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치매

 

1. 인지적 현상의 일종
1.1. 설명
1.2. 비판
2. 예방법
3. 위의 현상을 다루는 동명의 저서
4. 관련 문서


1. 인지적 현상의 일종


'''digital dementia'''

1.1. 설명



컴퓨터,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등에 둘러싸인 현대인, 특히 2010년대 기준으로 10~30대 젊은이들이 문명의 이기에 과도하게 의존한 결과로 치매와 유사한 인지적 저하를 경험하고 있다는 사회 일각의 '''주장'''. 디지털 치매론자들은 '''“디지털 기기에 대한 의존이 언어, 기억, 지능, 의식 등의 감퇴를 초래한다”'''고 주장한다. 다른 말로 IT 증후군이라고도 한다. 후술하겠지만 이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으며, 일단 정신의학적 관점에서는 디지털 치매를 별도의 질환으로 분류하고 있지 않다.
치매라는 것은 비유적인 의미로, 실제 질환인 치매 그 자체를 의미하진 않는다. 다만 치매가 언어, 지능, 기억과 인출, 표상, 의사결정, 지각(perception), 의식, 문제해결 등 인지적 역량의 전 범위에서 점차적인 붕괴를 초래한다는 점에 착안해서 디지털 기기의 과다 사용이 치매와 유사하게 인지능력 감퇴를 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을 제기하는 것이다. 디지털 기기에의 의존이 인지능력 감퇴를 얼마나 초래하는가에 대한 정의는 치매론자들 사이에서도 다르지만 약하게는 건망증 수준에서, 강하게는 실제 치매 이상의 인지능력 감퇴가 생길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 특성상 국내나 해외를 막론하고 인터넷 중독, 게임 중독 같은 떡밥과도 자주 엮여서 언급되는 일이 많다. 특히 국내에서는 특히 세대 간 갈등과도 유사한 양상을 띠고 있다.
반과학적 관점이라고 보일 수도 있지만, 디지털 치매가 실재한다고 믿는 사람들(이하 찬성론자들이라 함)도 현대사회에서 이미 컴퓨터스마트폰 같은 것들이 너무나도 확고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아예 그런 것들을 아예 하지 말라고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찬성론자들이 디지털 치매 문제의 해결방법으로 제시한다는 건 보통 독서운동, 음악 감상이나 명상, 충실한 사회생활 등등과 같은 취미생활을 병행하라는 조언들이다. 디지털 치매라는 질환이 실존하는지조차 논란의 대상이므로, 인생의 조언으로는 볼 수 있어도 디지털 치매라는 질환에 대한 예방법이나 치료법으로 볼 수는 없다.
SKKU Reading Guide - 디지털 디톡스 참고

1.2. 비판


(1921년 당시 미국에서 구직자 대상으로 유행하던 ‘에디슨 테스트’의 일부였던 “음속은 얼마입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책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나는 그러한 정보를 기억하고 다니지 않습니다.'''

-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2012년 내려진 브리태니커 대백과사전 인쇄본 출판중단 결정에 대해) …일부는 슬퍼하면서 향수를 느끼겠지만, '''우리에게는 웹사이트라는 더 좋은 도구가 있다.'''

