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요정
'''"철학적인 의미가 있습니까?"'''
1. 개요
유고슬라비아 내전을 제재로 다루는 요네자와 호노부의 미스터리 장편소설. 기후현 다카야마 시를 모델로 하는 가상의 도시 후지시바를 무대로 유고슬라비아에서 온 소녀 마야와 후지시바 고교에 다니는 모리야 미치유키와 친구들의 만남과 교유를 다루고 있다. 내전으로 전화에 휩싸인 조국으로 귀국을 감행한 후 소식이 끊어진 소녀 마야의 행방을 찾는 내용을 중심으로, 마야와 보낸 일상의 시간 속에서 생긴 소소한 수수께끼와 그 해결 내용이 곁들어져 있다.
원래는 고전부 시리즈의 3권으로 계획되었으나 출판사 레이블과의 경향성 차이로 인해 발간이 어려워졌고, 가도카와의 허락을 얻어 도쿄소겐샤에서 간행되었다. 따라서 등장 인물이나 배경 설정 등에서 상당한 수준의 개고가 이루어진 별개의 작품이 되었고, 요네자와는 이를 통해 미스터리 작가로서의 명성을 얻게 된다.
이 작품의 등장인물인 다치아라이 마치는 이후 왕과 서커스를 필두로 하는 이른바 베루프 시리즈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안녕 요정은 차기작들과 내용상의 연관성은 크지 않으나 이어지는 내용도 있기에 동일 시리즈로 분류하여 다루는 경우가 많다.[1]
영어 부제는 The Seventh Hope.
2. 등장인물
- 모리야 미치유키 (守屋 路行)
궁도부 소속이지만 그다지 열성을 다하거나 애착을 가지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으며, 오히려 지도교사인 가가미 선생의 칭찬을 듣고도 마음에 거리낌을 느끼기도 한다. 후미하라에 의하면 취미가 있을 줄은 몰랐다거나 어떤 일에 몰두하는 것을 상상할 수도 없다고 할 정도로 호타로보다도 더한 회색인간으로 묘사된다. 다치아라이는 모리야에 대해 '자립지향이 강하지만 의존적이다'라는 일견 모순적인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후지시바와 주변 친구들로 이루어진 좁은 세계에 갑자기 나타난 마야를 보고 자신 또한 그 밖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며, 마야와의 만남을 계기로 스스로 유고슬라비아에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는 등 변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고국이 내전의 참화에 빠져들고 있음에도 귀국하려는 마야를 말리지만 마야는 듣지 않았고, 이별의 자리에서는 마야에게 자신도 유고슬라비아에 데려가 달라고 말하지만 거절당한다. 이후 평범하게 수험을 치르고 대학생이 되지만, 고국으로 떠나고 일 년 가까이 소식이 없는 마야를 걱정하면서 그녀의 무사를 확인하기 위해 시라카와와 함께 마야의 고향을 추적한다.
2006년 도시샤대학에서의 강연회에서 요네자와가 말한 바로는 고전부 시리즈였던 개고 전에는 오레키 호타로 포지션이었다고 한다.
- 마야 (マーヤ)
모리야의 소개로 시라카와의 집인 키쿠이 여관에 신세를 지게 되었고 그곳에서 여관 일을 도우며 생활한다. 체코슬로바키아에 있던 시절 일본인 여성을 알고 지냈는데, 그녀에게 유고슬라비아 말을 가르쳐 주고 자신은 일본어를 배워 현지인과도 자유롭게 의사 소통이 가능하다. 하지만 어려운 한자어는 잘 이해하지 못하며, 일상 대화에서 잘 쓰이지 않는 문어적 표현을 불쑥 꺼내는 등 부족한 점이 있다. 모국어인 세르보크로아트어 외에 러시아어까지 쓸 수 있지만 일본어는 히라가나와 가타카나 정도밖에 읽지 못한다. 영어는 전혀 못 해서 '코먼 센스'나 '슛' 정도의 쉬운 단어도 알아듣지 못한다.
