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판
1. 상세
분필로 쓸 수 있도록 초록색, 검은색 등을 칠한 널따란 판. 색깔과 무관하게 흑판이라 부르기도 한다. 표면이 까끌까끌하게 되어 있어 탄산칼슘이나 석고의 분말을 뭉쳐 만든 분필로 그으면 깎여나가 판에 묻으며 그림이나 글을 적을 수 있다.
전통적인 칠판은 잘 말린 밀도 있는 원목 판에 연마재를 섞은 검은 도료를 칠해 만들었고, 부유한 사립학교나 대학에서는 검은색 천연 슬레이트석을 가공한 돌 칠판을 사용하기도 했다. 한국에서 검은 칠판은 1970년대까지 널리 쓰였으며, 이후 철판에 도료를 입힌 녹색 칠판이 보편화되었다. 돌판에 비해 철판의 필기감이 구리다[1] 는 단점은 있지만 가볍고 저렴하며 깨져서 다칠 우려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녹색이 보편화된 이유는 그냥 그게 더 인기가 있어서다. 또 다른 이유로는 녹색이 눈에 피로를 가장 적게 주므로 오랜 시간 칠판을 봐야 하는 학생들을 배려한 것도 있다.
보통 교실이나 강의실 앞 벽면에 부착하는 방식으로 매우 크게 만들어 공책과 같은 소형 필기구와 달리 많은 사람에게 수업이나 강의에 필요한 판서를 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한다. 친척으로는 화이트보드가 있다. 칠판처럼 큰 금속제 대형 판인 것은 같지만, 이쪽은 표면을 비교적 매끄럽게 만들고 밝은 도료로 칠해 어두운색의 유/수성 매직으로 필기한다[2] . 최근에는 컴퓨터와 연동한 전자 칠판이 사용되기도 한다. 반대로 대학에서는 칠판이 아닌 화이트보드가 대다수를 차지한다. 그 이유는 분필을 맨손으로 잡으면 분필가루가 묻게 되며 글씨를 쓸 때 알게 모르게 분필가루가 흩날려서 분필가루를 들이마실 수 있기 때문에 위생적인 화이트보드를 사용하는 것이다.
수업 시간에 주로 활용되며 수업이 끝나면 주번들이 지운다. 대학교에서는 분필식 칠판이 아닌 마커로 쓰는 화이트보드 칠판이 널리 쓰인다. 다만 마커는 휘발성이라 오래 쓸수록 색이 흐려지기때문에 화이트보드 칠판은 멀리 떨어져 있는 자리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가독성 문제가 있다.
조교들이 지우거나 교수가 직접 지우기도 하며 청소하시는 분들이 지우기도 한다.[3] 아니면 칠판에 판서를 주로 하는 방식이 아닌 프레젠테이션 화면을 띄워서 영상 자료로 강의를 진행하는 경우 칠판을 사용할 일이 없기 때문에 지우지 않고 그냥 방치하기도 한다.
잘 쓰이지는 않지만 초중고 칠판 옆에는 보조 칠판이 있다. 수학 시간용 격자나 세계지도, 한반도 지도, 오선보 등이 그려져있는 경우가 많다. 함수 그래프 그리거나 할 때 쓴다. 물론 교사 개개인의 성향에 따라서 이를 매우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있는 반면,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자신의 손으로 모든 것을 다 그리는 경우도 있다.
칠판의 구석에는 보통 주번의 이름이 적히며 가끔 떠든 사람을 적기도 한다. 야간자율학습 시간에는 커다랗게 자습이라 써놓고 총원, 결원, 재적 같은 걸 적어놓기도 하며 선생이 도망간 학생들을 다음 날 혼내려고 적어놓기도 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학생들의 낙서장이 되기도 한다. blackboard doodles라고 해서 독특한 스타일을 보이기도 한다. 주로 카페 등의 메뉴판 같은 걸 이런 스타일로 만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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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보드를 화이트보드로 만드는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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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여력이 폭발한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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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보드를 쓰는 경우도 많다.
