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신사바
1. 개요
일본에서 들어온, 귀신을 부르는 주술이다. 한국에서는 대구에서 처음으로 유행했다고 하는데 확실하지는 않고, 이 주술이 언제 어떻게 들어오고 퍼졌는지는 '''불명'''이다. 일본어 위키백과의 '콧쿠리상' 항목에서는 일제시대에 콧쿠리상이 조선으로 전파되어 분신사바가 되었다고 서술하는데, 분신사바의 노골적인 왜색을 생각하면 이 또한 가능성은 분명히 있다.
2. 하는 법
연필이나 볼펜 등 필기 도구[1] 를 쥐고, 흰 종이 위에 OX나 숫자 등 문자를 쓰는데, 귀신이 온다면 대답을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다. 경우에 따라 한글 문자도 써둔다. 그 뒤 두 사람이 마주 앉아 펜 하나를 마주 잡고 주문을 외우면, 경우에 따라 펜이 움직여 뭔가 글씨 비슷한 것을 쓴다. 어디서든 쉽게 할 수 있다. 지역에 따라서는 알려 준 사람이 다른 7명에게 이 비법을 퍼뜨리면 죽는다는 소문이 덧붙기도 한다.
원조인 일본에서는 종이에 도형만이 아니라 도리이나 '''공물'''에 해당하는 음식을 그려야 한다. 일본에서는 필기 도구보다는 동전을 사용할 때가 많다. 종이 위에 50음도와 도리이 등을 그리고, 동전 위에 두세 사람이 검지손가락을 올려 동전이 어느 글자로 움직이는지 보고 의미를 파악한다. 동전이 움직여 글자를 가리키는 것은 콧쿠리상의 원본 격인 위저 보드의 방식이 바뀐 것이다. 콧쿠리상에서는 또한 불러낸 혼령을 되돌릴 때는 종이를 몇 조각으로 찢을지 물어 그 조각 수대로 찢어서 태워야 한다. 펜을 사용한다면 반드시 빨간 펜이어야 하고, 절대로 도중에 펜에서 엄지손가락을 떼면 안 되며, 사용한 펜은 도중에 분실하거나 버리면 안 되고 반드시 끝까지 다 사용해야 한다는 금기도 있다.
3. 주문
주문은 지방마다 조금씩 달라서, '분신사바 분신사바 이윳테 쿠다사이', '분신사바 분신사바 오디세이 그라사이', '분신사바 분신사바 오얏떼 쿠다사이' 등 정체불명의 주문을 외운다.[2] 어느 버전에서든 '분신사바'를 반복하는 점은 변함이 없는데, 입에 착착 달라붙는 네 글자라서 그럴 것이다.
분신사바가 한국에 처음 퍼진 시기는 알 수 없으나, 1980년대에는 이미 존재했음이 확실하다.[3]
'분신사바'라는 이름이 어디에서 나왔는지는 기원이 불확실하다. 일본어 느낌이 나는 주문으로 미루어 보아 일본어에서 유래한 듯하긴 한데, 딱 이거다 싶은 설이 없다. '분신사마'에서 발음이 바뀌었다고 주장도 있다. 분신은 우리가 익히 아는 단어 '분신(分身)'이고 사마는 '님'에 해당하는 일본어라는 것.
그런데 이 설을 따른다면 문제가 있다. '분신(分身) 님'이라고 지칭되는 대상이 도대체 무엇인가? 분신이라니, 자기 자신의 생령이라도 되는가? 최초로 말을 만든 사람이 정말로 그런 의도였을까? '사바'가 일본어 '사마'에서 나왔으리라는 해석은 가능성이 충분하지만, '분신'의 뜻이 무엇인지 종잡기가 어렵다.
혹은 불교의 반야심경 끝부분에 나오는 반야바라밀다주,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사바하"'''에서 따와서 모지사바하가 분신사바하, 분신사바 등으로 정착했다는 말도 있다. 분신사바가 처음으로 한국에 전래된 곳이 대구/경북 지역이라고 하는데, 영남 지역이 불교 문화가 강한 만큼 나름대로 그럴 듯하다. 지역에 따라서는 '분신상'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아무튼 주문은 '분신사바'라고 지칭되는 대상 보고 빨리 와달라고 애원하는 뜻이다. 나머지는 일본어에 익숙치 않은 한국인들의 사이에서 퍼지며 변형된 것. 사실 그리는 도형도 원래는 도리이가 들어가는 등 왜색이 짙었다.
일본에서는 호칭이 전혀 다르다. 대표적으로 주피터 님, 마리아 님, 콧쿠리상, 여우 님, 큐피트 님, 엔젤 님 등이 있는데, 그 중 '콧쿠리상'이란 표현이 가장 유명하다. 어째서 주피터나 마리아 등 서양 냄새가 나는 호칭이 통용되는지는 알 수 없다. 또한 일본에서도 세세한 방식이나 그리는 도형, 사용하는 도구 등은 지역별로 다르다.