호기심과 탐구심이 풍부한 점에서 작가의 다른 작품 등장인물인 지탄다 에루와도 닮은 부분이 많다. 말버릇은 '철학적인 의미가 있습니까?'. 일상적이고 큰 의미가 없는 소소한 풍경이나 일화 속에서 남다른 호기심과 이방인 특유의 낯선 시선을 통해 독특한 의미를 도출해 내며 그를 통해 경이로움을 자아내기도 한다. 모리야에게 말한 바에 따르면, 6개 문화가 존재하는 자신의 조국 유고슬라비아 사람들을 하나로 규합해 7번째 문화를 만들기 위해 정치가가 되겠다는 장대한 꿈이 있는데 영어 부제를 통해서도 암시되고 있다.
마야는 모리야 일행과 함께 지내면서 그들의 마음 속에서 각별한 존재로 자리잡아 왔지만, 어디까지나 일본에는 임시 체류 중이었으므로 2개월의 시간이 지나면 고국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이별이 가까워지던 어느 날, 유고슬라비아에서 슬로베니아가 독립을 선언하고 연방군이 진압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왔다. 하지만 마야는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귀국을 감행하였다. 고국에 도착하면 모리야 일행에게 편지를 꼭 부치겠다고 약속했지만 시간이 흘러도 편지는 오지 않았다.
- 다치아라이 마치 (太刀洗 万智)
붙임성 있는 성격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인상만큼 차가운 사람도 아니다. 작품 중반부에서 중학교를 재수해서 모리야보다 한 살 많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래서 고등학생 신분이면서도 음주, 흡연을 하지만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마야가 고국으로 돌아간 후 마야의 출신지를 알아내려고 고군분투하던 모리야에게 도움을 부탁받았다. 그러나 마야와 사이가 나쁘지 않았음에도 '잊고 싶다.'라는 이유를 대며 매정하게 모리야의 부탁을 거절하였다.
이후 요네자와의 다른 작품인 왕과 서커스 및 진실의 10미터 앞에서 기자가 되어 나타나는데, 안녕 요정과 이 두 소설은 이른바 베루프 시리즈(혹은 다치아라이 마치 시리즈)라 불리기도 한다. 고전부 시리즈가 될 뻔했던 이 작품에서 개고를 하는 과정에서 추가된 인물이기도 하다. 후쿠베 사토시와 함께 작가 요네자와가 가장 좋아하는 자신의 작품 속 등장인물이기도 하다.
- 시라카와 이즈루 (白河 いずる)
- 후미하라 다케히코 (文原 竹彦)
마야가 돌아간 후 대학에 진학하여 후지시바를 떠나 멀리서 지낸다. 시라카와와 함께 마야의 출신지를 찾으려 노력하는 모리야를 위해 직접 얼굴을 내밀지는 않았지만 편지와 자료를 보내 간접적으로 도움을 준다. 본인에 의하면 농사꾼 같은 성격으로, 손이 닿지 않는 범위를 신경쓰는 것은 거짓이라는 지론을 가지고 있어 모리야의 노력에 직접적으로 함께하지는 않았다. 개고 전 포지션은 후쿠베 사토시.
- 누카타 히로야스 (額田 広安)
- 가가미 선생 (加上)
- 슬로보단 (スロボダン)
3. 마야의 행방에 대한 추리
모리야는 고향으로 돌아간 마야의 행방을 찾기 위해 시라카와와 함께 자료를 수집하고 가설을 세워 마야의 출신지를 밝혀 내기로 하였다.
마야의 출신지를 알아낸다면 당장은 아무것도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해도 적어도 그녀가 무사할 지에 대해서 실마리라도 잡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에 의한 것이었다.
3.1. 시라카와 가설
시라카와 이즈루는 마야가 했던 발언 세 가지를 단서로 소거법을 적용해, 유고슬라비아의 6개 구성국을 차례로 지워가며 그녀의 출신 국가를 추측했다.
