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FIFA 월드컵 한국·일본/E조
1. 개요
2002 FIFA 월드컵 한국/일본의 진행상황 중 조별리그 E조를 설명하는 문서.
2. 1경기 : 아일랜드 1 vs 1 카메룬
사실상 이 조의 2위를 가리는 경기였다. 아일랜드와 카메룬은 경기 내내 일진일퇴의 공방전을 벌였지만 끝내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1 : 1 무승부를 거두었다. 카메룬으로서는 조금 아까운 경기이기도 했는데 전체적으로 카메룬이 경기를 지배하고 아일랜드가 선수비 후역습으로 나왔기 때문이었다. 파트릭 음보마가 선제골도 넣으면서 좋은 출발을 했지만 끝내 후반전에 동점골을 허용하며 무승부에 그쳤다. 1990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8강 신화를 쓴 카메룬은 그 이후로 좀처럼 승전보를 전하지 못하고 있다.
3. 2경기 : 독일 8 vs 0 사우디아라비아
그동안 녹슨 전차라고 불린 독일 축구가 여전히 건재함을 알린 경기이자 '''독일이 FIFA 월드컵에서 최다 점수차 승리를 거둔 경기'''이기도 하며, 월드컵 전체 역사를 통틀어서 '''2번째로 큰 점수차가 난 경기'''였다. 지역예선에서 홈에서 잉글랜드에 무려 1 : 5로 대패를 당해 플레이오프로 밀려나는 수모까지 겪었던 독일은 이 경기를 통해 아직 자신들은 죽지 않고 오히려 펄펄 끓어오를 정도로 살아있음을 전 세계에 증명했다.
이 경기에서 독일은 헤더로만 무려 5골을 터뜨렸는데 신예 공격수 미로슬라프 클로제의 해트트릭과 미하엘 발락, 토마스 린케의 골이 모두 헤더 골이었다. 사실 이 경기에서 보인 독일의 공격 패턴은 지극히 단순했다. 측면에서 중앙으로 크로스를 올리면 타점이 높은 클로제와 발락 등이 헤더로 쑤셔넣는 것이었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의 허술한 수비와 독일 선수들의 탄탄한 피지컬과 힘, 높이에 힘입어 이 단순무식한 전술로도 무려 8 : 0 대승을 거둘 수 있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 경기에서 대패하면서 골 득실이 순식간에 -8까지 추락하여 남은 2경기를 모두 이겨야만 겨우 16강에 진출할 수 있는 부담을 안게 되었다.
4. 3경기 : 독일 1 vs 1 아일랜드
전 경기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무려 8 : 0으로 대파하며 기분 좋은 출발을 한 독일이었으나 그 이후로는 내리 가시밭길을 걸었다. 전반 19분에 신예 스트라이커 미로슬라프 클로제가 헤더로 선제골을 터뜨릴 때까진 좋았으나 그 이후로는 좀처럼 아일랜드의 수비를 뚫지 못하며 고전했다. 그렇게 위태위태하게 1점 차 리드를 지키던 독일은 결국 종료 직전 아일랜드의 번개 같은 역습 한 방에 수비진이 뚫리며 로비 킨에게 기습적인 동점골을 허용하며 1 : 1로 비겨 3차전까지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그 3차전에서 패배할 경우 탈락이 확정되는 위기를 맞은 것이다. 한편, 아일랜드는 난적 독일을 상대로 귀중한 승점 1점을 따내 16강 진출의 가능성을 대폭 끌어올렸다. 독일의 신예 스트라이커 미로슬라프 클로제는 자신의 대회 4호골을 터뜨리며 득점왕 경쟁에서 선두로 치고 나섰다.
5. 4경기 : 카메룬 1 vs 0 사우디아라비아
지난 경기에서 독일에 8점 차로 대패한 사우디아라비아로서는 반드시 이 경기를 이겨야 했기에 좀 더 정신 무장이 바짝 된 상태로 경기에 나섰지만 흑인들 특유의 탄력적인 공격을 앞세운 카메룬의 속공에 번번이 뚫리며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그렇게 경기를 일방적으로 주도하던 카메룬은 21세의 신예 공격수 사무엘 에투의 결승골로 1 : 0으로 승리를 거두었다. 이것은 카메룬이 1990 이탈리아 월드컵 8강 신화 이후 12년 만에 거둔 첫 승이었다. 그러나 승점자판기인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겨우 1점 차 승리를 거둔 것은 그리 좋은게 아니었다. 자칫하면 독일과 비겨도 탈락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과연 이 불안감은 결국 현실이 되었다.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는 결국 이 경기에서도 패배하며 32개 출전국 중 가장 먼저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되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첫 출전한 1994 미국 월드컵에선 16강에 오르며 센세이션을 일으켰건만 어찌된 것인지 그 이후로 갈수록 퇴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6. 5경기-1 : 카메룬 0 vs 2 독일
'''시즈오카의 전투'''
'''사실상의 단두대 매치'''[1]
16강 진출을 놓고 벌인 카메룬과 독일의 경기는 그야말로 지저분한 막장 싸움판 경기였다. 카메룬과 독일 양 팀을 모두 합쳐 무려 16장(독일-8장, 카메룬-8장)의 경고가 나왔고 그 중 2명(독일-1명, 카메룬-1명)이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했다. 양 팀은 전반전부터 뭔 불구대천의 원수를 만난 것마냥 거칠고 지저분한 파울을 하며 공 대신 상대 선수의 조인트를 까는 짓을 하고 누가누가 더 파울 많이 하나를 경쟁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독일의 답답하고 단순무식한 공격력은 보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전체적으로 거친 반칙이 난무해서 형편없는 경기였지만 그래도 카메룬이 좀 더 좋은 경기를 했고 오히려 독일이 밀리는 경기를 했다.
