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딜락 카테라
'''Cadillac Catera'''
1. 개요
캐딜락이 1997년부터 2001년까지 판매한 후륜구동 준대형 세단. 2016년 현재 캐딜락의 준대형 세단인 CTS에는 삼촌뻘 되는 모델이다.[1]
2. 제원
3. 비운의 출생과 인생
3.1. 의도는 좋았다
1970년대 오일 쇼크 이후 작고 효율적이며 날렵한 자동차에 대한 수요는 나날이 늘어 갔으나 캐딜락을 비롯한 미국 브랜드들은 과거의 영광에만 취한 나머지 변화에 소극적이었고, 그나마의 변화도 실패로 끝나기 일쑤라서 거리를 누비는 캐딜락은 줄어드는 반면 BMW, 메르세데스-벤츠, 렉서스의 날렵하고 생동감 넘치는 차는 나날이 늘어 갔다.
이에 캐딜락의 모기업인 GM은 독일, 일본 라이벌들과 맞설 이전의 캐딜락보다 작고 날렵한 중형~준대형 사이즈의 후륜구동 세단을 캐딜락 라인업에 넣기로 결정한다.
그러나 캐딜락은 1970~1980년대 즈음부터 전륜구동으로 전향하여 세단들을 제작해 왔기 때문에, 당장 중형 후륜구동 세단을 만들 인프라가 부족했다. 당시 캐딜락에는 캐딜락 플리트우드라는 후륜구동 세단이 한 종류 있기는 했으나, 귀빈용 또는 정부 관용차나 대통령 의전차, 나이든 부호들이 편하게 타는 용도 등으로나 쓰는 육중한 차종이었다. 게다가 플리트우드가 쓰는 후륜구동 D-바디 플랫폼은 '''1936년'''에 나온 사골 플랫폼이었다. 그래서 GM은 궁여지책으로 '''"우리 오펠에서 만든 후륜구동 세단 가져다 쓰면 되겠지. 마침 오펠 오메가 2세대가 유럽에서도 실속있는 준대형차라고 소문났으니..."'''하고 GM의 유럽 지사인 오펠의 후륜구동 준대형 세단인 오메가 B를 배지 엔지니어링하여 캐딜락 브랜드로 판매하기로 결정한다.
3.2. 내려갈 캐딜락은 내려간다
[image]
'''그러나... GM이 그 결정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독일 헤센 주 뤼셀스하임의 오펠 공장에서 생산되어 미국에 온 오펠 오메가들은 미국에서 오펠 로고를 떼고 캐딜락의 로고와 새 범퍼, 그릴를 단 후 캐딜락 카테라라는 새 이름으로 미국 시장에 선보였다.
하지만 203마력에 27.6㎏.m의 토크, 제로백 8.5초의 V6 단일 엔진의 카테라는 원래 오메가 시절보다 200kg 가까이 무거워진 몸을 힘겹게 이끌어야 했다.[4] 원래 오메가의 무게대로였다면 나았겠지만,[5] 5시리즈보다 휠씬 무거워지고 엔진 출력까지 약해서 카테라로는 지구가 멸망할 때까지 5시리즈를 이길 수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차체 크기도 기존 오메가보다 늘리긴 늘렸으나, 다른 미국 취향의 차들에 비해 애매하게 작은 것도 문제였다. 중형차도 아니고 준대형차도 아닌 크기였는지라 '''대부분 미국 소비자들의 반응은 "응 안사"였다.''' 캐딜락은 작든 크든 캐딜락의 디자인과 크기에서 기품을 느끼게 해 줘야 하는데, 그게 아니었다는 거다. 이건 그냥 현대 쏘나타나 쉐보레 말리부, 포드 토러스 등의 가족용 세단에다 캐딜락 스티커만 붙여놓은 느낌이었다고(...).[6] 디자인적으로도 그동안의 디자인 헤리티지와는 전혀 연관성이 없는 외관, 대중 브랜드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실내까지, '''말로만 고급을 외친 자칭 고급차'''는 기존의 장년층 고객들에게마저도 외면당했다.
