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센징
1. 역사적 고찰
朝鮮人
‘조선인’의 일본식 한자 독음이다. 국립국어원 일본어 표기법에서는 어말에 오는 ん을 'ㄴ 받침'으로만 표기하도록 하고 있어서 이를 따르면 '조센진'이고 이 표기로 쓰는 경우도 간혹 있지만, 조센징 표기가 더 관용적으로 정착돼 있다. 로마자를 가나로 변환하여 입력하는 방식으로 표기시 chousennjinn이나 여기서 u는 장음으로 실제 일본어 발음에서는 u 발음이 나오지 않는다. 헵번식으로는 chōsenjin.
자이니치 중 일부 사람들은 자기들 스스로를 조센징이라고 부르고 있다. 현재 일본 국적이나 남북한 국적 없이 조선적을 유지하는 사람들이 있고, 실제 생활에서는 그들은 그들 스스로를 조센징이라고 부르고 있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남한도 북한도 의미하지 않는 중립어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고려인처럼 민족 이름으로 기능하는 셈이다. 다만 재일 내부에서는 조센징이 아니라 그냥 한국어로 조선인, 조선사람으로 부르는 편이다. 조총련 계열에서 만든 음성 방송에선 문장 전체가 일본어인데 왠지 '조선'이라는 단어만 한국어로 읽는 경우가 많다.
1.1. 일제강점기 시대
조센징이라는 단어는 일제강점기 시절에도 사용되었다. 일제강점기 이전에 이미 국명이 대한제국으로 바뀌었기에 조선이란 국호는 없어진 것이므로 조센징은 '나라 없는 놈들'이라는 의미의 비칭이 맞다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오히려 '''대한제국 당시 백성들 사이에서는 1897년 칭제~1910년 국권 상실까지 고작 10여년간 사용된 '대한'이란 국호보다는 5백년을 넘게 유지해 온 조선이라는 국호가 훨씬 친숙했다.''' 당장에 3.1 운동 당시 기미독립선언서에도 뭐라고 써 있나 생각해 보자. '아 '''조선'''의 독립국임과 '''조선'''인의 자주민임을 선언하노라.'라고 나고, 대한독립만세라는 말보다도 조선독립만세라는 말이 더 많이 쓰였다. 또한 경술국치로 대한제국이 멸망하면서 일제는 공식 명칭을 대한에서 조선으로 환원했으므로 조선인이라는 표현 자체는 조선 사람을 의미하는, 가치중립적이면서도 단순한 단어였다.
그러나 일본인들은 표면적으로 한일합방을 하여 한 나라가 되었다고 하며 내선일체 등을 주장하였지만 식민지 조선인들에 대한 차별과 멸시가 계속되었고 조센징이라는 말은 비하의 의미를 내포하게 되었다.실제로 내선일체를 표방한 이후에는 법률상 조선인은 사라졌으므로, 사사롭게 조센징, 센징(사실 이쪽이 멸칭이었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금지되기도 했다)이라고 하면 비하 명칭이긴 했다. 센징은 천인(센징賤人-천한 인간)과 발음이 비슷했기 때문이다.
단어 자체가 멸칭이 아니라 식민지라는 배경에서 지배자 일본인과 피지배자 조선인이라는 불평등한 관계, 위상에서 조선인이라는 피지배집단에 돌려졌던 멸시, 우월감이 일본식 발음에 실린 복잡한 뉘앙스의 말이라 하겠다. 실제 당시의 사례를 보면, 일본인들이 당시 조선인들을 경멸하는 의미로 자주 썼으며 당시 조선인들도 자신들을 비하하는 의미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광주학생항일운동의 도화선이 되었던 박준채의 당시 증언을 보면 '상대방의 입에서 조센징이라는 말이 들리자마자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주먹을 날렸다.' 라는 부분이 있다. 또한 정반대로, 식민지인들을 가르키는 말인 외지인(外地人)의 반대말로써, 일본 열도의 사람을 가르키는 말인 나이치진(内地人)은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일본인을 가르키는 멸칭으로 인식하기도 했다.
즉 조센징이라는 말은 그 자체로는 중립적인 뜻이었으나 언어의 사회성에 따라 차별을 받는 계층인 조선인을 가르킨다는 현실로 인해서 그것을 담는 뜻 자체가 점차 차별적인 의미가 된 단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당시 일본인들이 마음먹고 진심으로 조선인들을 비하할 때에는 '''요보'''라고 불렀다. 조선에서 흔히 쓰였던 일종의 2인칭인 '여보'를 희화화한 것. 요즘의 여보는 보통 부부 사이의 호칭이지만, 사실 여보는 '여보시오', '여보세요'등의 준말로 식당에서의 '이모'와 비슷한 위치였다.[1] 지금으로 치면 니다나 춍급.