그러나 하프 타임 때 교체 투입된 미드필더 마르코 보데의 후반 5분에 날린 뜬금포 중거리슛이 그대로 카메룬 골문에 꽂히면서 그 이후로 독일의 페이스로 경기가 흘렀다.[2] 카메룬은 경기를 지배했지만 골 결정력 부족으로 눈물을 흘려야 했다. 그리고 후반 34분에 클로제의 헤더 골이 또 다시 작렬하며 고전 끝에 독일의 2 : 0 승리로 끝이 났다. 이로서 클로제는 대회 5호골을 기록해 득점왕 경쟁에서 선두 자리를 굳혀나갔다. 그리고 독일은 2승 1무(승점 7점), 11득점 1실점의 기록으로 조 1위를 차지해 16강 진출에 성공했고 토너먼트는 한국으로 이동해 치르게 된다. 반면에 카메룬은 1승 1무 1패(승점 4점)로 조 3위에 그쳐 아쉽게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더욱 아쉬운 건 1990 이탈리아 월드컵 이후 이 대회가 지금까지 가장 성적이 좋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카메룬은 이후 8년 뒤 및 12년 뒤의 월드컵에서 잇달아 '''조별리그 3전 전패'''를 당하며 완전히 체면을 구기고 말았다.[3]
7. 5경기-2 : 사우디아라비아 0 vs 3 아일랜드
결국 사우디아라비아는 아일랜드에도 0 : 3으로 대패하면서 마지막 자존심도 회복하지 못하고 대회를 마무리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최종 성적은 3전 전패(승점 0점), 무득점 12실점으로 조에서는 물론 대회 본선 진출 32개국 중에서도 꼴찌로 확정되고 말았다. 같은 무득점 전패를 당한 중국보다도 성적이 더 나빴다. 그나마 이 경기에선 아일랜드보다 볼 점유율도 높았고 슈팅 횟수도 많긴 했지만 골 결정력이 완전 개판 5분 전이었다. 아일랜드는 효율적인 역습 축구로 3골을 성공하며 가볍게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압했다. 이로서 아일랜드는 1승 2무(승점 5점)를 기록해 1승 1무 1패(승점 4점)에 그친 카메룬을 승점 1점 차이로 제치고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아일랜드 역시 독일과 마찬가지로 토너먼트는 한국으로 이동해서 치른다.
8. 평가
첫 경기부터 미로슬라프 클로제가 머리로만[4] 해트트릭을 성공시키면서, 독일이 사우디를 '''8:0으로 몰살시켜''' 녹슨 전차군단이란 오명을 벗어던졌다.
결국 2승 1무로 조 1위 16강행. 2위는 독일과의 두번째 경기에서 경기 종료직전 로비 킨의 동점골로 독일과 극적으로 비겼던 아일랜드가 차지했다. 여담으로 독일과 카메룬의 E조 최종전은 양측이 경고만 무려 8장씩 주고받고 팀당 1명씩 경고누적으로 퇴장당하는 등 양팀간 최악의 혈전을 벌인 탓에 2018년에 터진 카잔의 치욕을 당하기 전까지 독일 축구 역사상 최악의 흑역사로 기록된 경기였다. 독일은 그 카메룬과의 경기에서 2:0로 이겨 16강에 조 1위로 진출하고 사우디는 '''3패 무득점 12실점'''으로 승점셔틀 노릇을 한 것도 모자라 이 대회 꼴찌의 불명예를 썼다. 카메룬의 경우 일본에서도 활약한 카메룬의 레전드 파트릭 음보마와, 신성 사무엘 에투의 투톱을 앞세웠으나 독일의 벽을 넘지 못하고 아쉽게 탈락.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미 첫경기에서부터 기록적인 대패를 당하고 무득점 3패로 월드컵을 마치며 1998년 월드컵보다 더욱 심각한 모습을 보여줬고, 그 이후 2006년 월드컵에서도 1무 2패의 부진한 모습을 보여줬다. 2010년 월드컵과 2014년 월드컵은 아예 본선에도 못갔으니... 게다가 2018년 월드컵에 진출해서도 개막전에서 개최국한테 0:5로 처발리는 모습까지 보여줬고, 우루과이와의 경기에서도 0:1로 져서 또다시 조별리그 조기 탈락의 쓴맛을 봐야했다. 그나마 이집트와의 마지막 경기에서 2:1로 승리하여 승점 3점을 챙기는데는 성공했다.
또 한가지 눈여겨 볼 점이라면, 아일랜드는 크로아티아와 1, 2, 3차전을 모두 같은 경기장에서 치렀다는 것이다.[5]
[1] 같은 3차전인 아일랜드 대 사우디아라비아 경기에서 아일랜드가 사우디아라비아를 이길 가능성이 매우 컸고 예상대로 아일랜드의 승리로 끝났을 경우, 그 독일 대 카메룬 경기에서 패배한 팀은 조 3위로 떨어져 탈락이 확정된다.[2] 물론 그 슛을 어시스트한 선수는 다름아닌 미로슬라프 클로제.[3] 특히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카메룬은 아예 같은 팀원끼리 싸우는 모습까지 보이는 등 거의 모든 면에서 답이 없을 정도의 추태를 보이기도 했다.[4] 사실 클로제는 2002년 월드컵 당시 모든 골을 헤딩으로만 넣었다.[5] 1차전 니가타, 2차전 이바라키, 3차전 요코하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