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태권도연맹
1. 개요
세계에서 태권도를 대표하고 있는 국제적 태권도 단체이다. 대한태권도협회 및 국기원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올림픽 태권도 운영에 대해 교섭하는 단체이기도 하다. 그래서 올림픽 태권도에 출전하려면 국적을 불문하고 WT 소속 선수여야 한다.
1973년 창설 이래 세계태권도연맹(World Taekwondo Federation, WTF)이라는 공식명칭을 사용했지만, 영어의 욕설의 약자와 똑같다는 지적으로 2017년 WT (World Taekwondo)라고 연맹 이름을 바꾸었다.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를 주관한다.
2. 국제태권도연맹과의 관계
남한에 본부를 두고 있는 WT와는 별개로, 북한이 이끄는 국제태권도연맹(ITF)라는 조직이 있다. 사실 WT가 아니라 ITF 쪽이 최초의 국제적 태권도 단체이다. 뿐만 아니라 ITF는 처음에 대한민국에서 창설된 연맹이었다. 그런데 현상황처럼 된 것에는 최홍희라는 인물이 그 중심에 있다.
초기 태권도 보급에 앞장 선 인물 중 한사람이었던 최홍희는 6.25 직후 현역 육군 소장 신분이었는데다가 이승만 대통령과의 친분을 등에 업고 스스로 대한태권도협회를 창설하여 총재직에 앉는 등 남한의 태권도 조직을 혼자 장악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5.16 군사정변으로 이전부터 최홍희와 관계가 껄끄러웠던 박정희가 정권을 잡게 되면서 전세가 역전되고 말았다. 평소 최홍희에게 반감을 품고 있던 다수의 태권도인들이 합심하여 최홍희를 대한태권도연맹 총재직에서 축출했다. 이때 최홍희가 대한태권도연맹 총재직에서 물러나는 것에 대한 타협안으로 얻게 된 감투가 국제태권도연맹(ITF) 총재직이었다. 당시 태권도는 남한에서도 크게 자리잡고 있지 못하고 있던 처지였기 때문에 국제태권도연맹은 거의 이름 뿐인 조직이었다. 이후에도 최홍희는 대한태권도협회가 새로 만든 품새가 촌스럽다느니 하면서 각종 딴지를 걸었는데, 결국 대한태권도협회가 최홍희의 국제태권도연맹(ITF)에서 탈퇴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고 말았다. 사실상 ITF의 전부나 다름없는 회원국인 대한민국이 탈퇴하자 ITF는 빈껍데기만 남게 되었다. 이에 최홍희는 대한태권도협회에 대항하기 위해 대한태권도진흥회를 창설했지만 이전부터 중복단체 통합작업을 벌이고 있던 문교부에서 중복 단체 불허 방침으로 허가를 내주지 않아 실패하고 말았다.
결국 한국 태권도계에서 완전히 배제된 최홍희는 1972년 캐나다로 이민을 갔고, 북한과 결탁하여 북한의 지원을 받으며 공산권 국가에서 세를 확장해 나갔다.
한편 대한태권도협회는 1973년 세계태권도연맹(WTF, World Taekwondo Federation)을 창설했고, 김운용 당시 대한태권도협회 총재가 세계태권도연맹의 총재직을 맡았다. 이후 김운용의 활발한 추진력과 대한민국 정부의 지원으로 WTF는 IOC의 공인을 받고 나아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는 위업을 이루면서 ITF를 누르고 세계태권도계의 중심기관으로 자리잡았다.[1]
한때 ITF 태권도는 공산권 국가에서 제법 수련인구를 가졌지만, 세계태권도연맹의 태권도가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중국과 동유럽 등 공산권 국가들 대부분이 ITF를 탈퇴하고 세계태권도연맹에 가입했다. 게다가 ITF는 최홍희 사후 여러 조직으로 분열되어 내분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3. 변화
기원이 한국이다 보니 국제경기단체로서는 드물게 한국에 본부가 위치하고 있다. 정확히는 대한민국 서울특별시 강남구 역삼동 635번지, 그러니까 국기원 건물 안에 있었다 (현재는 서울시 중구 소재). 그동안 총재를 비롯하여 임원의 대부분도 한국인이었고 공용어도 한국어였기 때문에 회의도 한국어로 진행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태권도가 급격히 세계화되면서 여전히 한국인이 상당수이긴 하지만 외국인 임원도 증가하고 올림픽 종목으로서 국제 기준에 맞추어가면서 많은 부분이 변하고 있다. 태권도의 공용어는 영어와 한국어였으나 2010년 10월 7일에 세계태권도연맹 임시 총회에서 한국어를 제외하였고 한국어는 프랑스어, 스페인어와 함께 보조언어로 내려갔다. 물론 시작, 차렷, 정지 같은 기술 용어나 품새 등의 용어가 바뀌는 것은 아니며 '행정용어'에서 공용어가 영어로 바뀌는 것이다.