유고슬라비아 사회주의 연방 공화국의 6개 구성국은 세르비아, 마케도니아,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몬테네그로, 슬로베니아이다. 두 사람이 추리를 하는 시점에서 슬로베니아는 전쟁 종결 후 독립국이 되어 안전한 나라가 되었고, 몬테네그로와 마케도니아, 세르비아 또한 상대적으로 안전한 편이다. 그러나 크로아티아는 마야의 귀국 직후 나라 곳곳에서 벌어진 전투로 우편망이 마비될 정도이고,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는 계속된 전쟁으로 몇천 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즉 가장 위험한 국가는 크로아티아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인 것이다.
- 마케도니아[5]
만약 마케도니아가 마야의 출신국이라면, 마야는 '갔다'가 아니라 '돌아갔다'라고 했을 것이다. 마야는 일본에서 어딘가로 돌아갈 때 '돌아간다'라는 동사를 제대로 사용했다. 이는 마야가 '가다'와 '돌아가다'의 차이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근거가 되는데 마케도니아가 그녀의 출신지라면 '갔다'라 하지 않고 '돌아갔다'라 말했을 것이다. 따라서 마케도니아는 마야의 출신지 후보에서 제외할 수 있다. 마케도니아 아이들이 세르보크로아트어를 쓰는 마야를 보고 웃었다는 사실 또한 이를 뒷받침한다.
- 슬로베니아
>이유는 있습니다. 있지만 그것을 일본어로 못 말하겠습니다. 스르프스코흐르바츠콤이라면 설명할 수 있지만, 이번에는 마치 씨가 모릅니다.
스르프스코흐르바츠콤(srpskohrvatskom)이란 세르보크로아트어를 말한다. 마야가 흐르바츠카가 크로아티아를 지칭하는 표현이라는 사실을 말했다는 것이 근거가 된다.
시라카와가 카페에서 이 추리를 하던 시점은 1992년인데, 인터넷을 통한 정보 검색이 보급되기 전의 시대라 모리야도 자료 조사를 도서를 비롯한 출판물을 이용해서 수행한다. 그래서 스르프스코흐르바트스콤이 세르보크로아트어를 지칭한다는 가설의 검증을 위해 흐르바츠카(Hrvatska)라는 국명에서부터 출발하는 단계를 거쳐야만 했다.
유고슬라비아의 여섯 공화국 중에서 세르보크로아트어를 사용하지 않는 국가는 마케도니아와 슬로베니아가 있다. 각각 마케도니아어와 슬로베니아어를 사용한다. 따라서 세르보크로아트어를 사용하는 마야는 세르보크로아트어 사용국 출신일 것이다.
마케도니아는 이미 제외되었고, 남은 슬로베니아 또한 마야의 출신국이 되기는 어렵다. 시라카와는 가장 안전한 두 국가가 먼저 제외된 사실에 불안해했다.
-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유고슬라비야는 티토가 죽고 나서 십일 년간 내내 위기에 있었습니다. 슬로베니야는 시초입니다. 연방에서 벗어나려는 힘과 연방을 계속하려는 힘은 한번 싸움을 시작하면 멈출 수 없을 겁니다. 다음은 흐르바츠카(크로아티아)입니다. 그다음은 아마 보스나 이 헤르체고비나(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입니다. 어쩌면 코소보도, 제가 사는 곳도 언젠가 전쟁터가 될지도 모릅니다.[6]
이러한 사고 과정을 통해 세르비아와 몬테네그로의 두 국가가 남지만, 시라카와 이즈루는 이 이상 구체적으로 마야의 고향이 어디인지까지 밝혀내지는 못했다.
3.1.1. 모리야의 반론
시라카와가 남은 두 국가 중에 어디인지는 모르겠다고 하자, 모리야는 남은 두 국가는 그다지 위험한 나라가 아니니 괜찮지 않겠냐며 얼버무리며 황급히 자리를 정리하고 찻집을 나섰다. 모리야는 시라카와의 가설에서 중요한 단서를 잡았고 그것을 놓치지 않기 위해 서둘러 자리를 뜬 것이다. 돌아가는 길에서 모리야는 시라카와의 가설에 대한 반론을 머릿속에서 펼쳐 보였다.
시라카와는 세 가지 조건을 통해 네 개의 국가를 제외했다.
- 그곳에 '돌아간다'라고 하지 않고 '간다'라고 표현한 것.
