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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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영생이 / 薄荷 / Mint
쌍떡잎식물 통화식물목 꿀풀과의 여러해살이 풀이자 향신료. 순우리말로는 '영생이'라고 한다. 이름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님프, 멘테[1] 에서 가져왔다.
교잡이 잘되면서 번식력과 생존력도 어머어마하게 뛰어난 식물로, 인간이 이 향을 좋게 여기지 않았다면 그냥 잡초였을 식물이다. 심지어 박하 중에는 식물독성을 가진 물질을 지닌[2] 종류도 있다.
대충 놔두고 생각날 때 물만 주면 쑥쑥 잘 크기 때문에 중증의 귀차니즘이라도 손쉽게 들여놓기 좋은 식물이다. 제대로 키운다면 틈틈히 따먹을 수도 있으니 여러모로 쓸만한 식물이며 취급하는 곳도 2000년대 이후 점차 늘어나 웬만한 꽃집에서 애플민트나 스피어민트, 페퍼민트 정도는 쉽게 구할 수 있다. 화훼단지에 가면 '코리안민트'란 이름으로 유통되는 일반 박하나 오데코롱민트, 페니로얄민트, 초코민트 등등 특이한 종도 판매한다. 가격은 10cm 포트 하나당 2000~3000원 정도이다.
민들레에 대한 서양에서의 인식이 잔디밭의 마왕일 정도로 나쁜 것과 달리 한국에선 인식이 꽤 좋은 이유중 하나가 민들레를 요긴하게 쓰기 때문임을 생각해보면, 이 박하란 식물의 향이 유용하지 않았다면 민들레보다 더 지독한 밭의 패왕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일본에서 박하를 남의 밭에 몰래 심어 밭을 초토화 시키는 민트 테러를 한 사례가 있다.[3]
특히 영국 지역에서 많이 쓰이는 향신료이다. 참고로 오늘날 많은 껌과 치약에 들어가는 민트향인 스피어민트 향이 처음으로 상표 등록된 곳이 영국이었고, 페퍼민트 또한 18세기 중반 영국 잉글랜드 쪽 기록에서 처음으로 등장한다. 민트 사탕의 대명사인 Polo 또한 영국 회사이고, 영국식 민트 사탕인 스카치 민트가 영연방 각국과 유럽 대륙으로 퍼질 정도로 영국에서 민트는 상당히 사랑 받는 향신료이다. 이러한 인기를 바탕으로 민트초코, 민트 초콜릿, 민트 아이스크림, 라임 민트, 파인애플 민트 등 다양한 민트 요리들이 영국에서 시작했거나 영국에서의 인기를 바탕으로 세계 곳곳으로 뻗어나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 상세
상쾌한 향이나 허브가 대중화 된 지역에선 차로 즐겨 마시는 것이 일상적이고, 아이스크림, 박하사탕, 껌, 담배[4] 와 같은 기호식품의 첨가물로도 쓰인다. 모히또 같은 칵테일이나 음료를 만들때에도 특유의 청량감을 살리기 위해 민트가 자주 들어간다. 그리고 구강세정용품(리스테린 등), 특히 치약에 많이 들어가는데 특별한 향이 없는 기본적인 치약도 박하향은 첨가할 정도. 가장 기본적인 아이스크림에 바닐라향만은 꼭 들어가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특유의 청량감 덕에 보통 청록색으로 이미지화 시키는 경우가 많다.
허나 그 청량감 때문에 도리어 음식에 넣으면 '치약맛'이 난다며 싫어하는 사람이 많아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향신료(허브). 대표적인 예가 민트향 아이스크림으로 이쪽은 촉감조차 치약과 비슷해서 싫어하는 사람은 못먹을 것 수준으로 싫어할 정도이다. 반대로 박하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치약이 민트향인 거지 민트가 치약맛인게 아니다.[5] 라며 억울해 한다.어쨌거나 싫어하는 사람은 상상 이상으로 싫어하니 여러 명이 아이스크림 가게에 가서 맛을 하나씩 시킬 때에 민트초코를 선택하면 원성을 듣는 수가 있으니 괜찮은지 물어보고 정하자.