- 호르헤 카우스, 브리태니커 대백과사전 회장

찬성론자들의 주장이 워낙 다양하긴 하지만, 일단 디지털 치매라는 현상 자체만을 두고 이야기하자면 '''디지털 매체의 과도한 사용이 찬성론자들이 주장하는 것과 같은 전반적인 인지역량 감퇴를 유발한다는 과학적 증거는 없다.'''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에서 어떤 특정한 일[1]을 수행할 때마다 그와 관련된 뉴런 네트워크의 연결이 강력해지고 연결의 수도 늘어나지만, 그렇지 않은 연결은 약해지다가 결국에는 네트워크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다[2]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뇌의 역량은 쓰는 만큼 쓰는 부분만 강해지고, 안 쓰는 부분은 약해진다.''' 이를 유념해 두고 디지털 치매에 관련된 주장들을 파헤쳐야 한다.
현대인들이 기억술이나 길찾기 능력과 같은 인지적 활동에 있어서는 옛날 사람들보다 부족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역량의 감퇴는 앞서 말했듯 쓸 일이 없었기 때문이며, 이는 디지털 기기의 사용이 큰 원인이기는 하다. 그러나, 이를 두고 치매라고까지 말하는 것은 지나치게 자극적인 명명이다.[3] 디지털 치매가 실제로 그렇게 위험하다면 이미 대한민국을 포함하여 서구 선진국 사회들은 치매 환자들로 우글거리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도리어 사회는 급격히 지식정보 사회로 접어들었고, 과거에는 상상조차 못할 발전을 누리고 있다.
치매 환자들은 실제로 전반적인 인지능력의 붕괴를 경험한다. 그러나 현대인들이 치매 환자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치매 환자는 뇌 조직에 실제로 병적인 변화가 발생하여 지적 능력의 총량 자체가 감소하는 것이지만 현대인들은 지적 능력[4]을 다른 곳에 대신 분배하고 있는 것일 뿐이다. RPG 게임으로 따지자면 스탯을 다른 곳에 배분하고 있는 것이지, 스탯의 총량 자체가 계속 줄어들고 있는 것이 아니다. 현대인들은 단순 기억력 같은 쓸데없는 부분을 디지털 기기에 의존하게 된 대신, '''더 고도의 지적이고 창조적인 정신적 활동들을 수행하고 있다'''. 이것은 무슨 중독처럼 의존증을 보이는 증상이 아니라, 오히려 '''효율적인 업무분담'''이라고 봐야 한다. 소위 “디지털 치매” 문제가 있다는 사람의 뇌에서 진짜로 인지역량 감퇴를 유발할 수 있는 병적인 변화가 관찰된 사례는 없다.
흔히 대한민국이 IT 강국이라고들 하지만, 과거처럼 사람들이 일일이 전화번호를 외워야 했다면 뭇 회사들의 고객 서비스는 엄청난 혼란에 빠질 것이다. 현대 지식정보 사회에서는 직원이 고객들의 전화번호를 직접 일일이 외우는 것이 더 이상 그렇게 권장할 만한 덕목인 것도 아니다.[5] 치킨을 시켜먹고 싶을 때 배달업체 전화번호를 달달 외우면 좋긴 하겠지만, 그런 것은 스마트폰 배달앱은 물론 30년전 컴퓨터도 인간보다 더 잘 기억한다.. 길찾기 능력 역시 중요하지만, 이제는 길찾기를 인간보다 기계가 더 잘할 수 있는 시대이다 보니 인간이 직접 그것을 행하는 가치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즉, '''사람들은 과거에 비해 인간이 직접 행해야 할 가치가 떨어진 지적 활동을 기계에 위임한 대신 더 빠르고 효율적인 지적 역량을 얻었다.''' 인간은 망각과 선택적 기억을 통하여 과거의 경험들을 추상화·일반화하고 이를 통해 보다 큰 그림을 볼 수 있게끔 진화하였으며, 이런 추세가 디지털 기술로 인해 가속화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득과 실 중에서 찬성론자들이 흔히 간과하는 것이 바로 득 부분이다. 찬성론자들이 강조하는 "인간의 뇌를 진정 인간답게 하는 역량들"은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인간답지 못한 단순암기 능력'''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 그들은 대중을 움직일 강력한 광고 카피나 징글을 만드는 능력, 기업 로고를 구상하는 능력, 소설 《반지의 제왕》이나 영화 《스타워즈》 속 방대한 세계관을 구상하는 능력, 날카로운 논문을 발표하고 상대방의 논문을 논박하는 능력, 전체적인 추세를 읽어 큰 그림을 보고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 등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이런 능력들은 그 사람들이 디지털 기기에 얼마나 의존하느냐와는 별 관계가 없다. 도리어 지인들의 전화번호나 각국의 수도, 역사적 사건들의 연도를 달달달 외우는 것은, 그렇게 욕을 먹다 못해 어떻게든 벗어나 보겠다고 한국의 공교육이 몸부림치는 '''주입식 교육'''의 한 결과물이다. 예를 들어 '''침팬지인간에 비해 월등한 순간기억능력[6]을 지니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침팬지가 인간보다 뛰어난 지성을 가지고 있는가?'''
