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별성
夫婦別姓
1. 개요
혼인 시에 부부가 서로 자신이 가진 고유한 성을 유지하는 가족 및 호적 관련 제도. 부부동성의 반대.
2. 어형
'부부별성'이라는 말은 주로 일본에서 쓰이는 표현으로 보인다. 일본어 사전에서는 찾을 수 있지만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등재되어 있지 않고, 부부별성으로 검색하면 주로 일본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한국에선 부부별성이 당연하기 때문에 굳이 이를 지칭할 단어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인 듯 하다.
3. 국가별 양상
[팩트체크] 한국은 왜 결혼 후 남편 성을 안 따를까?
아시아권은 대체로 이 제도를 택하고 있다. 단, 아랍권은 성씨가 아니라 부칭(父稱)이기 때문에 상황이 또 다르다. 서양으로 치면 아이슬란드와 같다. 그리고 스페인의 식민지였던 필리핀은 1902년 미서전쟁의 미국의 승리로 통치자가 미국으로 바뀌어도 그대로 스페인/문화의 영향을 받아 남편의 성으로 변경된다. 이 나라는 원래 부모의 성을 같이 물려받는데, 결혼과 동시에 어머니의 성은 없어지고 아버지의 성은 미들네임으로 가운데에 위치하며 남편의 성이 최종적으로 기재된다
반대로 서양은 부부동성이 많다. 아시아 국가 중에 예외적으로 일본은 부부동성인데, 원래부터 그런 건 아니고 메이지 시대에 서양의 풍습을 흉내내서 만들어진 민법이 실행되면서 보편화되었다. 다만, 서양의 경우는 어디까지나 관습이며 법적으로 따라야 할 의무까지는 없다. 예를 들어 힐러리 클린턴도 원래 결혼 후 한동안 자기 성을 유지하다가 남편이 정계에 입문할 때즘에 보수성향의 유권자 표심을 신경써서 나중에 성을 바꿨다고 한다. 영화 감독 부부인 크리스토퍼 놀란-에마 토마스 역시 부부별성이다.
사실 메이지 유신 이전까지는 지방분권 체제(고대 주나라든지 중세 유럽같은 봉건-장원제도를 생각하면 쉽다.)여서 성을 가지는 것은 상류계급의 특권으로, 평민은 아예 성을 쓸 수 없었고 사실 쓸 필요도 없었다. 상류계급에서도 성씨 자체보다는 '어디어디의 영주'라는 것이 더 중시된지라, 성씨를 바꾸는 것은 흔한 일에 속했다.(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대표적인 예.)
중화권에서는 본래 부부별성을 택하고 있지만 여성들이 자신의 성 앞에 남편 성을 붙이는 관습이 있었다. 이를 관부성(冠夫姓)이라 하는데, 중국 대륙에서는 성차별 문제 때문인지 오늘날에는 이러한 관습을 거의 찾아볼 수 없지만, 대만이나 홍콩에서는 가끔씩 찾아볼 수 있다. 특히 홍콩처럼 아예 구미권 국가의 식민지였던 지역의 중국계 여성들은 중국식 이름과는 별도로 구미식 이름을 정할 때 자신의 성이 아니라 남편 성을 쓰는 경우가 많다.
일본은 메이지 유신 때부터 부부동성을 해왔으며 중국도 중화인민공화국 이전까지 아주 오랜 기간 동안 관부성, 즉 아내의 성 앞에 남편의 성을 병기하는 문화가 있었음을 생각해보면, 한국은 역사적으로 드물게 부부 동성을 채택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나라이다. 최근뿐만 아니라 한국사 전체를 통틀어서도 아내가 남편을 따라 성씨를 바꾸었다는 기록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조선 말엽에 윤치호의 친척인 윤치'''오'''의 아내 윤고려가 남편의 성을 따라 윤씨로 성을 바꾸었다는 것이 그나마 알려져있다. 교육을 받았던 신여성들은 남편의 성을 따랐던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 다 본성으로 표기한다.[1]
한국에서는 이미 신라시대 때부터 매우 오래전부터 이 제도가 유지되어 왔는데 가문을 중요시하다보니 여성측의 가문을 상징하는 성씨를 보존한 것이라는 주장이 있지만 정확한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타임지에서 한국은 특별한 법이 없음에도 성씨를 유지하는 제도가 있다 소개했다고 한다.
실제로 조선 전기에는 집안 차원에서 성평등 수준이 조선 후기에 비해 상당했음을 알 수 있다. 영상에서도 언급하듯이, 중세 시대 모든 국가들이 그러했듯 공직생활에 있어서는 여성이 참가가 불가능한 차별이 있었으나, 그것을 제외하면 가정단위의 사회적 평등에서는 중세치고 신기할 정도로 평등한 상황이었다. 여성도 남성과 동등한 상속권을 지니고, 재혼도 자유로웠으며 그것을 족보에 모두 기록하였다. 영상에서 언급하는 신기한 사례에 따르면 10번 재혼해 모든 남편과 자식들이 본인 집안의 족보에 기록된 여성이 있는데, 특이하여 조사해본 결과 남편이 죽어서 재혼한 것이 아니라 살아있음에도 이혼하고 재혼한 것이라고 한다.
