 가능할 정도의 양이 아니었거나 등으로 추정된다.[20] 현장적 직감에 의존해 사건 초기부터 L을 범인으로 지목하여 추가 용의자 파악에 실패한 것은 명백한 실책이다.[21] 이는 자유민주주의사회의 어쩔 수 없는 면이다. 자유와 권리를 누리게 해주는 대신, 그로 인한 부담은 스스로 책임지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개념이 일찍 자리 잡은 영미권에서는, '''The squeaking wheel gets the grease(oil).''' 이라는 말이 있다. 흔히 ‘우는 아이 젖준다’ 등으로 번역하지만, 보다 정확하게, 그리고 노골적으로 번역하면, '''권리를 누리고 싶으면, 그 권리를 찾으려고 직접 온갖 난리를 쳐야만 한다''' 정도가 맞다. 보다 점잖은 말로는,‘ Leges vigilantibus, non dormientibus, subveniunt.(The laws aid the vigilant, not the negligent.)’, 즉 ‘법은 권리(權利) 위에 잠자는 자를 돕지 아니 한다’는 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