칠판과 분필의 원형은 매우 오래되었는데, 당연한 게 동굴 벽이나 바위 등 아무 판판하고 거친 물체를 찾아서 거기다 가루가 떨어지는 물질을 쓱 바르면(그냥 평범한 광물로 긁어도 조흔색이 나온다.) 그게 즉석 칠판이 되기 때문이다. 테라코타 등을 작게 만들어 현대의 공책과 같은 개인 필기구로 사용하기도 했다. 소설 빨강머리 앤에서 분노가 폭발한 앤이 길버트를 가격할 때 썼던 물건이 이것.
칠판에 사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필기구는 물론 분필이다. 하지만 분필 말고도 파스텔을 사용할 수도 있다. 유성파스텔(크레파스)말고 하드파스텔 종류를 써야 한다. 다양한 색을 원할 경우 사용할 만하다. 물론 파스텔은 분필보다 훨씬 비싸고 칠판에 대고 문지르면 굉장히 빠르게 소모되므로 가성비는 매우 나쁘다. 게다가 판 자체가 진한 녹색 계통이라 색을 다양하게 써봤자 배경색에 묻혀버린다.
공책 등 물자가 부족한 일부 개도국들의 초등학교에서 공책 대용의 교구로 쓰기도 한다.
2. 칠판 긁는 소리
칠판을 손톱을 세워 긁게 되면, 흔히 '''칠판 긁는 소리'''라고 말하는 매우 소름끼치는 소리가 들린다. (조건 반사처럼 상상만 해도, 그러니까 이 글을 읽는 바로 지금도 소름 돋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분필 긁는 소리도 소름끼친다.)
사실 굳이 손톱으로 긁지 않고 분필로 칠판에 글을 쓸 때도 아주 가끔 이런 소리가 난다.이 기사에 따르면 칠판/유리/쇠를 손으로 긁는 소리를 들을 경우 사람의 편도체가 가장 크게 자극받고, 청각 피질을 자극하면서 소리를 들음으로써 생기는 불쾌감이 증폭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사실 공포나 불쾌감을 느끼는 기본적인 매커니즘이 원래 이렇다. 이 문장은 원인를 설명했다기보단 사람들은 칠판 긁는 소리를 들으면 불쾌하다를 길게 늘여 쓴 것.(...) 하여간 어째서 유독 이 소리에 뇌가 이렇게 반응하는지는 불명. 일단 칠판 긁는 소리의 주파수는 2,000 Hz – 4,000 Hz인데, 이 주파수 음역대가 사람이 가장 잘 감지할 수 있는 음역대여서 유독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소리에 사람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유독 불쾌감을 느끼는건 조건 반사적이라기보단 '''본능적인 반응'''이라고 한다.
3. 칠판체
수학 수업 시간에 이렇게 속이 텅 비어 있는 로마자를 보곤 하는데 칠판체라고 한다.
원래는 칠판에서 볼드체를 쓰려는데 내부를 칠하려다가 귀차니즘(...)으로 인해서 그냥 비워둔 것이 굳어진 것이다.
현재의 쓰임은 수 체계를 뜻한 집합 표현이나 기댓값 기호 말고는 딱히 없다. 그래도 미적분학, 선형대수학 등을 배우다보면 교수자가 교과서에서는 볼드체로 구분되어있는 벡터 표기를 칠판에서도 구분하기 위해 칠판체를 갖다 쓰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에 수학을 공부하면서 한번쯤 익혀둘 필요는 있다.
4. 관련 항목
[1] 싸구려 칠판은 뒤의 지지대와 제대로 밀착고정이 되지 않아서 필기시 철판이 쾅쾅 울리기도 한다.[2] 칠판과 분필에 익숙하신 선생님들은 화이트보드를 사용하는데 어려움이 들기도 한다. 이유는 분필은 딱딱함이 있는데, 매직은 부드러움이 있어서 처음엔 익숙하지 않다고.[3] 아니면 특정 학생을 지목해서 칠판을 지워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 이 경우 교수와 친한 학생일 경우가 대다수고 대학생은 성인이기 때문에 웬만하면 칠판을 지워준 학생에게 감사의 인사를 표한다.[4] 소문자, 숫자 칠판체는 TeX 문법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