게다가 승차감이나 서스펜션 문제도 혐오도 상승에 한몫 했다. 오펠 오메가의 서스펜션을 다듬지 않고 그대로 출시했는데, 그게 오히려 독이 되고 말았다. '''유럽 스타일의 단단한 서스펜션은 당시 미국 내에서 비호감이었다.''' 그 시절 미국차들의 서스는 유럽보다 조금 더 물렁하게 세팅되어 있었다. 지금은 오히려 미국차들이 유럽차를 따라가는 대세이지만 그래도 미국차는 언제까지나 편안하고 구름처럼 떠 가는 느낌을 중시하니 서스펜션이 운전감이나 승차감이 아닌 편의 위주로 세팅되어 있다. 이런 유럽과 미국의 운전감각과 서스펜션 취향 차이를 간과한 것도 멸시받은 이유 중 하나였다.
카테라가 실패하면서 캐딜락은 젊은층의 구매, 브랜드 이미지 개선을 통한 기존 고객들의 충성심 재고에도 실패한다. 이 차의 라이벌 중 하나인 E39 BMW 5시리즈가 총 1,533,123대를 팔며 역대 최고의 BMW 중 하나로 평가받는 반면, 카테라는 북미 판매량만 69,209대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2001년에 생을 마감했다.
4. 삼촌의 원수를 갚으러 가자
[image]
결국 카테라가 해냈어야 할 임무는 2002년에 출시된 카테라의 조카인 CTS가 대신 완수해 준다. CTS는 Catera Touring Sedan의 약자로, 카테라의 명실상부한 후속 모델이다. 하지만 다른 차의 섀시를 바탕으로 만든 망작 카테라와 달리, CTS는 아예 처음부터 작정하고 후륜구동 플랫폼부터 엔진과 내장까지 전부 다 새로 제작했다. 각을 날카롭게 살린 캐딜락의 새 디자인 코드가 적용되었는지라[7] 삼촌인 카테라와는 달리 공전의 대히트를 거두며, 카테라의 진짜 라이벌인 BMW 5시리즈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게다가 2세대 CTS-V는 뉘르부르크링 랩타임 7분 59초라는 기록을 세우며 당시 가장 빠른 순정 세단의 칭호를 획득하기까지 했다. 예전의 힘이 딸리고 어중간한 중형 캐딜락이 아닌, 빠르고 날렵한 중형 캐딜락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는 셈. 물론 3세대로 바뀐 지금은 1,2세대에 비해 판매가 부진하지만, 조만간 CT5로 한번 더 모델 체인지를 앞두고 있다. 자세한 것은 캐딜락 CTS 문서 참조.
5. 여담
이 녀석의 차대는 GM에서 제작한 수출용 중형차 플랫폼인 GM V-플랫폼이다. 그러나 잘 뜯어보면 이 후륜구동 플랫폼은 1966년에 제작되어 오펠 레코드의 차체가 되었고, 한국에 건너가서 대우 로얄 시리즈와, 대우 프린스, 대우 브로엄에도 적용된 그 전설의 차대다. 한국에선 대우의 중형 세단 라인업으로 27년, 호주에선 홀덴의 중~대형 세단 라인업으로 29년, 유럽에선 오펠의 중형 세단 라인업으로 37년 간 책임진 장수만세 후륜구동 플랫폼이다. 어찌 보면 카테라는 대우의 중형 세단들과도 간접적인 인연이 있는 셈이다(...)
6. 둘러보기
[1] 후술하겠지만 카테라는 오펠의 차대를 살짝 변경해서 만든 데 비해, 후속 모델인 CTS는 아예 작정하고 각을 잡은 디자인부터 해서 후륜구동 플랫폼부터 엔진까지 새로 제작한 차다. 어찌 보면 CTS는 카테라에 아들보다는 친척동생 또는 조카일 지도.[2] 뱃지 엔지니어링[3] 정확히는 2세대 오메가다. 1세대인 오메가 A는 생긴건 괜찮았으나 옵션이나 고급장비가 깡통 수준이었고 심지어는 후석 조명도 없고 실내조명도 앞에만 딸랑 달렸다고(!)한다.(1세대 오메가의 후석 조명은 옵션이었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많은 편의 장비와 실내 부분 개선을 목표로 새로 개발한 게 2세대인 오메가 B다.[4] 미국의 엄격한 안전 기준 통과를 위해 차체를 보강한 게 원인이다.[5] 기본 베이스인 오메가 B는 그렇게 운전성능이나 달리기가 한심한 수준은 아니었다.[6] 에스컬레이드 1세대도 베이스가 된 유콘 데날리에다가 캐딜락 마크를 단 것에 지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나마 에스컬레이드는 2세대부터 정신을 차렸지만....[7] 심지어 당시 GM과 카테라에 비판적이었던 새 부회장도 후손격인 CTS의 첫 인상을 좋아했다고 할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