2. 현대 일본어 상의 위치
현대 일본어에서는 그 위치가 애매하다. 우선 알아야 될 것은 '조센징'이라는 단어 자체는 남한과 북한 사람들을 통틀어서 부르는 중립적인 표현이라는 것이다. 현재 일본에서는 학문적으로 한반도, 한국어, 한민족을 조선반도, 조선어, 조선민족으로 쓰는데, 바꿔 말하면 한국이 '한(韓)'이라는 접두어를 붙여 쓰는 단어를 일본에서는 조센(조선)이라고 쓰는 것이다. 여기에는 어떤 비하의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한자 문화권에서는 '조선'이나 '고려'가 가치 중립적인 단어이기 때문이다. 조선족과 북한의 존재 때문에 한국인들이 조선이라는 표현 자체를 터부시하는 경향이 있는 것.
또한 학문 외적으로 조센징이라는 말 자체는 북한(기타조센)과 관련해서 주로 쓰이며, 당연하겠지만 이쪽도 딱히 비하의 의도가 있지는 않다. 즉 어떤 일본인이 조센징이라는 단어를 썼을 때, 그것이 멸시의 표현으로 쓴 것인지, 단순히 북한 사람을 의미한 것인지, 혹은 그 외의 의미인지 파악하기가 애매하다. 문맥에 따라 이해해야 하는 단어인 것. 이 때문에 일본인들도 오해의 소지를 피하기 위해 잘 안 쓰는 단어가 되었다.
한국어로 니혼진을 '일본인'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다른 식으로 발음하는 것이라고 보면 되겠다. 때문에 일본인에게는 딱히 비하하는 어감이 느껴지지 않아 비하 용어로도 잘 쓰이지 않는다. 이는 모두 '조센징'이라는 단어 자체가 단어 자체에 비하의 뜻이 있던 것이 아니고 단어 자체는 중립적인데 식민지 지배라는 특수한 환경 속에서 비하적 표현이 된 역사적 특수성을 지니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2.1. 조센징은 멸칭인가
그러나, 조센징이 (남한 사람에 대한) 멸칭이라 주장하는 쪽에서는 다음과 같은 설명을 제시하고 있다.
- '조센징'이라는 호칭은 현대보다 훨씬 뒤떨어지는 옛 문명 조선시대와 일제강점기의 식민지 조선 시절을 연상시킨다.[2]
- 현재 대한민국을 부르는 일본어 명칭은 大韓民国(대한민국) 혹은 韓国(한국)이며, 한국인에 대해서도 韓国人(한국인)이라는 명칭이 따로 있다. 또한 북한을 제외한 지금의 대한민국에서는 더 이상 '조선'이라는 명칭이 쓰이지 않기 때문에, '한국'만을 이야기하는 상황에서 '조선'이라고 부르는 것은 불필요하다.
- 대한민국이 명실상부하게 우위에 있는 현 국제 정세 속에서, 남북한의 영토와 민족 전체를 아우르는 표현으로써 '조선'을 사용한다는 것은 대한민국이 북한의 하위국가인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표현이다.
반면 북한 사람들과 재일교포는 자신들의 국가명 또는 국적에 조선이란 단어가 있기 때문에 보통 이 호칭 자체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스스로를 지칭할 때도 종종 사용한다. 단, 朝鮮의 줄임말로서 鮮(센)을 사용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비하의 뉘앙스가 있어서 현재 NHK를 비롯한 방송지침에서도 차별용어로서 금지되어 있다.[3]
조선을 鮮으로 줄인 용법은 일제강점기 문헌에 많이 보이는데 센징(鮮人), 센죠(鮮女), 후쿠센(北鮮), 난센(南鮮), 닛센(日鮮) 등의 용법이 있다. 한자어를 줄여쓰는 건 널리 있는 현상이지만, 조선을 鮮으로 줄이는 건 일본에서만 쓰였으며 조선에서 스스로 그렇게 쓴 적이 없다.[4] 그러나 가끔 일본 지방을 보면 북한산을 北鮮産이라고 써붙여 놓은 푯말이 있는 등, 노인 이상에서는 쓰이는 모양이다(그리고 놀랍게도 남한에서도 상호명이나 단체명에서 가끔 쓰인다). 또한 朝鮮의 줄임말 또는 그 변형으로 생각되는 '춍'은 그 자체가 한국인을 비하하는 명칭이다.