- 세르보크로아트어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
- 마야가 자신에게 전쟁의 화가 미칠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
- 세르보크로아트어의 사용 여부
- 마야가 자신에게 전화가 미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였다는 추측
모리야는 시라카와 가설을 사지가 된 크로아티아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를 마야의 고향에서 제외하고 싶은 그녀의 소망이 개입된 것으로 평가하였고, 시라카와 가설을 통해서 확실하게 제외할 수 있는 국가는 마케도니아뿐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3.2. 모리야 가설
모리야는 유고슬라비아 연방 내의 수 많은 도시 중에서 구체적으로 마야의 고향을 특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모리야는 6개 공화국의 단위로 마야의 고향을 추정하되, 마야의 고향에만 있는 고유의 특성에 주목하여 그를 단서로 그녀의 행방을 밝혀내고자 하였다.
- '슛'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친구들과 함께 후지시바 시를 돌아다니던 날, 시라카와가 마야에게 손수건을 사 준 일이 있었다. 슈퍼마켓에 시라카와가 들어가 있을 때, 마야는 슈퍼마켓이 유고슬라비아에 없을 것이라 지레짐작하던 일행을 나무라면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마야는 유고슬라비아에도 슈퍼마켓이 있으며, 식료품을 시장에서 살 때가 많고, 만든 사람이 직접 판다는 이야기 앞에 '슛과는 사뭇 다르다.'라는 생뚱맞은 말을 끼워넣었다."제가 사는 곳은 큰 도시입니다. '''슛과는 사뭇 다릅니다.''' 사모포슬루가(대규모 소매점포)는 있습니다. 웅, 하지만 식료품은 시장에서 살 때도 많습니다. 만든 사람이 직접 판매합니다."
한편 송별회 때, 다치아라이는 자신에게 사과를 던져 준 이즈루에게 '나이스 슛이야, 이즈루'라고 칭찬했다. 그때 마야는 '슛?'이라고 반응하며 다치아라이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후 마야의 이야기에 따르면 세르보크로아트어로도 슛은 Sut(슈트)라는 거의 비슷한 발음의 단어로 존재하였다. 거의 비슷한 발음임에도 불구하고 Shoot을 전혀 알아듣지 못한 마야가 슈퍼마켓 앞에서 맥락도 없이 갑작스럽게 슛 이야기를 꺼낸 사실을 이상하게 여긴 모리야는 마야가 말한 슛이 Shoot이 아닌 다른 뜻으로 사용된 단어라는 생각을 품게 되었다.
그리고 슛이 영어가 아닌 마야에게 익숙한 일본어 단어가 아닌가는 추측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슛(シュート;shu:to)과 동일하거나 비슷한 발음을 가진 일본어 단어 중에 주도(州都;しゅうと;shu:to)가 있는데, 뒤에 이어진 말을 고려하면 마야는 슛이 아니라 주도[8] 를 의도한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해진다.
모리야가 마야를 처음 만난 날 아버지는 어디 있느냐는 그의 물음에 대해 마야는 아버지가 오사카에 있다고 답하며 다음과 같은 말을 덧붙였다.
마야가 오사카를 수도가 아닌 가장 큰 주도라고 말한 것은 오사카가 현청 소재지[9] 라는 것을 말하고자 한 의도였다. 즉 마야는 슈퍼마켓 앞에서의 대화에서 '슛'을 일본어의 주도의 의미로 사용했다는 가설에 대한 근거가 되는 것이다. 이 해석대로면 마야의 말은 "제가 사는 곳은 큰 도시입니다. 주도와는 사뭇 다릅니다. 대규모 소매점포가 있습니다."가 되고 마야는 슛, 즉 주도보다 큰 도시에 살고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수도는 아닙니다. 웅, 가장 큰 주도(州都)입니다."
주도보다 큰 도시는 주보다 큰 단위인 공화국의 수도(首都)밖에 없으므로 마야의 고향은 6개 공화국의 수도 중 한 곳이 된다. 유고슬라비아에서 수도로 불리는 도시는 아래와 같다.