4. 입장
부부동성이 좋다는 쪽과 부부별성이 좋다는 쪽이 서로 나뉜다. 부부동성이 좋다는 쪽은 부부동성이 가족공동체로써 유대감과 합일감을 느낄 수 있다는 주장을 하며, 부부별성은 여성을 가족공동체에 속하지 않은 바깥사람으로서 취급하는 듯한 느낌을 받기 때문에 성차별적인 느낌이 들어 부부동성이 좋다고 한다.
이에 반해 부부별성이 좋다는 쪽은, 부부동성은 여성이 가지고 태어난 고유의 정체성이 남성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을 의미하므로 여성차별적이라 주장한다.이 제도에서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반발하는 부분은 부부동성 제도에서 여성은 결혼하면 수십년간 써온 성을 버리고 단지 누군가의 부인(Mrs.~)으로 불려야 하는 것이다. 또한 본인의 원래 이름으로 쌓아온 커리어와 명성도 날려먹는것이나 다름없다.
한국이 부부별성이 엄격히 지켜지는 이유는 혈통을 중요시하다보니 여성측의 혈통을 상징하는 성씨가 유지되는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사실 당연한 것이, 여성의 성도 자신의 아버지의 성인 것이지, 성평등을 추구하기에 특정 성씨를 유지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사서를 보면 남성과 달리 여성들은 아무리 신분이 높은 황후, 왕후일지라도 휘(이름)가 기록된 사례는 없다시피하고 OO씨라고만 기록되어 있다. 반대로 여성을 남성의 소유물로 간주한다는 부부동성이 뿌리박힌 서양에서는, 이상하게도 귀족이었다면 여성들의 이름도 거의 전부 기록이 된다. 위에서는 거창하게 여말선초까지 남녀가 가정에서 평등했기 때문이라고 씌여 있지만, 그렇다면 여성들의 휘가 기록된 사례가 손에 꼽는다는 부분은 설명되지 않는다. 즉, 부부동성이 여성을 남편 아래에 두는 성차별적인 제도이고 '''부부별성은 대단히 선진적인 풍습이다고 보는 것은 무리이다.''' 역사적 맥락에서 볼 때 부인보다는 처가/장인(사돈) 가문소속 남성들 자체의 권위를 존중했다고 보는 편이 자연스럽다.
부부별성을 취하는 나라는 부부별성의 지지자가 많으며 부부동성을 취하는 나라는 부부동성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다. 익숙한 쪽을 지지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 다만 부부동성을 사용하는 국가에서 부부별성을 쓰자고 주장하는 것은 정말 쉽게 찾을 수 있지만[2] 그 반대는 찾기 힘들다. 부부동성 항목에서 언급되는 여러 가지 문제점 때문인 듯. 어떻게 보면 결혼한다는 이유로 한 쪽에게만 자기네 가족의 성을 버리라고 강요하는 격이기도 하고.
5. 부계 성씨와의 관계
부부별성/부부동성과 무관하게 자식의 성씨는 대체로 아버지의 성을 따르기 때문에,[3] 부부별성의 나라의 가정에선 어머니 혹은 아내만 성이 다른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식에게 물려주는 성씨에 대한 담론은 성씨 참조.
6. 기타
대한민국에서는 부부동성 제도 혹은 관습을 따르는 나라, 특히 일본산 창작물을 번역, 현지화할때 꽤나 머리를 굴리게 만드는 부분이기도 하다.(이를테면 노하라 미사에[4] →박영란 / 봉미선)
[1] 이화학당 교사로 유관순등에게 영향을 끼쳤던 하란사는 본래 김씨였다가 미국 유학 중에 남편 하상기의 성인 하씨를 따라 하란사(Nancy를 한자로 쓴 것)라고 고쳤고 그 이름으로 건국훈장까치 추서되었으나, 친정조카들이 김씨로 고쳐야 한다고 계속 주장하여 최근에 김란사로 수정되었다. 찾아 보면 이런 예가 적지 않을 것이다.[2] 서양에서는 페미니스트들이 결혼 후에도 여성의 성을 유지하자 것을 넘어 자식들에게 어머니의 성을 물려주자는 주장을 자주 하며, 일본에서도 부부별성을 하자는 민법 개정안이 나온 적이 꽤 많다.[3] 한국에서도 어머니 성씨도 물려주는 것이 가능은 하지만, 그렇게 하려면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호주제가 폐지된 2008년 이후에는 혼인신고 당시에 자녀의 성본을 모의 것을 쓰기로 하는 협의서까지 작성 제출하여야 가능하다(일단 혼인신고를 하고 나서 나중에 협의하는 건 불가능하다). 참고로, 호주제가 있던 2007년 이전에는, 입부혼을 했다면(즉, 아내가 남편 호적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남편이 아내의 호적에 들어갔으면), 자녀가 모의 성본을 따르도록 되어 있었다. 그밖에도 부부가 이혼할 경우 친권을 어머니가 가져가면 어머니쪽 성으로 바꿀 수도 있다(단, 협의에 의해 기존 성을 유지할 수도 있다). 다만, 현정부 법무부에서 부성우선주의의 폐지 권고를 했고 여당 국회의원이 법을 제출한 상황이라 변화의 가능성도 있다.[4] 결혼 전 성씨는 코야마. 코야마 요시지, 코야마 무사에 등 외가 쪽 캐릭터에서 이를 알 수 있다. 당연히 이런 친척들도 모두 박씨 혹은 봉씨 가문이란 설정으로 현지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