현재 이 단어는 중국이나[5] 일본에서 학술적 의미로 쓸 때 주로 쓰이고 제한적으로 한국에서 일빠, 국까들이 자국인을 비하할 때 많이 쓰인다. 지리명이나 민족명으로 쓰일 때는 朝鮮半島、朝鮮民族 등이 정식명칭이며, 이를 韓半島、韓民族이라 쓰는 경우는 거의 없다(한국인이 일본어를 말할 때 번역해서 쓰거나, 일본인이 한국어를 번역하거나, 인용할 때 원어 그대로 쓰는 경우 정도이다). 사실 접두어로 韓을 쓰는 경우는 漢과 발음이 같아져서 구별하기 어렵고 또한 일본어의 음절이 3~4박에서만 안정적이기 때문에 발음과 변별에서 불리한 점도 있다. 또한 한국에서 들어온 물건이나 동식물명 등의 고유명사에 朝鮮-이 접두어로 쓰이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경우도 중립적인 용법이다.
단 '조선'이란 명칭으로 한국과 북한을 동시에 엮으려는 혐한들도 분명 존재한다. MBC 시사매거진 2580에서 방영된 2011년 반한류시위에서, 어떤 혐한 우익 청년 이 들고 있던 피켓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 있었는데, 한국을 비난하면서도 국호로 남朝鮮을 고집하는 이유는 조선을 국호로 쓰는 북한 때문이다. 즉 한국을 테러국가인 북한과 동일시하는 이미지 전략.
한국인=조센징(조선인)
한류 붐=날조 붐
한류 스타=조센 아이돌
조선(한국도)=반일국가||
이렇게 남한 입장에서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표현이라는 것도 2010년대 이후에 들어서는 일본인들 사이에서도 알음알음 퍼져나가고 있다. 때문에 중립 혹은 친한적인 성향의 일본인들 사이에서는 새로운 중립적인 표현이 사용되는 추세다. 대표적으로 コリアン, コリア(코리안, 코리아)라는 표현을 들 수 있다.[6] 마찬가지로 한국어도 간고쿠고(한국어)나 조센고(조선어)이라 부르지 않고 '한구루고'('''한글어''')라는 괴상한 표현을 만들어 쓰기도 한다.
결론은 조센징이라는 표현은 한일 관계가 소강 상태에 있던 1980년~2010년 동안에는 적어도 일본인들 사이에서는 중립적인 의미로 머물렀으나, 그 이후로는 점점 일본인들 사이에서도 조센징이라는 단어에 다시 멸칭적인 의미가 붙는 추세가 관찰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추세가 존재함은 혐오 표현을 적극적으로 재생산하는 인터넷을 통해서도 확인 가능하다. 현대 일본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超汚染塵(초오염진)이라는 비하 표현이 쓰이기도 하는데 이는 발음이 'ちょうおせんじん(조오센진)'이기 때문에 'ちょうせんじん(조센진)'이라고 발음하는 朝鮮人(조센징)과 비슷해지기 때문이다. 일본어로 보면 '朝鮮人'은 어떤 뜻을 지니는 표현인지도 헷갈리고 북한인을 가리키는 건지 한민족 전반을 지칭하는 것인지 헷갈리기 때문에 '''확실히 비하적 용도로 사용하고 싶을 때에''' 저런 표현을 사용한다. 한자 뜻만 봐도 '극도로(超) 오염된(汚染) 부스러기(塵)' 같이 매우 부정적인 단어들로만 이루어져 있다.
3. 국내에서 비하 용어로 쓰이는 조센징
'조센징'에 대하여 언어적으로 분석한 글이 있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한국인들이 쓰는 "조센징"은 일본에서 쓰는 朝鮮人과 같은 어감의 단어가 아닌, 뜻이 굴절된 (한국어 안의) 외래어화한 단어에 가깝고, 따라서 일본인들의 朝鮮人을 무조건 "조센징"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번역상 오류에 가깝다는 것. 다만 정치적인 문제와 겹쳐져 있기도 하고 여러모로 주의해서 써야 할 표현이라고 한다. 읽어볼 만하다.
- "조센징" 고찰(1)-조센징≠朝鮮人(ちょうせんじん)
- "조센징" 고찰(2) 뉘앙스 오역을 막는 방법
- "조센징" 고찰(3) 통일된 명칭의 부재 朝鮮VS韓
- "조센징" 고찰(4) 일본에서의 朝鮮人(ちょうせんじん)
- "조센징" 고찰(5) 그럼 어떻게 봐야 하는가
- "조센징" 고찰(6) 실제 일본에서 쓰는 차별적 표현
수원 삼성의 축구선수 최성근이 이 단어를 SNS에 게재하여 논란을 일으키는 사태가 발생했다.(...) 성의도 없는데 문맥도 맞지 않은 형편 없는 사과문을 올리면서 논란만 더 증폭되었다.
