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기스
1. 스코틀랜드의 음식
Haggis
1.1. 개요
스코틀랜드의 전통음식.
양이나 송아지의 부속(심장, 허파, 간)을 잘게 다져 귀리/보리와 향신료를 섞은 다음 위장에 꽉꽉 채워 삶아낸 요리로, 한국의 순대와 유사한 음식이라고 볼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을 보고 싶다면 해기스 편을 참고. 주로 <Haggis, neeps and tatties>라고 해서 당근과 순무를 갈아 삶은 것과 감자 으깬 것과 같이 먹는데. 맨 위의 사진 참조. 현지에서는 '하기스#s-2'라고 한다.
1.2. 괴식이란 오해
유럽권에서 대표적인 스코틀랜드의 괴식으로 알려져있다. 허나 비주얼의 압박이 좀 있기는 하지만 괴식까지는 아니다. 오히려 순대부속을 좋아하고, 시각적 테러에 면역인 사람일 경우 문제 없이 잘 먹을 수 있다.[1] 양 비린내가 약간 나긴 하지만, 양념이 세게 되어 있어 짭짤한 맛으로 조금 집어먹을 수는 있다. 영국으로 여행온 한국인 여행객이나 유학생 중에서는 취향에 따라 이것만 찾아 먹는 사람도 있다.
해기스를 괴식으로 폄훼하는 시각은 개신교 국가들의 문화가 지나치게 금욕적이고 '야만적'이라며 비하했던 남유럽, 서유럽 천주교권 국가들의 편견에서 나온 것이다. 영국이나 독일 등 북부 유럽 개신교권의 요리 문화가 육류 위주로 단촐하다 보니 남유럽이나 중앙유럽인들로부터 늘 멸시의 대상이 되었고, 당연히 해기스 역시 괴식인 것처럼 알려진 것이다.[2]
2005년 G8 정상회의에서 조지 워커 부시가 해기스를 못 먹는다고 했다는 이야기가 있으나 당시 스코틀랜드 휴양지 글렌이글스 방문 당시 생일이었고 영국 일간지 Times of London과의 인터뷰에서 블랙 유머를 한 것이 와전된 것이다.
前 프랑스 대통령인 자크 시라크는 전 나토 사무총장인 영국의 조지 로버트슨(George Robertson)의 권유로 해기스를 먹었고 이후 2005년 G8 정상회의에 앞서 게르하르트 슈뢰더 당시 독일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난 러.독.프 정상회담에서 "영국이 유럽 농업에 기여한 것은 광우병밖에 없다. 음식이 형편없는 나라 사람은 믿을 수가 없다."면서 영국 요리와 영국인들을 싸잡아 비난해 버리는 심각한 외교적 결례를 저질렀다.[3]Q. That may or may not include haggis?
The President. Yes, haggis. I was briefed on haggis. [Laughter] No. Generally, on your birthday you — my mother used to say: "What do you want to eat?" and I don't ever remember saying: "Haggis, mom.'"
질문: (생일상에) 해기스가 포함 되나요 그렇지 않나요?
대통령: 네. 해기스에 대해 보고 받았습니다. (웃음) 아뇨. 보통 당신의 생일날에.. 그러니까 저의 어머니가 제게 "뭐가 먹고 싶니?" 라고 말할 때, 그러면 저는 "해기스요, 엄마!" 이렇게 말해 본 기억은 없군요.
세계 쇼킹 음식 20가지를 선정한 유튜브 한 동영상에선 1위로 선정했을 정도.. 그런데 기준이 매우 주관적이니 그냥 그러려니 하자. 11위는 '''산낙지다.''' 그런데 이게 벌레나 개미, 거미, 썩은 치즈 등의 괴식보다 순위가 높다. 8위는 회(그냥 회가 아닌 '''살아있는 생선을 회뜬 거다''')[4] 4위와 2위는 모두 '''황소의 성기'''이다.
하지만 스코틀랜드인들에게는 제일 사랑받는 주식이자 술안주로 스코틀랜드의 대표적 시인 로버트 번즈는 해기스를 찬양하는 시를 썼을 정도다. 전통적으로는 스카치 위스키(특히 짭잘하고 향이 강한 스페이사이드나 아일리 산 싱글 몰트 위스키)와 함께 먹는 것이 궁합에 맞다고 한다. 실제로도 해기스는 다진 순대에 삶아 다진 순무, 감자로 나와 먹다 보면 입맛이 텁텁한 음식이다 보니 먹고 나서 향이 강력한 독주 한방 소화용으로 싹 넘기면 궁합이 잘 맞다는걸 느낄수 있다. 심슨가족의 학교 관리인 윌리도 툭하면 해기스를 들고 나타난다.