슬로베니아 - 류블랴나
크로아티아 - 자그레브
세르비아 - 베오그라드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 사라예보
몬테네그로 - 티토그라드
여기서 마케도니아는 시라카와 가설을 통해 제외되므로 후보는 나머지 다섯 도시로 좁혀진다.
- 슬로베니아의 류블랴나
마야는 자기가 사는 곳도 언젠가 전쟁터가 될지 모른다고 했는데, 송별회를 하던 시점에서 이미 류블랴나는 전쟁터가 되어 있었다."유고슬라비야는 티토가 죽고 나서 십일 년간 내내 위기에 있었습니다. 슬로베니야는 시초입니다. 연방에서 벗어나려는 힘과 연방을 계속하려는 힘은 한번 싸움을 시작하면 멈출 수 없을 겁니다. 다음은 흐르바트스카(크로아티아)입니다. 그다음은 아마 보스나 이 헤르체고비나(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입니다. 어쩌면 코소보도, '''제가 사는 곳도 언젠가 전쟁터가 될지도 모릅니다.'''"
마야는 론덴 다리 앞에서 유고슬라비아에 유명한 다리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이런 말을 했다.
즉 강의 양안으로 도시가 발달하지 않은 곳은 마야가 돌아간 고향이 될 수 없는데 론덴 다리에서의 마야의 말을 통해 두 개의 도시가 제외된다. 세르비아의 베오그라드는 사바 강과 도나우 강의 합류 지점에 위치하며, 크로아티아의 자그레브는 북쪽 하안에서부터 발달해 남쪽은 최근에 들어서 개발이 시작되었다. 따라서 베오그라드와 자그레브, 즉 세르비아와 크로아티아가 추가로 후보에서 제외된다."웅, 아주 많습니다. 제가 사는 곳은 후지시바와 비슷하게 '''시내 한복판으로 강이 한줄기 흐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리도 여러 개입니다. 하지만 유고슬라비아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모스타르 다리입니다. 매년 거기에서 사람이 뛰어내립니다."
티토그라드는 정보가 부족하고, 사라예보는 시가지의 바로 한복판에 밀랴츠카라는 강이 흐르는 도시로 마지막 남은 두 후보가 된다.
- 몬테네그로의 티토그라드
'츠르나고라의 선전 포고 때문에 유고슬라비아는 일본과 전쟁 중이다.'라는 농담의 내용을 통해 츠르나고라가 유고슬라비아 소속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츠르나고라'''에서''' 친구가 마야의 집으로 왔으니, 마야는 명백하게 츠르나고라 사람이 아니며 츠르나고라는 그녀의 고향이 될 수 없다."츠르나고라는 일본과 전쟁을 하고 있습니다. 선전 포고도 완벽합니다."
"지금도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일본 사람은 츠르나고라에 가면 안 됩니다. 저희 집에 츠르나고라에서 친구가 왔을 때, 일본에 가면 위험하다고 했습니다. 포로는 조약에 의해서 다루어져야 합니다."
츠르나고라는 유고슬라비아의 일원이자 일본에 선전 포고를 한 적이 있는 국가다. 그런데 유고슬라비아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에 수립된 국가이므로, 만약 1차 대전 이후에 츠르나고라가 선전포고를 했다면 유고슬라비아가 일본에 선전포고한 형태가 됐을 것이다. 따라서 선전 포고는 츠르나고라가 독립국이던 1차 대전 이전에 이루어진 일이 된다.
1차 세계 대전 이전 6개 국가 중에서 독립국이었던 국가는 슬라브 해방의 기수이자 1차 대전의 당사자였던 세르비아와 강국 터키의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독립을 유지한 몬테네그로의 두 국가가 있다. 둘 중 하나가 바로 1차 대전 이전에 일본에 선전포고를 했던 독립국이자 마야가 말한 츠르나고라인 것이다.
마야가 쓰는 말 세르보크로아트어는 현지어로 스르프스코흐르바트스콤이다. 흐르바트스카가 크로아티아이므로 스르프스는 '세르비아의'라는 의미로 추측이 가능한데 마야가 세르비아를 '스르비야'라고 언급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따라서 츠르나고라는 몬테네그로가 된다. 몬테네그로와 몬테네그로의 수도인 티토그라드는 지금까지의 추리를 통해 마지막으로 남겨진 두 후보 중 하나이므로 거기서 티토그라드를 제외하면 마지막 하나의 후보만 남는다.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 사라예보.'''