4. 기원
서양에는 분신사바와 유사한 위저 보드란 것이 있다. 일본어 위키백과는 1884년에 어느 미국인 선원이 일본 이즈 반도에 표착했는데, 자국에서 유행한 위저 보드를 일본인들에게 선보였다가 일본에서도 유행했고, 위저 보드가 일본식으로 바뀌어 콧쿠리상(コックリさん)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현대 서양에서는 찰리찰리 챌린지라는 것도 생겼다.
서양의 테이블 터닝, 위저 보드가 일본에서 '콧쿠리상'으로 정착하고, 다시 한반도에 콧쿠리상이 들어와 분신사바가 되었다는 설이 있다. 콧쿠리상을 한자를 섞어서 狐狗狸さん이라고 쓰기도 하는데, 한자는 각각 여우, 개, 너구리를 뜻한다.[4] 여기서 유래한 분신사바 역시 말 그대로 저급한 동물령을 부르는 주문으로 통한다. 당연히 콧쿠리상도 일본에서 별로 좋은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불길하다면 불길하지.
콧쿠리상은 연필과 백지 대신 동전과 일본어의 50음도를 적은 종이를 사용하므로 분신사바보다는 위저보드에 더 가깝다.
한반도에도 이와 비슷한 전통 놀이가 있었다. '춘향이놀이'라고 부르는데 지역에 따라 춘향각시놀이, 당골[5] 놀이, 방망이점, 꼬대각시(꼭두각시)놀이라고도 불렀다.[6] 주로 명절 때 사람이 많이 모이면 그 중 젊은 미혼 여자를 중심으로, 때로는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여자까지 끼어 따로 모여 행했는데, 남자는 참가할 수 없었다. 방법은 홍두깨나 길이가 적당한 방망이를 술래가 손에 들고[7] 눈을 가린 뒤, 다른 사람들이 주변에서 "춘향아 춘향아~"로 시작하는 노래 겸 주문을 합창하는 것.
주문이 성공하면 술래에게 신이 내려 임시 무당이 된다. 정말로 신이 내렸는지 확인하고자 누군가의 등 뒤에 수건 등을 안 보이게 감춰놓고 어디에 있는지 맞추도록 하였다. 이런 과정을 통해 정말로 신이 내렸다고 판단하면 "내가 언제 결혼할 수 있을까, 누구랑 결혼할까?" 같은 질문을 하고 대답을 들었다고 한다. 끝낼 시간이 되면 돌려보내는 주문을 합창하거나, 술래가 찬 물을 마셔서 정신 차리게 했다.
그런데 춘향이 놀이는 임시 무당이 될 술래가 짐을 져야만 했다. 춘향이 놀이는 하고 싶지만 아무도 술래는 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기가 약한 사람에게 술래를 은근히 강요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춘향이 놀이를 하다가 정말로 각성(?)해서 진짜 무당이 된 사람도 있다는 말도 있어 더욱 술래 되기를 싫어하였다. 혹은 놀이를 끝낼 시간이 됐는데 술래가 신 들린 상태에서 못 깨어난다거나.
옛 사회에서 별로 좋아할 법한 놀이는 아니지만, 특히나 여자들이 놀 거리가 부족한 시대라 1년에 몇 번, 명절 때에나 모여서 하는 춘향이 놀이를 금지하지 않고 내두었던 듯하다. 춘향이놀이는 1970년대에 도시화로 이촌향도 현상이 심화되어 젊은이들이 도시로 나가자 전승이 완전히 끊겼다. 지금은 젊은 시절에 춘향이 놀이를 경험한 노인들이나 "옛날에 그런 것도 있었지." 하는 수준.
5. 기타
- 이종호 작가의 동명의 소설도 있다. 원제는 모녀귀. 소설이 영화화되면서 동명의 분신사바란 제목으로 재출간 되었다.
- 동명의 영화도 있다. 전국 관객 수 100만 명을 넘기며 한국 공포 영화로써 성적은 꽤 성공한 편이다. 촬영 당시 기전중고등학교 부지를 빌려쓰면서 몰상식한 태도를 보였다는 게시글이 보이는데, 원작은 이종호 작가의 소설 '모녀귀'. 다만 각색이 많이 이루어져 소설과 영화는 내용도 상당히 다르다. 그러나 당시가 한류 열풍이 한창 잘 나가던 시기인지라 국외 수출도 적극적으로 이루어졌는데, 제목이 대부분 현지화 되어있다.[8] 특히나 중국에서 나름 평이 좋았는지 감독인 안병기는 중국에서 비슷한 소재로 '필선'이라는 호러 영화를 감독한다. 그리고 시리즈로 3편까지 나올 정도로 대박을 거뒀는데, 필선 2는 한국 여배우 박한별이 나와서인지 한국에서는 분신사바 2라는 제목으로 개봉했으나 개봉 2주만에 2차 시장 서비스작이 되었다. 후에 필선 1도 '분신사바-저주의 시작'이라는 제목으로 프리퀄인 척 하면서 들어왔으나 국내 흥행 성적은 망했어요. 사실 필선 2도 분신사바하는 장면을 넣은 거 말고는 사실상 감독의 데뷔작인 가위를 거의 그대로 우려먹은 거라 평이 좋지 않다. 그나마 3편이 셋 중엔 가장 평이 좋은 편이다. 보러가기(1편).
