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메이 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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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개
일본의 제121대 천황이자 메이지 덴노의 친아버지이면서, 일본 황실과 현대에 살아있는 구황족이 고메이 덴노를 통해 핏줄이 이어진다. 이름은 오사히토(統仁), 칭호는 히로노미야(煕宮)이다.
2. 생애
2.1. 즉위
1846년 천황에 즉위했으며, 당시에 천황은 정치에 거의 관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개항 이전의 기록은 많지 않다. 학문에 조예가 깊었으며, 황족과 귀족이 다니는 학교인 가쿠슈인을 창설하였다. 여기까지라면 이전까지의 존재감이 극히 없던 에도 막부의 여느 천황들처럼 그저 한 시대를 살다 갈 존재감 없는 일본의 얼굴마담 정도에 불과했다. 그런데...
2.2. 쿠로후네 사건과 천황의 정치 개입
'''1853년, 쿠로후네 사건이 터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일본이 개항하면서 고메이 덴노는 정치에 깊이 관여하기 시작한다. 1857년 에도 막부의 로주들은 개항 여부를 놓고 주요 다이묘(영주)들의 의견을 수합한 결과 '개항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린다. 아편전쟁에서의 중국 청의 참패는 물론, 네덜란드로부터 입수한 세계 정세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고려한 결과였다. 이에 1857년 말에 미일수호통상조약 시안을 작성하고, 1858년 초 막부의 로주 홋타 마사요시가 조정으로부터 형식적 승인을 받기 위해 교토로 상경했다.
조정의 최고 관직인 '간파쿠(관백 殿下)'와 그 다음인 좌, 우, 내대신 자리는 최고위 귀족인 고셋케와 그 다음 서열인 청화가가 장악하고 있었으며, 이들은 도쿠가와 쇼군가나 시마즈 등 유력 다이묘 가문과 혈연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막부와 유력 다이묘들이 개항에 찬성했기에 조정의 주요 대신들은 상대적으로 쉽게 로주 홋타에게 설득되었다.
하지만 고메이 덴노는 홋타와 간파쿠 이하 대신들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조약의 칙허를 불허하였으며, 섭가에 눌려 있던 귀족 가문들인 평공가들이 덴노에게 동조하였다. 안세이(安政) 5년(1858년) 7월 27일에는 40년 동안 조정을 주도하고 있던 태합(太閤) 다카쓰카사 마사미치(鷹司政通)의 나이란(內覽)[2] 직권을 정지시키고 출가할 것을 종용하는가 하면, 2달 뒤인 9월 4일에는 간파쿠(関白) 구조 히사타다(九条尚忠)[3]의 나이란 직권까지 정지시켰다.
막부 실권자들을 좌지우지하기 시작할 정도면, 고메이 덴노가 평소부터 왕가의 권력 회복에 관심을 두고 있었을 확률이 높다. 여지껏 천황들이 이루고 싶어도 막부의 구조에 가로막혀 좌절할 수밖에 없었던 숙원을 시대가 가능하게 해 준 것이다.
2.3. 막부의 독단적 결정
이이 나오스케가 천황의 윤허를 얻지 않고 서양과의 조약을 일방적으로 맺은 것에 화가 난[4] 고메이 덴노는, 1863년에 무오밀지(戊午の密勅)라고 불리는 양이(攘夷) 칙명을 내린다. 이 칙명이 일본에 큰 반향을 일으켜 일본에서 공사관에 있는 외국인들을 습격하거나 살해하는 사건이 빈발해 결국 이는 사쓰에이 전쟁이나 시모노세키 전쟁의 원인이 된다. 하지만 이런 행동이 막부 타도를 위한 것은 아니었고, 어디까지나 고메이는 '''존황 의식'''에 따라 막부의 쇄국 유지를 통한 현재 체제의 안정을 꾀한 것이었다. 본인은 황실[5]과 쇼군 가의 결혼도 주선하였으나… 그를 따르는 존왕양이파는 오히려 막부 타도 쪽으로 노선을 잡기 시작했다.
구미 열강도 일본을 자기 뜻대로 주무르려면 이 작자가 상당히 방해가 된다는 것을 감안해, 1865년 자국의 함대가 오사카 만까지 들어오게 하는 천황의 칙허를 요구한다. 사실상 '''"우리의 말을 안 들으면 대포 세레다!!"''' 하는 협박이라 천황도 허가하지 않을 수 없었지만, 고메이 덴노 본인은 철저한 양이파라 이 해에는 궁중에 칩거하며 서양의학을 금지하는 등 보수적인 자세는 무너뜨리지 않았다.[6]
2.4. 말년
그의 노력으로 어쨌든 1860년대 후반에 들어 천황의 발언권은 굉장히 높아져 있었다. 하지만 양이파(洋夷派)들은 시간이 갈수록 천황에 대한 충성심보다는 각자의 밥그릇같은 권력 쟁탈전에 집중하여, 천황의 말을 고분고분 따르려 하지 않았다. 조정의 위세를 내세워서 이익을 챙기는 자들이 많아져 이에 천황이 한탄하는 대목도 있다. 제2차 조슈 정벌을 명하는 칙명을 내렸으나 오쿠보 도시미치가 '의롭지 못한 칙명'이라고 디스하는가 하면, 이와쿠라 토모미도 "결국 이렇게 분열을 야기한 것도 다 천황 때문이 아닌가?"라고 말하는 등, 지지를 잃는 모습이 나타났다.[7]
결국 비교적 불우한 말년을 보내다가 1867년, 천연두로 인해 35세의 이른 나이로 사망했다.