시중에서 상품으로 박하를 구하기는 상당히 어려운데, 식물 자체는 생명력이 질기지만 잎을 채집하면 하룻밤만에 말라버리는 탓에 유통이 많이 까다롭다. 그래서인지 가격이 다소 높은 편. 이 조차도 이마트나 홈플러스 같은 일반 대형마트에서는 잘 팔지도 않고, 백화점 식품관에나 가야 찾을 수 있다. 집에서 키워먹다가 백화점에서 박하를 사려고 한다면 알 수 없는 혈압이 오를 정도였지만 2018년 기준으로 홈플러스같은 프랜차이즈 대형마트에서는 애플민트를 그리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물론 신선도 유지가 어려운 관계로 가격은 창렬 그 자체이다. 말린 잎은 구하기 쉽다. 약재상만 찾아가도 말린 박하잎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
3. 종류
박하 자체가 교잡이 잘 돼서 종류는 무수하나 대표적인 것들을 기술한다.
- 애플민트 (Applemint; Mentha suaveolens)
둥글둥글한 잎사귀에 사과향이 아련하게 나는 민트. 가장 구하기 쉽고 순하다. 자매품으로 파인애플민트, 바나나민트 등이 있으나 어째서인지 이름값을 못 하고 모두 애플민트처럼 사과향이 난다.
- 스피아민트 (Spearmint; Mentha spicata)
타 종류에 비해 멘톨 성분이 적고 잎사귀가 날카롭게 생겼다. 그래서 이름이 스피아(Spear)민트. 잎사귀를 씹으면 스피아민트 껌과 같은 맛이 난다. 근데 스피아민트 껌에는 스피아민트가 없고 대신 이를 모방한 비슷한 향기의 착향료가 쓰였다. 상술했듯이 민트들은 교잡이 잘 되어 종류가 굉장히 많은데, 그 중에서도 유독 스피아민트가 모본이나 부본으로 사용된 품종이 매우 많다.
- 페퍼민트 (Peppermint; Mentha × piperita)
워터민트와 스피아민트의 교잡종으로, 민트 중에서도 유독 번식력이 폭발적이다. 후추맛이 난다고 붙여진 이름이며, 그만큼 멘톨성분이 풍부한 민트. 초코민트나 라임민트, 오데코롱민트라 하는 종들은 이 페퍼민트의 변종이다.
- 유럽 페니로열 (Pennyroyal; Mentha pulegium)
- 미국 페니로열 (American Pennyroyal; Hedeoma pulegioides)
- 토종 박하 (Field Mint; Mentha arvensis piperascens)
4. 여담
수국과 더불어 식물계의 물먹는 하마다. 아예 습지식물인 녀석도 있을 정도로... 잘 안 죽고 키우기 쉬운 잡초급 식물이라지만 화분에서는 생각만큼 안 커지고 순식간에 뿌리가 화분을 가득 메워버린다. 작정하고 제대로 키우려면 구역을 막아놓은[8] 노지에서 기르자. 홋카이도 한복판이나 이북의 함경도, 시베리아와 만주같은 추운 곳에서도 무사히 월동하며 따뜻한 봄이 오면 다시 땅에서 기어나오는 무서운 녀석이니 월동에는 굳이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병원에서는 정말 숨을 못 쉴 정도로 지독한 냄새가 나는 수술에 대비해 페퍼민트 기름을 구비해뒀다가 수술용 마스크 안에 문지른다고 한다. 물론 뇌가 호흡을 거부할 정도로 지독한 냄새가 아니면 잘 쓰지 않는 편이라 의료인들은 절대 그걸 쓸 일이 없었으면 한다고.