- 퇴마록에도 직접적으로 분신사바라는 이름을 쓰지는 않지만, 이와 매우 유사한 소혼술이 등장한다. 역시 꽤나 위험하게 묘사했는데, 3명 중 한 명인 세희는 소혼술을 하기 위해 방의 부적을 떼어내자 부적의 주인인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꿈에 나타나서 혼쭐을 냈고 준후 덕분에 무사했고, 동훈은 빙의되어 주유소에 불을 낸 후 준후 덕분에 목숨은 건지지만 악몽을 계속 꾸는 등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진기는 소혼술을 계속하여 유령과 친해지다가 어느날 유령이 따라오라고 하는 것에 응해 결국 따라간다.
- 호기심 천국에서도 이걸로 실험을 하기도 했는데, 당시 게스트 중에 박진희가 분신사바를 구경하고 있었다. 그런데 분신사바를 시전하는 여고생들이 귀신에게 "귀신님, 이 중에 혹시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누구인가요?"라고 묻자 그 볼펜이 박진희 쪽을 향했다. 재밌는 건, 제작진들이 여고생들의 눈을 천으로 가리고 나서(박진희를 포함한 나머지 출연진들은 여고생들 몰래 자리를 바꿨다.) 똑같은 질문을 두 번 더 던지게 했는데 그 펜이 다 박진희 쪽으로 갔다는 거. 덕분에 박진희는 점점 표정이 극도로 어두워졌다.
- 대탈출 악령감옥 편에서 분신사바를 이용한 문제풀이가 나온다. 미스터리 동호회가 미리 해놓은 분신사바 종이에서 각각 빨간줄, 파란줄, 검은줄을 따라가 이게 무슨 글자인지 알아내는 것.
- 구구레! 코쿠리상은 이 분신사바의 하나인 콧쿠리상을 미남 모에화시켜서 나온 만화이다. 2014년 10월에는 애니화까지 되었는데 성우진이 은근 화려하다.
- 아라드의 방랑파티에서 바론이 숲에서 길을 찾기 위해 분신사바를 한다. 그러나 나온 기껏 한 분신사바의 결과는 'MP가 부족합...'
- 우라라 미로첩에서는 타츠미 콘의 특기 점술로 나온다. 이 점술을 시도하다가 여우신이 몸에 빙의하는 사고가 일어나는데 이후 콘은 수행으로 빙의 상태에서도 자아 유지를 가능하게 하면서 빙의를 응용하게 된다.
- 헌티드 스쿨 - 원더러스 에이스에서는 오세아가 이 분신사바로 이윤정의 영혼을 불러낸다. 학원기이야담 11화에서는 오점순이 초반에 분신사바를 하다 나유리에게서 다른 방법을 배우고 마감에 찌든 채미리에게 알려줬더니, 나중에 분신사바로 불러낸 귀신들을 펜에 속박하여 마감을 시킨다. 마감에 찌든 터라 저주도 뭣도 안 먹혀서[10] 이후 귀신들 사이에서 소문이 났는지 채미리가 분신사바를 하면 어떤 귀신도 절대 안 온다.
[1] 색깔은 크게 관계 없으나 주로 색채 심리 때문인지 빨간 펜을 선호한다. 어느 곳에서는 대나무로 만든 필기구를 써야 한다는 말도 있다.[2] 'おいでください(오이데 쿠다사이: 와 주십시오)'의 변형인 듯하다. 일본 콧쿠리상에서도 부르는 주문으로 "콧쿠리상, 콧쿠리상, 오이데 쿠다사이"라는 말을 대표적으로 사용한다. 한국에서는 분신사바가 전파되며 비교적 널리 알려진 '쿠다사이'라는 일본어는 큰 변형 없이 퍼졌으나, 생소한 '오이데'라는 말은 기억에 의존하여 전하다 보니 변이를 거치며 동네마다 달라졌을 가능성이 있다.[3] 80년대 중반에 나온 다미선교회(1992년에 휴거가 있다고 주장한 단체)의 책에서도 분신사바를 언급하였다.[4] 여담으로 이 셋은 일본 민속에서 사람으로 둔갑할 수 있다고 여기는 동물들이다.[5] 무당을 뜻하는 말. 참고로 단군의 어원이다.[6] 학자들이 거의 남한 전역에서 이 놀이에 대한 민속을 채집하였다. 특정 지역에 한정되지 않았던 것이다.[7] 혹은 무당들이 귀신을 부를 때 쓰는 신장대와 비슷한 대나무 가지를 손에 들고.[8] 종주국(?)인 일본 개봉명은 코쿠리상, 미국 개봉명은 위치보드 등.[9] 희선이 자기는 누구랑 맺어지게 되냐고 물어보자 종이에 정안봉을 그린다. 그걸 보고 희선이 울면서 뛰쳐나가자 무표정 소녀는 "난 장난도 못 치냐"라며 다시 불사조를 그린다.[10] 펜에 속박된 귀신들이 채미리에게 저주나 빙의를 하려고 해도 "잘못된 대상입니다."라는 반응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