3. 사후
고메이 덴노의 사후 그의 아들 메이지 덴노가 14세의 나이로 즉위하였다. 이 시기에는 막부의 위세가 매우 떨어져있었고 조슈 번, 사쓰마 번 중심의 도막파(倒幕派)들이 날로 강성해지고 있었다. 결국 쇼군 도쿠가와 요시노부는 그들에게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 대정봉환으로 권력을 덴노에게 반납하였다.
그러나 형식상 권력이 덴노에게 돌아갔을 뿐 여전히 막부 측이 요직을 차지하고 있었으므로 도막파는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막부 군을 상대로 전쟁을 일으켰고(무진전쟁), 이 전쟁에서 도막파가 승리함으로써 정국을 이들이 주도하게 된다. 중앙집권화, 부국강병을 위시로 한 메이지 유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이다.
양이론을 고수하여 막부와 대립한 고메이 덴노와는 다르게 메이지 덴노는 신정부에 그다지 대립하지 않아 이전처럼 정부와 조정이 대립하는 경우는 없었다.
4. 평가
공민왕, 이반 4세 등의 개혁 군주로 평가되지만, 죽음과 관련한 의혹이 계속 돌아다니는 데다가 굳건한 양이주의자로서 보수적인 입장을 취했다.
고메이 덴노는 시대적 상황을 반영한 자신의 개혁에 막부 측의 불만이 세질 것을 우려해 이복 여동생 카즈노미야 치카코 공주를 도쿠가와 이에모치에게 시집보내고, 개혁을 급진적이지 않고 비교적 온건적으로 실시하기를 원했다. (물론 "이대로 개혁을 단행하지 않으면 일본이 멸망할 것이다." 라는 위기의식도 있다.)
미일수호통상조약을 거부하는 과정에서 서양과의 전쟁까지도 각오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그의 현실인식에 대해 막부 로주 홋타 마사요시는 '조정이 제정신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라고 디스했다. 도사 번주 야마우치 도요시게는 "덴노의 주장은 서생과 같으며 무모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조약 조인 및 개국 과정에서 의외로 현실적인 상황 판단을 보여준 막부와 달리, 고메이 덴노는 자신이 주장한 양이론의 근거로 황통의 영속과 신국론을 내세우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막부의 개혁파를 좌절시키고 존왕양이 과격파가 힘을 얻도록 하여 막말의 혼란을 가중시켰다. 그의 의도가 진짜 양이가 아닌 황권 강화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목적조차 달성되지 못해 메이지 신정부의 권력은 유신 웅번 출신 하급 사무라이(대표적으로 조슈 번 출신 사무라이 등)들이 장악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성공적인 개혁군주로 평가하기는 힘들다.
5. 가족관계
닌코 덴노와 측실 오오기마치 나오코(正親町雅子)의 4남으로 태어났다. 이복 여동생 카즈노미야 치카코(和宮親子) 내친왕은 에도 막부 제14대 쇼군인 도쿠가와 이에모치의 정실부인이 되었다.
- 에이쇼 황후(英照皇后) - 고메이 덴노의 정실. 고셋케 중 하나인 쿠죠 가문의 딸로, 이름은 아사코(夙子)이다. 두 딸 요리코(順子) 내친왕과 후키노미야(富貴宮) 내친왕을 낳았지만 모두 아기 때 죽었고, 이후 측실 소생인 사치노미야 무쓰히토 친왕을 양자로 맞이했다.
6. 독살설?
많은 세력과 갈등을 빚어온 천황인지라 독살설이 존재한다. 이런 유형의 인물에는 항상 따라붙는 역사적 가십거리의 하나지만… 자세한 것은 메이지 덴노 대역설 참조.
7. 둘러보기
[1] 선왕인 닌코 덴노의 연호 습용[2] 나이란(內覽)이라 함은 원래 궁에서 왕이 사용하는 창고를 뜻하는 말이었으나, 여기서는 섭정이나 관백(關伯)이 가지고 있던, 천황보다 먼저 조정의 문서를 열람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3] 에이쇼 황후의 친정아버지.[4] 비록 천황이 허수아비라고는 하지만 국가적인 정책을 '엎드려 절 받기' 마냥 천황에게 윤허를 구하는 형식을 취했어야 했다.[5] 자신의 이복 여동생[6] 다만 유품 가운데 서양 시계가 있으므로, 편리한 물건은 어느 정도 받아들이지 않았나 싶다.[7] 이럴 만도 한 게, 두 사람은 모두 '''후에 삿초 동맹으로 칙명을 뒤통수를 칠 사쓰마 측 인물'''이다. 그러니깐 조정의 위세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세력이었던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