모로코의 페스에 있는 전통방식 가죽공장에선 낙타 가죽을 가공하면서 비둘기똥을 쓰는 전통방식을 여전히 고수하는 관계로, 이 냄새를 견디기 힘들어 하는 방문객들에게 민트잎을 주는데, 주 용도는 이 잎으로 콧구멍을 막는 식.
차나 향신료로 쓰는 때에는 생잎을 쓰는 편이 좋지만 전술했듯이 구하기도 힘들고 모종보다 비싸다. 그냥 키워서 쓰자.
시트러스류 껍질의 구성물질로 유명한 리모넨(limonene)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서, 농축하면 벌레같은 작은 생물의 신경계를 마비시켜 죽게만드는 천연 살충제로도 사용할 수 있다. 링크(영문)
이러한 병충해 효과를 알았던 잉카인들은 식량을 보관할 때 민트를 사용했다. 식량보관소에 농산물, 어류, 말린 고기들 사이에 민트를 층마다 끼워넣어 쌓으면 최대 십수년까지 보관이 가능했다고 한다. 이는 잉카의 도시들이 고산 지대에 있어 온도가 일정한 편이고 습도가 낮은 편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민트의 꽃말은 '''다시 한 번 사랑하고 싶습니다'''이다.
5. 관련 문서
[1] 하데스의 첫 바람상대였으나 이 사실을 안 페르세포네에게 발로 밟혀 죽었다고 한다. 그 후 그녀의 몸은 밟을수록 향기로운 향을 가진 풀이 되었고 그녀의 이름을 따와서 멘테(민트)가 되었다.[2] 덕분에 생각없이 기르면 박하가 무한 증식하면서 밭이 독성화 되어 주변의 다른 작물이 몽땅 말라죽는 참사가 터지기도 한다.[3] 일본에서 저런 몹쓸 짓이 가능한 데에는 겨울이 온난 습윤하고 단독주택 위주의 주거문화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한국은 겨울이 극도로 건조한 대륙성 기후인데다 아파트 위주의 주거문화라 저런 게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4] 흔히 멘솔(Menthol)담배라고 하는 것이 담배에 박하를 첨가한 것. 담배에서 박하 특유의 시원한 맛이 난다.[5] 한국의 경우 전통적인 식문화에서 박하(민트)의 비중이 거의 없다시피했기에 이런 인식이 강하게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일상적으로 외국 식문화에 접할 기회가 별로 없던 9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사실 2000년대 이후에도 민트(박하)는 그렇게까지 널리 쓰이는 식재료는 아니다) 치약 정도 외에는 일반인이 민트의 맛과 향을 접할 계기가 별로 없었기에 민트가 들어간 음식을 먹은 사람들은 이전에 유사한 맛과 향을 느낀 계기인 치약을 쉽게 연상하고 '이건 치약맛' 이라고 반응하게 된 것. 비슷한 예로 민트가 들어간 음식을 먹고서 '음식에서 껌 맛이 난다' 고 느끼는 사람들 역시 적지 않았다. 그 계기는 역시 좋은사람 만나면 나눠주고 싶은 껌이라면 역시 롯데껌의 스피아민트와 후레시민트. 이 역시 다른 식생활에서 민트맛을 접할 여지가 별로 없던 90년대 이전 한국에서 그나마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민트향 껌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박하맛이 나는 음식을 먹고 껌을 연상하게 된 것.(이 외에 한국에서 흔한 민트맛 제품으로는 박하사탕 정도가 있지만... 박사사탕의 경우 민트 특유의 향 이상으로 단맛이 강하므로, 그에 상응하는 단맛 없이는 박하사탕을 연상하기는 쉽지 않다.)[6] 간에서 대사되는 과정에서 멘토퓨란(menthofuran) 으로 대사되며, 멘토퓨란은 세포의 각종 효소를 저해한다.[7] 즉, 오일로 노출되어 문제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양이 필요한 것[8] 구역을 막아놓지 않으면 박하가 잡초처럼 자라서 다른 식물의 생장을 방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