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과 서커스

 

1. 고대 로마의 정책을 부르는 말


1. 고대 로마의 정책을 부르는 말


한국어
빵과 서커스[1]
영어
Bread and Circuses
라틴어
Panem et Circenses[2]

'''"인민을 다스리는 방법은, 빵과 서커스만 있으면 된다."'''
- 아돌프 히틀러

"iam pridem, ex quo suffragia nulli vendimus, effudit curas; nam qui dabat olim imperium, fasces, legiones, omnia, nunc se continet atque duas tantum res anxius optat, panem et circenses."
'''옛날엔 우리는 그 아무에게도 표를 팔지 않았지만 태만해졌다; 통솔권, 직위[3]

, 군단과 모든 것을 위임했던 그(시민)는 이제 단 두 가지를 초조하게 기대한다 - 빵을 그리고 전차 경주를.'''
- 유베날리스, 풍자 10권 77-81절

고대 로마 제국에서 실행했던 '''우민화 정책.''' 로마의 풍자시인 데키무스 유니우스 유베날리스가 서기 100년 경에 쓴 풍자시가 이 표현의 시초이다. 의식주와 유희 문화만 제대로 공급해 주면 대중들은 세상 사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되지 않는다는 발상이다. 이후 '''우민화 정책'''의 대명사로 쓰이기도 하는 표현이다. 빵과 서커스의 속성을 부각시킨 표현으로서 비유법 중 대유법에 해당하기도 한다.
현대에서 서커스가 곡예를 펼치며 이를 관람하는 것이기 때문에 로마시대의 이 정책이 현대식 서커스를 관람하는 것으로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로마시대에 키르쿠스(Circus)란 전차 경주 혹은 전차 경주가 벌어지는 경기장을 의미했으며, 현대 영어의 서커스도 이 고대 로마의 전차 경주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한다.
시민권을 가진 자 한정으로 매달 한달치 분량의 콜로세움에서 경기를 볼 수 있는 티켓을 배급받았다.[4] 이때 배급받는 길이 엄청 길어 몇 시간을 기다리는 일이 다반사였다고 한다. 공화정 시절의 경우, 처음에는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되긴 했지만 그래도 유료였던 것이 정치 싸움 과정에서 무료로 변경되었다. 더욱이 받을 수 있는 인원의 제한마저 풀렸다가, 제정이 들어서면서 그나마 그 부분에선 제한을 가하게 되었다.
인류 역사상, 국민들이 스스로 자신들이 이 정책에 놀아나고 있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거의 대부분 국가 막장 테크가 한참이나 올라가 있었을 때였다. 사실, 이는 로마 제국의 독특한 정치 체계와 연관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른 문화권과 달리 공화정에서 제정으로 옮겨간 독특한 정치 체계 때문에,[5] 시민들에게 겉으로나마 공화정이라는 체계가 유지되고 있다는 인식을 시킬 필요가 있었다. 로마제국의 황제는 동양권에서 황제로 번역하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근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나 볼법한 독재자에 가깝다. 따라서 이런 정책으로 시민들의 정치적 욕구를 어느 정도 잠재울 필요가 있었다. 남경태의 저서에 의하면 중국이나 기타 문화권의 사고방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정책이었다고 한다.
이탈리아에선 로마 제국의 후예답게 여전히 이 정책을 시행 중이라고도 이야기한다. 요즘에는 서커스를 대신해서 공차기(Calcio)로 바뀌었지만...
기독교가 급속히 전파되게 된 계기가 이것이라는 말도 있다. 물론 빵과 서커스 때문에 배부르고 등따습고 현실에 만족할 수 있던 아쉬울것 없는 사람들이 종교에 심취했다는건 아니고, 이때는 로마 제국이 위기를 맞으면서 빵과 서커스조차 제대로 제공되지 못할 정도로 막장이 되자 불안해진 사람들이 정신적 피난처인 종교에 몰렸다는 것. 그리고 실제로도 기독교는 처음부터 로마에서 불법이었고 콘스탄티누스 대제 이전까지 탄압 대상이었다. 등 따습고 배부른 사람들이 뭣하러 그 모든걸 잃을 수 있는 종교에 굳이 심취할 필요가 있었을까?
유명한 로마 소설가 시오노 나나미는 이것은 우민화 정책이 아니라 현대의 복지정책에 해당된다고 평가했다. 물론 이 점은 어느 정도 일리 있는 말이지만,[6] 우민화 정책의 의도가 있었다는 것도 사실이고 결과적으로 우민화가 일어났다는 것도 사실이다.
사실 이것은 정책의 목적성의 차이다. 복지는 국민들의 생활 수준을 향상시켜 당장 굶어 죽을 걱정을 해결해주어 좀 더 정치사회에 관심을 가질수 있도록 돕는 것이고, 우민화 정책은 채찍질 하는 와중에 겨우 당근 하나 던져주면서 "그나마 이런거라도 있음 되지" 하는 생각을 심는 것이니까 말이다.
한국에서는 3S 정책이 비슷한 성격을 띠고 있다. 당장의 물질적, 경제적인 요구를 충족시키면서 자극적인 퇴폐 문화로 시민의 눈을 돌려 정치에 관심을 두지 않게 유도하는 목적과 과정이 유사하다. 왕정/제국 또는 독재정권에서 지지율을 유지하는 방법이며, 이에 넘어간 대중은 사회 전반의 수준이 떨어지는 것을 방관하게 만들고 나라는 법제 시스템이 정치꾼들에게 놀아나며 국력을 거덜내더라도 그걸 막아야 할 시민들은 문제의식을 갖지 않게 된다.
토탈 워: 로마2에서는 칙령(edict)의 하나로 'Bread and Game'이라는 이름으로 등장. 지역에 식량과 치안을 제공하는 효과이다. 칙령 효과를 강화하는 건물이나 인물이 없어도 기본적으로 치안 +10을 제공하기 때문에 유용.
임경배권왕전생에서는 빵과 서커스를 주는 것이 폭군이 아니라 빵과 서커스'''만''' 주는 것이 폭군이라고 했다.[7][8]
헝거 게임 시리즈에서 판엠이라는 전체주의 국가의 모티브가 되었다. 소설 내에서도 이 말이 몇번 언급되기도 하였다.
이 이후 국가적인 복지가 시작되기까지 걸린 시간을 생각하자면 우민화 정책이긴 하지만 나름의 의의가 있다.(?) 다만, 이 빵과 서커스는 근본적으로 인권따위를 생각해서 나온게 아니라 그 성격이 시혜적이고 인기영합주의에 기반한 것이라는 차이가 있다.
문명 6에서는 유흥단지가 완성된 도시의 충성도를 올리는 단기 생산 프로젝트에 빵과 서커스라는 이름이 붙었다.