게다가 World Taekwondo 연맹 규약의 "WT Headquarters are '''permanently''' located in Seoul, Korea.(본부는 '''영구히''' 한국 서울에 둔다.)"는 조항이 존재했는데, 이 조항에서 'permanently(영구히)'를 삭제하는 등 한국 중심주의에서 국제 기준으로 옮겨가고 있다. 참고로 같은 올림픽 종목인 유도의 경우 국제유도연맹 본부가 스위스 로잔에 있으며 회장직을 다양한 나라 출신이 맡고 있다. 현재 회장은 오스트리아의 Marius Vizer. 심지어 1995년~2007년 회장을 한국의 박용성 회장이 맡았으며 그시절 국제유도연맹 본부가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에 있었다.
4. 문제점
아직 유도보다 올림픽 종목이 된 역사가 짧다지만 한국이 모든 걸 틀어쥐고 있다시피한 현 상황에 비판도 많다. 이런 뜻에서 2009년에 세계태권도연맹 총재 자리를 두고 조정원 현 세계태권도연맹 총재[2] 가 3선에 도전한 가운데, 총재 선거에 출마한 낫 인드라파나 연맹 부총재(국제올림픽위원, 태국)가 경쟁 후보로 나섰는데 그 해 9월 18일에 코리아오픈 국제 태권도 대회에서 나온 대한태권도협회 회장인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이 이 자리에서 한 연설에서 인드라파나 부총재를 지지하는 말을 하여 논란이 되었다. 단순한 지지 발언이라면 이해가 가는데, 그 자리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을 거론하며 "대통령께서 외국인 총재가 나와야 한다는 내 말에 동의해주셨다."라는 발언까지 해버렸다. 그러자 정치적 입김이라는 야당의 반발과 태권도계의 반발까지 벌어져 거꾸로 조정원 후보만 유리하게 되면서 홍준표는 오해였다고 애둘러 해명하였다. 결국 조정원 총재가 재선되면서 홍준표 협회장은 입지가 크게 줄어들고 국제 태권도계에서 따돌림을 받는다는 후문이 있다.
또한 세계태권도연맹의 창설 자체가 정치적인 목적으로 그 후원과 성격이 정해진 감이 없지 않았는데, 당장 수장이던 김운용부터 무도가가 아닌 외교관 출신으로 정권의 낙하산 인사로 투하된 사람이었다. 비록 김운용이 태권도를 올림픽 종목으로 만드는 등 업적이 있으나, 비리 문제 등으로 사퇴하는 등 한계를 보여주기도 했다. 또한 뒷돈을 받고 편파 판정으로 병역특례자를 양산하는 사건이 보도되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더 큰 문제는, '''쇼토칸 가라테''' 기반으로 20세기 중반에 창작된 무술인데 유구한 한민족의 전통 무술로 둔갑시킨 역사 왜곡을 주야장천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태권도가 팔아먹는 원조의 가장 주된 무술이 택견인데, 택견은 자체 전통의 계승을 이어가고 있고 현대화에도 성공하였다는 것이다. 택견이 사장되었다면 모르지만 택견은 맥이 끊기지 않고 살아 남았으니 설득력이 없다. 더군다나 택견은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으로 등록되었다.
5. 영어약칭 변경
WTF이 What the fuck의 약자로 더 잘 알려진 데서 오는 이미지 실추를 막기 위하여 연맹의 영문 약칭을 'WT' (World Taekwondo)로 바꾸어 호칭한다고 한다.
[1] 김운용은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IOC 부위원장을 지내는 등 1990년대 세계 스포츠계의 거물로 활약했지만, 2001년 사마란치의 후임 위원장 선거에서 자크 로게에 패하면서 몰락했다.[2] 전 경희대학교 총장. 대학 설립자 조영식의 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