4. 창작물에서의 사용
국내 창작물에서는 배경이 일제시대인 경우 심심찮게 볼 수 있는 표현이다. 이 경우에는 대부분 욕으로 사용되는 경우라 볼 수 있다.
KBS2 드라마 각시탈(드라마)에선 조센징이란 말은 잘 안 나오고 그냥 조선 사람은 다 싸잡아서 "반도인"이라고 한다. 그런데 16화에서 고이소 순사부장을 통해 드디어 조센징이란 말이 나왔다. 그것도 아주 경멸적인 상황으로.
식객에서 중국인을 짱깨라고 막 부르는 사람들에게 조센징이라 불러서 역관광시키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 대사의 주인공은 화교 1세대.
구로다 가쓰히로는 혐한 우익답게 그의 괴작 《좋은 일본인, 나쁜 일본인》이란 책자에서 꽤 오래전 실화라면서 한국에 와서 강의하던 어느 일본인 교수가 한국 학생들이 시끄러워서 "조센징은 왜 이리 시끄러워." 이렇게 말하다가 그 말을 들은 학생들이 조용해지더니 분노하면서 한 "시바. 쪽바리는 시끄럽지 않은 줄 알아?"라는 욕설에 충격받았다면서 한국을 까댄 적이 있다. 물론, 교수가 지칭한 조센징은 단순히 한국 학생들을 말하는 것이었을 거다. 하지만 한국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그게 욕으로 받아들여지니 당연히 쪽바리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결론은 한국 학생들이 반응한 이유를 이해하지 못한 교수의 실수.
럭키짱에서는 마사오(럭키짱)의 부친 중 한 명이 조센징 아니냐는 구절로 등장한다.
일본의 여배우 구로야나기 테츠코의 <창가의 토토>라는 작품 속에는 작가의 어린 시절, 이웃에 살던 조선인 소년이 작가를 '조센징'이라고 부르는 장면이 나온다. 사실, 이 소년은 주변에서 모두들 자신을 '조센징'이라고 부르기 때문에 그게 일종의 욕이겠거니 생각하고 작가를 모욕하기 위해 그렇게 부른 것. 그런데 그 이야기를 들은 작가의 어머니가 어린애한테 왜들 그리 심한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눈물까지 글썽인다. 이런 것을 보면 그 시대 일본인들 사이에서도 상대를 비하하는 욕에 가까운 말이었던 건 맞는 듯.
일본에서는 나이대나 성향에 따른 어감의 차이도 있는 듯하여, 중년 여성이 노년층이 쓰는 조센징이란 말에서 차별의 뉘앙스가 느껴졌다는 증언이 있다(해당 노인은 아마 식민지 당시의 관계에 바탕한 우월감 또는 멸시를 바탕에 깔고 발화했을 가능성이 크다).
5. 관련 문서
[1] 염상섭의 만세전에 일본인이 조선인을 '요보놈'이라고 멸시하듯이 부르는 것을 보고 조선인 출신의 지식인인 주인공이 굴욕감을 느끼는 내용이 나온다.[2] 일본인을 왜놈이라고 호칭하는 것은 현대보다 훨씬 뒤떨어지는 옛 문명 왜를 연상시키기 때문에 비하적 표현이 되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마찬가지로 중국의 빵즈도 고려에 빗대는 비하적 표현이지만, 오히려 귀엽게 느껴지는게 함정.[3] 상술했듯 Japanese를 줄인 Jap이나 Pakistan을 줄인 Paki등이 강도높은 모멸어임을 생각하면 쉽다.[4] 한국 쪽에서 쓰는 약칭은 물론 앞글자를 딴 朝-이다. 일본은 이 글자가 자기네 언어에서 왕조를 가리키는 朝廷 등과 겹친다고 생각했는지 鮮을 땄으나 오늘날에는 주로 북한을 가리킬 때 다시 쓰고 있다.[5] 다만 한자로 朝鮮이 아닌 발음으로써 조센징을 사용하는 경우는 반민족주의적 성향의 한국인이라고 봐야한다. 표준중국어로 朝鮮의 발음은 조센이 아니라 차오셴이다.[6] 넷 우익들이 이걸 의식해서 ウンコリアン, ウンコリア(똥꼬리안, 똥꼬리아)라고 비꼬는 멸칭도 있다. 유래는 うんこ(똥) + 코리아를 적절하게 합친 것.