사실 인류는 이미 수천 년 전 '''문자'''의 탄생으로 암기력을 크게 상실한 역사가 있다. 예를 들어 고대 인도 브라만교의 경전인 리그베다는 무려 3천년동안 '''구전으로 전승되면서 문자 하나 달라지지 않았다'''는 경이로운 이야기가 전해지며, 불경 역시 붓다의 제자들이 암송으로 모든 내용을 기억하고 있다가 붓다 사후 모여 작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굳이 종교라는 전문적인 영역이 아니더라도, 문자가 만들어지기 이전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삶에 필요한 모든 것을 순수 기억으로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문자의 발명으로 인류는 어떤 정보를 잠시 망각하더라도 기록을 통해 이를 보충할 수 있는 수단을 얻었으며, 문자는 인류 3대 발명품 중 하나로 꼽힐 정도로 인류 발전에 대단한 공헌을 했다. 만약 디지털 치매론이 사실이라면 문자가 발명되면서 인류는 뇌의 기능을 크게 잃어버리고 퇴화된 셈인데, 이에 동의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또한 찬성론자들이 디지털 치매와 흔히 혼동하는 것이 바로 '''독서 습관과 기초 교양의 결여'''이다.[7] 다르게 말해서 현대인들은 무식해진 것이지 멍청해진 것이 아니다. 이것이야말로 디지털 기기의 사용이나 인지적 저하 현상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 도리어 디지털 기기를 통해 희귀 고서적을 보존하고 있고, 이를 통해 전자책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책을 주문하거나 심지어 리캡차의 경우 판독이 어려운 고서적을 스캔하는 데 활용된다. 물론 사람들이 갈수록 책을 읽고 있지 않고 있으며 긴 글을 읽는 힘도 약해져 가지만, 정확히 말하면 이는 글을 읽는 "활동"을 하지 않을 뿐이지 정보의 바다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8]
경우에 따라서는 '''인문학적 감수성의 결여'''를 비판하기도 하는데 이는 대한민국이나 미국과 같은 실용주의적 문화권에서 인문학이 경시되고 있는 사회적 풍조를 탓할 일이지 디지털 기기의 사용으로 인한 인지적 저하 현상과는 큰 관련이 없다. 또 일부는 대인관계아바타SNS 등으로 인해 디지털 기기로 대체되는 것을 비판하기도 하지만, 제 아무리 카카오톡페이스북이 범람하고 있어도 여전히 사회생활은 현대인의 가장 큰 덕목 중 하나다. 아니, 오히려 그것들은 사회생활의 연장선으로 취급받고 있는 실정이다. 괜히 업무 끝나고 퇴근하면 카카오톡으로 업무 지시를 하지 말라고 하겠는가? 괜히 페이스북에서 친구들에게 자신의 화려함을 자랑해야 하겠는가? 만일 찬성론자들이 주장하는 퇴화라는 현상이 세대 내의 현상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세대 간의 누진적 변화까지 포함한다면 이건 더 볼 것도 없이 아예 용불용설에 해당한다. 야구선수 자녀들은 더 긴 팔을 갖고 태어난다는 것과 똑같은 수준.
결국 디지털 기기에의 의존은 '''어찌 보면 현명한 것이다.''' 자신의 특정한 인지적 능력을 활용하지 않음으로써 해당 역량이 약화되는 대가를 지불하더라도, 디지털 기기를 통한 막대한 정보와 생활의 편리성, 사회의 효율성은 해당 역량의 약화를 감수할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인류는 침팬지와의 공동조상에서 갈라져 오면서 그 막대한 완력을 거의 잃어버렸고 , 수렵생활에서 다시 농경생활로 넘어가면서 나무타는 능력과 거주지를 찾는 능력을 거의 잃어버렸다. 문자를 발명하면서는 방대한 지식을 구전 노래로 외우는 힘을 거의 잃어버렸고, 산업화를 시작하면서는 날씨를 읽고 작물을 가꾸는 능력을 거의 잃어버렸다. 후기산업사회에 들어서면서는 전화번호를 외우고 길을 찾는 능력을 거의 잃어버렸다. '''찬성론자들의 논리대로라면 인류는 퇴화 일로를 걷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인류의 생활 여건들은 갈수록 나아지고 있고, 이러한 변화가 인류라는 종의 개체수를 70억 이상에 이르도록 도와주었다. 디지털 치매라는 변화는 이러한 관점에서 이해될 필요가 있다.
AI가 모든 지식을 기억하는 세상, 우리는 어디까지 잊어도 될까?