3.3. 결말
마야의 고향을 알아낸 모리야는 직접 유고슬라비아로 떠나 마야를 찾기로 결심한다. 그런데 마침 그날 밤 다치아라이로부터 꼭 오늘 밤에 만나야 한다는 전화가 걸려 왔고, 모리야는 어처구니없어 하면서도 약속 장소로 나갔다.
모리야는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에서 난민들이 아드리아 해를 건너 이탈리아로 도망치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반대 방향으로 가는 배도 있을 테니 찾아가서 마야를 구하겠다고 말한다. 다치아라이는 냉정하게 만류하지만 모리야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다치아라이는 결국 체념했다는 듯 모리야에게 하얀 봉투를 건네주었다. 그것은 바로 사라예보에서 온 편지였다.
마야는 모리야, 시라카와, 후미하라 그 누구에게도 연락처를 알려주지 않았다. 혹여나 모리야가 찾아오지 않을까 걱정했기 때문이었다.마야는 다치아라이만은 비밀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그녀에게만 연락처를 알려 주었다. 다치아라이는 마야에게 편지를 썼고 모리야가 건네받은 봉투가 바로 그 답장이라며 당장 읽어 보라고 재촉하였다.
편지를 읽은 모리야는 망연자실해하면서 다치아라이에게 어째서 사실을 알려 주지 않았느냐고 분노에 찬 말을 내뱉었지만, 다치아라이는 너 같으면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겠냐고 받아치면서 자신을 너무 매정한 인간으로 보는 것이 아니냐고 소리쳐 항의했다. 그리고 봉투에 같이 들어 있었던 무언가를 건넸다. 그것은 얼룩이 묻어 있는 모리야가 마야에게 선물해 주었던 수국 머리핀이었다.편지에 감사드린다. 그러나 내 편지가 당신에게 갈 것인가.
사라예보는 참혹하게 변했다. 이 편지가 무사히 일본에 전달되기를 기도한다.
나는 마리야의 오빠, 슬로보단. 동생에게 쓴 진심 어린 편지를 읽고 매우 기뻤다. 그러나 나는, 우리에게 그것이 고통스러운 일이듯 당신에게도 고통스러울 이야기를 써야만 한다. 내 동생, 그리고 당신의 친구 마리야는 '''5월 22일 저격병의 총에 목을 맞고 사망했다.''' 마리야의 무덤을 만들어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사라예보에서는 점점 제대로 된 무덤을 쓰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마리야는 당신을 사랑했다. 다른 여러 나라를 사랑했듯 그 아이는 일본을 사랑했다. 그 아이는 일본에 다시 갈 수 있기를 강하게 소원했다. 나는 그것을 일부만이라도 들어주고 싶다. 우리가 사는 곳에 평화가 돌아왔을 때(신이여, 그날이 머지않았기를) 당신이 찾아오기를 기도한다. 동생을 대신해 우리가 당신을 환영하겠다. 그것이 동생의 평안을 위한 길이기를.
슬로보단 요바노비치
모리야와 다치아라이는 마야와의 추억이 있는 산꼭대기 묘지에 머리핀을 묻었고, 실패의 자책감과 무력함에 젖은 모리야의 씁쓸한 독백과 함께 작품이 마무리된다.
꿈도 희망도 없는 등장인물의 사망 전개. 유고슬라비아가 하나되기를 소망하던 소녀는 유고슬라비아가 찢어지는 과정에 휘말려 허무한 죽음을 맞고 말았다.[10] 그리고 보스니아 내전 문서를 보면 알겠지만, 내전 기간 동안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는 스레브레니차 학살 등 차마 말로 다 표현하기 힘든 끔찍한 비극을 겪었다. 현재까지도 회복이 완전히 되지 못한 상황. 당시 사라예보를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슬로보단 밀로셰비치와 라도반 카라지치의 세르비아군과 민병대가 자행한 전쟁 범죄와 주민들이 당한 일들을 생각해 보면,[11] 만일 마야가 살아남았다 하더라도[12] 상당한 후유증을 안고 살아갔을 것이다.