2. 2003년영화


마틴 록이 감독과 주연을 함께 한 영화로, 굉장히 상징적이고 난해한장면들이 줄을 잇는다. 수위가 높은 하드코어 고어영화이므로 감상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참고할 것. 제목은 첫 문단에서 따왔다.

[1] 계몽사에서 출판한 <학습만화 세계사>에서는 '빵과 놀이'라고 표현했다.[2] 판엠 에트 키르켄세스. 직역하면 ''''빵을 그리고 서커스들을''''이란 뜻. 라틴어에서도 빵은 물질명사라 수를 세지 않는다.[3] 원문은 fasces, 즉 파시즘의 어원이 된 파스키스지만 라틴어에서는 높은 직위를 표현하는 데도 사용되었다.[4] 사실 이런 돈지랄이 가능했던 이유 중 하나는 로마가 제정이 들어서면서 정복된 이집트의 곡물 생산력이 뛰어난 덕이기도 했다.[5] 왕정이던 시기도 있었지만 이미 왕정이 끝난지 수백년은 지난 뒤였다.[6] 로마 공화정은 개인의 공화정에 대한 자발적인 헌신을 모토로 했기 때문에 국가 복지 개념이 거의 없었을 뿐 아니라 관리들에게 봉급도 지불하지 않았다. 이것이 한계에 임박했을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티베리우스 그라쿠스의 연설에서 잘 드러난다. 이에 비해 빵과 서커스는 의도야 어쨋건 아무것도 안주고 무관심한것 보다는 훨씬 나으니까 저절로 제정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내는 원동력이 되었다.[7] 레펜하르트는 마법사로서 너무 합리주의에 기반해서 생각하는 바람에 그냥 세금을 적게 거두는 것으로 복지나 빵도 안 주고, 그냥 집에서 쉬라고 축제나 서커스도 제공 안 하는 등 굉장히 재미없게 나라를 다스렸다.[8] 재미있게도 주인공인 레펜하르트는 자신을 그럭저럭 나라를 다스린 성군이라고 생각했지만, 조목조목 따져보면 (강대한 마법사인 레펜하르트에게 감히 간언할 수 없었을 뿐)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폭군에 가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