2. 예방법


생활 속에서 의식적으로 뇌활동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 간단한 전화번호 기억해보기

3. 위의 현상을 다루는 동명의 저서


디지털 치매: 머리를 쓰지 않는 똑똑한 바보들
저자는 독일의 정신과 의사인 만프레드 슈피처(Manfred Spitzer). 이 사람은 오래 전부터 꾸준히 디지털 기술과 매체가 해롭다고 주장해오던 사람이다. 이 사람이 쓴 책 중 2권이 국내에 번역되어 있는데, 그 중 1권이 바로 이것이다.
비슷한 책으로는 미국 영문학 교수가 쓴 《가장 멍청한 세대》라는 것도 있다.
이쪽은 디지털 기기 문제보다는 단순히 독서습관의 부재를 비판하는 편.

4. 관련 문서



[1] 생각, 행동, 학습, 회상, 계산 등등 모든 인지적 행위.[2] 뉴런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사라진 네트워크에 소속되어 있던 뉴런 자체는 나중에 다른 네트워크에서 재활용된다. 이를 뇌가소성이라고 한다.[3] 실제 치매 환자의 가족들 앞에서 함부로 말했다간 크게 실례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는 암드립과도 비슷하다.[4] 찬성론자들이 '기억력'이라고 말하는 능력[5] 과거 전화교환원이나 군 교환병의 경우 업무상 최소 수백개 이상의 전화번호를 외우는 것이 요구되었었으나, 이제는 그런 모습을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6] 숫자를 아주 잠깐 보기만 해도 그 숫자들의 위치를 모조리 기억할 수 있다![7] 브리태니커 대백과사전이 인터넷 백과사전에 밀려서 제본을 멈췄을 때 이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그러나 그들은 브리태니커 인터넷판이 계속 출판되고 있다는 것에는 별 관심이 없다.[8] 당장 브라질에 대해 아는 대로 설명해 본다고 하자. 브라질에 대해서 아무리 달달 외워봤자 과연 네이버 검색창 첫 화면에 뜨는 방대한 정보를 쫓아갈 수 있을까? 네이버에서는 검색 후 클릭 한 번이면 획득할 수 있는 "브라질 입국 정보"에 대해서 그 사람이 일일이 다 쫓아갈 수 있을까? 블로거들의 브라질 여행 노하우와 각지의 맛집들까지 외울 수 있을까? 만약에 외운다고 치면, 그걸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애초에 사회의 규모가 커지면서 세상에 넘치는 수많은 정보들을 한 개인의 뇌에 일일히 쑤셔박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진 것이 한참 전의 일이다. 모든 사회 구성원은 분산기억 네트워크(transactive memory networks)를 이루고 있는데, 이는 내 머릿속에 지금 당장 없는 지식이라도 다른 사람이나 혹은 외부 기록매체에서 찾을 수만 있다면 사회 전체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든 개인이 옷 만드는 법, 작물 재배하는 법, 집 짓는 법을 구체적으로 다 알지 못하는데도 각자 살아가고 사회가 유지되는 데 문제가 생기지 않는 이치가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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