4. 기타
- 요네자와가 대학 시절 연구 과제로 삼은 유고슬라비아 내전을 제재로 한 작품이지만 초안에서는 유고슬라비아가 아닌 가상의 이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었다. 개고 과정에서 가상 국가를 배경으로 하면 작품 주제 의식에 대한 천착이 약해진다는 권고를 받고 수정한 것이라고 한다. 유고슬라비아와 유고슬라비아 내전 및 그 하위 문서를 참고한다면 작품 이해에 도움이 된다.
- 내전 당시 보스니아의 사라예보에는 '저격수 거리'라 하여 무고한 시민들에 대한 무차별 저격이 이루어진 거리가 있었다. 마야가 죽은 곳도 아마 이 거리일 것이다.
- 다치아라이가 모리야를 좋아한다는 떡밥이 몇 군데 있다. 남과 거리를 두는 편인 다치아라이가 허물없이 대하는 상대가 모리야 정도밖에 없으며, 마지막 장면의 "날 너무 차가운 여자로 생각하는 것 아니니"라는 다치아라이의 절규를 모리야를 향한 감정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후지시바 구시가지 탐방에서는 모리야가 마야에게 수국 머리핀을 사 주자 이를 안 시라카와가 모리야를 불러 다치아라이에게도 무엇인가 사 주라고 권하는데, 시라카와가 다치아라이가 모리야를 좋아함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을 수 있다. 베루프 시리즈의 후속 단편들에서도 모리야와 다치아라이 사이에 무슨 일인가 있었다고 암시된다.
- 고전부 시리즈 3권으로 쓰여진 버전에서는 오레키 도모에가 다치아라이 마치의 역할이었다는 추측이 있다. 1권 빙과에서 도모에는 인도 바라나시부터 시작해서 이스탄불 등 세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에필로그에서는 사라예보로 향했다고 하는데, 안녕 요정의 배경과 정확히 일치한다. 다치아라이가 모리야보다 한 살 많게 설정된 것과 마야가 그녀에게만 주소를 알려주고 마음을 털어놓는다는 것, 그리고 주인공 모리야(고전부 시리즈에서는 오레키 호타로)를 뛰어넘는 추리력도 설명할 수 있다. 실제로 작가는 이 권에서 오레키 도모에가 중요한 역할을 할 여정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 진실의 10미터 앞에 수록된 단편에서 마야가 일본 친구들을 어떻게 생각했는지가 살짝 드러난다. 순진한 사람, 정직한 사람, 상냥한 사람과 친구가 되었다고 하는데 각각 모리야, 후미하라, 시라카와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의외로 '센도'라는 소녀, 즉 다치아라이에 대해서는 "매우 수줍어했다"라고 평가했다.
- 정발판 마지막 부분에 실린 해설에서는 고전부 시리즈의 두 사람의 거리 추정이 이 작품에 대한 셀프 오마주라는 가설을 제시한다. 둘 다 주연들 앞에 우연히 나타나 추억을 남기고 금방 사라진 소녀(각각 마야, 오히나타 도모코)의 이야기이며, 주인공이 기억을 하나씩 더듬어가며 왜 그녀가 떠나갔는지를 추적하는 구조라는 공통점이 있다. 돌아오지 않는다는 씁쓸한 결말이나 진짜 문제는 주인공의 손이 닿지 않는 '외부 문제'였다는 것 또한 공통점으로 볼 수도 있다.
- 2016년 일본에서 발매된 신장판에서는 신작 단편 '화관의 날'(花冠の日)이 수록되어 있다. 전화에 휩싸인 고향으로 돌아간 마야의 이야기가 1인칭 시점으로 그려진다. 한국판에는 포함되지 않았는데 엘릭시르 측은 <진실의 10미터 앞>에 추가할 계획은 없으며, <안녕 요정>의 한국 신장판이 나온다면 포함하겠다고 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