1999년에 영국 정부 관광청에서 한국 여행객들을 위해 발간한 'GB99' 라는 무크지에도 나오는데, 홍보 대사로 선정된 이문세, 김장훈과 김원준이 스코틀랜드 여행 마지막 순서로 커티 삭 위스키 공장을 방문했을 때 공장 측에서 마련한 만찬 때도 이게 나왔다. 먹어본 소감은 실려 있지 않아 확인 불능.
현대에는 과거와는 달리 산업 기반이 많이 좋아져서, 소시지와 마찬가지로 위를 외피로 쓰는 전통 레서피 대신 인조 껍질을 사용한다. 내용물 역시 좋은 고기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순대를 외국에서 korean haggis라고도 부른다. 당연하게도 한국에서는 본토 해기스를 맛볼 방법이 거의 없다. 영국 레스토랑이 있긴 하지만 메뉴가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현지화된데다, 가격도 살인적이라서 정 원한다면 레시피를 가지고 직접 만들어보든가 만들 자신 없으면 그냥 영국으로 갈 일 있을때 먹어보자.
아이슬란드에도 해기스와 비슷한 음식이 있다. 슬라우투르라고 부르는데, 제조법은 비슷한 듯. 피를 넣은 것과 안 넣은 것, 두 가지 종류가 있다고 한다. 설탕, 버터 등을 곁들여 먹는다는 듯. 슬라우투르 사진 및 시식기
1.3. 미디어에서
카툰 네트워크의 애니 중 하나인 죠니 브라보에서 죠니가 영국으로 놀러가는 에피소드 'Loch Ness Johnny'가 있는데, 해기스가 뭘로 만들어지는도 모르고 '''"영국 가서 해기스 먹어봐야지 ㅎㅎ"'''해서 하나 구했더니 그걸 뺏어먹으려고 쫓아오는 네스호의 괴물을 피해 도망다니는 게 주 내용. 결국 재료가 뭔지 듣고는 '''"오냐 너나 처머겅!"'''하고 괴물한테 줘버린다... 처음에 시식겸 한입 받아먹었을 때는 굉장히 마음에 들어했다.
동사의 사무라이 잭의 시즌2 에피소드 'Jack and the Scotsman, Part 2'에서도 스코틀랜드 전사가 잭에게 해기스를 권하는데 잭이 코를 들어막으면서 '''"이게 도대체 뭐야?"'''라고 하면서 거부반응을 보인다(...)[5] 참고로 스코틀랜드 전사 본인말로는 마누라가 해기스를 잘 만든다고 한다.
학습만화인 앗! 시리즈 중 소화 작용과 영양소, 음식 문화를 소재로 한 '꼬르륵 뱃속여행'에서는, 세계의 각종 괴식들을 설명하며 양의 눈알, 개구리 다리 요리 등과 함께 이 해기스를 괴식 목록에 올려 놨다. 이를 시식한 사립 탐정의 소감으로는 맛있는 모양이었지만, 재료와 재료법을 듣고서는 속이 뒤집히는 것을 느끼며 다음 음식으로 넘어갔다. 참고로 앗! 시리즈의 원작은 '''영국''' 출판사인 스콜라스틱에서 제작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드워프 대도시 아이언포지 경비병들 식사는 항상 이것이다. 해기스(인게임에서는 '양 순대'라고 번역됨)와 맥주를 삼시세끼 먹으면서도 좋다는 경비병들을 볼 수 있다.
영화 하이랜더에서도 배경이 배경인 만큼 언급된다. 하이랜더인 주인공이 해기스를 설명하자 구역질난다고 받아치는 라미레스 역의 숀 코너리의 표정이 일품. 이 장면은 일종의 개그로, 원래 숀 코너리는 스코틀랜드 출신이다.
1.4. 레시피
[6]
- 양의 심장, 간, 허파, 위를 깨끗이 다듬어 솥에 담고 익을 때까지 한 시간 가량 삶는다.
- 그동안 귀리와 보리 각각 75그램씩을 오븐에 굽는다.
- 구워진 귀리와 보리를 굵게 다지거나 칼로 잘게 썬다. (지나치게 곱게 갈지 않는다)
- 양 또는 소의 비곗살을 곱게 썰어 귀리, 보리와 섞는다.
- 다진 양파, 메이스 반 스푼, 육두구 한 스푼, 후추 두 스푼을 넣는다.
- 양의 장기 부위가 다 익으면 꺼내서, 위를 제외한 간, 허파, 심장 등을 위에 준비한 비곗살+곡류+양념 덩어리와 함께 그라인더에 잘게 갈아 준다.
- 간 것을 잘 반죽해 위장에 꾹꾹 채워 넣고 구멍을 꿰맨다.
- 각종 재료로 채우고 꿰멘 위를 끓는 물에 4시간 가량(?!) 삶는다. 내장을 삶을 때 썼던 물을 그대로 쓰는 것이 좋다.
- 오렌지 반죽과 위스키 약간을 끓는 물에 넣어서 비린내를 없앨 수 있다.
- 다 익으면 맛있게 먹는다.
레시피를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은 '''양의 내장, 곡류, 향신료를 양 위에 채워넣은 양순대'''가 해기스의 정체라는 것이다(...). 사실 양의 살코기를 제외한 내부 장기 부위를 활용한다는 점은 합리적이고, 곡류 및 향신료가 첨가된다는 점에서 순대와 크게 다를 것은 없다. 아니, 오히려 '''맛있으려면 맛있을 수 있는 구성이다.''' 그런데도 이토록 악명을 떨치고 있는 것은 2차대전 이후 영국인들의 요리에 대한 고의적 무심함(...)과 영국요리에 대한 악명이 합쳐진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제대로 만든다면 맛없을 이유가 없는 구성이지만, 직접 맛을 보고도 끔찍하게 여길 퀄리티의 해기스에 대한 목격담도 종종 나타나고 있다. 판단은 알아서 하자.
1.5. 번즈 나이트
[image]
위에 언급한 시인 로버트 번즈와 연관되어 진행되는 스코틀랜드의 전통 이벤트. 번즈의 생년월일시분에 맞추어 매년 1월 25일 19시 30분에 스코틀랜드의 모든 지역에서 열린다. 우선 백파이프 연주자를 대동하고 큼지막한 해기스를 얹은 쟁반이 나오고, 행사 주최자가 번즈의 시 '해기스에게 바치는 노래' 를 엄숙하게 낭송한다.
낭송이 끝나면 해기스 쟁반을 식탁에 내려놓고 나이프로 이리저리 자르고 들쑤셔서 먹기 좋게 만든다. 물론 반주는 몰트 위스키. 먹고 마시는 시간이 끝나면 참가자 전원이 손을 맞잡고 '올드 랭 사인' 을 부르며 마무리한다.
행사 장면 영상.
2. 상상의 동물
역시 스코틀랜드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요리와 구분하기 위해서 와일드 해기스(Wild Haggis)라고 부르는 것 같다. 생김새가 궁금하신 분들은 이쪽 링크로 가보시길
타산지석이라는 출판사에서 나온 영국 기행문을 보면 영국에서는 어린이들에게 '(해기스의 모양이 좀 거시기한 이유는) 해기스란 동물로 만들어서다.' 라는 농담이 있다고 한다. 위 유튜브 동영상의 해기스 사냥 장면은 이런 이야기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또 스코틀랜드에서는 매년 연말에 해기스 헌트(Haggis Hunt)라고 해서, 상상의 동물 해기스를 수색하는 이벤트가 연말 행사로 개최되기도 한다고 한다.
[1] 순대라는 생각으로 먹으면 악명 높은 블랙 푸딩과 동시에 소화하기 좋은 음식. 영국에서 생활하는 유학생들 중 순대가 먹고 싶을 때 해기스나 블랙 푸딩을 먹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잘 먹는 사람은 잘 먹는다. 즉 먹을 기회가 있다면 먹고 나서 판단하는 것도 나쁘진 않다.[2] 우스운 것은 천주교권 국가들도 선지를 재료로 한 요리는 서민 요리로 자주 먹는단 점이다. 특히 프랑스의 '부댕 누아르'(boudin noir)가 해기스보다 더 한국식 순대와 유사하다. 그야말로 내로남불의 극치.[3] 자크 시라크는 이 때 동시에 "핀란드 다음으로 영국 음식이 형편없다"고 발언해 핀란드의 어그로를 끌기도 했다. 확인되지 않은 소식에 따르면, 이런 외교적 결례에 분노한 영국과 영연방 국가들의 반격으로 2012년 올림픽 개최권이 런던으로 넘어갔다고 한다.[4] 서양권에서는 날로 먹는 것은 보편적인 현상이 아니라 거부감이 심하기 때문에 생식을 괴식으로 여긴다.[5] 잭이 내장요리에 익숙하지 않은게 문제였는듯 하다 해당만화의 감독이 고증을 생각했은지는 모르지만 실제로 일본에선 근대화가 될때까지 내장을 이용한 요리가 없었다고 한다 중세사람인 잭이 코를 틀어막은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6] 후술할 상상의 동물 해기스의 전설을 인용한 것으로, 실제로 이렇게 만들진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